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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아 최명재] [한국의 ‘성공 3E’를 아시나요] [달까지 가자]

뚝섬 2022. 6. 28. 07:53

이단아 최명재

 

26일 별세한 민족사관고 설립자 최명재 이사장(95). 영결식은 28일 오전 9시 강원도 횡성 민족사관고에서 거행된다. / 뉴시스

 

26일 영면한 최명재 민족사관고 이사장을 만난 적이 있다. 1989년 9월인데, 최 이사장이 설립한 파스퇴르유업이 소비자보호원을 상대로 ‘공부 더 하십시오’라는 등의 공격 광고를 내던 때였다. 검은 바탕에 특호(特号) 이상 활자를 쓴 시리즈 광고였다. 파스퇴르 우유가 기존 우유와 질적으로 차이 없다는 소보원 발표를 겨냥한 것이다. 파스퇴르는 우유 업계의 이단아였다. 저온살균법을 들고나와 기존 우유 업계를 향해 난사했다. ‘고름 우유’라는 표현까지 썼다. 광고가 너무 심하지 않으냐는 비판 기사를 썼더니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긴장해서 어느 찻집에서 만났는데 의외로 싹싹했다. “젊은 기자가 열심히 한다”는 취지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는 나중 어느 인터뷰에서 “전투에는 져도 전쟁엔 이길 수 있다”고 했다. 고소, 소송 등에서 져도 분쟁을 이어가는 동안 소비자 뇌리엔 ‘파스퇴르 우유’가 새겨진다는 뜻이었다. 언론의 비판도 ‘노이즈 마케팅’에 도움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우유 사업에서 번 돈으로 1996년 강원도 횡성에 민족사관(史觀)고를 세웠다. 원래 생각한 학교 이름은 ‘민족주체고’였다는 것이 한만위 민사고 교장 설명이다. 북한을 연상시킨다는 것 때문에 포기했다. 1927년생인 최 이사장은 일제강점기 시절 이순신 장군 소설을 읽고는 민족 주체성에 눈을 뜨게 됐다고 한다. 학생들에게 교복으로 개량 한복을 입게 하고, 학교에 99칸 한옥을 복원시켰다. “똑똑한 이완용을 만들어선 안 된다”고 평소 말해왔다고 한다.

 

▶최 이사장은 “창의적인 천재 한 명이 수백만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고 영재교육의 취지를 설명해왔다. 자신은 장사꾼인데, 교육이야 말로 남는 장사라는 것이다. 그가 38만평 부지에 민사고를 짓고 운영하는 데 들인 돈은 1000억원쯤 된다. 민사고는 매 학기 개설 강좌가 200개를 넘는다. 학생들이 교사들 각자의 방으로 찾아가 수업을 듣는데, 학생마다 시간표가 다 다르다. 국내 대학보다는 외국 명문대 입학을 의식한 교육이다.

 

▶최 이사장이 2004년 낸 자서전은 ‘20년 후 너희들이 말하라’는 제목이다. 1회 졸업생이 졸업한 지 23년 됐다. 졸업생들 가운데 벤처기업을 하는 경우가 200명 정도 된다고 한다. 민사고를 두고는 ‘귀족 학교’ 등의 논란이 있어왔다. 민사고 졸업생들이 각자 자기 성공만 찾아가는 게 아니라, 각 분야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뚜렷한 성과를 보여준다면 귀족 학교 시비는 저절로 잦아들 것이다.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조선일보(22-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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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성공 3E’를 아시나요

 

한국이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 된(rank the 10th largest economy in the world) 건 ‘한강의 기적(Miracle on the Han River)’에서 시작됐다. 그 기적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마크 피터슨(77) 미국 브리검영대 명예교수는 ‘기적’에 앞서 ‘교육’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하버드대 석·박사 출신의 한국학 전문가인 그는 코리아타임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오늘날 한국을 이룬 건 3E 중에서도 Education(교육) 덕분이었다고 분석했다.

 

“지난 57년간 한국을 관찰해온 나는 중대한 변화(momentous change)들을 목도해왔다. 1965년 처음 알게 된 한국은 연간 1인당 소득(per capita income) 125달러인 극도로 가난한(be desperately poor) 나라였다. 미국의 원조 규모가 국민 총생산과 같았다(be equal to its native GNP). 그랬던 한국의 경제가 도약하기 시작했다(start taking off). 실로 명실상부한(be true to the name) ‘기적’이었다.

