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이미 옆에 와 있다
[특파원 리포트]
진작에 세워놨던 여름휴가 계획을 바꿔야 할 판이다. 최근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전례 없는 수준의 폭우로 홍수가 나고 산사태가 벌어지면서 다리가 유실되고, 도로가 끊어졌기 때문이다. 공원 북쪽 루트는 복구에만 수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국립공원 관계자는 “10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재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홍수 피해가 기후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대부분이 폭염에 따른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메디나 카운티 샌안토니오 외곽의 메디나 호수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2022.6.20 /로이터 연합뉴스
다른 지역은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1일 캘리포니아 데스밸리 기온은 50.5도까지 치솟았다. 팜스프링스와 애리조나 피닉스는 45.5도로 100년 만에 가장 더웠다. 캘리포니아 호수가 말라붙어 집 앞 잔디에 물 주기가 주 1~2회로 제한됐다. 프랑스와 스페인 등 유럽에서도 기후변화로 이상 고온 현상이 벌어진다. 지난 18일 프랑스 인기 휴양지 비아리츠는 최고기온 42.9도를 찍었다. 클레어 눌리스 세계기상기구(WMO) 대변인은 “기후변화로 폭염이 더 일찍 시작되고 있다. 우리가 현재 겪는 일은 불행한 미래를 미리 맛보는 것”이라고 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벌써부터 전 세계에 걸친 가뭄 등으로 글로벌 식량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기후변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아이를 갖지 않기로 결정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미 진행된 기후변화를 막을 순 없다. 하지만 이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전 세계 각국과 기업은 온실가스 저감 대책에 나서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탄소 저감 등 기후변화 대응 기술에 막대한 돈을 쏟고 있다. 구글의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즈포스 등은 지난달 대기 중 이산화탄소 제거 기술에 5억달러를 투자한다고 최근 밝혔다. 구글은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는 단백질을 AI(인공지능)를 통해 찾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한국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 탄소 중립을 이루기로 했다. 하지만 산업계에선 “취지는 공감하지만 비현실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구호’만 있고 탄소 저감 기술에 대한 지원이나 구체적 로드맵이 없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탄소 중립이 자동차·반도체·철강 등 제조업 중심 산업을 가진 국내 산업계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눈앞에 다가온 기후변화 위기 속에선 정부의 ‘비현실적 구호’나 기업의 ‘앓는 소리’는 아무 소용이 없다. 정부는 탄소 저감 목표에 맞는 규제 개혁과 기업 지원책을 세밀히 마련해야 한다. 탄소 저감 기술 개발도 적극 지원해야 한다. 기업은 조금 무리해서라도 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술과 생산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 기업의 ESG(환경·책임·투명경영) 측면을 넘어 미래 사업과 인류를 위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구호만 외치고, 손 놓고 있을 시간이 없다.
-실리콘밸리=김성민 특파원, 조선일보(22-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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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지구”

3월 초 러시아의 보스토크 남극 기지에서 잰 기온이 평년보다 15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을 때만 해도 과학자들은 “측정이 잘못됐을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북극의 기온도 평년에 비해 3도가량 올라갔다는 조사결과가 나오더니 5월에는 인도 델리의 최고기온이 49도, 파키스탄 자코바바드는 51도를 찍었다. 이제 불볕더위는 서유럽과 북미 등으로 번졌다. “불타는 지구”(영국 가디언)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을 만큼 지구촌이 펄펄 끓고 있다.
▷록 음악 축제 ‘헬페스트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프랑스 서부 낭트의 광장에선 18일 곳곳에서 관람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공연장에 들어가려고 기다리는 줄이 아니라 몇 개밖에 없는 그늘 지대를 차지하려는 인파였다. 이날 낭트의 최고기온이 40도를 넘었고, 프랑스 남서부에선 최고 43.4도까지 올라갔다. 1947년 이후 가장 일찍 찾아온 폭염이었다. 40도가 넘는 더위가 덮친 스페인에서는 대형 산불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고, 독일과 스위스 등지에서도 연일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미국 기상당국은 지난주 미국 인구의 3분의 1이 거주하는 광범위한 지역이 폭염 영향권에 있다고 밝혔다. 고기압이 한 지역에 정체돼 뜨거운 공기가 갇히면서 기온이 급상승하는 열돔(heat dome) 현상 때문이다. 열돔 주변의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폭우, 토네이도 등 기상이변이 겹치고 있어 주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번 주에는 더위가 더 심해진다. 북부 평원 지역에 머물던 열돔이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중부와 동부 일부 지역의 기온이 40도 가까이 오르는 가마솥더위가 예고됐다.
▷폭염은 동물들에게 더욱 가혹하다. 뉴질랜드에서는 영양실조로 숨진 펭귄 수백 마리의 사체가 떠밀려 왔다. 주변 해역의 수온이 올라감에 따라 펭귄의 먹이인 크릴, 멸치 등이 자취를 감추면서 벌어진 일이다. 스페인 남부에서는 칼새가 둥지를 튼 고층 건물 틈이나 지붕이 너무 뜨거워져 어린 칼새들이 떼죽음을 당했고, 미국 캔자스주에서는 2000여 마리의 소가 고온으로 폐사했다.
▷더 큰 문제는 폭염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영국 임피리얼칼리지런던의 기후전문가 프리데리케 오토가 “기후 변화는 폭염의 게임체인저”라고 지적한 것처럼 기온 상승을 막으려면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하는데, 2019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0년 대비 54%나 늘었다. “지금의 더위는 미래를 미리 맛보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세계기상기구(WMO)의 암울한 경고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장택동 논설위원, 동아일보(22-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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