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저급하게 나가더라도... ]
[檢총장·警청장 인선 지연, 변형된 검경 통제 방식인가]
그들이 저급하게 나가더라도…
특정 직군 편중 인사 논란에 “능력 따라 발탁” 해명 아쉬워
국민이 바라는 건 통합의 미래… 전 정권 과오 반복하지 말아야
윤석열 대통령이 내각에 검찰 출신이 너무 많지 않으냐는 점을 지적하자 “전 정권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으로 도배를 했는데”라고 받아쳤을 때 좀 실망했다. 우선 팩트가 틀렸다. 전 정권 시절 나중에 민변 출신이 많아지긴 했지만 출범 초기만 비교하면 전 정권에 민변 출신은 1명, 현 정권 검찰 출신은 13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군사정부 시절인 5공화국 초기 육사 하나회 회원들이 청와대 요직(민정·사정·경호)을 장악하긴 했지만 행정부까지 이렇게 골고루 포진하진 않았다. 5공 1기 내각에 군(軍) 출신은 국방부 장관을 제외하면 내무부·총무처(현 행정안전부로 통합) 장관 2명뿐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윤대통령은 검찰 편중 인사 지적에 "과거엔 민변 출신이 도배 했는데"라고 했다./뉴스1
그 명분으로 내건 “능력이 있다면 쓰는 것”이란 ‘능력주의’ 인사 원칙도 빈틈이 많다. 일 잘하는 사람을 적재적소에 등용한다는 발상 자체는 나무랄 데 없다. 다만 내용이 문제다. 국가보훈처장에 검사 출신 국회의원을 천거하면서 그 이유를 “아버지가 베트남전 참전 용사”라고 내세운 건 납득하기 쉽지 않다. 인사권자는 “안 될 건 없지 않으냐”는 식인데 “그럼 그게 능력 위주 발탁이냐”고 되물으면 할 말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 정부가 임명한 장관들 중 “그분이 정말 그 분야에서 능력이 가장 뛰어나냐”고 주변에 물으면 “글쎄요”라는 반응이 나오는 인물이 적지 않다. 장관 한 분에게 “앞으로 어떤 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생각이냐”고 물었더니 “생각 좀 해보고”라는 답이 돌아왔다. ‘준비가 안 됐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공직기강 비서관도 가까웠던 검사 출신 후배 변호사를 앉혔는데 ‘능력 위주’라고 주장할 순 있겠지만 대의(大義) 싸움에서 밀린다. 그 비서관은 과거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수사를 하면서 한 탈북자 출신 공무원을 간첩으로 몰아 구속 기소했다가 증거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징계를 받고 검사복을 벗은 장본인이다. 흔히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해 우려하는 부분 중 하나는 검찰이 수사권을 내려놓으면서 벌어질 수 있는 공백이다. 허술한 수사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다는 반발이다. 그런데 이 비서관은 당시 잘못된 수사를 바로잡은 게 아니라 더 악화시켰다. 그리고 재판에서 지자 검찰을 떠났다. 억울하게 고초를 치른 피해자에게 사과 한 번 할 법했지만 하지 않았다. 아마 잘못한 게 없고 판결이 반드시 진실을 담보하지 않는다고 믿는 모양이지만 적어도 법치주의 아래선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태도다. 능력은 아깝더라도 접었어야 했다.
통합은 당연하다면서 취임사에도 넣지 않은 대통령이다. 그 당연한 걸 행동으로 보여줬으면 좋겠다. 통합이란 상대편을 껴안는 것이다.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벌어지는 소음 시위 문제는 그래서 아쉽다. 집회·시위 자유라는 법적 권리에 대통령이 개입한다는 게 어색할 순 있지만 과감히 시위를 자제해달라고 호소했으면 최소한 상대편 진영에선 박수를 받았을 것이다. 시위는 못 막았을지 모르나 통합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계기였다. 그걸 피해버리고 나니 반대쪽에서 또 보복 시위에 나선다고 하고, 4대째 내려오는 ‘복수혈전’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6년 전 미셸 오바마 전 미 대통령 부인은 전당대회에서 “저들이 저급하게 나가더라도 우리는 품격을 지키자(When they go low, we go high)”고 말한 적이 있다. 이 정부가 그 의미를 되새겨주길 바란다. “쟤들(전 정권)은 파렴치하게 굴었는데 우리는 왜 단정하게 가야 하나”라는 울분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국민 다수가 이 정권을 선택한 데는 이 대립과 반목의 역사를 이젠 끊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실렸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위재 기자, 조선일보(22-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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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총장·警청장 인선 지연, 변형된 검경 통제 방식인가
법무부는 검찰 간부 인사를 위해 한직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늘리고, 일반 형사부도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조직 개편안을 14일 입법예고했다. 임명 다음 날 서울중앙지검장 등 주요 보직 인사를 단행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르면 다음 주 검찰총장 부재 상황에서 두 번째 검찰 인사를 할 예정이다. 반면 40일 넘게 공백 상태인 검찰총장 인선을 위한 추천위원회 구성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다음 달 23일 임기가 끝나는 경찰청장 후임 인선도 상당히 지체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총장과 경찰청장, 국가정보원장, 국세청장은 4대 권력기관장으로 불린다. 어느 기관보다 중립성이 요구돼 장관들보다 3년 앞선 2003년부터 국회의 인사청문회 대상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김창기 국세청장을 청문회 없이 처음 임명하면서 “세정 업무를 그대로 방치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식 당일 국정원장 후보자를, 그 다음 날 국세청장 후보자를 지명했다. 권력기관 하나하나가 다 중요할 텐데, 검경 총수 지명만 늦어지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총장과 경찰청장 후보자는 각각 외부인사가 위원장인 추천위원회와 국가경찰위원회의 동의를 받아야 지명할 수 있다. 위원회가 인사 제청권자인 법무부나 행정안전부 장관과 다른 의견을 낼 수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경찰위원들은 임기가 3년인데, 위원장은 2024년 8월, 위원들은 내년 12월 이후에나 교체가 가능하다. 결국 정권의 뜻대로 인선이 어려우니까 조직 개편과 인사를 먼저 한 뒤에 검경 총수를 뒤늦게 임명하려는 편법을 쓰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국정원장, 국세청장과 달리 검경 총수는 임기 2년이 보장된다. 검찰총장은 30년, 경찰청장은 20년 정도 임기제를 시행 중이다. 권력의 눈치를 보지 말고 할 수사는 하라는 취지로 추천 단계부터 정권 편향 인사를 걸러내기 위한 외부 견제 장치가 있는 것이다. 인사가 끝난 뒤에 임명된 수장이 무슨 힘이 있겠는가. 변형된 방식으로 검경을 통제하려고 하지 말고 하루빨리 검경 총수를 지명해 인사를 정상화해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22-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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