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害로 무너진 이준석, 그를 짓밟는 보수의 自害]
[국회에 국회의원이 없다]
[혹시 이게 다 삼국지 탓일까]
自害로 무너진 이준석, 그를 짓밟는 보수의 自害
[김창균 칼럼]
1년 전 보수의 희망이던 李, 대선 때 이적 행위로 미운털.. 창창했던 장래 스스로 망쳐
대표에 대한 私感으로 징계, 도로 구태 당 이미지 회귀.. 2030 내치는 자충수 되나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징계 심의를 앞둔 이준석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이준석 당대표의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 관련 징계를 심의한다. /뉴스1
작년 이맘때 이준석은 한국 보수의 빛나는 보석이었다. 낡고 퀴퀴했던 보수 정당에 청량한 바람을 몰고 온 풍운아였다. 성격 급한 사람들은 그를 차기 주자로 꼽았다. 다음 대선 피선거권이 있는지 나이를 헤아려 보기도 했다.
1년 새 이준석은 보수의 미운털이 됐다. 전통 지지층은 그를 대놓고 혐오한다. “민주당보다 이준석이 더 밉상”이라고 한다. 대선 때 이준석의 이적 행위 때문이다. 두 차례 당무 보이콧에다 아군을 겨냥한 내부 총질을 했다. 윤석열 후보 지지율이 널뛸 때면 늘 이준석 변수가 화근이었다. 정권 교체에 몸 달았던 보수 지지층은 이준석에게 이를 갈았다.
이준석에겐 큰 정치적 꿈이 있었을 것이다. 극단적으로 편이 갈린 한국 정치판에서 성공하는 길은 한 가지다. 보수 또는 진보 정당에 몸담아 고정표를 확보하고 개인기로 ‘플러스 알파’를 보태는 것이다. 이준석의 ‘플러스 알파’는 20·30대 남성 지지다. 한국 보수의 취약 지대를 맞춤형으로 보완해 준다. 정치 고속도로를 내달릴 수 있는 스펙이다. 이준석은 이 쉽고 단순한 성공 방정식을 스스로 걷어찼다. 줄잡아 30%가 넘는 보수 고정 지지층을 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이대남 표를 끌어모아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1년 전 이준석은 호남을 제외한 전국 어디서도 당선될 수 있는 초우량주였다. 지금 이준석은 당선을 자신할 지역구가 보이지 않는다. 이준석 자해극의 결과다. 과학고에 하버드대 나온 비상한 머리로 왜 더하기 빼기 산수를 그르쳤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납득이 안 되기는 이준석 징계 파동도 마찬가지다. 사법적 판단도 내려지지 않은 사안에 대해 같은 집안 식구들이 먼저 징계에 나선 것부터 괴이하다. 미워서 찍어내려는 사감(私感)이 느껴진다. 그래서 징계 자체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은데도, 징계를 추진한 국민의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는 것이다. 더구나 이 시점에서 이준석 징계는 별 실효성도 없다. 대선, 지방선거가 끝난 마당에 당대표는 딱히 할 일이 없다. 이준석이라면 지지층이 넌더리를 치는데, 내년 전당대회에 다시 출마할 일도 없을 것이다. 이준석은 내년 6월 대표 임기가 끝날 때까지 서서히 무대 뒤로 사라져가는 일만 남아 있다. 그러니 당원권 정지는 외국 나갈 계획 없는 사람을 출국 정지시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징계 효과를 굳이 따지자면 이준석에게 굴욕감, 이준석이 못마땅한 사람들에게 쾌감을 안겨준다는 점 정도다.
이런 감정적 보복을 소비하기 위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은 상당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지난 한 주 20대 유권자의 윤석열 정권 지지 하락 폭이 두 자릿수로 가장 컸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국민의힘에 몰려들었던 이대남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 그들이 떠나는 이유를 짐작하려면 당초 그들이 오게 된 배경부터 알아야 한다. 이준석 개인의 팬인 경우도 있었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국민의힘이 금배지를 달아 본 적도 없는 30대 당대표를 뽑는 것을 보면서, “나 같은 젋은 사람도 저 당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겠다”고 희망을 걸었다. 얼마 전 국민의힘 20대 대변인은 “민주당처럼 하지 말라고 윤석열 대통령을 뽑아준 것”이라는 논평을 냈다. 인사 실패에 대해 “전 정권과 비교해 보라”고 변명한 윤석열 대통령을 정면 비판한 것이다. 예전 보수 정당이었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다. 이준석 체제에서 달라진 당 체질의 한 단면이다.
