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제 외래어 ‘마타도어’]
[엉터리 한식 메뉴판]
한제 외래어 ‘마타도어’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일본에서는 외국에서 온 말이지만 그 뜻이나 형태가 변형되어 일본어에 편입된 외래어를 ‘화제(和製) 외래어’(해당 원어가 영어인 경우에는 ‘화제 영어’)라고 한다. 굳이 말하자면 일종의 귀화어(歸化語)라고 할 수 있다. 애프터서비스, 테이크아웃, 오픈카, 샐러리맨 등 모양새나 쓰임새가 원어와 약간 차이가 나는 정도의 말도 있지만 콘센트, 커닝, 미싱, 샤프, 베드타운, 뉴하프(여장 남성) 등 원어와는 전혀 다르게 변형된 말도 있다.
화제 외래어 중 특이한 사례가 ‘바이킹(バイキング)’이다. 일본에서는 뷔페식 식당을 바이킹이라고 부른다. 본고장 바이킹 후예들이 어리둥절해할 이러한 용례는 1958년 도쿄의 제국호텔에 문을 연 일본 최초의 뷔페식 레스토랑 ‘임페리얼 바이킹’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이 식당은 호텔 경영자가 북유럽 여행 도중 스모가스보드(smorgasbord)’라는 현지 식문화를 접하고 기획한 것인데, 식당 이름을 고민하다가 북유럽의 상징인 바이킹들이 호쾌하게 음식을 먹는 모습에 착안하여 바이킹으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이 식당이 큰 인기를 끌면서 바이킹이 뷔페식 식당을 의미하는 일반명사로 통하게 되었다는 에피소드가 알려져 있다.
한국에도 한제(韓製) 외래어에 해당하는 말이 있다. 바이킹보다도 특이한 사례가 흑색선전, 비방, 중상(中傷)의 의미로 흔히 쓰는 ‘마타도어’다. 마타도어는 스페인어 ‘마타도르(matador)’가 어원이라고 하는데, 마타도르는 스페인의 국기인 투우(鬪牛)에서 장검으로 황소의 급소를 찔러 최후를 장식하는 투우사를 말한다. 특이한 것은 스페인어는 물론 영어, 일본어 등 어떤 언어에서도 마타도어를 흑색선전의 의미로 쓰는 용례가 없다는 것이다. 어떠한 연유로 한국에서 그러한 뜻을 갖게 되었는지조차 불분명하지만, 갈수록 도를 더해가는 정치판의 거친 비방전을 보고 있노라면 마타도어만큼 한국 현실에 유용한 말도 없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주일대사관1등서기관, 조선일보(22-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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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한식 메뉴판
[외국인 조롱거리 '엉터리 한식 메뉴판' 바로잡는다]
Dynamic Stew가 동태찌개, Six Times가 육회…
음식명 입력땐 영어∙중국어∙일어 3개 국어 표준 번역 나오게 추진
13일 낮 12시 종로구 인사동 거리. 나란히 붙어 있는 한식당들의 메뉴 입간판을 번갈아 보던 한 홍콩 관광객이 같이 여행을 온 일행에게 "한글로는 같은 메뉴인 것 같은데 영어 표기는 다 다르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인사동에서 서로 20m도 떨어지지 않은 한식당 세 곳의 입간판에 적힌 된장찌개의 영어 표기는 전부 달랐다. 한 식당은 한국 된장을 일본 된장인 미소에 빗대 '미소 스튜(Miso stew)'라 썼고, 한 곳은 '된장'을 한글 로마자 표기로 적은 '된장 스튜(Doenjang stew)'라고 썼다. 옆 식당은 '소이빈 페이스트 스튜(Soybean paste stew)'라 적었다. 이것만 한국관광공사와 한식재단의 표기 방식에 맞는 표기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립국어원, 한국관광공사, 한식재단, 한국외식업중앙회 등과 함께 엉터리 외국어로 번역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혼란을 주는 한식 메뉴판의 번역 오류를 고치기로 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올 상반기에만 810만명에 달한다. 문체부가 지난해 1만29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외래 관광객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식도락 관광'에 참여한 비율(중복 응답)이 절반(47.4%) 가까이 된다.
하지만 국내 주요 관광지에 있는 한식당의 메뉴 표기가 제각각이라 외국인들이 음식을 고를 때 큰 불편을 겪는다. 'Beef Tartare'인 육회를 'Six Times', 'Pollack Stew'인 동태찌개를 'Dynamic Stew'로 잘못 번역해 외국 관광객의 웃음거리가 되기도 한다. 'Beef Bone Soup'로 써야 하는 곰탕을 'Bear Tang'으로 번역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순천향대 산학협력단이 한국관광공사에 제출한 '한식 메뉴 외국어 표기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시내 주요 관광지에 중국어 메뉴판이 있는 한식당 192곳 중 33.9%(65곳)는 1개 이상의 메뉴에 심각한 오역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어 메뉴는 식당 230곳 중 21.3%(49곳), 일어 메뉴는 235곳 중 21.7%(51곳)의 식당이 한식 이름을 오역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관광공사는 공사 홈페이지에 있는 '관광용어 외국어 용례 사전'을 통해 음식·숙박·쇼핑·교통 등 8가지 분야의 한글 명칭을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 간체자와 번체자로 바르게 번역하는 법을 알려준다. '한식'의 경우 밥과 죽, 면, 국·탕, 찌개, 전골 등 10여 종으로 나눠 2300여 개의 음식 메뉴 표기법을 알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또 네이버 등 검색 포털 사이트와 협력해 검색창에 음식 이름을 입력하면 영어·중국어·일본어 등 3개 국어로 된 표준 번역이 나오게 할 방침이다.
이태희 경희대 관광학과 교수는 "외국인들의 실소를 자아내는 엉터리 메뉴 한 줄이 우리나라의 관광 경쟁력을 얼마나 깎아내리는지 일선 음식점 업주들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정부도 지원을 통한 지속적인 계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채성진/장형태 기자, 조선일보(1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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