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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한마디에 날아간 기업 재산 2조… 北의 ‘민족공조’는 허상] ....

뚝섬 2022. 9. 5. 09:45

[김정은 한마디에 날아간 기업 재산 2조… 北의 ‘민족공조’는 허상] 

[금강산 해금강호텔의 기구한 운명] 

[홀로코스트와 금강산 시설 철거] 

[북한과의 '위험한 비즈니스']

 

 

 

김정은 한마디에 날아간 기업 재산 2조… 北의 ‘민족공조’는 허상

 

[남성욱의 한반도 워치]
골프장 850억, 호텔 등 시설 7800억, 문화회관·온천장 1000억…
김정은 지시 후 20개월 만에 원위치, 관광객 피살은 사과도 없어
남북 경제협력은 ‘사상누각’… 향후 북에 투자할 기업 있겠나
 

 

금강산 아난티 골프장의 마지막 홀은 주말 골퍼들에게는 꿈의 홀이었다. 그린에 공을 올리기만 하면 자동으로 홀로 굴러 내려가는 깔대기 구조였다. 하지만 남측 골퍼들이 깔대기 홀에 공을 올려 마지막 버디를 기대하는 장면은 물 건너갔다. 북한이 금강산에 있는 남측 시설인 아난티 골프장(18홀)과 리조트(96실) 단지를 모두 철거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위성사진을 근거로 최근 보도했다.

 

건설 당시 골퍼들에게 기대를 모았던 골프장과 리조트는 국내 리조트 기업 아난티가 850억원을 투자해서 건설했다. 2008년 오픈을 앞두고 박왕자씨 피격 사건으로 관광이 중단돼 정식 개장하지 못했다. 2000년에 개장한 해금강호텔 등 7800억원이 투입된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사업도 좌초됐다. 한국관광공사가 1000억원을 들여 건설한 문화회관·온천장은 물론 대한적십자사가 남북협력기금 540억원을 투입해 건설한 12층 규모의 이산가족면회소 등 21개 시설물도 철거 및 개조되었다. 패밀리마트 등 49개 중소 업체도 1933억원을 투자했으나 손실 처리할 수밖에 없다. 이외에 소방서, 도로 개설, 사업권 대가 등 부대 비용은 계산도 어렵다. 1998년 현대그룹과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간에 ‘합의서’가 체결되어 11월 해로 관광으로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우여곡절 끝에 완전 막을 내렸다. 당연히 2조원 상당의 적지 않은 투자금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공산주의 이념을 간과하고 민족을 앞세운 비즈니스에 대한 비싼 수업료였다. 

 

2019년 10월 김정은 위원장은 갑자기 눈 덮인 백두산에 백마를 타고 나타나더니 금강산으로 내려가서 폭탄선언을 했다. 김정은의 백마 탄 사진이 노동신문에 게재되자 전례 때문에 전문가들은 긴장했다. 북한의 관영 매체들은 김정은이 백두산에 오를 때마다 새로운 ‘전략적 노선들’이 제시되고 ‘세상을 놀래 우는 사변’들이 일어났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일주일 만에 드러난 백마의 결단은 금강산 시설 철거였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 등 남북 경협 사업에 대해 ‘김정일 위원장의 결단’이라고 선전해 왔다. 하지만 김정은은 남북 경협의 상징인 금강산 사업에 대해 “잘못된 정책”이라고 혹평하면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라”고 지시했다. 그는 “금강산에 대한 관광사업을 남측을 내세워 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은이 선대의 정책을 대남 의존적이라고 정면 비판한 것은 북한에서 이례적이다. 김정일이 합의한 사업을 아들이 단번에 엎어버렸다.

 

김정은의 지시 이후 20개월 만에 금강산은 원위치 되었다. 금강산은 기암괴석과 계절별로 변화하는 풍광은 특이하지만 산중턱 바위에 붉은 글씨로 ‘김정일 장군 만세’ 같은 정치 구호가 새겨져 있는 바위산으로 되돌아갔다. 금강산 관광 당시 멀리서 바라본 온정리 북한 주민 마을은 가난이 덕지덕지 붙은 모습 그대로였다. 그나마 현대아산과 관광공사 등에서 숙박 편의시설 등을 건설하여 최소한의 관광지 모습을 갖추었으나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금강산 관광객 피살에 대한 진상 규명도 북한의 사과도 없이 종료되었다.

