[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국회에서 품위 있는 말을 쓰면 야당 의원답지 않은가] ....

뚝섬 2023. 2. 8. 06:13

[국회에서 품위 있는 말을 쓰면 야당 의원답지 않은가]

[민주당 내부서 매일 쏟아지는 저급한 언어들] 

[대통령 부인도 팬클럽, 국정에 어떤 도움이 되나]

[민들레와 만들래]

 

 

 

국회에서 품위 있는 말을 쓰면 야당 의원답지 않은가 

 

한동훈(왼쪽) 법무부 장관과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지난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질의 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지난 6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장관은 참기름, 들기름 안 먹고 아주까리 기름 먹어요”라고 물었다. 한 장관이 “그게 무슨 소립니까”라고 되묻자 “왜 이렇게 깐족대요”라고 했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질문에 한 장관이 “잘 모른다”고 하자 나온 말이다. 정 의원은 이날 탄핵소추안이 제출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세워놓고 “72시간 후면 집에 가셔야 되는데 집에 가서 뭐 하실 생각이냐”고 묻기도 했다. 국회가 아니라 일반 시정에서도 이런 식으로 비아냥대는 사람은 드물다.

 

같은 당 고민정 의원은 한 장관에게 “대법원 판결이라는 게 그렇게 중요한 건가요”라고 물었다. 한 장관을 독직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검사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데 대해 한 장관이 “공감하지 않는 부분은 있지만 당연히 존중한다”고 하자 이 같은 질문을 했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대법원 판결이 그렇게 중요하냐 식으로 말하는 것은 본래 취지가 무엇이었든 있을 없는 일이다.

 

박성준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왕’자 쓴 거 아느냐”며 “그럼 왕세자가 도대체 누구냐? 바로 한동훈 장관 아니겠느냐”고 따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정부질문을 마치 장관과 싸우는 시간으로 여기는 같다. 4시간 가까이 이어진 대정부 질문에서 정책 질의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관련 영상들에는 세금이 아깝다” “정치 현실이 서글프다” “ 뜨겁다는 댓글들이 달렸다.

 

민주당 의원들은 한 장관 인사청문회 때부터 ‘한**’로 표기된 ‘한국3M’을 한 장관의 자녀 이름으로 오인하고 질의하거나, ‘이모’ 교수를 엄마의 자매를 뜻하는 이모(姨母)로 오해해 ‘후보자 딸이 이모와 함께 논문을 쓴 거냐’고 묻는 촌극을 빚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이자 검찰을 지휘·감독하는 한 장관에 대한 과도한 견제 심리 탓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얼마든지 국회에서 품위 있게 말하고 지적할 수 있다. ‘청담동 술자리’ 같은 거짓에 대해선 사과하면서 따질 것을 따진다면 국민 지지도 더 높아질 것이다.

 

-조선일보(23-02-08)-

_______________ 

 

 

민주당 내부서 매일 쏟아지는 저급한 언어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지지자들에게서 나오는 말들이 저급해 혀를 차게 된다. 이재명 의원을 지지하는 2030 여성들은 ‘개딸(개혁의 딸)’이라 불린다. 이 의원을 지지하는 젊은 남성은 ‘냥아’나 ‘양아들(양심의 아들)’이라고 한다. ‘개이모’ ‘개삼촌’도 있다. 왜 굳이 ‘개’를 넣어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이 의원 지지자들은 그를 반대하는 당내 인사들을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에서 ‘수박’이라고 부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이 의원을 반대하는 사람은 ‘똥파리’라고 폄하한다. “수박과 똥파리는 당을 떠나라”고 공격한다. 비명(非明)계 의원을 귀찮게 윙윙거리는 ‘모기’라고 부른 친명(親明) 의원도 있다. 똥파리와 모기를 합쳐 ‘벌레’라고도 한다. 이런 말을 쓰는 이 의원 강성 지지층은 상대방에게 후원금 ‘18원’을 보내고 막말 문자 폭탄을 날린다. 폭력적 응원단을 말하는 훌리건과 다를 바 없다. 정치는 경쟁과 갈등의 본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부러라도 품위를 지켜야 한다. 지금 민주당 내 모습은 품위와 너무나 거리가 멀다.

 

민주당 내 이런 모습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열린우리당 분당 과정에서 서로를 ‘난닝구’와 ‘빽바지’라고 비하했다. 일부 초선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건드리면 물어뜯겠다”고 해 다른 의원들을 놀라게 했다. 이런 사람들이 108명에 달한다고 해서 ‘백팔번뇌’로 불렸다. ‘나꼼수(나는 꼼수다)’ 출신들이 이런 분위기를 더 부추겼다. 문재인 정부에선 ‘대깨문’과 ‘문꿀오소리’ 등이 유행했다. 조국 전 장관 사태 때는 ‘개국본(개싸움국민운동본부)’이 등장했다. 이들은 “개처럼 싸우겠다”고 공언했다.

 

언어는 쓰는 사람과 집단의 수준을 대변한다. 이런 삼류 언어 정치는 결국 국민의 외면을 받고 선거 패배로 이어졌다. ‘백년 정당’을 외친 열린우리당은 4년 만에 해체됐고, ‘20년 집권’을 얘기한 민주당은 5년 만에 정권 교체됐다. 민주당은 서울·부산시장 선거와 대선, 지방선거까지 3연패를 당했다. 그런데 민주당에서 매일 쏟아지는 것은 반성과 쇄신이 아니라 ‘개X’ ‘X파리’ 같은 저급한 말뿐이다.

