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날짜]
[전 부치기 좋아하는 사람?]
[이번 추석 정치인들이 가야 할 곳]
[추석 날짜] [전 부치기 좋아하는 사람?] [이번 추석 정치인들이 가야 할 곳]

8일 광주 서구 치평동 거리에서 개장한 상무금요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매주 금요일 상무시민로 일부 구간에서 열리는 상무금요시장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일자를 변경해 임시 개장했다. /연합뉴스
추석 선물용 배가 짙은 황색이 아니고 푸른빛이 살짝 남아 있었다. 깎아보니 역시 단맛이 떨어지고 과즙이 적어 좀 딱딱한 느낌도 들었다. 올해 유난히 추석 과일 맛이 떨어지는 것 같다는 얘기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추석은 예년보다 2주 정도나 빠르다. 올해 추석(10일)은 2014년 추석(9월 8일) 이후 가장 이른 추석이다. 들판의 벼도 아직 누런 빛조차 들지 않았다.
▶추석은 음력을 기준으로 쇠는 명절이라 날짜 변동 폭이 크다. 추분(9월 23일 무렵)을 전후로 빠르면 9월 8일(1976년, 2014년), 늦으면 10월 8일(1919년, 1938년)까지 올 수 있다. 윤달이 앞쪽에 가까이 있을수록 추석이 늦어지는데 올해는 그 반대여서 이른 추석을 맞은 것이다. 송편은 그해 수확한 쌀로 빚어야 제맛이라는데 올해는 어려울 것 같다.

▶우리나라의 공식 역법은 양력이다. 조선 말기인 1895년 음력 11월 17일을 양력 1896년 1월 1일로 바꾸면서 그레고리력을 공식 채택했다. 그로부터 126년이 지났다. 이제 실생활에서 음력을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은 음력의 원리도 모르고 관심도 없다. 실제로 알 필요도 없다. 그런데도 유독 ‘설(1월 1일)’과 ‘추석’은 음력을 쓰고 있다. 설날에 ‘오늘이 며칠이냐’고 물어보면 “1월 1일”이라고 답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추석은 한 해 농사를 끝내고 추수를 하는 것과 관계가 깊은 명절이다. 9월 10일은 추수하는 때가 아니다. 쌀 농사 추수 시기는 우리나라에서 언제나 10월 중순 전후다. 미국의 추석이 추수감사절이다. 미국은 추수감사절을 11월 넷째 목요일으로 정해 놓았다. 그때쯤이면 미국 많은 지역에서 추수가 끝난다. 매년 추수감사절은 일요일까지 4일간 연휴가 고정된다. 미국에서 보니 상당히 편리하고 합리적인 제도였다. 일본이 미국을 벤치마킹해 2000년 이른바 ‘해피먼데이’ 제도를 도입했다. 공휴일 일부를 월요일로 옮겨 토일월 3일 연휴를 만드는 것이다. 연휴는 소비 진작에 도움이 된다.
▶우리도 미국처럼 추수 시기의 특정 요일을 추석으로 정하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 본다. 예컨대 ‘10월 셋째 주 목요일’로 추석을 정하면 언제나 수목금토일 5일 연휴가 고정된다. 직장이나 개인 모두 편리할 것이다. 다만 ‘추석 보름달’은 볼 수 없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전통은 바꾸기 힘들고 우리 경우는 더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때로는 전통 고집보다 합리적인 길을 택하는 것이 좋은 경우도 있다.
-김민철 논설위원, 조선일보(22-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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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부치기 좋아하는 사람?
[신수진의 마음으로 사진 읽기]

