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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티켓 증후군] [결혼이 특권층의 전유물이 되면] ....

뚝섬 2022. 9. 21. 10:16

[황금 티켓 증후군] 

[결혼이 특권층의 전유물이 되면] 

['결포(결혼 포기) 세대']

 

 

 

황금 티켓 증후군

 

1960년대 영국 동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등장인물인 초콜릿 회사 사장 윌리 웡카는 초콜릿에 황금 티켓 다섯 장을 무작위로 끼워 파는 이벤트를 연다. 초콜릿을 사 먹다 운 좋게 이 티켓을 뽑는 어린이에겐 신기한 공장을 견학할 기회를 준다고 했다. ‘행운을 잡아보라’는 취지는 변질된다. 부모가 초콜릿 사재기를 하고 초콜릿 포장을 빨리 깔 사람까지 고용한 부잣집 아이들이 대부분 티켓을 차지한다. 돈으로 운까지 끌어올리는 사회를 풍자한 동화였다.

 

▶동화가 인기를 끌면서 영미권에선 ‘황금 티켓’이 열망하는 무언가를 단숨에 거머쥐게 해주는 수단을 은유하는 말로 자리 잡았다. 소매상들이 여는 경품 이벤트 등에서 자주 쓰여온 이 말이 1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국경제 보고서’에 등장했다. 명문대 진학, 대기업 정규직 취업에 집착해 극도의 노력을 쏟아붓고 이에 성공하면 실제로 큰 이득을 볼 수 있는 한국적 현상을 ‘황금 티켓 증후군’이라고 표현했다.

 

▶명문대 학력 같은 ‘간판’에 대한 한국인의 집착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학력이 가져다주는 득이 그만큼 커서일까. 학부 졸업장이 맘에 들지 않으면 학력 업그레이드만을 목적으로 대학원에 가는 이들도 적지 않다. 사회인을 위한 특수대학원이 한국엔 700 넘게 있다. 이런 나라는 드물다. 인터넷에서 인물을 검색하면 이름·소속 다음에 학력이 뜰 정도로 한국인은 학력·학맥·학벌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한국만 출신 학교를 따지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세상을 뜬 일본 기업인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회장의 원칙은 “신제품 아이디어는 와세다, 영업 전략은 지방대, 문제 파악은 도쿄대 출신이 잘한다”였다고 한다. 미국도 아이비리그 명문대 출신이면 득을 본다. 하지만 한국처럼 명문대 졸업장이 인생 전체를 바꿀 ‘황금 티켓’이라 믿고 목숨 걸고 달려드는 풍토의 사회는 별로 없다.

 

▶1993년 조선일보엔 ‘선보는 자리에서 학벌 타령 하는 저질 결혼 문화가 한심하다’는 독자 투고가 실렸다. 워싱턴포스트는 2014년 ‘명문대에 가기 위해 명문초·중·고를 나오고 그래야 좋은 일자리와 배우자를 얻는 사회’라고 한국을 묘사했다. 이젠 OECD까지 개선이 필요하다고 한다. 학력만이 아니다. 고시 합격증은 한번 따면 평생 먹고살게 해주는 황금 티켓이라고 한다. 의사·변호사 등 진입 장벽을 만들어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문직이 한둘이 아니다. 부모들은 황금 티켓을 자식에게 쥐여주려 모든 희생을 다 한다. 저출산 부르는 사회아닌가.

 

-김신영 기자, 조선일보(22-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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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 특권층의 전유물이 되면

 

[터치! 코리아]

소득·재산·학벌·외모 안되면 연애도 결혼도 어려운 세상
가정 꾸릴 기본권 박탈 당한 청년들의 분노와 좌절 어쩌나
 

 

백수나 다름없이 지내던 대학 시절, 무라카미 하루키 유의 냉소주의에 심취해있던 친구가 어느 날 자취방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다 문득 이런 얘기를 했다. “요즘 내가 제일 존경하는 사람이 아빠야. 생각해 보면 아빠는 연애도 하고, 취업도 하고, 결혼도 해서 나를 낳았잖아? 나는 하나도 제대로 못 할 것 같은데 말이지.”

 

다들 불안한 청춘이었으니 이런 한탄이 엄살만은 아니었겠지만, 결국 그 친구는 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하고 결혼해 아들 둘을 낳아 그럭저럭 산다. 맞벌이로 서울에 아파트도 장만했다. 이렇게 사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고, 약간의 노력과 운이 있으면 누구나 가능하던 시절이었다. 1990년 기준으로, 1975년생 남성이 45세까지 미혼으로 남아 있을 확률은 1.5%밖에 되지 않았다. 같은 나이의 여성은 0.93%로 더 낮았다.(‘생명표 기법을 통한 미혼남녀의 사망력과 생애미혼율 추정’.)

 

‘한국 사회’라는 이름만 같을 뿐 지금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2020년 현재 30대 남성 중 50.8%, 30대 여성 중 33.6%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산다. 이들 중 상당수는 죽을 때까지 미혼으로 남는다.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생애 미혼율은 2025년 20.7%, 2035년 29.3%로 전망된다. 여성은 12.3%, 19.5%다. 2035년 무렵엔 남성 셋 중 한 명, 여성 다섯 중 한 명이 평생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산다는 뜻이다.

