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여리 우쭈쭈’가 어려운 이유]
[윤석열 대통령의 가위바위보]
[‘月196만 원’ 전문가?]
‘우리 여리 우쭈쭈’가 어려운 이유
‘2번 투표자’의 대통령 비판 왜?
좌파와 우파는 뇌부터 다르다
‘닥치고 지지’ 보수 체질 아냐
윤석열식 정치와 보수 ‘궁합’ 맞나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이 말했다. “대통령은 처음 해보는 거라서…” 내로라하는 보수 인사들 카톡방에 난리가 났다. 대통령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린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장관 인사 논란을 두고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 장관 인사는 어땠냐”고 말을 받아친 날도 그랬다. “품격 없다” “보수가 좌파들과 똑같이 굴자는 거냐”는 비판이 줄지어 올라왔다. 지난 대선 기간 “이재명 대통령이 나올까 봐 식욕이 떨어지고 머리가 아프다”며 ‘상상의 고통’을 하소연하던 사람들이었다. 머리 맑아진 이들이 이제는 이런 비판을 쏟아낸다.
2017년 7월, 집권 세 달째 문재인 대통령이 “허허, 제가 대통령은 처음 해봐서요” 했다고 상상해본다. 지지자들은 “우리 이니 솔직한 것 좀 봐라” 했을 것이다. ‘우리 이니(문재인) 하고 싶은 거 다해’ 시대를 끝장낸 사람들은 ‘우리 여리(윤석열) 우쭈쭈’ 하지 않는다. 체질적으로 그렇게 ‘못 하는’ 사람들이다.
좌파와 우파는 식성부터 다르다. 보수는 육식이나 탄수화물에 더 너그러운 반면, 진보는 채식주의자 비율이 더 높다고 한다. 공간을 꾸며도 보수는 더 심플하고 단정하게, 진보는 화려하고 어수선하게 꾸민다는 여론조사가 있다. 아예 자기공명장치(MRI)나 DNA 분석으로 정치 성향의 비밀을 풀려는 시도도 있다. 국내외 연구를 보면, 진보의 뇌는 모호하고 새로운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보수의 뇌는 위험한 자극에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 보수는 조직의 안정성에, 진보는 공평성에 무게를 둔다고도 한다.
생각이 뇌 작동 방식을 바꾼 건지, 뇌가 그렇게 생겨 좌우파로 나뉘는지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결론은 하나다. 우파와 좌파는 뇌 작동 방식, 행동 패턴이 다르다.
현실에서 보수 지지자는 ‘대깨문’ 같은 맹목적 지지를 부끄럽게 생각한다. 학력과 소득, 자존심도 높은 ‘배운 보수’는 ‘대통령 빠’가 아니라 ‘대통령 동반자’가 되고 싶어 한다. 성원을 담아, 때로는 슬쩍 자리 욕심까지 숨겨 이른바 전문가들이 매일 조언한다. 대통령 부인을 지원할 제2부속실 타령을 하는데도 대통령은 ‘지금도 충분하다’고 한다. ‘실언 리스크’ 줄이도록 ‘도어 스테핑’ 좀 자제하라는 말도 듣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대통령이 정치를 너무 모른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 적어도 그건 아닌 것 같다. 대선 기간을 돌이켜본다. 아슬아슬했다. 그랬는데도 노회한 정치 술사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내쳤고, ‘청춘 자본’을 무기로 사보타주를 벌인 이준석 당대표와 ‘밀당’을 반복했다. 기자는 그에게서 ‘곰의 탈을 쓴 여우’를 봤다.
대통령이 완성된(established) 룰이나 사람을 별로 대단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왜 그럴까.
비뇨기과, 산부인과 의사가 환자의 성 이력을 알게 되듯, 검사는 ‘악의 이력서’를 보는 사람이다. “배운 사람, 잘난 사람일수록 수사하면 비겁하고 비루하게 굴더라”는 전직 검사 말이 떠오른다. 대통령 마음속에 ‘잘난 척 거들먹거려봤자 별것 없다’는 검사의 생각이 아직도 큰 자리를 차지한 건가.
대통령은 정치를 모르는 게 아니라 ‘다른 정치’를 보는 것 같다. 엘리트 보수가 증오를 누그러뜨리는 정치, 불안이 해소되는 정치를 원할 때, 대통령의 입과 인사(人事)는 ‘정치는 적과 동지를 구별하는 것’이라는 신념으로 달리고 있다. 갈등이 정점이 되면 ‘50대50′ 싸움이 될 거라 보는 건가.
그런 정치에는 ‘빠’가 붙어야 한다. 그런데 어쩌나. 보수는 자발적 ‘빠’가 되지도, 죽창을 들지도, 자동차를 물티슈로 닦지도 않는다. 지지자와 대통령이 다른 쪽을 보는 건 좋은 징조가 아니다. 정치를 아는 분들에 따르면.
-박은주 에디터 겸 에버그린콘텐츠부장, 조선일보(22-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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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가위바위보
[오늘과 내일]
손동작 하나에도 의미 부여되는 현실
제대로 해내야 새로운 정치문화로 안착
요즘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이나 각종 회의에서 그가 등장하는 장면을 볼 때면 발언 못지않게 그의 손을 주시하게 된다. 윤 대통령은 대화할 때 동작을 많이 쓰는 편이다. 감정에 따라 손 모양이 달라지곤 한다.