 

남북 화해·협력의 상징이라던 관광사업도 김정은의 말 한마디에 문을 닫았다. 문을 닫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이제 다시는 관광사업에 거액을 투자할 기업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20여 년 만에 막을 내린 금강산 시설 철거의 교훈은 다음과 같다.

 

첫째, 남북 신뢰 구축은 물론 경제협력도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사상누각이라는 점을 각인시켜주었다. 아난티 측은 “금강산 사업이 종료돼 안타까운 마음도 있다. 하지만, 현재 보유 중인 전체 자산이 1조3000억원이 넘고, 운영 중이거나 새롭게 추진하는 플랫폼이 7개나 된다”며 “500억원 자산에 의해 브랜드 가치와 신뢰도가 지속적으로 손상되는 것보다는 깨끗하게 정리하고 미래에 집중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대북 사업이 국내 및 해외 사업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전격 정리한 것이다. 향후 어느 기업이 북한에 투자할 것인지 불투명하다. 어떤 정부라도 왜곡된 정보를 기반으로 북한에 투자하도록 무리하게 기업들의 등을 떠미는 데 신중해야 한다. 잘못된 장밋빛 전망으로 기업들을 사지로 몰아넣어서는 안 된다.

 

둘째, 남북한 당국 간의 합의서라도 평양의 변심으로 일순간에 휴지 조각으로 변한다. 2003년 발효된 투자보장, 이중과세방지, 상사분쟁조정 및 청산결제 등 4대 경협 합의서는 국제 규범을 모방했지만 무용지물이 되었다. 경제협력이 정치적 화해를 가져온다는 유럽통합 방식의 기능주의(functionalism) 접근은 한계에 도달했다. 통일부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의도가 무엇이든 우리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일방적인 조처는 안 된다며 북측에 설명을 요구했으나 무응답이다.

 

셋째, 향후 금강산에는 남측을 대신할 투자 기업은 물론 관광객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의 금강산 현지 지도 뒤인 2019년 11월 “온 세상 사람들이 와 보고 싶어 하는 세계 제일의 명산은 명백히 북과 남의 공유물이 아니며, 북남 화해 협력의 상징적 장소도 아니다”며 “금강산을 우리 식으로 훌륭하게 개발할 것이고, 거기에 남조선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고 주장했다. ‘우리 식 개발’을 주장하지만 북한 경제는 금강산을 개발할 자금 여력이 없다. 막대한 자금을 투자할 국제 기업은 더더욱 없다. 찾아올 관광객도 없다.

 

북한이 중국 관광객을 유치해서 금강산 관광을 활성화시키려는 전략은 착각이고 오판이다. 금강산은 한국인이 애호하는 명산일 뿐이다. 금강산에 무관심한 중국인들이 교통도 복잡한 지역까지 대규모 관광을 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금강산의 고객은 남측 관광객 이외에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금강산엔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이산가족면회소도 있었는데 북한이 이들 시설을 일방적으로 철거함에 따라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국제사회의 비난 대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담대한 구상’을 밝히며 북한 비핵화에 당근을 제시하였다. 식량부터 금융까지 경제의 전 분야에 걸친 종합선물세트에 가까운 경제협력이다. 금강산 시설 철거는 북한의 비핵화 행동을 누가 담보하며 보장할 것인지 의문을 던진다. 민간기업과 약속한 관광사업조차 일방적인 철거로 계약을 파기하는 평양과 비핵화 논의를 추진하는 것은 참으로 지난한 과제다.

 

북측에 마지막 남은 우리 자산은 안동대마방직 등이 평양에 투자한 시설과 123개 기업이 개성공단에 건설한 공장들이다. 최근 개성공단 무단 가동과 자재 훼손 등이 위성사진을 통해 감지되고 있다. 남북 관계 최후의 보루인 개성공단 시설의 운명도 금강산 관광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투자한 기업인들은 노심초사한 모습이다. 2020년 300억원이 투자된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도 하루아침에 폭파되는 현실이니 걱정이 태산이다. 협상에서 입만 열면 큰소리치던 민족 공조는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평양은 답을 해야 한다. 김여정이 나서서 윤 대통령에 대해 인간 자체가 싫다는 등 인신공격만 하지 말고.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조선일보(22-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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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해금강호텔의 기구한 운명 

 

북한 김정은이 "싹 들어내라"고 명령한 남측 시설물 중 하나인 해금강호텔은 해상 호텔(floating hotel on the sea)이다. 금강산 해안가에 정박된 바지선 위(on a barge moored at the waterfront) 7층 건물에 객실 160실과 부대 시설을 갖추고 있다. 현대아산 소유지만, 현대에서 건설한 것이 아니다. 특이하고 기묘한 운명(bizarre and eerie fate)을 31년째 겪어온, 어찌 보면 기구하고 가련한 존재(hapless and wretched existence)다.

