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習)황제의 중국’ 대비해야]
[한·중 관계 전면 재조정이 시급하다]
[다시 쌓는 만리장성]
‘시(習)황제의 중국’ 대비해야
[특파원칼럼/김기용]
수교 후 상대해온 이전 최고 권력자와 달라
권력 더욱 집중 시진핑에 새 대응법 찾아야
다음 달 16일 중국 베이징에서는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가 열린다. 5년에 한 번씩 열리는 당 대회에서는 향후 5년을 이끌 공산당 지도부를 선출한다. 이번 당 대회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장기집권(3연임)을 확정짓는 ‘대관식’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공산당은 1949년부터 1976년 사망할 때까지 종신 집권한 마오쩌둥(毛澤東) 사후 권력을 여러 사람이 나눠 가지며 명목상 최고 지도자도 10년마다 교체하기로 했다. 관례대로라면 2013년 집권한 시 주석은 이번에 교체돼야 한다. 하지만 30여 년간 지켜진 관례는 이번에 깨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 주석의 15년 집권(2027년까지)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진다. 일각에서는 더 나아가 2032년까지 4연임할 것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는다. 관례는 처음 깰 때가 제일 어려울 뿐이다. 1953년생인 시 주석이 2032년까지 집권하더라도 79세에 ‘불과’하다. 현재 80세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보다 나이가 적다. 미중 갈등 심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대만 문제 같은 국제 정세도 힘 있는 1인자의 장기집권을 지원한다. 더구나 시 주석은 기존 직책을 모두 뛰어넘는 ‘인민영수(人民領袖)’라는 새로운 칭호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4연임 이후에도 어떤 형태로든 권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이른바 1인 권력이 강화된 ‘시황제의 중국’을 상대할 준비가 돼 있는가. 한국은 시 주석 집권 1, 2기의 중국을 상대하면서도 미숙함을 많이 드러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을 해결하겠다며 안보 미래를 희생해 가면서 ‘3불(不)’을 건넸다. 중국은 사드 운용 제한을 뜻하는 ‘1한(限)’까지 한국이 선언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국이 얻어낸 것은 없다. ‘한한령’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가진 패를 너무 일찍 드러낸 ‘조급한 외교’, 모든 게 잘 풀릴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낙관 외교’, 막후에서 일을 처리하려는 ‘조용한 외교’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이 같은 외교 고질병이 또 도질 조짐이 보인다. 지난달 초 대만을 거쳐 한국을 찾은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을 윤석열 대통령은 만나지 않았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방문한 직후 중국이 대만 상공을 가로지르는 탄도미사일을 쏘는 등 강력히 반발한 점을 떠올리면 이는 중국에 대한 엄청난 배려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로부터 얻어낸 것은 무엇인가. 오히려 중국 외교부로부터 공식적으로 3불1한을 준수하라는 ‘훈계’를 들어야 했다.
최근 한중 수교 30주년 행사를 치르며 주중 한국대사관에서는 사드 문제가 일단락됐다는 낙관적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한중 양국 간 명시적인 합의가 없는 한 사드 문제는 어정쩡한 봉합 상태일 뿐이다. 중국은 언제든 사드 카드를 다시 꺼낼 것이다.
지금보다 더 밀실로 향하게 될 시황제의 중국을 상대하는 한국은 반대로 모든 것이 명료하고 투명해야 한다. 모든 외교적 결정은 국익에 근거해야 하고 지금보다 더 공개적이어야 한다. 밀실 모의로 조용하게 일 처리 하는 권위주의적 중국 방식을 따라가다가는 또 뒤통수를 맞는다. 국민과 더 많이 소통하고 국민에게 더 공개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신임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는 학자 시절 “한중 간 ‘조용한 외교’를 멈출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빈말이 아님을 정부가 보여주길 바란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동아일보(22-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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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구글도 베트남·인도서 스마트폰 만들며 ‘脫중국’ 바람. 3연임 앞둔 習 주석은 뭔가 느끼는 것 없는지….
