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청이나 혁명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상대방 절멸? 이게 정치냐]
[이재명 성공 사다리, 걷어찰 사람도 이재명]
"숙청이나 혁명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김창균 칼럼]
누가 대상인지 알 수 없게 法 만드는 게 법치 조건
특별재판부, 新방통위법 한덕수, 지귀연, 이진숙 미운털 제거 맞춤 입법
법 짓밟으며 법치 착각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게재한 글.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숙청 또는 혁명이 일어나는 거 같다. 그런 상황, 그런 곳에서는 사업을 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트럼프 트루스소셜 캡처> 2025.8.25.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숙청이나 혁명처럼 보인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3시간 앞두고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다. 우리 정부는 발칵 뒤집어졌다. 트럼프는 “그런 곳에서 비즈니스를 할 수 없다”고 했는데 한국과의 관계를 재검토하겠다는 폭탄 발언이다. 워싱턴 현지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은 대통령실 대변인은 “국내에서도 가짜 뉴스가 많이 나오는 만큼, 공식 계정인지 확인해 봐야겠다”고 했다. 정상회담을 앞둔 상대가 한 말이라고 믿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야말로 초현실적인 상황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정상회담은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마무리됐다. 이런 조짐을 사전에 감지하고 급파된 강훈식 비서실장이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상황을 설명했고, 이 대통령도 적극적으로 트럼프의 오해를 풀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누가 이런 ‘잘못된 정보’를 미국에 입력했는지 출처를 조사한다고 했다.
이런 발언 주체가 트럼프 대통령이었다는 점은 부적절했다고 본다. 우선 주권국가에 대한 내정간섭으로 받아들여진다. 동맹 국가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에 걱정스러운 점이 있다면 외교 채널을 통해 조용히 전달하는 게 예의다. 역대 미국 대통령이었으면 이렇게 공개적으로 의사표시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국내 정적들을 겨냥해 각종 위법, 위헌적인 조치를 쏟아내면서 비슷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제 얼굴은 들여다보지도 않고 남 얼굴에 뭐 묻었다고 하는 격이다.
메신저의 타당성 문제를 제쳐 놓았을 때 메시지 자체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우리 정부는 내용 자체가 왜곡됐다는 입장이다. 위성락 안보실장은 인터뷰에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특검이 만들어져 조사하고 있고, 한미가 공유하고 있는 가치, 법치주의에 따른 절차이기 때문에 당초 문제가 될 사안은 아니었다”고 했다. “특검 수사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은 맞다. 그러나 그게 “법치주의에 따른 절차”라는 주장까지도 담보하는 것일까.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법, 입법, 그리고 자유’라는 저서에서 “법치주의는 정부의 모든 행위가 사전적으로 확정되고 발표된 법에 의해 통제되는 것을 뜻한다. 법은 일반적이어야 하는데 특정인을 겨냥해서는 안 되며, 그 법이 누구에게 영향을 미칠지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법을 만들 때 그 법의 혜택을 받거나, 그 법으로 처벌받는 대상이 누구일지 미리 알 수 없어야 하는 것이 ‘법치’의 핵심이라는 뜻이다.
민주당은 특검이 한덕수 전 총리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겠다”고 한다. ‘내란 당사자’인 국민의힘 의원들을 제외한 국회와 판사 회의, 그리고 변협 등 세 주체가 특별재판부를 구성하는 입법을 예고했다. 한 전 총리를 비롯한 계엄 관련 혐의자들에 대해 여권이 바라는 판결을 내려줄 법원을 별도로 설립한다는 뜻이다. 특정인을 겨냥한 법이라는 점에서 법치주의에 위배되는 한편, 민주주의 기본 원칙인 삼권분립도 훼손하는 발상이다. 민주당에서 3대 특검을 총괄하는 최고위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린) 지귀연 판사에 대해 법원이 징계 조치를 내리면 특별재판부 설립을 재고할 수도 있다”고도 했다. 우리나라 사법 체계의 뼈대를 흔드는 입법 여부를 특정 판사 배제와 거래할 대상으로 내세웠다.
정권에 미운털이 박힌 정부 기관장을 몰아내기 위한 위인설법도 추진한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국무회의 배제, 휴가 반납 등 망신 주기 압박에도 불구하고 “임기를 채우겠다”고 버티자 방통위 대신 비슷한 기능의 기관을 만들겠다고 한다. 한 사람을 해고하기 위해 정부 기관을 허물고 새 기관을 만드는 법을 동원한다. 보통 사람 머리에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발상이다. 국민 눈이 두려워서라도 기관을 새로 만드는 명분이라도 댈 텐데 대놓고 ‘이진숙 몰아내려고’ 법 만든다고 큰소리까지 친다. 국회에서 다수결로 통과된 법으로 하는 일은 모든 게 ‘법치’라는 무지와 착각 덕분이다.
