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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한 살림도 좋지만 농가 살림 돕는 것도 좋지]

뚝섬 2022. 6. 26. 05:46

[살림하는중년 남자]

 

마트에 갔다가 약초 코너 앞에서 한참 구경을 했다. 당귀·겨우살이·둥굴레·토복령 같은 약초 말린 것들이 진열돼 있었다. 요즘 워낙 장작불에 가마솥 올려 음식 해먹고 약초 캐러 다니는 TV 프로그램이 많다 보니 새로 생긴 코너인 모양이다. 어쩌면 예전부터 있었는데 이제야 내 눈에 띈 건지도 모른다. 이젠 마트에 가도 과자나 탄산음료가 있는 곳은 가지 않는다. 대신 약초 구경을 하고 있으니 확실히 어른이 돼 가고 있다(라고 쓰지만 실은 늙어가고 있다).

 

그림= 김도원 화백

 

둥굴레 뿌리 말린 것 한 봉지를 사와 끓였다. 물이 끓으면 약불로 줄여 30분을 더 달이라고 했다. 그렇게 끓이니 티백에 담긴 둥굴레차와는 차원이 다른 맛이 났다. 혈액 순환에도 좋고 면역력도 높여준다고 하니 어느 지하에서 퍼올렸는지 모를 생수보다 훨씬 나을 것 같았다.

 

마트에서 오미자청도 한 병 샀다. 단맛·신맛·쓴맛·매운맛·짠맛을 느낄 수 있어 오미자(五味子)라는데, 얼음 가득 넣은 컵에 탄산수를 붓고 오미자청을 조금 넣으면 훌륭한 오미자 에이드가 된다. 콜라나 사이다는 감히 따라올 수 없는 맛이다.

 

다만 오미자청은 1L에 2만원꼴로 꽤 비싼 편이다. 큰 병에 오미자와 백설탕을 1대1로 넣고 석 달 정도 숙성시켜 거르면 오미자청이 된다고 한다. 가을 오미자철에 시장에 가면 설탕 5kg에 오미자 5kg을 재워 7만~8만원에 판다. 10kg짜리 병을 들고 올 자신이 없어 구경만 했다. 그렇게 오미자 5kg을 담그면 청 6~7L가 나온다고 한다. 8만원짜리 오미자 설탕 절임에서 오미자청 14만원어치가 나오는 셈이다.

 

아예 생오미자와 설탕을 사서 담가볼까 했는데 그게 또 보통 일이 아니었다. 오미자 5kg이면 열매가 수백 수천 개는 될 텐데 그걸 일일이 다 씻어야 하고 또 넓게 펴서 완전히 말려야 한다. 오미자 담글 병도 소독해야 한다. 오미자청을 반드시 직접 만들어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경북 문경 농가에서 담근 오미자청을 주문했다. 마트에서 파는 오미자청과는 또 다른 맛이 났다. 마트 오미자는 달고 신맛만 났는데 문경에서 온 오미자에선 정말 맵고 쓰고 짠맛도 났다. “주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하고 오미자 사장님한테서 문자도 왔다.

 

오미자는 담글 생각 말고 앞으로도 농가에 주문할 생각이다. 살림 알뜰하게 하는 것도 좋지만 농사짓는 분들 살림에 조금 보태드리는 것도 좋은 일이니까. 둥굴레 뿌리를 말려 파는 농가도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한현우 문화전문기자, 조선일보(22-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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