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국민 생명 걸린 일.. ] [재난만 나면 정쟁에 이용, 치졸한 행태 그만해야] ....

뚝섬 2022. 8. 11. 06:17

[국민 생명 걸린 일은 지나칠 정도로 과하게, 그것이 행정의 기본]

[재난만 나면 정쟁에 이용, 치졸한 행태 그만해야]

[서울 수해의 책임]

 

 

 

국민 생명 걸린 일은 지나칠 정도로 과하게, 그것이 행정의 기본 

 

서울과 경기북부 등 수도권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8일 밤 서울 강남역 일대 도로가 침수되어 시민들이 대피한후 차들이 도로에 그대로 놓여있다 /박상훈 기자

 

박원순 시장 당시 서울시가 대용량 빗물터널 계획을 백지화한 것이 수도권에 집중된 이번 호우의 피해를 키웠다고 한다. 지름 10m 규모의 대심도(大深度) 터널이 계획대로 들어섰다면 피해 규모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계획은 2011년 집중호우로 인한 우면산 산사태 직후 오세훈 당시 시장이 긴급 수방 대책의 하나로 발표했다. 하지만 후임 시장이 “무리한 토목공사”라는 이유로 양천구 신월동을 제외한 6곳의 건설 계획을 취소했다. 이번 호우로 큰 피해를 본 강남역 일대도 취소된 그 중 한 곳이다.

 

당초 계획한 대심도 터널의 폭우 처리 능력은 시간당 최대 강수량 100㎜ 수준이었다고 한다. 현재 강남 지하에 깔린 배수로는 시간당 최대 85㎜까지 호우를 처리할 수 있다. 작은 차이인 듯하지만 집중호우 때 나타나는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이번 호우 때 강남구의 시간당 최대 강수량은 116㎜였다. 대심도 터널이 계획대로 건설됐다면 침수 피해를 완전히 막지는 못했더라도 상당히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도 상습 수몰 지역이었으나 2020년 예정대로 건설된 대심도 터널 덕분에 이번엔 심각한 피해를 당하지 않았다. 대심도 터널의 효력이 확인된 것이다. 잘못된 정책 판단이 피해를 키웠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박 시장 재임 당시 서울시가 강남 지역 수해 방지를 위해 아무 일도 안 한 것은 아니다. 2015년부터 1조4000억원을 투입해 하수관 개량, 빗물 펌프장 증설, 빗물 저류조 설치, 하천 정비 사업 등을 벌였다. 하지만 빗물을 빨리 강으로 빠져나가게 만드는 데 집중해 하천 수위 자체가 올라가는 이번 같은 집중 폭우 때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당시에도 상당수 전문가가 같은 문제를 지적했으나 환경단체 등의 주장을 따랐다고 한다.

 

행정력엔 한계가 있다. 100년, 200년에 한 번 일어날 일을 대비하기 위해 무조건 막대한 세금을 사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국민의 생명이 달린 일엔 항상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비해야 한다. 그것이 행정의 기본이다. 이번 수해는 불가항력의 측면이 있지만 행정의 기본을 지켰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조선일보(22-08-11)-

______________

 

 

재난만 나면 정쟁에 이용, 치졸한 행태 그만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침수 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2022.8.9/뉴스1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10일 수도권 집중호우와 관련해 “아비규환 와중에 대통령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며 “전화로 위기 상황에 대응했다는데 대통령이 무슨 스텔스기라도 된단 말인가”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폭우가 처음 내린 8일 용산 대통령실이나 사고 현장에 나가지 않고 서초동 자택에서 상황에 대처한 것을 비난한 것이다. 윤건영 의원은 “침수 때문에 못 갔다는 것은 경호실장 경질 사유”라고 했고, 고민정 의원은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관저와 위기관리센터가 가까이 있는 청와대에서 다 했더라면 어땠을까”라고 했다.

 

민주당 주장처럼 재난 현장에 매번 대통령이 다 가고 관련자를 경질한다면 세계 어느 정부도 1년을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합리적인 것도 아니다. 공무원들이 사고 수습보다 대통령 보고와 의전에 더 신경 쓰기 때문이다. 막상 윤 대통령이 다음 날 신림동 일가족 참변 현장을 찾아가자,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비가 계속 내리고 있는데, 다음에 가는 게 맞는다”며 “이미지 연출이 최저 수준”이라고 했다. 목적 자체가 재난 대처를 위한 고언이 아니라 흠집 내기이다.

