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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냉전 시대, 때론 인도처럼] [사우디·이란 패권 다툼에 튀르키예 가세... ]

뚝섬 2022. 7. 4. 06:29

[신냉전 시대, 때론 인도처럼]

[사우디·이란 패권 다툼에 튀르키예 가세... ‘중동판 삼국지’ 시대 열렸다]

 

 

 

신냉전 시대, 때론 인도처럼

 

[오늘과 내일]

쿼드·브릭스·G7 전방위 외교 펼치는 인도
조용한 외교로 포장했던 무능, 반복 안 돼

 

‘5432’.

최근 중국 관변학자들이 쓰는 말이다. 미국이 중국을 포위하기 위해 사용하는 4가지 동맹 수단이다. 5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의 파이브아이즈 동맹이다. 4는 미국 일본 인도 호주의 안보협의체 쿼드다. 3은 한미일 협력이다. 2는 한미, 미일 등 미국의 양자동맹들이다.

인도는 쿼드 회원국이다. 중국 눈으로 보면 미국과 손잡고 중국의 목을 조르려는 눈엣가시다. 중국과 인도는 국경 분쟁으로 적대적 군사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인도는 중국이 주도하는 신흥국 연합체 브릭스 회원국이다. 러시아와 오랜 협력 관계다. 미국과 동맹들의 러시아 제재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5월 도쿄에서 쿼드 정상회의가 열렸다. 공동성명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명시적으로 비판하지 않았다. 러시아를 고려한 인도 입장이 반영됐다는 게 정설이다. 정상회의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를 강력 규탄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그러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다. 바이든은 쿼드 정상회의 중 모디에게 “미국과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가까운 파트너십 중 하나”라고 했다. 4월 중순 워싱턴에서 모디를 만난 바이든은 “양국이 러시아 문제에서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쿼드 정상회의 때 인도에 대해 “가치를 공유하는(like-minded) 나라 간에도 입장이 완전히 같을 수 없다. 자연스러운 일”이라고까지 말했다. 미국은 인도와 전략적 협력이 중국 견제에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하순 브릭스 정상회의가 화상으로 열렸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중국 압박, 패권 확장, 러시아 제재를 반대하는 기회로 삼으려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연설에서 “냉전적 사고와 제재를 남용한다”고 날을 세웠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미국의 경제 제재를 비난했다. 정작 브릭스 공동성명에 미국 비판은 물론 러시아 제재 반대도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 대응, 경제 발전 협력, 기후변화 대처 등으로 채웠다.

인도가 미국을 겨냥하는 대립적 내용이 포함되지 않도록 막후에서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는 브릭스 정상회의 전부터 중국과 러시아가 회의를 이용해 미국과 동맹을 비판하는 걸 막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래도 중국은 인도에 공을 들인다. 3월 왕이 외교부장이 인도를 찾아 “양국이 손을 잡으면 세계가 주목할 것”이라고 했다. 모디는 브릭스 정상회의가 끝나자마자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받아 참석했다.

글로벌 신냉전 시대에 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미국의 핵심 동맹인 한국은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미국과 동맹 확대가 중국과 단절이라고 걱정할 필요 없다. 주변국 대부분과 갈등 중인 중국이 당장 한국에 보복할 처지가 안 된다. 미국 중심 가치 동맹에 적극 참여하면서도 국익에 따라 중국과 협력할 분야를 찾을 수 있다. 이 기회에 협력 확대를 위해 중국에 요구해야 할 것들을 적극적으로 제기할 수 있다.

전임 정부는 미국의 중국 견제 참여에 소극적이면서 중국에 제대로 목소리도 내지 못했다. 갈등을 봉합하려고만 했다. 이를 전략적 모호성이나 조용한 외교로 포장했다.

세계가 높아진 인도의 몸값을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신냉전 시대를 헤쳐 갈 전방위 외교는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윤완준 국제부장, 동아일보(22-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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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이란 패권 다툼에 튀르키예 가세… ‘중동판 삼국지’ 시대 열렸다

 

[新중동천일야화]

美, 中 견제하려 아시아로 중심 옮기면서 사우디·이란 다툼 치열
튀르키예, 카타르에 군 기지 두고 동지중해·리비아로 영향력 확대
언어·민족 다른 세 나라, 각각 이슬람 정통 내세우며 패권 노려
 

 

국제정치에서 힘의 공백은 곧 불안정을 암시한다. 빈 공간은 반드시 다른 힘으로 채워지기 마련이며 이 과정에서 갈등이 초래되곤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탈과 맞물린 지금 중동의 모습이 그렇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지난 70여 년간 중동을 좌우했던 힘의 중심은 미국이었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아시아로 무게 중심을 옮기기 시작하자 중동 내 패권 다툼이 치열해졌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 쟁투가 대표적이다.

 

두 나라는 언어도, 민족도 다르다. 이슬람을 믿지만 종파는 갈린다. 사우디는 아랍 수니파의 전통적 교리인 살라피즘을 근간으로 한다. 완고하며 보수적이다. 부족주의 문화와 결합된 절대왕정 통치체제의 배경이다. 반면 이란은 시아파 혁명 사상에 기반한 이슬람 성직자 통치체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공화제를 채택, 선거를 시행하지만 최고지도자는 거의 절대권력을 행사한다.

