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국정의 ‘현실’ 앞에 섰다
[김대중 칼럼]
민심(民心)이란 정치인에게 무엇인가? 자기에게 유리하면 하늘의 뜻이라는 천심(天心)이 되고, 불리하면 아침 다르고 저녁 다르다는 인기(人氣)인 것인가? 여론이란 또 무엇인가? 그 ‘여론’과 ‘여론조사’는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출범한 지 막 2개월 넘은 정치 초년생 윤석열 대통령은 요즘 여론, 더 정확히는 여론조사에 휘둘리고 있다. 민노총이 거제에서 윤 정부에 대한 포문을 열더니 경찰관들마저 집단행동에 나서는 등 ‘시험’은 계속되고 있다. 출범 2개월의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낮은 여론조사 수치는 윤 대통령을 공격하는 반대자들에게는 더 없는 호재(好材)가 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도어스테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결론적으로 말해서 여론조사의 수치가 높다고 기고만장할 일 아니고 그 수치가 낮다고 의기소침할 일도 아니다. 거기에 천착하다가는 방향을 잃을 뿐 아니라 결국에는 대의(大義)를 그르치게 된다. 지도자의 대의는 나라의 틀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큰 뜻을 가졌다고 모든 것을 다 이룰 수는 없다. 우선순위를 선택해야 한다. 지금, 그리고 머지않은 장래에 나라와 국민에게 득(得)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거기에 집중해서 역량을 투입하는 것이 정치의 경제학이다. 미국의 루스벨트, 레이건 대통령이 그랬고 영국의 대처 총리가 그랬다. 당시 그들의 정책은 인기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그들은 ‘뉴딜정책’, ‘레이거노믹스’, ‘대처리즘’(영국병 치유) 등의 업적으로 역사에 길이 이름을 남겼다.
윤 대통령의 당면한 문제는 반대자 또는 방해자들에게 되도록 빌미를 제공하지 않는 지혜를 터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연히 사적(私的)인, 별것 아닌 문제로 시간을 지체하고 큰일을 그르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인사(人事)’의 혼선이다. 인사권은 권력 중의 권력이다. 그런데 거기에 취하면 인사가 망사(亡事)가 되는 것을 우리는 수없이 보아왔다. 문제가 되는 이른바 ‘지인(知人) 인사’는 대세(?)에 아무런 영향이 없는 인사라는 윤 대통령 나름의 인식에 동의한다. 그렇다면 이 막중한 시기에 왜 그처럼 하찮은(?) 인사로 굳이 구설에 오르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우리는 공정(公正)에 대한 결벽증 같은 것이 있다. 왕조-식민 시대에 살면서 권력에 밀리고 금력에 밀리고 ‘찬스’에 밀려온 국민들에게 공정과 객관은 신앙과도 같은 것이 돼버렸다. 국민이 ‘조국 사태’에 분노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고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걸었던 ‘공정’도 그런 연유에서가 아니었나?
빌미를 제공하는 또 다른 말썽거리[件]는 즉석 문답의 문제다. 윤 대통령의 장점은 소통(疏通)에 있다. 특히 전임 정권이 국민과의 소통에 원활하지 못했던 점을 의식해 국민과의 거리감을 좁히려는 의도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대통령이라고 세상만사를 다 아는 듯이 코멘트할 능력은 없다. 그렇게 치장할 필요도 없다. 사실 취임 초에 그가 국정 전반에 언급하는 것을 보면서 어느 정도 내공이 쌓였음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 불안감을 갖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국정의 문제는 하루 이틀의 ‘과외 공부’로 터득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통 또는 노출은 정치인에게 계륵 같은 것이다. 국민 앞에 나서려면 더 공부하고 더 참모들의 의견을 듣고 토론하며 그런 과정을 통해 정책 방향이 잡힐 때까지는 ‘즉석 문답’을 소통으로 치장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노련한 미국 대통령들도 생색낼 일에만 기자 앞에 직접 선다.
윤 대통령과 그의 보수 정부 앞에는 진보-좌파 5년의 왜곡을 바로잡을 ‘큰일’이 대기하고 있다. 민노총의 파업 만능주의와 전교조의 오도를 바로잡아야 한다. 안보 의식을 굳건히 해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 외교를 되살려야 한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에서 지혜롭게 살아남아야 한다. 이런 국가적 과제를 헤쳐 나가는 데 있어 필수적인 것은 국민의 인내와 지지다. 거기에 윤 정부의 정치적 성숙과 내공이 총동원돼도 모자랄 판인데 그런 마당에 ‘대통령 또는 가족의 사사로운 일’에 국민의 시선을 빼앗겨서는 곤란하다.