탄생은 화려했다
(be splendid)
. 세계 최초 해상 호텔로 1988년 문을 열었다. 호주의 개발업자가 무려 4000만달러를 들여(to the tune of $40 million) 싱가포르에서 건조해 호주 타운즈빌 해안에 띄운 전례 없는 호화 호텔(luxury hotel without precedent)이었다. 산호초 위에서 숙박을 하는 세계 최초의 시도(world-first attempt to have people staying on the coral reef)였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해볼 수 없는 경험이었다.

 

 

그런데 날씨가 문제였다. 열대성 폭풍 때문에 걸핏하면 걸어 잠가야 했다. 투숙객이 줄어들기 시작하면서(begin to dwindle) 운용 비용을 감당할(cope with operation costs) 수 없게 됐다. 초기의 신기함에도 불구하고(despite the initial novelty) 1년을 버티지 못했다. 베트남에 팔려가는 신세가 됐다. 바닷길 5000km 끌려가 사이공강(江) 어귀에 묶이고 나이트클럽을 간판으로 내건 '사이공 수상 호텔'로 개명됐다. 베트남전쟁 후 관광 호황을 타고 명소로 자리 잡는 듯했다.

 

하지만 8년을 넘기지 못했다. 경쟁에서 낙오하면서(fall behind the competition) 경영난에 시달리다(be financially strapped) 1997년 또 다른 주인에게 넘어가게 됐다(be offloaded to another owner)한국의 현대아산이었다. 그런데 다시 머나먼 바닷길로 끌려간 곳은 한국이 아닌 북한 금강산 해안가였다. 남북한 관계 해빙과 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play a significant role in the thawing and appeasement of their relations) 것이라고 했다. 남한 관광객들을 맞이하라는 임무를 받았다. 비로소 정착을 하고(cast its anchor) 제 몫을 하며 여생을 보내게 되는가 싶었다.

그마저 10년이었다. 2008년 또다시 예기치 못한 풍파를 만났다
(be caught by an unexpected storm)
. 관광객 박왕자씨가 경비병에게 사살당하는 (be shot dead) 불의의 사건(unforeseen incident)이 벌어져 금강산 관광이 전면 중단된(be suspended) 것이다. 이후 11년 동안 버림받은 채 거센 파도와 비바람을 무릅쓰고(brave wild waves and rainstorm) 견뎌야 했다.

그런데 엊그제 김정은이 "싹 들어내라"고 하면서 운명의 기로에 서게 됐다
(stand at the crossroads of its destiny)
. 출생은 세계 최초 해상 호텔이었으나 온갖 풍상을 겪다가(go through all sorts of hardships) 고철과 쓰레기 더미로 세상을 하직할(leave this world) 기구한 처지에 놓인 것이다.

 

-윤희영 편집국 에디터, 조선일보(19-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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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와 금강산 시설 철거 

 

홀로코스트 역사는 행동할 의지 보일 때 不正義 막을 수 있다는 것
금강산 시설 '쓸어버리면' 北 자산 동결·압류하는 채찍 보여줘야
 

 

지난주 미국 뉴욕, 워싱턴에 다녀왔다. 미국 지인이 홀로코스트 박물관은 꼭 가보라고 권유했다. 내가 너무 잘 알고 있는 홀로코스트에 대해 새로운 것을 찾아낼 수 있을지 궁금했다. 박물관 입구 현수막에는 '답변을 주는 곳이 아니라 질문을 제기하기 위한 곳이다'라고 적혀 있었다. 전시 자료 대부분은 홀로코스트에 대한 역사적 자료와 함께 미국 정부와 국민, 유럽 나라들의 정책을 재조명하고 성찰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었다.

1933년 나치가 정권을 잡은 후 처음 실행한 것이 유대인 상점에 대한 전국적 '보이콧 운동'이었다. 세계가 이를 묵인하자 나치는 더 나아가 유대인 재산을 강탈하거나 강제 매각했다. 국가 주도의 폭거가 감행되는데도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눈을 감았다.