 

/그래픽=백형선

 

국제정치 무대에서 이들의 입장은 확연히 갈린다. 사우디는 전통적인 친미(親美) 국가다. 미국의 힘에 기대어 지금껏 편하게 살아왔다. 석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대신 안전을 보장받아온 터다. 1950년대 중반 이후 중동에서 군사 정변이 유행처럼 이어졌지만, 산유국 사우디만큼은 안전했다. 미국 덕분이었다. 그러므로 미국의 부재는 사우디의 위기다. 어떻게 해서든 미국을 중동에 눌러앉히든가, 아니면 다른 살길을 모색해야 하는 순간이 도래하고 있다. ‘현상 유지(status quo)’를 목표로 하는 사우디의 고민이 깊어지는 지점이다.

 

이란은 사우디와 반대의 길을 걸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반미(反美)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52명의 미 대사관 인질들을 444일간 억류한 사건은 여전히 생생하다. 이란은 자국의 혁명을 중동 곳곳에 수출하는 것을 국시로 삼았다. 판을 뒤집으려 하는 ‘현상 변경(revisionist)’ 세력의 대표 격이다. 이런 이란이 국제사회와 핵 관련 협상을 전개하고 있다.

 

사우디는 이란이 부담스럽다. 이란의 이슬람 혁명은 자국 왕정의 안정성을 뒤흔들기 때문이다. 이란이 인근 국가들에 침투, 시아파 연대를 통해 사우디를 압박하자 사우디는 수니파 국가들을 중심으로 대응 전선을 만들었다.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헤즈볼라), 예멘(후티반군) 등이 친이란 시아벨트를 형성하자, 사우디는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요르단, 이집트, 수단 등 수니파 축으로 맞서왔다. 종파 간 대결 양상이었다. 친미와 반미의 대표 격인 사우디-이란 간 진영 구도는 지금까지 중동을 파악하는 오랜 독법(讀法)이었다.

 

여기에 또다른 경쟁자가 주목받고 있다. 튀르키예(터키)다. 세속주의 공화정을 추구해 온 튀르키예는 오랫동안 스스로 유럽이라 내세웠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으로 최전선에서 반세기 동안 소련과 마주했다. 권력 구조, 법률 체계, 정부 조직 등의 형태도 유럽에 맞추려 노력했다. 그러나 유럽연합 가입이 지체되며 실망감이 높아졌다. 결국 9·11 테러 이후 유럽 내 반이슬람 정서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슬람을 기치로 내건 에르도안 정부가 2002년 들어선다. 이후 튀르키예는 방향을 전환해 중동에서의 존재감을 높이기 시작했다.

 

중동에서 사우디는 수니파의 중심 국가를, 이란은 시아파의 선도 국가를 자임하며 각각 자국의 대리 세력들을 역내에 깔아놓았다. 반면 20여 년 전 에르도안 정부의 등장과 함께 뒤늦게 중동에 뛰어 든 튀르키예는 각국의 대중을 파고들었다. 완고한 종교이념에 사로잡힌 사우디나, 과격한 혁명의 그림자가 여전히 짙은 이란보다는 유럽과 비슷하면서도 이슬람 전통을 지켜내는 터키에 매료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특히 ‘아랍의 봄’ 직후 튀르키예의 위상은 대단했다. 자스민 혁명을 경험한 국가의 국민들은 당시 에르도안이 자신들의 지도자였으면 하는 바람을 공공연히 피력하곤 했다.

 

그러나 튀르키예의 이슬람 행보가 점차 심화되고 에르도안의 권위주의 성향이 강화되면서 부정적 변화가 나타났다. 특히 카타르와 함께 이슬람 급진주의 정치 단체인 ‘무슬림 형제단’의 후견인 노릇을 하자 역내 국가의 불만을 샀다. 정부 전복을 꾀하는 위험한 집단을 배후에서 조종하며 역내 영향력을 키운다고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튀르키예의 공세적 행보는 거침없었다. 카타르에 군 기지를 설치하며 걸프 해역으로 진출했다. 그뿐만 아니라 아라비아해, 소말리아 해역은 물론 동지중해와 북아프리카 리비아까지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혹자는 에르도안이 100년 전 패망한 오스만 제국의 재건을 꿈꾸며 스스로 술탄을 자임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렇듯 에르도안의 튀르키예는 진영을 넘나들며 영향력을 키우는 중이다. 사우디와 이란이 걸프에서 직접 다투는 사이, 튀르키예는 안팎으로 광범위하게 세력을 펼치며 중동판 삼국지의 시대를 여는 느낌이다. 각기 다른 민족으로 다른 언어를 쓰는 이 세 나라들 중 누가 중동의 패권을 차지하게 될까?

 

현재 구도상 중동에서 특정 국가가 패권을 독점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압도하며 주변을 평정할 만한 힘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패권 안정이 힘들다면 세력 균형이 최선이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바람이기도 하다. 사우디가 현대적 가치와 규범을 수용하고, 이란은 핵 합의를 통해 역내 도발을 자제하며, 터키는 나토 회원국으로서의 국제 공조를 유지하는 그림이다. 모든 상황들이 딱 맞아떨어지는 경우다. 그러나 쉽지 않다. 모두 이슬람의 정통 후계를 자처하며 과거 영화로운 역사의 시대를 자기 정체성의 핵심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메카와 메디나의 수호자를, 이란은 이슬람의 혁명정신 수호와 전파를, 튀르키예는 지중해 일대를 아우르던 오스만 제국의 영화를 복원하려고 하고 있다. 힘의 균형은 철저한 이익 계산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현실주의의 절정이다. 종교와 역사 정체성이 과도하게 동원될 경우 합리적 셈법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흡사 ‘군주’(사우디)와 ‘신의 대리자’(이란)와 ‘술탄’(튀르키예)이 통치하는 중세로의 회귀 같다. 아! 여기에 이스라엘 네타냐후까지 다시 등판할 각이다. 바야흐로 스트롱맨의 시대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중동정치, 조선일보(22-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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