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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 압사는 선·후진국 안 가려, 이태원 참사는 징후 간과한 탓”] ....

뚝섬 2022. 11. 7. 06:36

[“군중 압사는 선·후진국 안 가려, 이태원 참사는 징후 간과한 탓”]

[도 넘은 참사 정치화 세력, 재발 방지엔 관심도 없을 것]

[목 터져라 구조하고 “더 못 구해 죄송합니다” 울먹인 김 경사]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이은 은폐·회유·책임회피]

[이태원파출소는 죄가 없다]

 

 

 

군중 압사는 선·후진국 안 가려, 이태원 참사는 징후 간과한 탓”

 

[군중 행동·심리 전문가 클리퍼드 스토트 교수]
특정 공간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면 대형사고
만원 버스 등에 익숙한 한국 문화적 특성 때문 아냐
사고 장소과거조사해보면 전에도 비슷한 상황 있었을것
현장 경찰 책임 묻기보다 이번 재난을 변화 계기로 승화
권위주의 시대의 경찰은군중의 위협에서 사회를 보호
민주화된 지금 시대엔 군중을 위협에서 지키는 존재
 

 

클리퍼드 스토트 영국 킬(Keele)대 교수는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군중’에 대한 한국의 관심 부재에서 찾았다. 그는 “한국 정부와 지자체, 경찰이 군중 과학에 대한 관심을 갖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려는 노력을 하려 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또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경찰이 군중을 사회 질서를 위협하는 존재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변화가 일어났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맨체스터=정철환 특파원

 

이태원 핼러윈 참사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줬다. 축제 때 군중이 몰려 한꺼번에 156명이 사망하고 172명이 부상한 인명 피해가 국내에서 전례가 없었던 데다, K팝과 영화 등에서 최근 글로벌 유행을 주도하는 ‘문화 선진국’에서 벌어진 비극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그동안 치안과 안전 등에서 세계 정상급 수준을 보여줬지만 이번 사고로 ‘안전한 나라’라는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경찰 등의 책임 공방 속에, 사고 4시간 전부터 약 80건의 신고 전화를 받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경찰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당시 사고의 상황적 원인에 대해 여러 분석과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중간에 빠져나갈 곳이 없는 좁은 경사로에 1㎡당 12명에 달하는 사람이 몰렸고, 양방향에서 동시에 진입하려는 압력이 가해지면서 중간에 끼인 많은 이들이 질식사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 더 나아가 참사는 막을 수 없는 것인지, 우리 사회가 그동안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에 대한 정밀한 진단이다.

 

군중 행동 및 군중 관리 분야의 세계 최고 전문가 중 한 사람이자 군중에 대한 사회심리학 연구로도 명성을 얻고 있는 영국 킬(Keele) 대학의 클리퍼드 스토트(Stott·57) 교수를 지난 2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만나, 좀 더 근본적이고 광범위한 분석과 처방을 들었다.

 

선·후진국 모두 벌어질 수 있는 사고

 

-이번 사고를 처음 접하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한국처럼 발전한 국가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는 사람이 많다.

 

“나 역시 큰 충격을 받았다. 97명이 사망한 1989년 영국 힐즈버러(Hillsborough) 경기장 사고와 매우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런 사건이 벌어졌다는 것은 전혀 놀랍지 않다. 군중 압사(crowd crush) 사고는 ·후진국을 막론하고 언제 어디서든 벌어질 있다. 특정 공간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밀집도가 어느 수준을 넘어가면 나타난다. 이 상황에서 군중은 물리적 압력과 에너지에 의해 움직이는, 마치 유체의 파동 같은 움직임을 보인다. 군중 속 개개인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벗어날 수 없다. 사람의 의지와 상관없이 군중 전체에 작용하는 ‘군중의 물리법칙(crowd physics)’이 상황을 지배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태원 사고가 보여주는 눈에 띄는 특징이 있나.

 

“주최자 없이 일상적 시간, 일상적 장소에서 발생한 사고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전에는 아슬아슬하게 피해 갔을 여러 악조건이 겹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초대형 복합 위기) 상황이었다고 본다. 신종 코로나가 끝나면서 예전보다 더 많은 사람이 몰렸다. 이벤트 산업의 발전, 소셜 미디어와 같은 대중 영향 매체의 발전으로 한꺼번에 더 많은 사람이 더 쉽게 모일 수 있게 됐다. 현장에 사람의 흐름을 막는 여러 요소도 있었다고 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그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지는 별개 문제다. 한국이 군중 과학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는지, 군중 과학을 정책에 반영해 다양한 안전 규정과 전략을 개발해왔는지 궁금하다.”

