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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피해 예방 위해 ‘조건부 석방제’ 검토해볼 만하다] ....

뚝섬 2022. 9. 22. 06:21

[스토킹 피해 예방 위해 ‘조건부 석방제’ 검토해볼 만하다]

[스토커 96%가 구속 면해, 법원과 검경이 참극 방조한 것]

['남자 목소리 앱']

 

 

 

스토킹 피해 예방 위해 ‘조건부 석방제’ 검토해볼 만하다 

 

'신당역 살인사건' 피의자 전주환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철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공동취재) 2022.9.21/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여성 역무원 피살 사건 이후 여러 가지 스토킹 재발 방지 대책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스토킹 사건을 전수 조사하겠다고 했고, 법무부는 스토킹 범죄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적용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은 무엇보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조건부 석방제 도입해 일정 조건으로 구속을 대체할 필요가 있다는 대법원의 제안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이 제도는 구속영장 단계에서 주거 제한, 위치 추적 장치 부착, 피해자 접근 금지, 보증금 납부 등의 조건을 붙여 피의자를 석방하되 이를 어길 경우 구속하는 것이다. 사실상 ‘조건부 구속영장제’나 마찬가지다.

 

이번 사건에서 스토킹에 시달리던 피해자는 작년 10월과 올 1월 두 차례 가해자를 고소했다. 작년 10월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판사는 “주거가 일정하고 도주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경찰은 2차 고소 때는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영장을 신청하지 않았고, 결국 참극이 발생했다. 현행법상 구속 요건은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있을 때’로 정해져 있다. 결정도 구속·불구속 하나만 가능하다. 구속 요건 범죄의 중대성, 재범 위험성은 참고 사항일 뿐이다.

 

피해자의 1차 고소 때 가해자는 주거가 일정했고, 혐의 내용을 인정하는 상태였다고 한다. 판사가 재범 위험성을 너무 가볍게 본 측면은 있지만 법 규정이 그러니 모든 게 판사 탓이라고 비난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만약 조건부 석방제가 있었다면 판사는 주거 제한, 위치 추적 장치 등 각종 제한을 붙였을 가능성이 있고, 이는 어느 정도 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작년 10월 스토킹 처벌법 시행 후 올 8월까지 스토킹 혐의로 입건된 7152명 중 구속된 사람은 4% 선인 254명에 불과했다. 입건된 사건 혐의가 가벼운 것도 있겠지만 구속·불구속 판단이 애매해 수사기관이 아예 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경우도 상당수일 것이다. 조건부 석방제가 있다면 수사기관에서도 피해자 보호가 최우선인 스토킹 범죄에 대해선 이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판사들도 구속에 대해 느끼는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다.

 

제도 도입으로 수사기관들이 구속에 매는 관행을 바꿀 수도 있다. 구속은 유무죄 판결이 아니라 수사를 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런데도 그동안 검찰이나 경찰은 마치 구속이 유죄 판결인 것처럼 행동해왔다. 이미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조건부 석방제’를 시행하고 있다.

 

-조선일보(22-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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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커 96%가 구속 면해, 법원과 검경이 참극 방조한 것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회의실 앞 복도에 신당역 역무원 피살사건 피해자 추모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공동취재) 2022.9.1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여성 역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법무부가 스토킹 범죄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적용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스토킹 범죄는 피해자가 동의해야 공소를 제기할 있다. 나름 일리는 있지만 부작용이 컸다. 앞으로는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살펴보면 스토킹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해 보다 정교한 제도적 개선과 현장의 실천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스토킹에 시달리던 피해자는 작년 10월 가해 남성을 고소했다. 그래도 스토킹을 멈추지 않자 지난 1월 그를 다시 고소했다. 가해자의 처벌을 두 차례에 걸쳐 적극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피해자의 처벌 의사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고소 이후 1 가까이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본질적인 문제였다. 작년 10월 가해 남성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법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도주할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영장이 기각됐다는 이유로 2 고소 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경찰도 문제였다. 300여 차례 전화와 메시지를 남기면서 스토킹 범죄를 저질렀고 만남에 응하지 않으면 협박까지 했기 때문에 언제든 강력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었다. 피해자의 신변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타성적인 판단을 한 것이다.