1936
년 히틀러가 주최한 베를린올림픽 참가 문제가 큰 정치적 논점이 됐다. 올림픽 참가 자체가 나치의 유대인 탄압 정책에 대한 인정이라며 보이콧 주장도 나왔지만, 미국 등 대부분 나라는 '정치와 스포츠 분리'라는 명분 아래 선수단을 보냈다. 올림픽에 갔다 온 많은 미국인은 독일은 모든 것이 정상이고 사람들은 행복해 보였으며 유대인 탄압은 볼 수 없었다고 했다. 유럽 열강은 1938년 체코 땅 일부를 히틀러에게 넘겨주면서 유럽의 '영원한 평화를 만들었다'고 샴페인 파티를 열었다. 히틀러가 유대인의 시민권을 빼앗고 강제 추방 정책을 실시했으나 유대인을 난민으로 받아들이는 나라는 없었다. 미국 국회에선 유대인 어린이들만이라도 난민으로 받아들이자는 법안이 발의되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독일에서 추방된 유대인들을 태운 선박이 미국에 도착했다가 입항 승인을 못 받아 유럽으로 돌아간 일도 있었다. 1939년 2차 대전이 발발했을 때 미국의 최초 반응은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미국은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기습을 당하고서야 안일한 대응과 평화 우선에 기초한 고립주의 정책이 가져온 엄청난 결과를 절감했다.

홀로코스트 박물관은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과 동의할 수 없는 현상을 멈춰 세우기 위해 행동할 의지가 있다는 것(will to act)을 보여주는 일은 서로 다르다'고 했다. '히틀러 집권 초기 유대인들을 탄압하고 재산을 몰수하고 시민권을 빼앗을 때 미국이 강력히 규탄하고 제재를 가했더라면, 유대인들을 강제 추방했을 때 그들을 난민으로 받아들이는 강경한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역사는 어떻게 흘렀을까'라는 질문을 제기하는 것이 박물관 설립 목적인 듯 보였다. 박물관 출구 쪽에는 '부정의는 그것을 반대하여 행동할 의지를 보일 때만 극복할 수 있다'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지금 한반도의 흐름은 '나치 독일의 형성과 발전, 폭정, 2차 대전 발발과 몰락'의 순서를 밟고 있는 것 같다. 많은 사람이 우리 민족을 완전히 없애버릴 수 있는 김정은의 핵무기 앞에 공포에 질려 있다. 얼마 전 21세기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무중계·무관중·무취재 남북 축구 경기가 있었는데도 우리 정부는 변변한 공식 항의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니 김정은이 금강산 지역에 있는 한국의 재산까지 '싹 쓸어버리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정부는 '창의적 해법'으로 김정은의 폭정을 멈춰 세우고 우리 국민의 재산을 지키려 한다. 이 해법이 김정은 마음을 돌릴 수 있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김정은이 '창의적 해법'을 무시하고 폭거로 나간다면 우리도 '행동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북한은 남한의 대북 정책이 진보 정권 때는 당근을, 보수 정권 때는 채찍에 기초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진보 정권의 다른 한 손에 채찍도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얼마 전 미국 법원은 유엔 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 정부가 압류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네스트'호를 몰수해도 좋다는 판단을 내렸다. 미국 정부가 북한 자산을 공식 몰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박 매각 금액은 북한에 억류됐다가 석방 직후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유가족과 2001년 북한 감옥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진 김동식 목사의 유족에게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개인 재산권을 보장하는 각종 유엔인권협약 서명국이다. 북한이 강제로 우리 국민의 재산을 '쓸어버린다'면 국제기구와 국제법을 이용해 해외 북한 자산을 동결·압류·매각할 수 있는 소송, 결의안 상정 등 법적 투쟁도 불사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북한의 그릇된 행동을 보고만 있지 않고 그것을 멈춰 세울 능력과 의지가 우리에게 있음을 보여줄 때만이 통일로 가는 건강한 남북 관계를 만들 수 있다.

 

-태영호 前 북한 외교관, 조선일보(19-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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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의 '위험한 비즈니스'

 

1996년 남포공단, 2009년 중단된 금강산 관광, 2012년 북한에서 짐을 싼 중국의 시양그룹그리고 가장 최근 쫓겨난 이집트의 오라스콤까지..