“이전 정부보다 낫지 않으냐”는 차별적 발상이나 문재인 정부 때의 수많은 지인(知人) 인사를 비교하는 등의 상대적 우월감은 스스로의 격을 낮출 뿐이다. “이아무개가 당선됐더라면 어쩔 뻔했나?” 등의 말로 윤 정부를 긍정하는 것도 이제 시효가 지난 유치한 반론이 되고 있다. 이제 냉엄한 현실과 마주해야 할 시간이다.
-김대중 칼럼니스트, 조선일보(22-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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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尹 지지율 하락세는 멈췄지만, 이번엔 與野 지지율 역전. 덧셈 아닌 뺄셈 정치의 당연한 결과.
-팔면봉, 조선일보(22-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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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과 이재명의 지독한 공생관계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던 3·9대선이 끝난 지 5개월도 안 됐건만 윤석열, 이재명의 ‘투샷’을 또다시 자주 보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대선 패배 후 기어이 국회에 입성한 이재명 의원이 이제 당 대표까지 하겠다고 나섰으니 말이다. 엄청난 이변이 생겨서 이 의원이 떨어지거나 중도 포기하지 않는 한 두 사람은 이제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로 비호감 대결 2라운드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
둘 간의 물고 물리는 먹이사슬은 이미 돌아가기 시작했다. 17일 이 의원이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하자마자 국민의힘은 기다렸다는 듯 논평을 내고 “이제 ‘방탄 배지’를 넘어 당 대표라는 ‘방탄 갑옷’을 원하고 있다”고 했다. 검경도 대장동과 성남FC 후원금, 김혜경 씨 법인카드 유용 등 이 의원 관련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8·28 전당대회에 임박해 수사 결과가 발표될 수 있다는 전망에 이 의원 측은 “정치 보복”이라고 반발하지만 정작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스스로 키운 사법리스크”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 의원과 당권을 두고 경쟁하는 한 97그룹 의원은 “자꾸 97그룹에 새 비전을 제시하라고 하는데 솔직히 지금 상황에서 ‘이재명 리스크 없는 민주당을 만들겠다’는 것보다 더 훌륭한 비전이 어디 있느냐”고 했다. 사석에서 웃자고 한 얘기지만 충분히 공감되는 말이다. 당직자들 사이에선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경찰의 날’, ‘법의 날’에 민주당은 어떤 메시지를 내야 하느냐”는 ‘웃픈’ 고민도 나온다고 한다.
그나마 이 의원에게 위안이 되는 건 윤 대통령도 이에 질세라 열심히 지지율을 깎아 먹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도어스테핑 때마다 쏟아지는 거칠고, 공감능력 떨어지는 언사를 보면 ‘사람 좋은 석열이 형’ 이미지로 당선된 사람이 맞나 싶다. 내각 인사 참사 질문에 “전 정권은 잘했냐”고 되묻고, 지지율 하락엔 “그 원인을 알면 어느 정부나 잘했겠죠”라고 했다. 특유의 손가락질까지 곁들이면 꼭 국민들과 싸우려는 사람 같다.
그 탓에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두 달 만에 3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익명의 여권 관계자가 “지지율이 한 자릿수까지 내려가면 탄핵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인터뷰를 해서 파장이 일었고, 민주당도 “또 한 번 불행한 탄핵의 역사가 되풀이될지 모른다”(김민석 의원) “대통령 권력의 사유화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박홍근 원내대표)이라며 연일 탄핵을 경고 중이다. 한동안 조용하던 추미애, 조국 전 장관마저도 스멀스멀 SNS를 재개했으니 여권의 위기는 확실해 보인다.
황당한 건 여권도 지지율 반등 카드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을 손꼽아 기다린다는 점이다. 민주당 설훈 의원 말처럼 그가 여당의 ‘꽃놀이패’가 돼서 윤 대통령 지지율을 알아서 회복시켜 줄 것이란 기대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아무리 윤 대통령이 실망스러워도 ‘그래도 이재명이 아니라 얼마나 다행이냐’라고 위안 삼는 사람이 아직 많다”고 했다.
결국 윤석열과 이재명은 서로의 존재만으로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지독한 상리 공생관계다. 그 둘 사이에 껴서 답답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국민들만 애꿎은 피해자다.
-김지현 정치부 차장, 동아일보(22-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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