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중범죄자 49명 송환… 한국판 ‘콘에어’ 작전] [황제 도피] ....

뚝섬 2025. 9. 5. 06:03

[중범죄자 49명 송환… 한국판 ‘콘에어’ 작전]

[황제 도피]

[인터폴 한국인 총재]

 

 

 

중범죄자 49명 송환… 한국판 ‘콘에어’ 작전

 

3일 오전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서 전세기 한 대가 이륙했다. 기내에는 주황색 티셔츠에 영문 이름이 새겨진 명찰을 단 한국인 범죄 피의자 49명이 탑승했다. 한국 경찰은 피의자들에게 한 명씩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고 수갑을 채웠다. 영토로 간주되는 국적기 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한 것이다. 한국판 ‘콘 에어’로 불리는 역대 최대 피의자 송환 작전의 막이 오르는 순간이었다.

기내에는 피의자의 2배가 넘는 124명의 경찰이 탑승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중앙에 피의자를 두고 양쪽에 경찰이 앉았고, 화장실 갈 때도 동행했다. 포크와 나이프 없이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가 식사로 나왔다. 승무원 8명은 모두 남성이었고, 필리핀 이민청 직원 12명과 경찰병원 의료진 2명도 동행했다. 경찰은 테이저건도 지참했지만 다행히 사용할 일은 생기지 않았다. 비행 4시간 만에 인천공항에 도착한 피의자들은 대기하던 버스에 올라 관할 경찰서로 이송됐다. 경찰은 체포영장 후 48시간 내 구속영장을 신청해야 하는 만큼 신속하게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이날 송환된 피의자들은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른 후 필리핀으로 도주했거나, 필리핀에서 한국인 대상 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는다. 조직 폭력,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 보이스피싱, 횡령 등 혐의도 가지각색이다. 경찰은 이들로 인해 국민 1322명이 총 605억 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49명 중 45명이 인터폴 적색수배 대상 흉악범이다. 송환 피의자 중에는 기업에서 200억 원을 횡령하고 무려 16년 동안 필리핀에서 숨어 지냈던 60대도 있었다.

 

▷콘 에어는 ‘수형자를 태운 비행기(Convict Airplane)’의 줄임말로 미 법무부 산하 연방보안관실(USMS)에서 운영하는 수형자 항공 이송 시스템을 뜻한다. 1997년 개봉한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 덕분에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한국에선 2017년부터 경찰이 전세기를 동원한 우리 식 ‘콘 에어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 한 번 전세기를 빌리는 데 예산 1억 원가량이 들지만 일반 송환 절차가 길게는 몇 년씩 걸리다 보니 생각해 낸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여전히 매년 1000명 안팎이 해외로 도피하는데 송환되는 인원은 절반 남짓에 불과하다.

▷전세기까지 띄울 정도로 세계 곳곳에서 데려올 범죄 피의자들이 늘었다는 건 씁쓸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최근 중국,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거점으로 진행되는 한국인 대상 범죄는 갈수록 대담해지고 교묘해지고 있다. 이번 작전을 통해 범죄자들이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전세기 운용에 들어간 국민 세금이 제값을 하는 셈이다.

 

-장원재 논설위원, 동아일보(25-09-05)-

______________

 

 

제 도피

 

검찰청사 ‘단골손님들’ 사이에 떠도는 불문율 중 하나가 일도(一逃) 이부(二否) 삼백이다. 일단 걸리면 튀고, 잡히면 부인하고, 그것도 안 되면 ‘백(back)’을 쓰라는 것이다. ‘일도’ 중에서도 으뜸은 해외 도피다. 하지만 성공으로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서울 강남 부유층을 상대로 모은 곗돈 수십 억원을 들고 2009년 해외로 도피한 60대 여성도 돈에 쪼들려 8년 만에 자진 귀국했다. 여러 나라 전전하다 재산을 탕진했다고 한다.

 

▶개중엔 호화 도피 생활을 하는 이들도 있다. 2010년 조세포탈죄로 재판을 받다가 해외로 도피한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은 뉴질랜드에서 한동안 호화 생활을 누렸다. 호화 요트를 타고 낚시를 즐겼고, 카지노에도 VIP 회원으로 출입했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의 압박에 결국 4년 만에 귀국해 교도소에 수감됐다. 그는 벌금을 노역으로 때우려다 ‘황제 노역’이란 비난이 일자 224억원의 벌금을 완납하기도 했다. 낼 돈 다 낸 셈이다.