 

상당한 위험 부담을 안고 시작한 대북사업은 대부분 그 '위험'을 고스란히 덮어쓴 채로 끝이 났다.
개성공단의 위기를 맞은 현재, 북한과의 비즈니스 어떤 식으로 마무리지어져 왔는지 살펴봤다.

 

북한, 기회의 땅? 위험의 땅? 

 

세계적 투자자 짐 로저스는 "할 수만 있다면 모든 돈을 북한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짐 로저스의 말대로 북한은 아직 가능성의 땅이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풍부한 자원과 경제적 가치가 쌓여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개혁과 개방만 이뤄진다면 중국처럼 폭발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보인다고 점찍는 이도 있다. 하지만 이런 부푼 꿈을 알고 선뜻 북한과 손을 잡기엔 아직 많은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북한의 체제는 폐쇄적이다 못해 기형적이고,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정권은 계약서도 보장할 수 없을 정도로 변덕스럽다우리의 남포공단, 금강산관광 뿐만 아니라 중국 시양그룹과 이집트의 오라스콤이 북한의 막무가내식 비즈니스에 두손 두발을 들고 결국 쫓기듯 짐을 쌌다. 얼마 전 피란민처럼 짐을 싸 내려온 개성공단의 모습이 불안하게 다가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대북(對北) 비즈니스 잔혹사

 

 

남포공단은 1996 대우그룹의 김우중 회장이 북한의 남포특별시에 세운 산업공단이다. 91년 소련의 붕괴, 남북 UN동시 가입 등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대우 김우중 회장이 김일성을 직접 만나 설득해 남포공단 사업을 추진했다. 96 5남한의 대우와 북한의 삼천리총회사가 합작한 회사가 주최가 되어 본격 가동한 남포공단은 가방과 의류같은 경공업 중심의 물품을 생산했다. 김우중 회장은 물품들을 유럽으로 수출해 공단을 더 크게 성장시키려 했다


하지만 지금의 개성공단과 마찬가지로 남북관계의 변화에 따라 노동자들의 입북이 불허되거나, 물량 반입에 차질 등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또한 훈련되지 않는 북한의 노동자들설비와 기계의 잦은 도난, 낮은 공장 가동률의 문제까지 쌓이자 1999년 김우중 회장은 남포공단으로부터 손을 뗐다. 김우중 회장은 인터뷰에서 "큰돈을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에 손해는 없었다"고 밝혔지만 100만평 규모의 공단에 들어간 인프라와 제반 시설, 물량들은 그대로 북한에게 넘어갔다.
 

 

 

금강산 관광 산업은 1998년 북한과 현대가 금강산 관광사업 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현대는 이 사업을 유치하는 댓가로 북측에 1200만달러를 지불하기로 했고, 그해 11 900여명의 승객을 태우고 금강산으로 가는 첫 배가 출항했다. 2001 해상관광 운영에 따른 높은 용선료와 초창기 과도한 투자로 인해 사업은 잠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한국관광공사가 참여하고 정부가 경비를 보조해주면서 2002년 부터는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그러나 200년 7월, 북한군이 쏜 총에 맞아 남한 측 관광객이 사망하는 사건을 계기로 금강산 관광은 중단되었다.

외화벌이가 급한 북한은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밝히려는 노력은 건너뛴 채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길 원했고 남한 측은 국민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은 불가하다고 판단했다. 좁히지 못하는 입장차를 확인하며 답보상태에 놓인 금강산 관광 사업은 2010년 북한이 돌연 우리 정부 측이 투자한 부동산를 몰수한다고 통보하면서 더 깊은 수렁에 빠졌다.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우리 측이 움직여주지 않자 북한의 금강산 관광 사업을  협박은 계속됐다.

2011, 북한은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사업 독점권을 취소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한다금강산 관광사업을 위해 현대아산이 투자한 금액은 발전소·호텔 등 금강산 주변 토지와 시설투자 등 총 7541억원이다관광공사·농협 등 외부 기관의 투자액 역시 1330억원에 이른다. 합의서에는 북한이 일방적으로 현대아산 시설물을 이용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북한은 우리 정부와 현대아산이 투자한 부동산 등을 무단으로 침입 사용하고 기물과 시설을 약탈했다. 그리고 이를 활용해 현재 남한을 배제한 채 독자적인 금강산 관광을 실시하고 있다.

