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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몽은 인류몽을 이길 수 없다] [‘천안문 망루’와 ‘펠로시 패싱]

뚝섬 2022. 8. 9. 06:47

[중국몽은 인류몽을 이길 수 없다] 

[‘천안문 망루’와 ‘펠로시 패싱] 

 

 

 

중국몽은 인류몽을 이길 수 없다

 

[朝鮮칼럼]

한국과 대만의 공통점, 식민지배 딛고 민주화·산업화·자유·인권 등 보편가치 추구
과학기술 혁신으로 인류에 공헌.. “중화민족 부흥” 외치는 편협한 패권주의와 달라

 

20세기 이래 한국과 대만은 놀랍도록 유사한 발전의 궤적을 밟아왔다. 그 과정을 돌아보면 많은 본질적 공통점이 관찰된다. 한국과 대만은 모두 일본 제국의 식민 지배를 거쳤고, 공산 정권의 위협 속에서 군부독재를 경험했다. 권위주의 개발 독재 아래서 급속한 경제성장을 달성했고, 1980년대 후반 민주화의 물꼬를 터서 세 번 이상 선거를 통한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이뤘다. 한국과 대만은 또한 군사 전략적 요충지로서 공산주의의 확산을 저지하는 자유 진영 최전선이며, 반도체 생산 기지로서 전 세계 수요량의 82%를 충당하고 있다.

 

요컨대 한국과 대만은 식민 지배와 군부독재를 경험하면서 근대국가의 기틀을 닦고, 반공 자유주의의 이념 아래서 급속한 산업화를 달성했으며, 정치적 민주화를 이룩하면서 과학기술 혁신을 통해 인류 공영에 이바지하고 있다. 한국과 대만의 헌정사를 파헤쳐 보면, 그 맨 밑바탕엔 자유·민주·공화의 이념이 깔려 있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한국에서는 3·1운동 직후 서울에서 수립한 한성임시정부가 이승만(李承晩·1875~1965)을 집정관 총재로 추대하고 ‘한성정부약법(約法)’을 반포했다. 그 약법은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 따라 국체(國體)는 민주제로, 정체(政體)는 대의제로, 국시(國是)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고 세계 평화를 증진한다”로 정했다.

 

오늘날 대만의 자유민주주의는 2000년 황제 지배 체제를 무너뜨린 쑨원(孫文·1866~1925)의 공화주의 민국(民國) 혁명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지난주 미국 하원 의장 펠로시(Nancy Pelosi)가 중국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대만을 방문하자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펠로시와 함께 쑨원의 초상화 아래서 사진을 찍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중화권 자유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로서 오늘날의 대만이 1911년 공화 혁명의 적통을 계승하고 있음을 알리는 세련된 홍보 전술이다.

 

대륙은 지금 ‘중국몽(中國夢)’에 도취해 있는데, 대만은 이미 ‘인류몽(人類夢)’을 실현하고 있다. 2021년 7월 1일 중국 공산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시진핑(習近平) 총서기는 ‘중국몽’을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 정의했다. 중국몽이란 아편전쟁 이후 중국이 겪었던 “100년 국치(國恥)”를 설욕하고 과거 중화 제국의 영광을 되살려 세계 최강의 부국으로 거듭나겠다는 발상이다. 중국 공산당은 화려한 수사로 그 꿈을 미화하지만, 권위주의 패권 국가의 민족 지상주의란 비판을 면할 길 없다.

 

2021년 11월 차이잉원 총통은 세계를 향해 대만은 자유와 인권 등 인류의 보편 가치를 수호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라고 선언했다. 결코 과장이 아니다. 자유, 인권, 법치, 치안, 생활 수준 모든 면에서 대만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전 세계 개발도상국의 꿈이 되어 있다. 양안(兩岸) 갈등은 근본적으로 중국몽과 인류몽의 충돌이다. 중국몽과 인류몽이 부딪칠 때, 중국 밖의 사람들은 인류몽을 지지해야 하며, 지지할 수밖에 없다. 중국몽이란 중화 민족만을 위한, 중화 민족만의 가치이지만 대만의 인류몽은 호모사피엔스를 위한, 호모사피엔스의 보편 가치이기 때문이다. 중화 민족의 부흥”을 갈구하는 대륙이 인류적 보편 가치를 추구하는 대만을 정치·군사적으로 압박해서 복속시키는 재래식 흡수 통일이 과연 가능할까? 제3차 세계대전이 터져서 지구가 핵전쟁의 포화에 휩싸여도 실현될 수 없는 시나리오가 아닐까.

 

대륙은 전근대적 패권주의로 세계에 맞서지만, 대만은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워 민주 국가들과 이념적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대륙은 고루하게 “중화 민족”을 내세워 대만과의 통일을 외쳐대지만, 대만은 인류의 이름으로 자유·민주·인권을 선양하며 중국 공산당의 일당독재를 비판한다. 게다가 대만이 생산하는 ‘산업의 쌀’은 세계 경제를 지탱하는 필수품이다. 중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가 대만의 세계적 기여를 인정하며, 대만의 존재를 필요로 하며, 대만의 자유민주주의를 그대로 유지하려 한다. 바로 그 점 또한 한국과 대만의 공통점이다.

