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없애지도 못하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
[경찰은 ‘통제’ 안 받아도 되나]
대통령이 없애지도 못하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22개에서 4~5개로 줄이려던 윤석열 정부의 계획이 난관에 부딪혔다. 경제 위기 속 예산 절감을 위해 구조 조정 하겠다는 것인데,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위원장들이 임기를 채우겠다며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김순은 자치분권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 자치분권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자치분권 서포터스' 발대식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2022.4.22 /행정안전부
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 위원회도 공공 기관처럼 임기 말 ‘알박기’ 인사를 했다. 올 1월 김순은 자치분권위원장의 임기를 2024년 1월까지로 연장했다.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과 김사열 균형발전위원장도 연임시켜 임기가 내년까지로 늘었다.
문 정권에서 대통령 직속위는 22개였다. 새 정부 들어 지난 15일 정책기획위원회를 폐지해 21개가 됐다. 정책기획위는 설치 근거가 대통령령이어서 바로 없앨 수 있었지만 특별법으로 만들어진 위원회들은 국회에서 폐기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하지만 야당 반대가 만만치 않다. 이 기구들이 문 정권 사람들에게 일자리와 돈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균형발전위는 문 전 대통령 캠프 출신에게 자문료 명목으로 매달 400만원씩 1년간 5200만원을 지급하다 감사원에 적발됐다. 자문료는 고정급으로 지급해선 안 된다는 규정을 위반했다. 일자리위원회도 비슷한 방식으로 월 600여 만원씩 지급해 같은 지적을 받았다. 민변 출신이 위원장을 맡은 군 사망사고진상규명위는 조작된 사건 번호를 붙여 천안함 사건을 재조사하려 했다. 당시 위원장은 2년 4개월간 3억2000만원의 급여를 받고 6200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썼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 중 한 달에 한 번도 회의를 하지 않은 곳이 전체의 3분의 1이라고 한다.
대통령 위원회 15개를 없애면 400억원 넘는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위원장에게 사퇴를 압박하면 직권남용이 된다. 새 정부 들어 공개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사람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장 한 명뿐이다. 대통령 위원회는 대통령에게 자문받는 역할을 한다. 대통령이 자문을 할 생각이 없다면 아까운 예산 낭비 않도록 위원회를 없애는 게 당연하다. 전 정권에서 임명된 위원장들이 자리보전하며 월급을 챙기겠다는 것은 너무 뻔뻔하지 않은가.
-조선일보(22-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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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통제’ 안 받아도 되나
최근 경찰 관련 뉴스가 나오는 방식을 보면 의아한 점이 있다. 이달 초 언론에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청장 후보군 6명에 대해 ‘1대1′ 대면 면접을 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경찰 독립성과 중립성 훼손’ ‘경찰 길들이기’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행안부는 “인사 제청권자인 장관이 일면식도 없는 상태에서 제청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해명했지만 이미 상당수 언론에서 ‘행안부가 경찰을 통제하려 한다’는 프레임이 짜였다. 논란이 된 이른바 ‘면접’은 비공개로 당사자만 알도록 진행됐는데 무슨 영문인지 언론에 알려졌다.

임기를 한 달여 남기고 사의를 표명한 김창룡 경찰청장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히기 앞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2.6.27/뉴스1
이달 24일엔 경찰 고위직 인사안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이 보도됐다. 김창룡 청장이 지난달 24일 치안정감 승진 인사 발표 하루 전날 행안부에서 ‘최종안’이라며 승진자 명단을 받았는데, 그다음 날 발표된 최종 명단을 보니 1명이 바뀌었다는 것이었다. 경찰 고위직 인사 관련으로 보안 사항인 이 내용은 한 달이 지난 시점에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유리한 여론 조성을 위해 ‘언론 플레이’를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두 보도는 모두 경찰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고, 극소수만 알고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경찰이 설마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행안부가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한다며 나서면서부터 이런 일들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오해받기엔 충분하다. 지난 5년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검찰 개혁 여파로 경찰권은 비대해진 상황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 입법으로 경찰이 검사로부터 지휘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사하고 종결할 수 있는 범위는 크게 넓어졌다. 윤석열 정부 들어 민정수석실이 없어지면서 경찰을 담당하는 국가기관도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 됐다. 2024년이면 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권도 경찰에 넘어가게 된다.
경찰은 모처럼 커진 권한을 통제받고 싶지 않은 것 같다. 김창룡 청장이 27일 사의를 표명한 것은 이런 뜻을 나타낸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어떤 조직도 권한에 상응하는 통제를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검찰도 권한이 비대하다는 이유로 ‘개혁’의 대상이 되지 않았나. 전국 경찰의 수사 인력은 약 3만4000명으로 검찰(전국 검사와 수사관의 합 약 8300명)의 4배가 넘는다. 경찰은 의경 등을 뺀 순수 경찰관 수만 13만명에 이르는 거대 조직이다. 그런데도 ‘드루킹 사건’ ‘이용구 전 법무차관 사건’ 등 정치적 사건에서 경찰이 내놓은 수사 결과는 너무도 부실해 검찰에서 뒤집히기 일쑤였다.
권한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경찰이 ‘독립성’을 외치면서 어떠한 통제도 받지 않겠다고 한다면 수긍할 국민이 얼마나 있겠나. 공정하게 집행되는 경찰 수사권을 정권이 부처를 통해 침해한다면 그때는 국민과 언론이 먼저 나서 지적할 것이다.
-윤주헌 기자, 조선일보(22-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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