 

▶붙잡히지 않는 경우도 있다. 2007년 횡령 혐의로 재판받다가 도피한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4조원대 다단계 사기 사건을 저지르고 2008년 중국으로 밀항한 조희팔 등이다. 그런데 두 사람도 끝이 좋지 않았다. 여러 나라를 거쳐 에콰도르에 정착한 정 전 회장은 가짜 신분증을 사용하며 추적을 피했지만 결국 도피 11년 만에 숨졌다. ‘외국인 무연고자 사망’으로 처리됐고, 장례 비용은 약 100만원이었다. 조희팔도 도피 3년 만에 중국 호텔방에서 심근경색으로 숨졌다고 한다. 언제든 잡힐 수 있다는 불안이 있었을지 모른다.

 

▶쌍방울그룹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지난 5월 해외로 도피한 김성태 전 회장이 여성들을 자기 도피처로 수차례 오게 했다고 한다. 조폭 출신이자 쌍방울 실소유주로 알려진 그가 회사 직원에게 연락해 서울 강남의 고급 유흥업소, 이른바 ‘텐프로’ 룸살롱 여성 종업원을 보내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한식과 횟감을 공수해 먹기도 했다고 한다. 상상을 넘는 ‘황제 도피’다. 검찰로선 농락당하는 기분일 것이다.

 

▶검찰은 그의 여권을 무효화하고 인터폴에 적색 수배를 요청했다. 해외 도피 사범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사실상 이것밖에 없다.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지 못하게 한 뒤 그물 망을 쳐놓고 걸려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니 가짜 신분을 사용하거나 외진 곳에 숨으면 잡기가 쉽지 않다. 김 전 회장도 그걸 모를 리 없다. 검찰은 다른 수단을 찾아야 한다. 김 전 회장 도피의 결말은 무엇일까.

 

-최원규 논설위원, 조선일보(22-10-01)-

_____________

 

 

인터폴 한국인 총재

 

2년 전 중국은 멍훙웨이 공안부 부부장이 국제경찰 협력 기구인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총재로 뽑히자 반가워했다. 해외 도피 경제사범 체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올 초 중국 사회과학원 보고서는 "최근 2년간 부패 관리 756명 등 3866명의 경제사범을 90여 개국에서 붙잡았다"고 밝혔다. 이들로부터 환수한 불법 자산만 96억위안(약 1조5670억원)에 이른다. 그런데 그 멍훙웨이가 중국 정부에 의해 부패 혐의로 체포되는 일이 벌어졌다. 중국판 내로남불 사건인지, 다른 권력투쟁인지 아직은 불확실하다. 어쨌든 인터폴 총재는 공석이 됐다.

 

▶첩보 영화에는 인터폴 소속 비밀경찰이 국경을 넘나들며 범인을 쫓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그러나 인터폴은 수사권과 체포권이 없다. 사무총국이 있는 프랑스 리옹 등에 1000여 명이 상근하고 있으나 직접 현장을 누비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인터폴을 통해 한 해 1만여 명의 수배자가 전 세계에서 검거된다. 해외 도피범의 지문·DNA·여권 정보 등이 194개 회원국 경찰 통신망으로 24시간 공유되기 때문이다.

 

▶인터폴의 '적색 수배'는 도피범을 옥죄는 강력한 무기다. 청·황·녹색 등 8가지 수배 등급 중 가장 높다. 회원국은 '적색' 수배범을 우선 체포하고 송환하려고 노력한다. 우리나라는 살인 등 강력범과 조직폭력 사범, 5억원 이상 경제사범 등에 대해 적색 수배를 요청한다. 5조원대 사기범 조희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장녀 등이 적색 수배를 받았다.

 

▶그제 인터폴 신임 총재로 경기경찰청장을 지낸 인터폴 부총재 김종양(57)씨가 선출됐다. 첫 한국인 인터폴 수장이다. 러시아가 푸틴 측근을 강하게 밀었지만 인터폴이 푸틴의 권력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을 우려한 서방 국가들이 김 총재 편에 섰다. 미 의회는 구 KGB 출신의 출마에 대해 "여우한테 닭장을 맡기는 꼴"이라고 했다. 실제 러시아는 해외로 몸을 피한 푸틴 반대자 체포에 '적색 수배' 조건을 조작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경찰청은 최근 국회 자료에서 '해외 도피범이 2013년 252명에서 지난해 528명으로 2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인터폴 네트워크에 의해 붙잡히는 한국인 도피범이 연간 300여 명이다. 한국 국적으로 인터폴에 수배된 사람만 1700여 명이다. 국내 범죄는 갈수록 국제화하지만 인터폴 정보망도 촘촘해지고 있다. 김 총재 선출로 세계와 한국이 더 안전해지기를 기대한다.

 

-안용현 논설위원, 조선일보(18-1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