 

 

 시양(西洋)그룹은 중국 500대 기업 중 하나로 굴지의 마그네사이트 가공회사이다. 이 회사는 2006 10북한 황해남도 옹진군에 있는 옹진철광에 대북투자를 결정했다. 철 함유량이 14%에 불과해 제철소 공급이 어려운 이곳의 철광석을 가공해 함유량 60% 이상의 고급품으로 만드는 선광 공장을 차리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 영봉연합회사와 합작 회사를 설립했다. 시양그룹이 설비와 자금을 대고, 북한 측은 토지와 광산을 현물로 출자해 각각 75% 25%의 지분을 갖기로 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1 4, 합작 회사는 공장 건설을 완료하고 시제품을 생산했다. 하지만 철 함유량이 67%에 이르는 고급 분광 3t가량을 만드는데 성공하자 북한은 태도를 바꿨다. 일방적으로 새로운 요구 사항을 제시하고는 이를 시양그룹이 받아들이지 않자 계약을 파기했다. 그리고 단전·단수 등의 조치를 취하며 압박하다 이들까지 모두 추방했다. 시양그룹 측은 북한이 중국 측 기술자 없이 북한의 근로자만으로도 분광을 생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모든 부담과 책임을 떠넘기고 자신들을 쫓아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시양그룹은 이 사업에 24000만위안( 430억원)을 투자해 철광석 선광(
選鑛)공장을 건설했지만, 투자금을 한 푼도 건지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당하고 쫓겨났다이후 시양그룹 회장은 중국 기업들의 북한 투자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집트 최대의 재벌이며, 아랍권에서 4번째로 큰 규모를 가지고 있는 오라스콤은 건설 기술과 정보 통신 기술을 위주로 사업을 하는 회사이다. 이 회사는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회사의 투자 성향대로 주로 다른 회사들은 비즈니스하기 꺼려하는 곳에 투자를 결정, 사업을 진행시켜왔다. 북한도 그 중의 한 곳이다.

2002년 룡천역 폭발사고로 중단되었던 북한의 이동통신 사업은 2008오라스콤이 75%, 북한 체신성이 25%의 지분으로 '고려링크'를 설립하면서 재개됐다북한이 체제 붕괴 우려에도 이동통신 사업을 진행한 이유에는 그만큼 재정에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애초에 오라스콤은 시리아·이라크·짐바브웨에서 해왔던 것처럼 이동통신 시설 기반이 약한 북한에서 재빠르게 사업을 키운 후 후발업체가 등장하면 사업체를 되팔고 이익을 남겨 철수할 계획이었다이동통신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는 북한에서 오라스콤이 휴대폰 사업 투자 수익금으로 벌어들인 돈은 65000만 달러(2015 6월 기준)이다.

하지만 북한이 외화 반출을 막아 수익금을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하게 됐다이 뿐만 아니라 북한은 오라스콤의 사업독점권이 만료되자 경쟁 업체 ''을 등장시켰다. 오라스콤의 사위리스 회장은 고려링크와 별의 통합 방안 등을 제시했지만 영락없이 빈손으로 쫓겨날 처지다. 오라스콤은 2014년 말 기준으로 북한 내부에 기지국 건설과 전화케이블에 투자한 돈은 약 8000만달러 정도이다.
 

 

1 들인 개성공단의 운명은? 

 

124개 입주 기업과 우리 정부·공공기관이 약 1조원을 투자한 개성공단은 6년 전 북측이 남측 자산을 동결·몰수한 금강산 관광 사업의 운명을 뒤따를 가능성이 커졌다.

 

 

폐쇄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북한은 개성공단을 가만히 보존하고 있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북한이 남측 자산을 몰수해 국제 관광 사업을 하고 있는 금강산처럼 개성공단도 자체 가동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개성공단을 자체 가동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본다. 안보 부서 관계자는 "우리가 전기·수도를 끊으면 개성공단은 무용지물"이라며 "전력난에 시달리는 북이 개성공단 하나 돌리려고 발전소를 새로 짓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자체 가동보다는 입주 기업들이 남기고 온 기계·설비와 원자재·완성품 등을 몰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일부 기계와 설비를 다른 공장으로 옮겨 사용할 수도 있다. 124개 입주 기업의 총 투자액은 5500억원이 넘는다. 도로, 정수장, 송·배전 설비 등에 정부와 공공 부문이 투자한 것도 4000억원에 가깝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북한은 돈이 될 만한 것을 모두 차지한 뒤 개성공단 자체를 아예 없애고 군부대를 주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구성=뉴스큐레이션팀, 조선일보(1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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