이재명 정권의 내란 종식은 ‘법에 의한 통치(rule by law)’일지 모르지만 ‘법의 통치(rule of law)’는 아니다. 정적을 솎아낼 목적으로 법을 수단으로 동원하는 일이 거리낌없이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 숙청이나 혁명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라는 질문을 받는 것이다.
-김창균 논설주간, 조선일보(25-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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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 절멸? 이게 정치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9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 대표는 이 자리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역사적 변곡점에 놓여있다"며 "흡사 해방정국 반민특위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대학 시절, 성미가 괄괄한 친구 셋이 술자리에 모였다. A와 B가 정치적 논쟁 끝에 싸움이 붙었다. C가 가만히 듣다 보니 A 말이 옳다고 판단돼 함께 B를 공격했다. 나중에 술집 주인이 와서 뜯어말리는 걸 보고서야 C는 아차 싶었다고 했다. “내가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그때 A와 B를 제대로 말릴 사람은 그 자리에 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미 C는 다친 뒤였다.
17세기 후반 조선에서 벌어진 ‘예송 논쟁’은 예법을 주제로 삼아 남인과 서인 당파가 주도권을 놓고 싸운 고도의 정치투쟁이었다. 하지만 조선 전기의 사화(士禍)처럼 대규모 인명 피해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당초 장남이 아니었던 효종 임금이 죽었는데 장남으로 대우해야 하는가 아닌가’라는 1차 예송 논쟁의 주제는 미묘했다. 효종의 아들인 현 임금 현종의 정통성 문제를 암시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2차 예송 논쟁 끝에 효종의 정통성을 인정한 남인이 일시적으로 주도권을 잡기는 했지만, 현종은 끝까지 인내심을 발휘해 두 당파의 완충 역할을 했다. 조선 당쟁사를 가만히 살펴보면 1623년 인조반정으로 북인 세력이 궤멸된 이후 모든 당파가 부침 속에서도 어느 정도 세력과 명맥을 유지했음을 볼 수 있다.
여기엔 어떤 당파에도 속하지 않는 주요 정치 세력인 ‘국왕’의 역할이 컸다. 사림파나 북인을 다 때려잡겠다는 17세기 초까지의 분위기에서 벗어나, 당파 간 세력 균형을 모색함으로써 정국 안정을 지속적으로 도모한 측면이 있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최근 저서 ‘벼랑 끝 민주주의를 경험한 나라’에 이렇게 썼다. 과거 대한민국엔 여야 사이에 보이지 않는 정치적 완충 장치인 ‘연성 가드레일’이 있었다. 야당은 여소야대 상황에서도 대통령과 여당의 국정 주도를 인정하고 견제와 비판 수준을 넘어서지 않았다. 지금도 그런가? 국정 주도권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하고 갈등한 결과 정치는 파국에 이르게 됐다. 정치적 관행이 붕괴했다는 것은 지금 같은 정치적 위기가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지난 1일 “지금 대한민국이 해방 정국 반민특위 상황과 비슷하다”는 여당 대표의 말을 듣고 놀랐다. 반민특위에 대한 역사적 해석 때문이 아니라, 상대방이 ‘반민족 행위자’로서 척결 대상인 반면 자신들은 칼자루를 쥐고 단죄하는 자리에 있다는 도식적이고 호전적인 논리 때문이었다.
이것은 견제와 균형의 여야 관계가 아니라 코너에 몰린 상대방을 아예 절멸(絶滅)시켜 버리겠다는 초토화(焦土化) 작전의 판타지로 읽힌다. 사실상 정치 독과점 체제가 되고 나면 그들이 정말로 하고 싶은 정치가 무엇인지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우리는 어쩌면 인조반정 이후 좀처럼 보지 못한 어느 한 순간에 다가서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과연 이것을 정치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인가.
-유석재 역사문화전문기자, 조선일보(25-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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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성공 사다리, 걷어찰 사람도 이재명
[朝鮮칼럼]
대통령이 실용 외쳐도 정청래는 강성 지지층만 봐
추미애·조국도 '더 세게'
최종 성공모델은 이재명?
사병으로 王 된 뒤 사병 혁파한 태종 따라야

지난 20일, 경북 경주 국립경주박물관을 찾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라 왕관을 바라보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 페이스북
취임 후 우상향 곡선을 그리던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광복절을 전후해 쭉쭉 빠졌다. 대통령 지지율이 무작정 오를 수는 없는 일이지만 추세 변화 시점이 너무 일렀고 하락 폭도 너무 컸다.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로 여당 당권을 거머쥔 정청래 민주당 대표, 사면 복권을 받은 조국 조국혁신당 정책연구원장이 앞다퉈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이 대통령이 취임 후 힘들게 쌓은 ‘실용’ 이미지가 손상된 탓이었다.