그랬던 국민의힘이 이준석을 징계하고 대표 자리에서 끌어내리려는 모습에서 도로 구태 당의 회귀를 예감한다. 이 대표가 비운 자리를 윤핵관 직무대행이 메웠다. 대통령을 향한 쓴소리는 자취를 감추고 “각하께 받들어 총” 충성 구호가 들려올 것이다.
이준석이 판단 착오로 당에 피해를 주고 스스로도 상처를 입었지만 그가 주장한 세대 포위론은 보수 회생의 처방전이었다. 수십 년 한국 정치를 규정해온 지역 구도는 조금씩 이완되고 있는 반면, 세대 대결은 갈수록 강고해지고 있다. 보수 진보가 팽팽하게 맞서는 세대 균형점은 당초 40대였는데, 어느덧 50대 중반까지 치고 올라갔다. 보수가 이런 흐름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20·30대 신(新)보수를 끌어들여 상하로 둘러싸야 한다. 지난해 이준석이 일으킨 2030 돌풍이 세대 포위를 현실로 만들었다. 그래서 보수 르네상스를 꿈꾸게 했다. 그런데도 보수는 이준석이 못마땅하다고 이준석 현상까지 내칠 셈인가. 이준석 욕하면서 이준석의 어리석은 자해까지 따라 하려는 건가.
-김창균 논설주간, 조선일보(22-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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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국회의원이 없다
요즘 국회 의원회관을 돌아보면 10개 의원실 중 8개에서 “오늘 의원님 안 오세요”라고 한다. 국회가 45일째 아무 역할도 안 하면서 의원들이 국회에 올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국회에 없다. 집에 있지는 않겠지만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분노하는 국민 입장에서 국회는 ‘놀고 있다’.
국회가 놀고 있는 건 두 달도 더 지난 ‘검수완박’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검수완박 강행 처리로 국회법을 유린했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검수완박 후속 조치를 논의하는 사법개혁특위 참여도 거부했다. 민주당은 헌재 제소를 취하하고 사개특위에 참여하지 않으면 원 구성에 합의할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이 조건을 거부하면서 국회는 멈췄다.
민주당은 치사하다. 검수완박을 강행할 때는 “법적 문제 없다”면서 밀어붙이더니 뒤늦게 헌재 제소가 신경 쓰이자 소 취하를 조건으로 걸었다. 경제 위기로 고통받는 국민을 위해 국회가 문을 열어야 한다고 연일 호소하지만, 경제 위기 돌파의 선결 조건이 어떻게 검수완박일 수 있나. 민주당은 최근 헌재 제소 취하는 빼고 사개특위 협조만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검수완박 후속 조치인 사개특위가 정상 가동되면 헌재 제소에서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에서 “민주당 수가 뻔히 보인다”고 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더 큰 문제는 국민의힘에 있다. 국민의힘은 무책임하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내민 조건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한다. 헌재에서 검수완박 법안이 뒤집힐 여지도 있어 보이니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꽃놀이패를 놓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을 설득할 수 있는 대안이라도 마련했어야 한다. 국정 운영의 무한 책임이 있는 집권 여당이 민주당이 혹할 만한 ‘당근’을 제시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민주당에서 “협상에 들어가면 ‘나는 모른다, 마음대로 해라, 배째라’며 양보를 요구하는데 누가 여당이고 누가 야당인지 헷갈릴 지경”이라는 말이 나오는 건 분명 정상이 아니다.
국회법에는 지켜야 하는 절차가 명시돼 있지만 어겼을 때 강제하거나 처벌하는 조항은 사실상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대 말을 더 듣고 합의하라는 취지일 것이다. 하지만 초등학생도 종료 시점은 정해두고 토론한다. 여야가 제헌절 전에는 어떻게든 협상을 마무리짓겠다고 11일 합의했지만 그래도 50여 일을 논 셈이다. 세상에 이런 직장이 있나. 의원 세비를 깎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의원들은 안 나온다는데 취재기자는 왜 나가야 하나”라는 질문을 받고 “그 부분은 나도 잘 모르겠는데, 의원들이 다음 총선 준비에 열심인 까닭은 조금 알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박상기 기자, 조선일보(22-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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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게 다 삼국지 탓일까
[장강명의 사는 게 뭐길래]

/일러스트=이철원
마니아라고 할 수준은 못 되지만, 삼국지를 여러 번 읽기는 했다. 어렸을 때는 제갈량에 몰입했다. 운동신경이 부족한 소년이어서 무장들에게 빠져들지는 못했던 것 같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낼 무렵에는 조조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라고 믿었다. 내게도 세상을 불질러버리고 싶은 마음이 조금 있었다. 조조의 시 단가행(短歌行)은 지금도 좋아한다.