 

그러나 그건 ‘기적 2′였다. 흔히 경제 기적(economic miracle)을 첫번째로 손꼽지만, 실제로는 ‘교육 기적(education miracle)’이 앞서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과다. 내가 처음 한국에 가서 놀랐던 건 끔찍할 정도로 가난한 사람들(terribly poor people)조차 교육에 모든 것을 희생한다는 사실이었다. 교육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편(only way out of poverty)으로 여겼다. 그래서 ‘학생’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최우선적으로 보호받는 존재가 됐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그렇게 고교·대학 졸업생, 글을 아는 비율(literacy rate)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가 됐고, 한국의 3E 중 세 번째인 Entertainment의 세계적 대성공도 그것이 자양분(nutritive element)이자 기반(foothold)이 됐다. K팝, K드라마·영화 등이 한국의 주력 산업·수출품(major industry and export) 중 하나가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나도 미처 예견하지 못했다. 경제적 성공에 올라탄(ride on the back of the economic success) 높은 교육 수준의 부산물(by-product of the high education level)로 가능해진 것이다.

 

한국은 과잉 교육이 문제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모든 학생을 대학에 밀어넣을 것이 아니라 기술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당연하다. 어느 대학에 다니느냐고 물었다가는 낭패 보기(run into trouble) 십상이다. 4류 대학 소리 들을까 봐 대답을 거부해(refuse to answer) 난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교육을 받은 인적 자원이 제각기 다른 분야에 진출해 제 몫을 해왔기에 한국은 번성하는 경제(thriving economy)에 더불어 세계를 뒤흔드는 경이로운 엔터테인먼트 성공까지 이뤄낸 것이다. 한국의 성공 스토리, Education·Economy·Entertainment 3E에 축하를 보낸다.”

 

피터슨 교수는 지난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가 일제시대 한국 위안부는 매춘부였다는 논문을 발표하자 “그는 공식 직함이 ‘미쓰비시 일본 법학 교수’이며, 일본에서 유소년 시절을 보냈고, 2년 전에는 일본 정부로부터 ‘욱일장’ 훈장을 받았다”고 일갈한 바 있다.

 

-윤희영 에디터, 조선일보(22-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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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까지 가자

 

[홍성욱의 과학 오디세이]

 

지난 며칠 동안 직업, 성별, 나이, 정치적 성향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서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나눴다. 원자력발전, 여성가족부 존폐, 정년 연장처럼 의견이 갈리는 논쟁적 주제가 나오면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 사이에서 팽팽하게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그런데 그럴 때도, 이 얘기만 나오면 다시 분위기가 환해졌다. 마법 같은 이 주제는 바로 누리호의 성공이었다. 누리호 성공을 둘러싸고는 보수와 진보의 정치적 갈등도, 성별 갈등도, 세대 갈등도, 떨어지는 주식에 대한 걱정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도 잠깐 잊어버린 것 같았다.

 

과학기술학(STS)에서는 ‘사회 기술적 상상(sociotechnical imaginaries)’이라는 개념을 쓴다. 많은 이가 공유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과학기술이 만드는 미래 사회에 대한 상상을 말한다. 한 나라 국민 대다수가 이런 상상을 공유하면 민족적 상상으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1960년대 이후 기술을 발전시켜 남부럽지 않게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보자는 사회 기술적 상상은 국민 대다수가 공유한 꿈이었다.

 

그런데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 된 지금, 우리에게는 이런 공유하는 상상이 없다. ‘기술 입국’이라는 상상은 우리를 부유하게 만들었지만, 출산율 최하위, 자살률 1위의 살기 힘든 나라를 안겨주었다. 지금 우리는 남-여, 청년-노인, 보수-진보, 서울-지역, 찬핵-탈핵으로 나뉜 채 서로를 비난하면서 각자도생하고 있다. 더는 함께 꿈을 꾸지도, 함께 미래를 상상하지도 않는다.

 

우주 탐사는 원래 미국과 소련 사이의 냉전이 낳은 자식이다. 그렇지만 자식이 부모를 그대로 닮으라는 법은 없다. ‘기술 입국’이라는 사회 기술적 상상이 무력해진 우리에게, 우주 탐사는 새로운 사회 기술적 상상이 될 수 있다. 우주 식민지를 개척하는 제국주의적 기획이 아니라, 우주에서 바라본 작고 푸른 점 같은 지구에서 서로 다른 이념과 가치 때문에 아웅다웅하는 거 외에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공유하자는 꿈이다. 우주적 시각에서, 타인·환경과 이루는 공생적 관계가 충만한 더 멋진 미래를 만들어보자는 상상이다.

 

8월에는 달 탐사선 ‘다누리’호를 발사한다. 우주로 하나 되는 상상. 그래, 이번 누리호의 성공을 이어서 달까지 가자꾸나.

 

-홍성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 조선일보(22-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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