 

-조선일보(22-06-15)-

_______________

 

 

대통령 부인도 팬클럽, 국정에 어떤 도움이 되나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팬클럽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팬클럽 운영자인 변호사는 시민 단체를 만들 테니 월 회비를 보내달라는 글을 개인 페이스북에 올렸다. 시사평론가가 이를 비판하자 “듣보잡 헛소리” “이 XX”라며 막말과 욕설을 퍼부었다. ‘김 여사가 운영자를 정리해야 한다’는 다른 비판 글에는 “참새” “너나 잘하세요”라고 비아냥댔다. 다른 사람도 아닌 대통령 부인 주변에서 ‘윤석열 정부’를 거론하며 단체를 만들려 한다는 자체가 부적절하다.

 

김 여사 팬클럽은 윤 대통령 부부가 대통령 집무실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해 논란을 빚었다. 대통령실은 1급 보안 구역이라 사진은 허가받은 사람이 촬영하고 보안상 문제가 없을 때 공식 계선으로 공개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대통령실은 “김 여사 카메라로 직원이 찍어줬고 김 여사가 팬클럽에 보낸 것 같다”고 했다. 대통령실도 모르게 팬클럽에 집무실 사진을 공개한다면 앞으로 큰 문제를 부를 수 있다. 대통령실은 “부부의 주말 사생활 사진”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대통령 부부는 대표적 공인이다.

 

김 여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을 예방하면서 검은 티셔츠에 샌들 차림의 여성과 함께 갔다. 김 여사가 대표로 있던 회사의 전무라고 한다. 봉하마을 방문 취지와 무관한 지인을 경호처의 공식 경호까지 받으며 대동한 것이다. 공적인 일에 사적 관계를 동원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전 정부가 이런 일을 무분별하게 해 비판받았다.

 

지금 팬덤 현상이 우리 정치의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치인의 정책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적인 묻지마 애정을 보내면서 다른 의견을 공격해 정치를 패싸움으로 만들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대통령 부인의 팬덤까지 생기고 있다. 어려운 시기에 국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큰 사태로 악화하기 전에 정리할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22-06-15)-

_______________

 

 

민들레와 만들래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로알드 달 ‘빅스비 부인과 대령의 외투’

 

그녀는 그 모습을 보면서 나이가 들어 깃털이 반만 남은 공작이 점잔 빼며 잔디밭을 걸어 다니는 모습을 떠올렸다. 또는 그 얼빠진 자가수분 꽃, 민들레 같은 것을 떠올렸다. 민들레는 씨를 만드는 데 수분이 필요 없었다. 그 화려한 노란 꽃잎은 그저 시간 낭비, 허세, 가장일 뿐이었다. 생물학자들이 쓰는 용어가 뭐였더라. 무성생식. 민들레는 무성생식이었다. -로알드 달 ‘빅스비 부인과 대령의 외투’ 중에서

 

일부 여당 의원들이 ‘민들레’라는 모임을 조직했다. ‘민심을 들어 볼래’의 뜻이라고 한다. 순수 공부모임이라고도 하고 친윤(親尹) 세력의 결집이라는 말도 있다. 산적한 나랏일이 한둘이 아닐 텐데 따로 모임을 만들어 모일 필요는 무엇일까. 그 모임이 아니면 민심을 들을 수 없고, 최고 권력자에게 민심을 전달할 길이 없을까.

 

바람을 피우고 있던 소설 속 빅스비 부인의 눈에 남편은 민들레다. 그녀에게 남편은 매력이 하나도 없는 남자다. 허세를 부려봐야 깃털 빠진 늙은 공작새, 자가수분하는 민들레에 불과했다. 그와 비교해서 대령은 얼마나 멋진 남자인지. 물론 그녀의 착각이다. 민들레는 무성생식하는 식물이 아니고 남편에게도 근사한 애인이 있었다.

 

정권마다 최고 권력자를 중심으로 세를 과시하려는 시도는 늘 있었다. 전 정권의 ‘부엉이 모임’은 밤을 새워 권력자를 지키자는 뜻이었다. 민들레는 짓밟혀도 죽지 않는 끈질김을 상징한다. 꽃말은 ‘내 사랑 그대에게 드려요’다. ‘일편단심 민들레’도 떠오를 것이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지못미(지켜주지 못해서 미안)처럼 줄인 말 은어 방식과도 맞지 않는 꿰맞추기식 작명이다. ‘민심을 들어 볼래’가 한 글자 차이를 무시하고 ‘민들레’가 될 수 있다면 (민심을) ‘만들래’인들 되지 못할까.

 

이익집단이 자기들 중심으로 세상을 보면 오류에 빠지기 쉽다. 틀려도 틀린 줄 모른다. 바로잡아주어도 자기 생각만 옳다고 우기며 잘했다고 으스대니 세상은 웃을 수밖에. 민들레든 만들래든, 참을 수 없는 가벼움만큼은 바람 따라 이리저리 흩날리는 민들레 씨를 똑 닮았다.

 

-김규나 소설가, 조선일보(22-06-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