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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남’과 ‘시커먼스’의 추억] [“한국은 GDP의 1% 내놓아라”] ....

뚝섬 2022. 10. 4. 06:49

[‘수리남’과 ‘시커먼스’의 추억]

[“한국은 GDP의 1% 내놓아라”]

[국군의 날]

 

 

 

‘수리남’과 ‘시커먼스’의 추억

 

K콘텐츠 세계 사랑 받을수록 他者의 상처 세심히 살펴야
이제 좀 세계 인정 받는다고 남의 나라 막 대할 권리는 없다

 

2002년 말, 우리 네티즌들 사이에서 ‘007 영화 안 보기 운동’이 벌어졌다. 표적은 당대의 인기 배우 피어스 브로스넌이 제임스 본드로 나온 ‘007 어나더 데이’. 007 영화 사상 최고 제작비를 들여 화제를 모았지만, 한국인의 분노는 다른 곳을 향했다. ‘한반도 풍경을 농부가 물소를 몰고 지나가는 식으로 동남아보다 낙후된 곳처럼 묘사했고, 비무장 지대에서 미군이 작전을 벌일 때 한국군은 아무 역할도 못하는 등 주권국 군대답게 묘사하지 않았다’(본지 2002년 12월 3일 자 사회면 보도)는 게 분노의 이유였다.

 

영화 속 007은 예비군 군복을 입고 북한에 잠입한다. 길가에 늘어선 장승엔 ‘늙은 사람’이라고 쓰여 있다. 지금 보면 헛웃음만 나는 문화적 무지다. 하지만 그해 축구 한·일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르며 한껏 자부심이 고조된 우리는 할리우드 상업영화 속 곁가지 장면조차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 불교계는 불상이 있는 곳에서의 정사 장면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북한 노동신문까지 나서 “조선 민족을 멸시하는 내용”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수리남’이 좋은 흥행 성적을 거뒀다. 공식 집계 주간 순위에서 비영어 시리즈 1위에도 한 차례 오르며 지난주까지 전 세계 누적 시청 시간만 1억1069만 시간이다. 제작 과정에서 마찰을 우려해 해외 제목이 ‘나르코-세인츠(Narco-Saints)’로 바뀌었지만, 수리남 정부 장관이 “마약 국가로 묘사한 데 대해 법적 대응하겠다”고 했다. 더 중요한 건 K콘텐츠가 세계의 주목을 받을수록, 그 속에 묘사되는 현지 사회와 현지인을 존중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아닐까.

 

드라마 ‘수리남’에선 정권을 쥔 독재자가 ‘한국 국립박물관에서 빼온 이순신 장군의 칼과 자개장’이라는 말에 넘어가 모조품을 대통령궁에 진열한다. 평범한 한국 민간인이 ‘삼성전자 남미 판매권을 갖고 있다’고 해도 별 의심 없다. 현지인은 중국과 한국 마약 갱단의 총격전 사이에 이리저리 떼로 쫓겨 다닌다. 현지 남자들은 뇌물로 달러나 욕심 내는 군인·경찰이고, 현지 여자들은 한인 마약왕의 궁궐에서 벗은 몸으로 교태를 부릴 뿐이다.

 

실제 수리남이 마약 관련 혐의를 벗지 못했다는 증거가 있다는 건 핑계가 되지 못한다. 그렇다고 한 나라와 국민을 인격 없는, 극적 재미를 위한 배경 취급 할 권리는 생기지 않는다. 우리에게도 한때 ‘007 영화 안 보기 운동’을 하던 올챙이 시절이 있었다.

 

1980년대 말 KBS 대표 코미디 프로그램 ‘쇼 비디오 자키’에 ‘시커먼스’라는 코너가 있었다. 개그맨 두 명이 얼굴에 검은 칠을 하고 나와 우스꽝스러운 몸짓과 표정을 지으며 대사를 던지면, 그게 인종차별인 줄도 모르고 온 국민이 함께 웃었다. 수리남을 만든 윤종빈 감독은 논란에 대해 “특정 국가나 단체의 명예가 표현의 자유와 상충될 수 있어 무척 고민했다”면서도 “실화에 바탕한 이야기여서 가상 국가로 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고 했다. 국내에서만 볼 드라마였다면 그래도 괜찮았을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이제 우리도 어엿한 문화 강국 대우를 받는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해외 유명인만 만나면 ‘두 유 노 김치?’를 반복해 묻던 촌스러움도 지난 얘기다. 하지만 K콘텐츠에 대한 세계인의 사랑은 당연히 주어진 것이 아니다. 문화 상품도 수출해야 먹고 사는 나라에서, 다른 나라와 국민의 입장과 상처를 보듬는 마음은 이제 필수다.

 

우리가 조금 더 잘살게 됐다고, 이제야 우리 문화가 조금 더 인정받게 됐다고, 함부로 취급해도 괜찮은 나라나 민족은 없다.

 

-이태훈 기자, 조선일보(22-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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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GDP의 1% 내놓아라” 

 

급기야 K-치킨, K-핫도그, K-피부관리까지 세계적 인기를 얻으면서(catch on all over the world) K-everything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포스트는 그런 한류(韓流)의 수익 일부를 국제사회에 환원할 것을 권유했다. 요지(gist)는 이렇다.