전략적 사고에 능한 여권 인사들은 “조국 사면 등은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었다. 일본, 미국 외교 일정을 잘 마치고 민생에 집중하면 지지율은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외교 일정을 잘 마치고 돌아왔다. 야권은 “구체적 성과가 없이 퍼주고 돌아왔다”고 박한 평가를 내렸지만 한미 정상회담 불과 일주일 전에 EU 정상들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 책상 앞에 줄지어 앉아 훈계를 듣던 모습에 비하면 선방이다.
한숨 돌린 이 대통령은 귀국 다음 날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토요일인 그다음 날에는 강릉 가뭄 현장을 찾아 실태를 점검했다. 그다음 날에는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이 “이재명 대통령은 당분간 국민들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오늘 밝혔다”며 대통령이 국무회의와 수석보좌관회의를 연달아 주재하면서 국가 성장 전략과 K제조업 대전환을 논의할 것이라 예고했다.
그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따져볼 것이 많겠지만 이 정도면 대통령 지지율을 제고할 수 있는 ‘실용 드라이브’가 맞다. “전광판을 보지 않는다” “역사의 평가를 받겠다” 같은 소리를 하던 전임자와 달리 지지율이 왜 중요한지 아는 눈치다.
이재명 정부는 처음으로 자체 예산안을 짜며 내년 그림을 그리고 있다. 과거 야당 대표 때 했던 말을 뒤집어야 하는 분야도 있을 것이고(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그랬다), 국정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에서 후순위 지역이나 계층의 반발에도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지지층 결집보다 중도층의 인정, 반대파의 수용 폭을 넓혀야 국정 동력이 유지된다. 이건 ‘김어준의 뉴스공장’이나 강성 지지층이 해결해 줄 수 없는 영역이다.
하지만 정청래 대표가 이끄는 여당은 대통령 순방 기간에 노란봉투법·방송법을 밀어붙였다. 조국 원장은 ‘민주진보진영의 좌완 정통파 투수’를 자처하며 전국을 돌고 있다. 대통령이나 여권 전체의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되더라도 강성 지지층 입맛에 맞추는 것이 자신에게 더 유리하니까. 사실 어느 조직이건 뒤에서 묵묵히 살림살이 챙기는 사람, 따로 눈도장 찍고 과실 따 먹는 사람 따로 있긴 하다.
문제는 여권의 ‘과실파’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 경기도지사 출마가 거론되는 추미애 의원은 당대표까지 지냈으면서 법사위원장을 맡았다. 정청래 대표가 증명했듯 살림살이를 묵묵히 챙기는 것보다 전쟁터인 법사위에서 야당 찍어 누르고 뉴스공장 자주 나가는 게 당내 경선에선 유리하다.
광주 시장으로 거론되는 민형배 검찰정상화특위 위원장은 “추석 밥상에 검찰청 폐지를 올리겠다”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하신 것인가”라고 온건파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공격했다. “서울시장에 출마해 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고 있다”는 전현희 3대 특검 종합대응특별위 총괄위원장은 한술 더 떠 “사법부가 내란 종식을 방해한다는 국민적 의구심이 있다”고 법원을 압박하며 내란특별재판부의 운을 띄웠다.
경제와 외교 안보·국익 챙기는 것보다, 국정 안정을 위해 야당과 협치 노력을 기울이는 것보다, 발품 팔아 당원 조직 늘리는 것보다, 심지어 대통령 눈에 드는 것보다 지지층을 향해서만 세게 지르면 통한다는 성공 전략이 번지고 있다. 후발 주자일수록 더 세게 나가야 한다. 이 경쟁엔 직업 공무원도 가세했다. 공개 석상에서 법무부 차관과 검찰 고위 간부는 물론 대통령의 핵심 참모 민정수석을 ‘검찰 개혁 5적’이라 규정하고 정성호 장관을 맹비난한 임은정 동부지검장이 선두 주자다.
이들에게 이제 윤석열·김건희 부부나 국민의힘은 가성비가 낮은 상대다. 검찰도 그 효용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이제 ‘정성호 같은 온건파나 고위 관료들은 기득권과 야합하는 배신자’라고 공격당하는 일이 늘어날 것이다.
어쩌면 이들의 최종 성공 모델은 이 대통령일지도 모른다. 이런 프로세스를 가장 잘 아는 사람도 이 대통령이다. 그러니 그 성공 사다리를 끊어내야 할 사람도 이 대통령이다. 사병을 일으켜 왕이 된 태종 이방원이 사병을 혁파했듯이.
-윤태곤 정치칼럼니스트, 조선일보(25-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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