 

민주당이 재난을 정쟁에 이용한 것은 세월호 사고 때부터다. 그 사고가 마치 대통령과 정부 때문인 것처럼 몰아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세월호 방명록에 미안하고 고맙다고 썼다. 세월호 덕분에 자신이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학생들이 떼죽음을 당했는데 다른 당 사람이 ‘고맙다’고 했으면 민주당은 어떻게 했겠는가.

 

낚싯배 전복 사고가 일어나자 문 정부는 청와대 수석회의에서 단체 묵념을 하고 국가적 안보 위기 때 동원하는 국가위기관리센터까지 가동하는 코미디를 벌였다. 그런데 문 전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이후에는 북한이 해수부 공무원을 사살해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해도 위기관리센터에 나타나지 않았다. 차기 민주당 대표가 유력한 이재명 의원은 이천 물류센터 화재 당시 경남 창원에서 ‘떡볶이 먹방’을 찍었다. 그는 “화재 현장에 반드시 도지사가 있어야 한다고 비판하는 것은 과도한 주장이고 억측”이라고 했다. 지금 입장은 뭔가.

 

국민의힘도 다르지 않다. 야당이던 2018년 밀양 세종병원 화재가 일어나자 “문재인 정부가 정치 보복을 한다고, 북한 현송월 뒤치다꺼리한다고 국민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며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은 총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번에는 “민주당이 사고 수습에 지원은 못 할망정 왜 이렇게 딴지를 거느냐”고 했다.

 

재난이 닥치면 사태를 수습하고 원인을 규명해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은 어떻게 하면 이를 상대방 비난과 공격에 이용할지에만 몰두한다. 그 방식과 논리도 치졸하기 이를 데 없다. 부끄러운 줄 알고 이제는 그만해야 한다.

 

-조선일보(22-08-11)-

_______________

 

 

서울 수해의 책임

 

[이한우의 간신열전] 

 

중국 한나라 때 명재상 병길(丙吉)은 ‘병길문우천’(丙吉問牛喘) 일화의 주인공이다. 우천(牛喘)이란 ‘소가 숨을 헐떡이다’라는 뜻이다. 병길이 외출을 나갔는데 길거리에서 패싸움이 일어나 무수한 사상자가 생긴 것을 보고서도 그냥 지나쳤다. 그런데 조금 더 가서 소가 헐떡거리고 있는 것을 보고는 소 주인에게 다가가 몇 리를 몰고 왔는지를 물었다.

 

병길을 수행하던 관리가 의아해 물었다. “어째서 사람이 죽고 다친 것은 무심하게 지나치시더니 소가 헐떡이는 것은 걱정하십니까?” 이에 병길이 답했다. “길거리에서 사람이 싸우다 죽고 다친 것은 경조윤(京兆尹·서울시장)의 직책이다. 하지만 날씨가 덥지도 않은데 소가 헐떡인다는 것은 절기(節氣)에 관계된 것이니 재상의 소관이다.”

 

이 일은 조선시대 임금과 신하라면 모두 알아서 종종 상소에 인용하기도 했고, 임금이 신하들에게 내는 시험문제 책문(策問)에도 등장했다. 이유는 하나, 일의 경중(輕重)과 책임 소재를 제대로 가릴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 수해가 났을 때 책임자는 대통령이 아니라 서울시장이다. 다만 당장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위해 중앙정부가 컨트롤타워가 될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서울시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서울시민이 뽑는 선출직이다. 그러니 사전에 대책을 잘 세웠는지 못했는지는 서울시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오세훈 시장은 2011년 우면산 사태 때 도시 수해 안전망을 개선하려고 했으나 후임 시장은 그 계획을 대폭 축소했고, 그 후에도 민주당 일색이던 서울시의회에서는 서울시가 제출한 수방 예산을 삭감했다고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수해 복구와 재발 방지책 마련에 여야가 힘을 모으기보다는 오로지 대통령 비방에만 열 올리는 일부 야당 의원의 초점 잃은 지적을 보고 있으니 병길을 수행했던 관리의 근시안을 떠올리게 된다.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조선일보(22-08-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