 

“한국은 중국·일본에 경제 규모는 뒤처져 있지만(trail behind), 소프트 파워에선 압도하고 있다(overwhelm them). 이젠 한류의 경제적 이득을 거두기만 할(reap the financial benefits from the Korean Wave)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 돕는 데 최대한 나서서 이웃 두 강대국보다 더 나은 나라라는 걸 증명해 보일 때가 됐다.

 

한국은 두 이웃과 쓰라린 역사(bitter history)를 갖고 있다. 한국인들은 일본의 식민 통치 중 잔혹함을 용서하지(forgive its brutality during the colonial rule) 못하고 있다. 그것이 복수를 하겠다는 동기를 부여해(motivate them to seek revenge) 첨단기술과 문화 발전에 매진함으로써 마침내 세계를 ‘정복’할 수 있게 했다.

 

중국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play a crucial role). 애초부터(from the very beginning) 북한을 지원하고 두둔하는 ‘빅 브러더’를 자처하며 겁박한 것이 한국을 더 강해지게 했다(allow it to grow stronger). 지금은 한국과 상호의존적 경제·무역 관계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have no choice but to accept interdependent economic and trade relations) 입장이 됐다. 북한 김씨 왕조의 끊임없는 도발(provocation)과 위협(threat)도 한국이 훨씬 더 빨리 경제 건설을 이루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한류는 지구촌 전체에 퍼져(spread across the globe) 할리우드와 미국 대중문화를 넘보면서 영어권 국가만 세계 문화를 지배할(dominate global culture) 수 있는 게 아님을 입증해 보였다. BTS와 블랙핑크, K드라마와 K팝은 이미 김치와 불고기, 삼성과 현대와 함께 누구나 아는 이름이 됐다(become household names).

 

소프트 파워 이론의 창시자 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한국의 경제적 성공과 민주적 성취(economic success and democratic achievement)는 이미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며, 이젠 한류 확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해낼 수 있는 것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성공의 의미가 무엇인지 국제 정책들을 통해 입증하는 뛰어남을 보여달라는 주문이었다.

 

그는 한국이 노르웨이를 본보기 삼을 필요가 있다고(need to emulate Norway) 했다. 노르웨이는 인구 500만여 명의 작은 나라지만, 탄탄한 민주 문화를 기반으로 평화협정 중재에 나서는(mediate peace agreements) 등 몸집에 비해 훨씬 큰 역할을 하며(punch above its weight) 개발도상국 지원에 GDP(국내 총생산)의 1%를 내놓고 있다.

 

한국도 이제는 한류의 풍부한 소프트 파워 자원을 자국의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국제적 역할과 영향력을 최대한 확대하는(maximize its global role and influence) 방향으로 활용하며 더 멀리 보고 더 멀리 나아가야 한다.”

 

[영문 참고자료 사이트]

☞ https://www.thejakartapost.com/opinion/2022/09/23/benefitting-from-south-koreas-soft-power.html

 

-윤희영 에디터, 조선일보(22-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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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의 날

 

[임용한의 전쟁사]

 

10월 1일은 국군의 날이다. 이날을 국군의 날로 정한 이유는 6·25전쟁 중 육군 제3사단이 38선을 넘어 북진을 시작한 날이기 때문이다. 전쟁 후 남북한의 대립과 1950년대의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결정이었다. 그러다 보니 국군의 날을 새로 지정하자는 주장도 있다. 지금은 몰라도 언제고 통일이 되면 날짜가 바뀔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어떤 날이 좋을까? 논의가 시작되면 많은 의견이 쏟아지겠지만 모두를 만족시키는 날을 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국군의 날 제정 이전처럼 육해공군이 창립 기념일을 각자 기념하고, 현충일과 10월 8일 재향군인의 날을 기존의 국군의 날 행사를 포함한 더 의미 있는 기념일로 만드는 것은 어떨까?

우리 사회에 지금 필요한 것은 군의 존재 이유와 군인에 대한 존중심을 회복하는 것이다. 과거의 존중심이 억지로 요구한 것이었다고 해서, 과거 군 생활이 힘들고 부당한 경험이 많았다고 해서 그것이 국방과 군의 본연적 가치를 폄하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카이사르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리비우스는 로마사를 남겼다. 로마가 강대해지자 젊은이들이 군을 싫어하고 편안함을 찾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보고 그것을 경계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충격이었다. 로마가 부강해진 건 얼마 되지 않았다. 로마가 지중해의 강자, 부자로 거듭나기 시작한 계기는 포에니 전쟁이었는데, 최종 승리를 거둔 지 150년 정도 지났을 때 해이해지는 기류가 조성된 것이다. 우리는 반세기 만에 사회의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

기성세대는 자신들이 고난과 고민, 고통 속에서 얻은 교훈이 유전처럼 다음 세대에 전달될 것이라고 착각한다. 신세대의 착각은 자신들의 불만, 욕구는 기성세대와는 차별화된 참신하고 건전한 욕구라는 확신이다. 아니다. 그 절반은 감정적인 반발이고, 자칫하면 한순간에 위기를 초래한다. 리비우스의 노력이 성공했는지, 로마는 그 뒤로 몇백 년을 더 버텼다. 서로마가 망한 뒤에는 동로마가 1000년을 이었다.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임용한 역사학자, 동아일보(22-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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