5일 오전 출근길엔 ‘가위’ 손동작이 등장했다. 연이은 장관 후보자 인선 논란과 관련해 ‘사전에 검증 가능한 부분들이 많지 않았느냐’는 취재진 질문을 받자 그는 엄지와 검지를 편 가위 모양의 손을 치켜세우며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면서 날을 세워 반문했다. “다른 정권 때하고 한번 비교를 해보라”고도 했다. “대통령의 불편한 심경, 역정이 드러났다”는 언론과 야당의 비판이 이어졌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 여권 인사는 “언론을 향해 ‘바위’가 아니라 ‘가위’를 내서 그나마 다행 아니냐”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이 인사의 말처럼 윤 대통령이 발언에 강한 분노나 다짐이 담겼을 때 등장하는 손동작은 주먹이다. 지난달 23일 출근길, 경찰의 치안감 인사 정정 사태 때 그는 취재진의 질의에 불끈 쥔 주먹을 들어올리며 “중대한 국기문란” “공무원으로서 할 수 없는 어이없는 과오” 등 원색적인 표현과 함께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김창룡 경찰청장은 임기 한 달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교체됐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하나의 메시지다. 국정을 책임진 막중한 역할과 권한 때문이다. 대통령실 직원들은 매일 아침 도어스테핑 때 나타나는 그의 손동작을 ‘대통령의 가위바위보’라고 부르며 해당하는 이슈에 대한 대통령의 의중을 추정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처음 겪는 새로운 정치실험이다. 이를 둘러싼 논란도 크다. 여권 내부에서는 날것에 가까운 대통령의 거친 메시지가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멈춰야 하는 것 아니냐’ ‘횟수를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대통령실로 전달되기도 했다.
대통령과 취재진 사이에 1분 안팎의 짧은 시간 동안 오고 가는 단문 단답은 분명히 오해를 낳을 소지가 있다. 주요 안건과 정책에 대한 대통령의 직접적인 답변이 장관의 존재감을 흐리고 있다거나, 언론플레이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대통령과의 소통에 목말랐던 국민에게 윤 대통령의 적극적 소통은 반길 일이다. 대통령의 의중을 둘러싼 핵관(핵심 관계자) 또는 측근들의 ‘전언정치’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실험이기도 하다. 특히 불편한 질문들에 대해서도 특유의 진솔한 화법으로 대답을 회피하지 않는 윤 대통령의 소통에 대한 강한 의지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이 8일 재개됐다. 사흘 만에 출근길에 취재진 앞에 선 윤 대통령은 한결 유연했다. 외가 쪽 친척의 대통령실 근무 논란에 대해서는 “동지”라는 설명과 함께 손바닥을 편 채로 손을 내미는 ‘보’ 손동작도 선보였다.
대통령의 손동작 하나가 백 마디 말을 대신할 수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아직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았다. 윤 대통령 자신의 소통 스타일을 만들어 내면 된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이 다음 정부에서도 이어지는, 새로운 한국의 정치문화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윤 대통령이 소통에서도, 그 결과에서도 제대로 해내면 된다.
-길진균 정치부장, 동아일보(22-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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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人事 끝난 상태에서 내주 尹 정부 첫 검찰총장 인선 절차 시작. 手順이 어긋나면 死活이 걸릴 수도.
-팔면봉, 조선일보(22-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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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196만 원’ 전문가?

비행기로 치면 1등석에 해당하는 프리미엄 고속버스는 2016년 도입됐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200km 넘는 거리에만 운행할 것, 심야에만 영업할 것, 요금은 우등버스의 1.3배를 넘지 않게 할 것 등 3가지 규제를 내걸었다. 2년 뒤 민간 자율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일자 국토부는 일부 노선에 대해 거리와 시간제한 규제를 풀어준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금도 버스사업자가 프리미엄 노선을 추가하려면 국토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족쇄는 그대로다.
▷프리미엄 버스 규제는 말로는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도 실제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한국식 규제의 실상을 보여준다. 공무원의 규제 집착은 고질병이라고 할 정도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지난달 초 퇴직 관료 중심으로 규제혁신추진단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계획대로 최근 규제전문가 160명을 1년 계약직으로 채용한다는 공고를 냈다. 문제는 세전 보수가 월 196만 원으로 내년 최저임금보다 5만 원 적다는 점이다. 열악한 조건에 경쟁률이 0.53 대 1에 그쳤다.
▷말은 규제전문가라고 하면서 월 보수를 196만 원으로 책정한 것은 정부 스스로도 혁신단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제대로 된 혁신단이라면 기업 활력을 키우는 노동개혁과 대규모 투자를 유도하는 수도권 규제개혁에 총대를 메고 결과에 대해 정부와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에게 그런 책임까지 지우긴 어렵다. 미달 사태 이후 정부는 혁신단 모집 2차 공고에서 하루 5시간만 일하면 되고 시간 선택도 가능하다며 근무 강도를 더 낮췄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들을 “자문위원 성격”이라고 규정했다. 혁신단이 출범도 하기 전에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퇴직 관료를 동원한 규제개혁을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 않은 것은 전·현직 공무원 간 유착 논란 때문이기도 하다. 과거 공무원들이 규제권한을 휘두르다 퇴직 후 민간에 취업한 뒤 현직 후배들에게 각종 민원을 하는 악순환이 끊이지 않았다. 2016년부터 5년 동안만 해도 취업 심사를 받은 퇴직 관료 588명 중 80% 이상이 민간에 재취업했다. 규제혁신단이 퇴직 관료의 민원창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별도의 감시가 필요하다.
▷역대 정부가 개혁에서 실패한 것은 경험이나 자문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라 관료사회의 고질적인 ‘보여주기’ 관행 때문이었다. 지금 공무원들이 자기 부처 장관을 빛나게 할 덩어리 규제와 국무조정실에 보낼 자투리 규제를 구분해 발표용 자료와 보고용 자료를 따로 만들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한국 경제의 미래가 달린 규제개혁이 관료주의 때문에 벌써부터 길을 잃고 있다.
-홍수용 논설위원, 동아일보(22-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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