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퇴사’]
[분노를 지우면 그 안에 외로움이 있다]
‘조용한 퇴사’] [분노를 지우면 그 안에 외로움이 있다
“방금 회사를 그만뒀어. 밤 9시까지 일하고 5시간밖에 못 쉬었어. 회사는 정말 날 힘들게 해.” 팝스타 비욘세의 7집 앨범에 수록된 ‘브레이크 마이 솔(Break my soul)’의 가사다. CNN은 이 노래를 ‘대퇴직 시대(Great Resignation)에 대한 찬가’라고 보도했다. 2020년 코로나 사태 후 미국에선 매달 400만명이 넘는 직장인이 자발적으로 사표를 던져 ‘대퇴직 시대’라는 이름이 붙었다.

▶재택근무 탓에 직장 소속감이 옅어지고, 일과 삶의 경계가 흐려져 근로자들이 인생을 되돌아보게 된 것이 주원인이라는 사회심리학적 분석이 많다. 두둑한 실업수당 때문이라는 경제적 분석도 있다. 미국 정부가 코로나 대응을 위해 뿌린 실업수당 7000억달러(약 980조원) 덕에 매달 3000달러 넘는 공돈을 받게 되자 일자리의 가치를 재평가하게 됐다는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은 “팬데믹이 근로자들로 하여금 형편없는 일자리에 계속 매여 살아야 하는지 자문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문제는 코로나 거리 두기가 끝났는데도 근로자들이 직장으로 복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 미국에는 비어 있는 일자리가 1000만개가 넘는다. 스타벅스가 종업원 시급을 14달러에서 17달러로 올리는 등 구인난은 임금 상승을 낳고, 인플레이션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게다가 최근엔 MZ세대 직장인들 사이에서 ‘딱 받는 만큼만 일한다’는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 현상이 확산해 기업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조용한 퇴사’란 진짜 회사를 때려치우는 게 아니라 시키는 일만 하고 초과 근무는 거부한다는 ‘심리적 퇴사’를 의미한다. ‘대퇴직 시즌2’인 셈이다. 미국 갤럽 조사에서 직장인 50%가 ‘조용한 퇴사자’라는 충격적 결과가 나왔다. “번아웃(탈진)을 막고자 삶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는 행태”(영국 BBC)라거나 “근로자와 고용주가 서로 멀어지는 현상”(갤럽)이라는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MZ세대 직장인 75%가 이미 한 번 이상 이직 경험을 가진 한국 직장에서도 ‘조용한 퇴사자’가 많을 것이다.
▶기업마다 조용한 퇴사자의 확산을 막느라 비상이 걸렸다. 미국 고용주들이 찾은 자구책은 ‘조용한 해고(Quiet firing)’다. 연봉 동결, 승진 배제, 업무 지휘 제외 등의 방법으로 압박해 ‘조용한 퇴사자’를 실제로 퇴사하게 만드는 것이다. ‘눈에는 눈’인 셈이다. 한쪽에선 구인난, 다른 한쪽에선 해고가 일상인 전례 없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 ‘일’에 대한 정의 자체가 흔들리는 시대가 됐다.
-김홍수 논설위원, 조선일보(22-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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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를 지우면 그 안에 외로움이 있다
[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인간을 점점 만나기 싫어집니다. 주위에 3~4명만 있으면 될까요?”란 질문을 들었다. 우스개로 “3~4명이면 너무 많지 않나요? 양보다 질이죠. 한 명만이라도 제대로 있다면 충분합니다”라 답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풀렸지만 ‘셀프 거리 두기’를 유지하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코로나 전에는 뭉쳐 사는 것이 당연하다 싶었는데 포스트 코로나 시기를 경험하면서 ‘거리 두기 삶’이 자기에게는 더 맞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 이들을 자주 보게 된다.
마음이란 시스템에 모순적인 특징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자유와 연결이란 욕망의 공존이다. 자유와 ‘타인과의 연결을 통한 친밀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면 최상이지만 일시적 경험으론 가능해도 지속되긴 어렵다. 예를 들면 축구 경기처럼 공동의 목표를 향해 팀워크를 발휘할 때 자유와 동지애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조직이든 시간이 지나면 갈등과 불협화음이 생기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서로 다른데 가까워지니 부딪침이 발생하는 것이다.
요즘 외롭다는 사람보다 ‘화’를 참지 못해 힘들다는 이들이 더 많다. 꼭 누가 미워서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분노가 2차 감정 반응인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배가 고파도 화가 나는 경험을 한다. 불안이나 외로움 같은 여러 감정이 분노 반응으로 전환될 수 있다. ‘관계 불만족’이 분노 반응을 증폭시킨다는 최근 연구가 있다. 고립된 외로움을 느끼면 상대적으로 작은 자극에도 분노 반응이 크게 일어났고, 실제로 뇌 안에서 분노를 담당하는 영역의 크기도 증가했다는 것이다.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뇌를 가진 구성원이 많은 조직은 관계 갈등이 증가하고 업무 협력도 어려워진다.
직장 내 구성원 간에 ‘친밀한 관계’가 존재할 때 생산적이고 창의적이며 협업도 잘 이루어지는 것으로 되어 있다. 개별적 자유로움을 중시하는 시기이지만, 그만큼 외로움을 더 느끼기 쉽고 그 외로움은 분노 반응의 증가와 업무 몰입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친밀한 관계 형성이 업무에 도움이 되지만 숙제처럼 접근하면 마음에 저항이 생긴다. 자연스럽게 조직 내 친밀한 연결을 늘릴 수 있는 방법으로 ‘유사점’ 찾기가 있다. 오랜 시간 우정을 지속시키는 요소로서 초기 만남에서 서로의 유사성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는 연구가 있다. 그래서 조직에 새로운 구성원이 들어왔을 때 전공 영역 등 드라이한 정보만 공유하지 말고 취미 같은 개인의 삶의 구체적 내용을 최대한 화려하게 소개하는 것이 유사점 찾기에 도움이 되어 친밀한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된다.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 사생활의 침범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직장 내 무관심에 따른 외로움은 업무량 이상으로 번아웃의 직접적 원인이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조선일보(22-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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