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과 김성동
[아무튼, 줌마]

‘산다는 것은 한 조각 뜬구름이 일어나는 것이요, 죽는다는 것은 한 조각 뜬구름이 사라지는 것이올시다. 뜬구름이라는 것은 본디 그 참모습이 없는 것이니 태어나고 죽는 것 또한 이와 같다는 말씀.’
소설 <국수>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바둑의 고수를 뜻하는 ‘국수(國手)’는 얼마 전 ‘한 조각 뜬구름으로 사라진’ 김성동 작가의 역작이지요. 익살스러운 우리말과 날 선 풍자, 판소리 한 대목을 듣는 듯한 운율감에 반해, 5부작에 달하는 긴 소설을 줄 치고 메모해가며 열독했던 기억이 납니다.
절친인 김훈도 소설 <국수>에 탄복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김훈이 “문체가 판소리를 연상케 한다. 진양조가 본류를 이루면서 중모리와 중중모리가 들어와 있는 형국인데, 그 문체가 저절로 나온 건가?” 하고 묻자 김성동이 답합니다. “전문적으로 얘기하니 난 뭔 말인지 모르겄구먼(웃음). 뭘 의식한 게 아니고 그냥 터져 나온 거여.”
4년 전 적어놓은 메모를 다시 보니 이런 문장도 있습니다. ‘가뭄 지나 홍수가 지더니 온갖 역병이 미쳐날뛰네. 골통에 먹물 든 선비 것들은 뭐하구 자빠졌다나. 그 잘한다는 글 가지고 상소 한장 올려보잖구. 임금이나 선비나 다 한통속으루 돗진갯진. 그래도 명색이 선비 된 자라면 글 읽은 값은 해야 될 거 아닌가베.’ 구한말에 비유되던 당시 정치 상황과, 배운 값 못하고 둘로 갈라져 으르렁대던 지식인들을 향한 일침으로 읽히더군요.
어려운 사자성어 써가며 고담준론 펼치는 벼슬아치들을 넉살 좋게 꼬집은 대목도 있습니다. ‘우물정자 가운데 점을 하나 찍으면 퐁당퐁자가 아니냐. 풀초 아래 배암삿자를 한 것이 바시락밧자라는 것이다. 풀 속에 배암이 지나가면 바시락바시락 하지 않느냐. 글자라는 것이 본시 사람과 사람 사이 마음과 뜻을 서로 전달하는 것. 그런 까닭에 사람들 뜻에 따라 만들어 쓰는 것이 즉 문자인 것이다.”
[아무튼, 주말] 넷플릭스 탈출하기
그래서 이번주 뉴스레터에는 <국수> 출간 직후 김성동과 김훈이 안동국시집에서 만나 소설을 두고 나눈 ‘유쾌한 수다’를 배달합니다. 김훈이 “(소설 ‘만다라’와 비교해) 성애(性愛) 묘사에서 장족의 발전을 했다”고 호평한 이유와 김성동이 “지금 정치인의 품격은 조선의 오입쟁이 수준도 못 되지”라고 일갈한 대목에서 웃음이 빵 터집니다. 아래 인터넷 주소창에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5743을 넣으면 구독 창이 열립니다. 거기에 ‘이메일 주소’와 ‘존함’을 적고 ‘구독하기’를 누르시면 이메일로 뉴스레터가 날아갑니다.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조선일보(22-10-01)-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國內-이런저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자유인 김동길] [김동길의 인물 에세이 100년의 사람들] (0) | 2022.10.06 |
|---|---|
| [장관 스토킹] [그 밤 900번의 셔터.. ] (0) | 2022.10.03 |
| [혐오를 부르는 ‘막장 예능’, 욕하면서 보는 이유는?] (0) | 2022.10.01 |
| [정주영의 용인술(用人術)] [양박도사(兩朴道士)] [함양 안의면.. ] (0) | 2022.09.26 |
|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는 사람] .... [욕망하기를 멈춘 韓∙日 청춘들] (0) | 2022.0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