 

대한민국 현 정권은 공연히 중국 눈치만 살피다가 펠로시가 방한할 때 무익한 홀대 논란을 일으키고 말았다. 그 책임자가 반성문을 쓸 때 꼭 담아야 할 내용이다. 지난 100여 년간 한국과 대만은 공히 인류몽을 추구해 왔다. 중국몽은 인류몽을 이길 수가 없다.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역사학, 조선일보(22-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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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문 망루’와 ‘펠로시 패싱

 

동맹 강조 尹의 뜻밖 선택.. 휴가 이유 대다 “국익 고려”
中 눈치 본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정부 외교 지향점은 어디인가
 

 

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하원의장이 지난 3일 경기 평택시에 위치한 오산 미 공군기지를 통해 입국하고 있다. 이날 한국측에서는 아무도공항 영접을 나가지 않아 '의전 홀대' 논란이 있었다. 주한미국대사관 트위터 캡쳐

 

올 초 박병석 국회의장이 스리랑카를 방문했을 때 수도 콜롬보 공항에는 현직 장관 4명이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자정이 다 된 늦은 시간에 영접하러 나온 것이다. 예우하겠다는 국가 차원의 의지가 있으면 이렇게도 한다. 지난주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의 방한 때 ‘텅 빈 공항’이 논란이 되자 우리 외교부는 ‘입법부 외빈 의전은 국회가 담당하고, 행정부는 관련 없다’고 했다. 관료주의적 책임 회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의전 지침은 깨면 큰일 나는 절대 법칙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면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 펠로시가 대만·일본에 도착했을 때는 외교부 장·차관들이 공항 영접을 나갔다. 이 나라들은 의전을 몰라 이랬겠는가.

 

국회와 대통령실은 “미국 측이 공항 영접을 사양했다”며 사전 양해가 있었다고도 했다. 미 측이 한국에는 ‘안 나와도 된다’고 하고 일본·대만에는 ‘나와달라’고 했을 리는 없다. 그런데 우리만 안 나갔다. 한 전직 고위 관료는 “선물 받는 쪽에서 ‘뭘 이런 걸 다…’라고 하니, 한국만 ‘그래? 그럼 안 줄게’라고 한 상황이 벌어진 느낌”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펠로시를 만나지 않은 결정은 좀 더 짚어볼 필요가 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방한한 미국 싱크탱크 인사들을 만나려 한 적이 있다고 한다. 대통령이 만나줄 ‘거물급’은 아니었다. 결국 일정이 안 맞아 성사는 안 됐지만, ‘도움만 된다면 급이 무슨 상관이냐’는 윤 대통령의 실용 스타일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윤 대통령은 취임 전에 차관보급인 성김 미 대북특사와 따로 식사하는 파격을 보인 적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휴가’라지만 서울에 머문 윤 대통령이 미 대외 정책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펠로시를 ‘패싱’한 것은 더 도드라질 수밖에 없었다. 한미 동맹 복원과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해온 윤 대통령이 펠로시를 만나는 건 튀는 행보가 아니었다. 펠로시가 방문한 유럽·아시아 모든 나라에서 정상들을 만났기 때문에 부담도 적다. 해석이 분분한데 한 외교 소식통은 “바이든 대통령도 펠로시 대만 방문을 탐탁지 않아 한다는 소식이 들리니 대통령과 참모들이 최초 판단을 잘못했던 것 같다”고 했다.

 

속사정이 어쨌든 ‘휴가 때문’이라고 발표를 했으면 일관성을 지켜야 했는데 그러지도 못했다. 펠로시 방한을 전후한 대통령실의 뒤섞인 메시지는 ‘여론 안 좋으니 만나는 걸 고려했다가, 다시 그건 너무 모양새가 빠지니 통화 정도로 절충’했다고 비칠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이 나중에 만남 불발에 대해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한 것은 참사 수준의 실언이다. ‘휴가 때문’이라는 애초 설명과 앞뒤가 안 맞을뿐더러, 거창한 전략적 고려가 있었다면 ‘중국 때문’ 말고 달리 해석하기 어렵다. 그런 뜻이 아니라고 수습하긴 했지만, 많은 사람은 과거 박근혜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 진영 지도자 중 유일하게 천안문 망루에 올라간 것을 떠올렸을 것이다.

 

물론 한미 관계는 이 정도 사건으로 흔들릴 만큼 허약하지 않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맞물려 필요 이상으로 이슈가 커진 측면도 있다. 다만 외교 결례니 의전 홀대니 같은 가십성 논란을 넘어, 이번 건은 우리 외교 안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부호를 남겼다. 컨트롤타워가 중심을 잡고 있는지, 이에 따라 일선 조직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지, 동맹국과 소통하는 데는 문제가 없는지, 무엇보다 우리 외교가 명확한 지향점과 원칙을 갖고 있는지 말이다. 펠로시가 떠난 뒤 중국은 “예의 바른 결정”이라고 했고, 미 조야에선 불편한 반응이 나왔다. 이게 의도한 결과는 아니지 않은가.

 

-임민혁 기자, 조선일보(22-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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