 

현재 스토킹 범죄에서 가해자를 구속해 피해자와 조기에 분리시키는 경우는 매우 적다. 작년 10월 스토킹 처벌법 시행 후 올해 8월 말까지 스토킹 혐의로 입건된 7152명 가운데 구속된 사람은 254명에 불과했다. 스토킹 가해자 100명 중 96명 이상이 피해자 주변에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범죄의 경중에 상관없이 무조건 구속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보듯 가해자의 인권만을 내세워 스토킹을 경범죄 다루듯 하는 경향이 법원과 검경에 있다. 여성 대상 범죄인 데이트 폭력 범죄 역시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검거된 가해자 7131명 중 구속된 인원은 125명에 불과했다. 법원과 검경이 여성 대상 범죄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면 어떤 법도, 어떤 대책도 효과를 없다.

 

-조선일보(22-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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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목소리 앱'

 

혼자 사는 여성이 인터넷 설치 기사를 불렀다.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걱정하던 이 사람은 파 한 단을 사 들고 귀가했다. 기사가 오기로 한 시각에 맞춰 부엌에서 파를 썰기 시작했다. 아무리 여자 혼자라 해도 칼을 들고 있으면 별일 없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눈물을 훔쳐가며 파 한 단을 다 썰고 난 뒤에야 설치 작업이 끝났다. 인터넷에 실제 경험담이라며 올라온 이야기다. 이 블로거는 "모든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며칠 전 서울 한 주택가에서 30대 남자가 혼자 사는 여성의 집에 뒤따라 침입하려다 미수에 그친 영상이 공개돼 많은 여성의 분노와 공포를 자아냈다. 남자는 복도 벽 뒤에 숨어 있다가 여자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문이 닫히기 전에 따라 들어가려다 실패했다. 손잡이도 돌려본다. 이와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들은 인터넷에 경험담을 올리며 '침입 미수'가 아니라 '강간 미수'라고 성토한다.

 

▶혼자 사는 여성들은 범죄에 항상 노출돼 있다는 불안에 떤다. 택배 주문을 할 때는 '육만춘'이나 '추득만'처럼 범상치 않은 남자 이름을 쓰라며 인터넷에 '강해 보이는 남자 이름' 목록도 돌아다닌다. 현관에 붙이는 '아기가 자고 있어요. 초인종 NO, 택배는 두고 가세요'란 스티커는 원래 말 그대로의 의미였는데, 요즘엔 가족이 있는 것처럼 보이려는 용도로 더 인기다. 집 안에 남자가 있는 것처럼 남자 목소리를 내주는 앱, 여자 목소리를 남자 목소리로 변조해 주는 초인종도 나왔다. 멧돼지 피해를 보는 농가에서 호랑이 울음소리를 밤새 틀어 놓거나 동물원에서 호랑이 똥을 얻어다가 밭에 뿌린다더니, 치한 퇴치에도 아이디어 속출이다.

 

▶2000년대 120여명의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받고 복역 중인 '대전 발바리' 역시 주로 혼자 사는 여성들을 노렸다. 그는 가스 검침원, 보일러 수리공, 우유 배달원이라고 피해자들을 속여 현관문을 열게 했다. 당시엔 CCTV가 지금처럼 많지 않아 최초 범죄 시점부터 검거까지 8년이나 걸렸다.

 

▶작년 우리나라 1인 가구는 574만 가구로 전체 가구 수의 30%에 육박한다. 이 중 절반가량인 284만 가구가 여성 1인 가구다. 2005년 17만 가구에 불과했던 것이 16배 넘게 늘었다. 통계청은 혼자 사는 여성의 수가 2025년 320만 가구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여성 1인 가구와 노인 가구는 앞으로도 계속 늘 것이다. 이들이 마음 편히 살 수 있어야 한다. 

 

-한현우 논설위원, 조선일보(19-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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