 

지난달 29일 밤 서울 용산구 해밀톤호텔 인근 골목에 몰려든 사람들의 모습. 이곳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로 156명이 숨졌다. /연합뉴스

 

-한국인이 콩나물시루 같은 만원 버스·지하철 등 사람이 붐비는 상황에 익숙한 탓에 위험을 인지하는 게 늦었다는 시각도 있다.

 

“문화적 요소가 의미가 없지는 않지만 결정적 원인은 군중 심리(crowd psychology)다. 인종과 문화를 막론하고 인간은 자신이 이해와 정체성을 공유하는 집단에 속해 있다고 믿으면 붐비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는다. 축구 경기나 록 콘서트의 관중, 거리 응원의 군중 등을 보라. 그날 이태원에도 (갖은 분장을 하고 핼러윈을 즐기려는)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모여 있었다. 인간은 북적거리는 공간과 장소에 모여 타인들과 일체감을 느끼는 것을 좋아한다. 이를 즐기기 위해 일부러 붐비는 곳을 찾는다. 이태원도 그런 장소였다. 이번 사고를 ‘문화의 실패’라고 봐서는 안 된다.”

 

스토트 교수는 “사고가 장소의 과거(history of place)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래 붐비지 않던 곳에서 갑자기 이런 사고가 나지 않는다. 이태원의 과거 사례를 잘 조사해 보라. 분명히 비슷한 사고가 날 뻔한 적이 있었지만, 운이 좋아 피했을 가능성이 있다. 당시 위험을 제때 발견하지 못함으로써 공간을 재설계하거나, 다른 대비책 마련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 그는 “이태원처럼 전반적으로 사람이 붐비는 지역은 지자체와 경찰이 이미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연구를 통해 체크했어야 하는 지역”이라며 “과거 한국 정부와 지자체는 그런 노력을 해오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원인과 해결책 모두 ‘군중 심리’에 있어

 

-사람들이 우측 통행을 철저히 지키거나 사람 간 거리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더라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설사 그랬다 하더라도, 군중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군중 심리에 사람들이 경계심을 잃어버릴 수 있다. 문제의 원인은 군중에 있지 않다. 극도로 제한된 크기와 용량의 공개적 공간에 대한 흐름 조절이 실패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이런 위험과 함께 여러 다양한 다른 요인이 결합하면서 참사가 벌어진다.”

 

-당시 수많은 사람이 소리를 지르면서 위험을 알렸다고 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계속 모여들었고, 뒤에서 “빨리 전진하라”고 미는 사람까지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는 군중은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한다. 불과 몇m 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이 좁은 거리로 사람들이 꾸역꾸역 밀려든다. 개개인이 위험을 인지했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역설적이지만 이런 상황에 있을 때 사람들은 군중처럼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는다. 그들은 개인과 소그룹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각자 판단해 발버둥치는 것이다. 물리적으로는 군중이지만, 심리적으로 군중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일사불란함이 없어 결국 사고가 난다. 이런 상황에서의 핵심적 문제는 군중 심리의 부재다.”

 

-그렇다면 당시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했어야 하나.

 

“이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만드는 것, 즉 역으로 군중 심리를 일으키는 노력을 했어야 한다. 사람들이 자신을 전체 집단의 일부로, 심리적 군중의 일부로 이해하고 행동할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군중 전체가) 하나로 소통이 되면서 일체감 있게 움직여 ‘군중의 물리법칙’을 이겨 낼 수 있다. 그 공간에 있는 사람 모두가 자기 통제 능력을 발휘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 개인이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공간 내 군중이 모두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현장의 군중이 모두 있는) 대형 표지판이나 신호, 구호 등을 동원해 명확한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대형 전광판을 동원해 ‘뒤로 돌아 전진하면서 물러나’라고 외치라고 지시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어떤 용어를 사용하는가도 중요하다. 예컨대 ‘고객’이나 ‘관중’이 아닌 ‘통행자·행인(passenger)’으로 사람들을 지칭해야 한다. 이는 현장의 군중이 머무는 사람이 아닌, 지나가는 사람이라는 공통된 인식을 만든다.”

 

-역으로 군중 심리를 활용하는 것인가.

 

“그렇다. 우리는 보통 군중 심리를 부정적으로 본다. 사람들이 모이면 군중 심리에 휩쓸려 폭력적 상황이 생기고, 죽고 다치는 사람이 생긴다고 인식한다. 하지만 군중 압사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군중 심리를 형성함으로써,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군중의 물리법칙을 극복할 수 있다.”