-팔면봉, 조선일보(22-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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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관계 전면 재조정이 시급하다
[朝鮮칼럼]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이 2022년 8월 9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외교장관회담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뉴스1
1991년 소련 해체로 냉전 체제가 종식되고 세계 도처에서 공산주의가 붕괴되는 격동의 세월 속에서 중국 공산당은 살아남았다. 국력이 충분히 성장할 때까지 최소 100년간 도광양회(韜光養晦) 정책을 유지하라는 덩샤오핑의 유훈에 따라 몸을 낮추고 자본주의 체제에 기생해 경제력 증강에 전념한 것이 생존의 비결이었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 시대에 들어와 중국은 돌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기치로 고압적 강대국 패권주의와 무절제한 세력 팽창을 추구하는 중화 제국주의의 거친 발톱을 드러냈다.
그 결과로 형성된 미·중 패권 경쟁은 중국의 경제성장과 첨단 기술 획득을 저지하기 위한 경제적 디커플링에서 시작해 대만해협의 군사적 대치로 확산일로다. 미·중 대립은 앞으로 계속 심화될 전망이며, 극적 화해 가능성은 매우 작다. 중국은 대미 대결에서 승리를 공언했으나, 경제성장이 급속히 둔화하고 친중과 반중으로 갈라졌던 유럽 선진국들이 모두 대중국 연합전선에 합류하는 등 대세가 기울고 있다. 더욱이 중국의 맹방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미국-NATO와 중국-러시아를 양극으로 하는 범세계적 신냉전 체제가 본격화됨에 따라 중국이 처한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그러한 세기적 격변의 와중에 한·중 관계도 중대한 변화의 기로를 맞고 있다. 지난주 수교 30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는 그간 범세계적 탈냉전 체제의 중요한 상징 중 하나였다. 냉전의 유산을 극복한 두 나라의 긴밀한 경제협력은 오늘의 한국과 중국을 가능케 한 불가결한 요소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자칭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이 초심을 잃고 패권주의적 본심을 드러낸 지금, 지난날의 윈-윈 한·중 관계는 더 이상 유효할 수 없다. 중국이 30년 전의 호의적 중국이 아니듯이 한국도 30년 전의 힘없는 약소국은 아니기에, 양국 관계의 전면 재조정은 불가피한 명제다.
세 가지 측면의 재조정이 시급히 필요하다. 첫째는 중국의 고압적 패권주의로부터 주권, 자주권, 국가적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시각은 시진핑 주석이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말한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는 한마디에 함축되어 있다. 2016년 사드 제재 이래 한국을 속방 정도로 간주하는 중국의 한국 길들이기 외교는 구한말 청국 대표 원세개의 행패를 연상시킨다. 그 앞에 ‘작은 나라’를 자처해 꿇어 엎드렸던 지난 정부의 굴종 외교는 상황을 한층 악화시켰을 뿐이다. 한국이 중국의 대한반도 야심을 견제하고 자신을 지킬 방법은 확고한 외교적 정체성, 강력한 국방력, 그리고 미국 등 자유민주 진영과의 결속 강화 외엔 달리 길이 없다.
둘째는 과도한 대중국 무역 의존도를 혁파하는 일이다. 수출이건 수입이건, 이익 극대화를 위한 과도한 편중은 무서운 독이다. 냉전 시대에 소련은 쿠바의 주산물인 설탕을 고가에 전량 수입함으로써 쿠바 정부를 통제했으며, 선적된 설탕은 소련산 설탕 가격의 폭락을 막고자 대서양에 버려졌다. 독일은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 값싼 러시아산 가스에 과잉 의존한 결과, 최근 러시아의 보복성 공급 축소로 에너지난이 극심하다. 중국은 사드 제재와 대호주 제재에서 보듯 무역을 정치적 보복 수단으로 상시 악용하는 나라다. 따라서 자주 외교의 걸림돌인 과도한 대중국 무역은 경제 안보 차원의 획기적 다변화가 필요하다.