유비의 매력을 이해하게 된 것은 한참 나중의 일이다. 사람에게 지략이나 야망과는 다른, 도량이라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나이가 들어서야 알았다. 책으로는 습득하기 어려운 앎이었다.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배웠다. 나보다 그릇이 훨씬 큰 인사들을 만나 그 앞에서 어리둥절해 하고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면서 비로소 깨쳤다.
제갈량이나 조조, 유비가 멀게 느껴지니 주유, 진궁, 예형 같은 인물들의 비극이 눈에 들어왔다. 음, 이것도 적고 나니 많이 멋쩍네. 이들도 일반인 수준은 까마득히 뛰어넘은 기재(奇才)들인데. 이제는 내가 삼국지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그냥 ‘군졸 3′이나 ‘백성 4′였을 거라고 여긴다. 숨죽인 채 그저 전쟁 안 나길 빌며 벌벌 떠는.
삼국지에 대한 애정이 식고 나서야 군웅(群雄)들의 인성이나 계략, 업적보다는 그네들이 추구한 신념이나 가치를 살피게 됐다. 다시 말해 다른 시대, 다른 분야 위인들을 보는 눈으로 삼국지의 영웅호걸들을 바라보게 됐다. 그러면 뭐가 보이느냐. 근대 사회가 폐기해 버린 목표들이 보인다. 황실을 부흥한다든가, 주군의 아들을 구한다든가.
‘천하를 얻는다’는 말은 기껏 권력욕의 다른 표현 아닌가. 충(忠)이나 의(義) 같은 개념이 지금 가리키는 바는 무엇일까. 패거리주의, 정실주의, 보스에 대한 복종 아닐까. 영국 작가 애덤 니컬슨은 일리아스의 그리스 영웅들이 현대 미국의 갱 단원처럼 말하고 행동한다고 지적한다. 삼국지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얘기할 수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의 전쟁 영웅들은 복수와 평판을 중시했다. 지금도 폭력조직들은 그런 식으로 사고한다.
근대 시민교육을 받고 자란 나는 삼국지를 이중으로 소비한다. 충, 의, 천하 같은 단어를 비유로 받아들이고, 그런 현대적 해석을 인간관계와 처신에 적용한다. 유비가 조운 앞에서 제 아들을 집어던졌듯, 타인의 마음을 사려면 화끈하게 내 걸 버리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식으로. 삼국지에서 비롯된 고사성어를 칼럼에 써먹는 일과 비슷하다.
그러나 삼국지를 읽는 동안에는 그냥 전근대인이 되어 버린다. 삼권분립이나 일사부재리 원칙이 사람 마음을 뜨겁게 만들지는 않는다. 우리는 한 개인이 수십만 대군 앞에 당당히 서고, 흉기를 들고 일대일로 적과 무술을 겨루며, 흠모하는 상사를 위해 초개처럼 목숨을 버리는 모습에 열광한다. 다들 마음 깊은 곳은 고대인이다.
한데 그런 분리가 그리 깔끔하게 이뤄지지는 않는 것 같다. 다른 이의 세계관을 탐닉하다 보면 결국 거기에 젖는다. 삼국지 시대의 눈으로 주변을 보게 된다. 소설가 김훈이 “나와 내 또래 남자들은 삼국지를 너무 많이 읽어서 이 모양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고 썼을 때,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너무 잘 알 것 같았다.
다른 선진국 시민들은 그 나라 정치인들의 주장과 움직임을 마음 깊은 곳에서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는지 나는 가끔 궁금하다. 간혹 한국 정치 기사들은 내 눈에 심히 괴상해 보인다. 친노-비노 대립을 지나 친이와 친박이 대결했고, 그 다음에는 친박과 비박, 친문과 비문, 이제는 친윤-비윤, 친문-친명이 서로 싸운다고 한다.
대체 다들 무슨 가치를 두고 다투는 건가? 아, 공천권? 그야말로 군졸 3 또는 백성 4로서 하품 나오는 주제다. 그런 거 말고 내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노선에 있어서 친윤-비윤, 친문-친명은 의견들이 어떻게 다른가. 정책에 대한 태도들을 금방 바꾸는 풍경으로 추정컨대, 혹시 이 문제에는 애당초 큰 관심이 없는 것 아닌가.
한국 언론이 정치 기사를 쓰는 방식이 문제인가, 한국 정치인이 문제인가. 둘 다 문제인가. 혹시 이게 다 삼국지 탓일까? 아니면 협동이 중요한 벼농사를 오래 지어온 탓에 가치보다 관계를 신경 쓰는 유전자가 우리 몸에 삽입되기라도 한 걸까. 조선시대 붕당정치의 유산일까. 이 패거리주의를, 전근대를 언제쯤 극복할 수 있을까.
-장강명 소설가, 조선일보(22-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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