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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뒤흔드는 사법 적극주의] [두 개의 미국]

뚝섬 2022. 7. 4. 06:05

美 뒤흔드는 사법 적극주의

 

미국은 민주당 정부가 이끌고 있지만 미국인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어느 때보다 보수적이다. 1950년 이후 가장 보수적이라는 연방대법원이 낙태 총기 환경 같은 체감도 높은 문제에서 기존 판례와 정부 결정을 뒤집으며 미국 사회의 보수화를 이끌고 있다. 미국을 좌우하는 건 백악관도 의회도 아닌 연방대법원이란 말이 실감나는 때다.

보수 대 진보 대법관이 6 대 3인 연방대법원은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1973년 판결을 무효화한 데 이어 지난달 30일엔 정부에 온실가스 배출 규제 권한이 없다고 판결해 세계의 기후위기 대응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난달 23일에는 공공장소에서 총기 휴대를 제한하는 뉴욕주의 총기규제법을 위헌이라고 했고, 21일엔 종교색 없는 학교만 지원하는 메인주의 교육정책에 위헌 판결을 내려 정교분리 원칙을 위반한 퇴행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과거 연방대법원은 법조문에 충실한 해석으로 사법 자제를 하는 전통이 있었지만 사회가 복잡해지고 분쟁이 늘자 약자 보호와 정의 실현 등을 명분으로 제도 개혁에 가까운 적극적 판결을 내놓기 시작했다. 진보적 사법 적극주의로 평가받는 시기가 얼 워런 대법원장의 대법원(1953∼1969년)이다. 미란다 원칙의 유래가 된 1966년 ‘미란다 대 애리조나’ 판결이 이 시기에 나왔다. 최근 연방대법원은 미란다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경찰을 시민이 고소할 권한은 없다고 판결하면서 범죄 용의자 인권 보호 노력도 후퇴시켰다.

 

▷낙태 합법화에 위기의식을 느낀 보수 진영은 지난 40년간 보수 성향 법조인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내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 중심 단체가 페더럴리스트 소사이어티다. 현재 보수 대법관 6명 중 4명이 이곳 회원이다. 이 단체는 오바마 정부의 진보 대법관 인준을 방해하는 데 700만 달러를, 반대로 트럼프 정부 시기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 인준을 위해 1700만 달러를 쏟아부었다. 명문대 출신이 아닌 배럿 대법관을 발굴해 30년간 대법관 경력 관리를 도운 세력도 이 단체 인맥이다.

▷보수 대법관들은 법문에 충실한 사법 소극주의에 가깝지만 지금의 대법원은 입맛에 맞는 법문만 취사선택해 의회와 행정부를 무력화한다는 점에서 보수적 사법 적극주의로 평가받는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연방대법원의 사법 통제를 견제하려면 의회가 대법관 탄핵권을 행사해야 한다거나, 대법관 수를 13명으로 늘리거나 종신제 대신 임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보수 대법관 6명의 평균 나이는 62세, 보수의 ‘여전사’ 배럿 대법관은 고작 50세다. 대법원 제도에 변화가 없다면 미국 사회의 우경화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이진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2-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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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미국 

 

미국 연방대법원은 자주 나라를 뒤집어 놓았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권위가 강하지만 문제적인 법원으로 꼽힌다. 유명한 흑역사가 남북전쟁 직전 ‘드레드 스콧 대 샌더퍼드’ 판결이다. 흑인을 노새와 말과 같은 사유재산으로 규정하고 노예해방 조치를 위헌 판결했다. 노예제에 대한 반세기 이상의 정치적 타협을 무너뜨리고 미국 사회의 갈등에 불을 질렀다. 남북전쟁의 도화선이 된 판결이다.

 

▶이 판결이 요즘 논의되는 것은 연방대법원이 또다시 나라를 뒤집었기 때문이다. 낙태의 헌법적 권리를 부정한 데 이어 정부의 온실가스 규제와 총기 휴대 규제에 제동을 걸었다. 1970년 ‘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 반세기 동안 여성 낙태권에 공감대가 이뤄졌다는 인식이 미국 일부에 있었다. 이 때문에 낙태 판결을 둘러싼 파문이 특히 크다고 한다. 역사를 거꾸로 돌렸다는 것이다. 낙태 반대론 쪽에선 태아의 생명권을 부정한 52년 전 판결이야말로 노예의 인격을 부정한 165년 전 판결처럼 미국 역사를 거꾸로 돌린 과오라고 말한다. 이래서 연방대법원 판결이 다시 미국을 두 쪽 냈다는 얘기가 나온다.

 

▶판결 직후 미국 주 정부의 절반이 서둘러 낙태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반면 절반은 반대로 낙태의 권리를 강화하고 있다. 남동부와 중부는 판결을 옹호하고 북동부와 서부 해안은 판결에 반발한다고 한다. 낙태를 금지한 지역에 가까운 주들이 낙태를 원하는 여성의 ‘피난처’를 자처하는 것도 옛날과 비슷하다. 남북전쟁 직전 노예제에 반대한 미 북부 주들은 노예의 피난처를 자처했고 이 때문에 노동력을 북부에 잃은 남부 주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뉴욕타임스는 판결 후 미국의 이런 현상을 두고 ‘미 합중국(the United States)’이 아닌 ‘미 분열국(the Disunited States)’이라고 했다. “미국이 두 개의 나라로 갈라지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미국이 두 쪽 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민자에 의해 일자리를 잃은 백인 노동자의 ‘앵그리 화이트’ 현상이 백만장자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인종 갈등, 빈부 갈등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해묵은 보혁(保革) 갈등까지 격렬한 양상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다. 뉴욕 맨해튼에 한때 18개 언어가 난무했다고 한다. 국가 형성 과정을 보면 언제든 분열해도 이상하지 않은 나라가 미국이다. 하지만 남북전쟁 이후 미국은 분열 위기를 반복해 겪으면서도 결국은 하나의 울타리 안에서 단합해 세계 최강이 됐다. 그만큼 축적된 통합 노하우가 많은 나라. 지역 갈등, 세대 갈등, 젠더 갈등, 그리고 이를 부추기는 팬덤 정치를 생각하면 사실 한국 입장에서 미국 걱정은 사치라는 생각이 든다.

 

-선우정 논설위원, 조선일보(22-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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