셋째는 중국의 국내 정치 개입을 차단하는 일이다. 지난 수년간 중국 정보기관, 기업인, 유학생 등에 의한 정치인 매수와 친중국 카르텔 공작이 미국, 호주, 일본, 영국 등 서방 진영 각국에서 드러나 대중국 방첩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의 최우선 공작 대상국에 속할 개연성이 큰 한국에는 중국 정부가 통제하는 84만명의 중국인 체류자가 있고 외국인 학생의 40%가 중국인이다. 특히 금년 지방선거의 12만6000명 외국인 유권자 중 78.9%인 10만명이 북한의 동맹국인 중국 국민이었다. 이는 중국과 북한이 우리 국내 정치에 개입할 커다란 잠재성을 의미한다. 국가안보를 위한 시정조치가 시급한 이유다.
이러한 한·중 관계의 총체적 재조정은 대다수 국민의 뜻이기도 하다. 퓨리서치의 금년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대중국 비호감도는 80%로 세계 5위다. 그럼에도 불구 정부가 중국의 위협과 경제적 이익 때문에 주권과 국가안보 확립을 위한 행동을 주저한다면 이는 국민적 대의에 대한 항명이다.
-이용준 전 외교부 북핵대사, 조선일보(22-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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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쌓는 만리장성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쌓는 담의 대표 지칭은 성(城)이다. 글자는 두 요소의 결합이다. 흙을 가리키는 ‘토(土)’와 무기로써 무언가를 지켜내는 ‘성(成)’의 합성이다. 무기를 쥐고 싸우는 행위에 흙이 따랐다. 전쟁을 상정한 건축이라는 얘기다.
중국은 이런 담과 울타리의 문명을 오래 이어왔다. 그 땅에 들어섰던 왕조는 줄기차게 ‘성’을 쌓았다. 그 종합적 상징은 만리장성(萬里長城)이다. 줄여서 장성(長城)이라고도 하는 이 담에 관한 규정은 사실 여럿이다.
관광지로 유명한 베이징(北京) 인근 만리장성은 약 600년 전인 명대(明代)부터 지어졌다. 당초 6300㎞라고 알려졌으나 중국 당국은 2009년 그 길이를 8800㎞로 고쳤다. 그에 앞서 중국이 쌓았던 장성의 모든 길이까지 합치면 2만1196㎞에 이른다.
따라서 중국 장성은 ‘만리[3900㎞]’가 아니라 ‘5만4000리’라 불러야 옳다. 그러나 이 ‘축성(築城)의 전통’은 근대 이후 줄곧 가치를 의심받았다. 자기 만족, 정체와 폐쇄에 따른 무능의 상징이라는 해석이 뒤를 따랐다.
최근 중국이 관영 사회과학원 산하 연구소의 역사 해석을 통해 과거 왕조 시대의 폐관(閉關)과 쇄국(鎖國)을 옹호했다. “유럽 중심주의로 볼 일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관문 출입을 스스로 제한한 것[自主限關]”이라며 기존 해석을 번복했다.
‘폐관’과 ‘쇄국’은 성의 출입문을 닫거나, 성으로 둘러싼 국가를 외부와 격리하겠다는 뜻의 단어다. 따라서 이는 개혁·개방을 지양하고 내부 결속을 우선시하겠다는 새 선언과 같다. 공산당이 역사 해석을 독점하는 관례를 볼 때 그렇다.
개혁·개방으로 ‘광장(廣場)’에 나서는가 싶던 중국이 어느새 문을 닫고 ‘밀실(密室)’에 또 숨어들려는 형국이다. 굳게 닫은 문, 높게 쌓은 담 안에서 또 어떤 변수를 만들까. 세계가 지켜보는 중국의 동향이다.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조선일보(22-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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