 

시대상의 변화에 따라 결혼과 출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농경 사회에선 자식을 노동력을 제공하고 노후를 부양해 주는 ‘자산’으로 여겼다. 지금은 키우는 데 힘과 돈은 많이 드는 반면 특별한 보상은 없는 ‘부채’로 인식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경제력 향상과 기술 발달 덕분에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것도 충분히 선택 가능한 삶의 한 방식이 됐다.

 

문제는 비자발적으로 연애와 결혼 시장에서 밀려나는 사람들이다. 특히 남성들에게서 이런 경향이 뚜렷하다. 2018년 조사에서 결혼하지 않는 주된 이유로 ‘소득이 적어서’를 꼽은 사람이 남성 15%, 여성 2.6%였다. 35~39세 남성 미혼율이 대학원 이상 학력자는 17.8%, 고졸 이하는 43.6%다. 연애와 결혼이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 재산, 집안, 주거, 학벌, 직업, 외모 요건을 갖춘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돼가고 있다.

 

나이가 들면 짝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자손을 낳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지만, 동시에 기본적인 인권의 문제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인류의 역사가 이 권리를 보다 자유롭고 평등하게 누리려는 투쟁의 과정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세계인권선언은 “성인 남녀는 인종, 국적 또는 종교에 따른 어떠한 제한도 없이 혼인하고 가정을 이룰 권리를 가진다. 가정은 사회의 자연적이고 기초적인 단위이며, 사회와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많은 청년이 이 권리를 행사할 기회를 사실상 박탈당했지만, 개인의 능력 부족으로 인한 도태로 취급될 뿐 누구도 진지하게 관심 갖지 않는다. 투표권 가진 사람 중 10~20%가 실제로는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어도 세상이 이토록 무관심했을까.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연애와 결혼 시장에서 밀려나 평생 홀로 사는 사람 대부분은 체념하고 적응하며 살아가겠지만, 일부는 좌절과 분노에 휩싸여 체제를 조롱하고, 원망하고, 공격할 것이다. 악화하는 남녀 갈등이나 ‘설거지남’ ‘퐁퐁남’ 같은 신조어들이 그 전조라는 예감이 든다.

 

-최규민 기자, 조선일보(21-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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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포(결혼 포기) 세대'

 

후배 한 사람이 어제 "4년 반 사귄 이와 결혼한다"며 찾아왔다. "같이 커 나가고 싶은 사람을 만났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면서 살겠다"는 다짐을 곱게 접은 옥색 청첩장에 담았다. 후배는 1985년생, 예비 신부는 두 살 연상이란다. 흔히 말하는 '에코 세대'다. 1979~1985년생으로 한 해 70만명쯤 태어났다. 1955~1963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부모에게서 바통을 이어받아 메아리치듯 자식을 많이 낳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인구 메아리는 잦아들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요정 '에코'의 운명 같아 섬뜩할 정도다. 여신 헤라는 에코에게 "남이 말한 뒤에 말할 수는 있으나 남보다 먼저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저주했다. 에코는 시름시름 앓다 뼈와 살이 모두 사라지고 목소리만 남게 됐다고 한다. 1996년 69만1000명 정도이던 한국 신생아는 2001년 50만명, 2002년 40만명으로 줄더니 작년엔 35만7000명대로 내려앉았다. 올핸 30만명 선도 무너질 수 있다고 한다. 

 

▶어제 본지에 일본 '결포 세대' 얘기가 실렸다. 2015년 일본 남성 35%, 여성 24%가 독신으로 30대 후반을 맞았다고 한다. 결혼을 포기한 중년 독신을 일컫는 '아라포 세대'란 조어도 생겼다. 40세 근처를 뜻하는 '어라(아라)운드 포티'를 줄인 말이다. 남 얘기가 아니다. 우리도 이미 2015년 20~49세 여성의 37%가 독신이다. 지난 2000년엔 27%였다. 작년 결혼 26만4500건은 인구 1000명당 5.2건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다.

 

▶'한국 소멸' 사태를 막으려면 비혼(非婚), 만혼(晩婚) 인구부터 줄여야 한다는 분석이 있다. 서울대 이철희 교수가 2016년 배우자 있는 여성을 따로 조사했는데, 평균 아이 2.23명을 낳아 2000년 1.7명보다 오히려 더 많아졌다고 했다. '결혼→출산' 고리만큼은 더 탄탄해졌다.

처녀·총각이 결혼을 꺼리는 이유가 점점 더 많아지고 강해진다는 게 심각한 문제다. 본지 '저출산' 취재팀이 만난 30~35세 비정규직 미혼 남성들은 "서울에서 살려면 전세도 2억원 이상 된다. 그걸 언제 모으나"라고 한탄했다. 번듯한 기업에 정규직으로 들어가기도 하늘의 별 따기다. 청년 실업률은 갈수록 치솟는다. "요즘은 돈 있는 집 자녀만 결혼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결혼이 특권이 되면 그 나라는 희망이 없다.

 

-박은호 논설위원, 조선일보(18-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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