이선민 '이순자의 집 2-제사풍경'
추석을 앞두고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가 차례상 표준안을 발표했다. 기본 차림에 대한 제안을 새로이 한 것인데, 핵심은 ‘간소화’였다. “너무 많은 음식을 차리지 않아도 된다”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은 차례상에 꼭 올리지 않아도 된다” 등의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니 무언가를 강제하는 말은 하나도 없다. 특히 ‘큰 예법은 간략해야 한다(大禮必簡)’는 선조들의 가르침을 인용해서 유교적 수칙이 부담스러웠던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말은 귀에 쏙 들어왔다. 이 내용을 전하는 기사의 타이틀은 ‘추석 차례상에 전 안 부쳐도 됩니다…’로 뽑혔다. ‘명절에 전 부치기’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소환하는 힘이 있다.
이선민 작가는 ‘여자의 집 II’ 연작에서 가족 구성원으로서 여성의 관점에서 명절이나 제사에 일어나는 일들을 기록하였다. 지글지글 기름에 음식이 익는 냄새가 온 집 안에 가득하게 퍼지기 시작한다. 평소보다 휠씬 많은 음식을 해야 하니 부엌에서만 조리를 할 수 없다. 하루 종일 허리도 못 펼 것이 예고된 ‘전’ 담당이 거실에 판을 벌이고 자리를 잡는다. 하나둘씩 가족들이 모이면 점점 집 안은 더 북적이게 될 것이다. 늦은 밤까지 누군가는 일을 계속하고 누군가는 놀 판을 벌이고 누군가는 지루하게 서성일 시간이 다가온다.
사진 속에 남성은 단 한 명, 저 멀리 방 안에 앉아 있다. 여러 명의 여성들이 제사를 앞두고 낮 시간에 모여서 먼저 음식 장만을 하고 있다. 작가는 프레임 안에 거실을 중앙에 두고, 안방과 주방이 모두 보이도록 카메라의 위치를 잡아서 이 집안의 주요 연례 행사를 떠받치고 있는 안주인의 노동 현장을 정면으로 마주하였다. 무표정에 가까운 얼굴과 펼쳐진 조리 도구들은 당연하다는 듯 희생을 강요받는 가족 내 여성의 역할에 대한 반성적 질문이었다. 핵가족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이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답을 찾는 것은 성균관만의 몫은 아니다.
갓 구워 따뜻한 전은 꿀맛이다. 조상님들 먼저 드셔야 하니 너무 많이 먹지 말라는 핀잔이 따라오면 더 맛나다. “차례의 의미는 조상을 기리면서 후손들이 친목을 도모하는 것”이라는 조언은 이제 우리에게 각자의 답을 찾아보도록 권하고 있다. 늘 하던 대로 하면 또 전 부치는 사람은 정해져 있으니까. 누군가의 희생이 아니라 가족의 이름으로 조상님께 감사를 드리고 사랑을 나누는 방법을 다시 찾아야 하는 것이다.
-신수진 예술기획자·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 조선일보(22-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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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 정치인들이 가야 할 곳

(좌) 국민의힘 새 비대위원장에 임명된 정진석(오른쪽) 국회부의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8일 중구 서울역에서 귀성객들에게 인사를 위해 이동하던 중 상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2.09.08 이덕훈 기자/(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추석 귀성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22.09.08 국회사진기자단
수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취재 현장이 있다. 세 모녀가 살던 서울 송파구 석촌동 반지하방도 그중 하나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세 모녀의 주식(主食)은 라면·빵이었다. 하나에 600원 하는 라면 개수까지 꼼꼼히 적혀 있던 가계부는 고단했던 삶을 짐작하게 했다. 세 모녀는 현금 70만원이 든 흰 봉투에 ‘주인아주머니께,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적고 세상을 떠났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벌써 8년 전이다.
이 사건 이후 이른바 ‘송파 세모녀법’이라 불리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긴급복지 지원법 개정 등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관련된 3개 법안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판박이 같은 사건이 최근 또 일어났다. 지난달 22일 경기도 수원시에서 60대 어머니와 40대 두 딸 등 세 모녀가 난치병 등에 시달리다 숨진 채 발견됐다. 수원의 세 모녀는 주소지와 거주지가 달라 사회 안전망에 포착되지 못했고, 복지 서비스 신청도 하지 않아 도움을 받지 못했다.
세 모녀 사건과 같은 비극이 있을 때마다 대통령부터 민생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해왔다. ‘송파 세 모녀’ 사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진정한 새 정치는 민생과 경제를 챙기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우리 정치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수원 세 모녀’ 사건이 알려진 다음 날 “복지 정보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그런 분들에 대해 어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며 “이런 일들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어려운 국민을 각별히 살피겠다”고 했다. 여야 정치인들도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 “국회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한 일은 주판알을 튕기는 야합이 아니라 민생 입법”이라고 했다.
이런 비극이 반복된다면 국민은 정치의 존재 이유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법안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은 이런 고민과는 동떨어져 있는 듯하다. 윤석열 정부 첫 정기국회가 시작됐지만, 여당은 비상대책위원회를 둘러싼 내분으로, 야당은 당 대표 검찰 수사 방탄으로 여념이 없다. 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국정조사를 동시에 하자며 추석 밥상 이슈 몰이를 하고 있다. 의원들은 정쟁을 하다가도 추석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재래시장이나 버스터미널, 기차역을 찾아 말로만 “민생”을 외칠 것이다.
그전에 지역구 내 ‘위기 가구’를 직접 찾아가 만나봤으면 한다. 복지 사각지대에서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하는 위기 가구는 2021년에만 무려 133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법안을 만드는 의원이 단 한 가구라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한다면, 더 촘촘한 복지 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국회에서는 여야가 우리 사회 가장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방법을 두고 치열하게 토론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게 바로 국민이 바라는 민생 국회, 민생 정당의 모습이다.
-이슬비 기자, 조선일보(22-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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