 

군중에 대한 경찰 인식 바뀌어야

 

-한국 경찰이 군중을 다루는 데 있어 여전히 권위주의 시대 방식, 즉 ‘시위대를 다루는 방식’에서 발전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 말도 일리는 있다. 경찰은 흔히 ‘군중의 위협’으로부터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특히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경찰이 그렇다. 그런 경찰은 ‘군중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행동하고, 언제든 무질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기본적 인식이 여전히 바뀌지 않고 남아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제 경찰의 생각이 달라져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시대의 경찰은 군중을위협으로부터보호하는 익숙해져야 한다. 그렇게 변화하는 데는 특별한 계기와 시간,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과 경험, 경찰 조직 및 운영 방식의 변화가 절실하다. ”

 

-경찰을 향한 비판과 책임론은 비켜갈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 현장의 경찰에 책임을 돌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과거에도 비슷한 상황이 여러 번 있었겠지만, 운이 좋아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올게 왔다고 봐야 한다. 한국 경찰이 이전에 공공 안전에 중점을 둔 구조적 전환을 했다면, 더 이른 예방 조치가 가능했을 수 있다. 사람이 더 모이는 것을 막기 위해 소셜미디어나 긴급 문자로 위험 지역을 알린다거나 하는 것 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라도 이러한 재난에 대해 배우고 성찰하고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

 

-앞으로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이번 재난을 변화의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한국 경찰과 한국의 거버넌스, 한국 사회가 진정한 민주주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 핵심 중 하나가 군중에 대한 인식과 개념을 바꾸는 것이다. 군중 과학을 연구하고, 이를 국가와 지자체, 경찰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CCTV 등을 이용해 계속 모니터링하고 연구해야 한다. 익명의 스마트폰 위치 정보를 이용해 군중의 밀도를 파악해 사전 경고 지표로 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클리퍼드 스토트 교수

 

플리머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엑서터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사회심리학 분야의 대가로 군중에 대한 경찰 통제와 대규모 군중 모임에서 사고가 벌어지는 이유 및 예방책 등을 연구했다. 포르투갈 정부와 유럽축구연맹(UEFA) 등의 자문에 조언했고, 지난 5월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벌어진 군중 소요에 대해 현재 조사 중이다. 영국 BBC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대중에게도 알려져 있다. 이번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 뉴욕타임스(NYT) 등과 다수 인터뷰를 했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조선일보(22-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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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넘은 참사 정치화 세력, 재발 방지엔 관심도 없을 것 

 

촛불행동 회원과 시민들이 5일 오후 서울 시청역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촛불집회에서 촛불을 들고 있다. 2022.11.5/뉴스1

 

이태원 참사 애도 기간이 끝난 6일,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사과와 한덕수 총리 경질, 국정조사 실시를 요구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세계 정치사에 없던 정권” “국격을 수직 하락시켰다”고 비난했고, “내각 총사퇴” 요구도 나왔다. 정쟁을 중단하고 사고 수습에 협력하겠다더니 다시 비극적 참사를 정치 싸움의 도구로 활용하고 나선 것이다. 재발 방지 대책엔 관심도 없어 보인다.

 

민주당은 국무총리와 행안부 장관, 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을 경질·파면하고 서울시장은 자진 사퇴하라고 했다. 사고 수습과 진상 조사를 해야 책임자들을 무조건 물러나라 하면 어떻게 하나. 민주당은 당장 국정조사를 하자고 하나 그동안 국회 국정조사에선 여야가 갈라 싸움만 벌일 진상을 제대로 밝혀낸 경우는 드물었다.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본격 수사에 착수했으니 이를 지켜본 뒤 결과를 납득하기 힘들면 그때 검찰이 보완 수사하고 국회가 옳고 그름을 따지면 된다.

 

윤석열 정권 퇴진 촛불 집회를 벌여온 친야 성향 단체는 이태원 참사를 추모한다는 집회를 열고 “윤석열을 끌어내리자” “퇴진이 추모다”라고 외쳤다. 명목만 추모일 정권 퇴진 선동이 주목적이었다. 이 단체의 이전 집회에는 민주당 의원과 이재명 대표 측 인사들이 가입한 ‘이심민심’이란 단체 조직원들이 버스까지 대절해 대거 참가했다고 한다. 단체 조직 소개엔 ‘민주당 대의원·당원 5만명 보유’ ‘이재명과 함께’라는 문구가 있다. 단체 텔레그램 방에는 민주당 의원들도 있다. 촛불 집회 배후에 민주당이 있는 아니냐는 의심이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도 오는 12일 서울에서 10만명 노동자 집회를 예고하면서 참사 추모 촛불 집회를 열겠다고 했다. 추모를 빙자해 대정부 투쟁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태원 참사가 벌어졌던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남대문·용산 등지에선 모두 15건의 집회·시위가 있었다. 한국·민주노총과 촛불행동, 자유통일당, 신자유연대 등 좌·우 성향 단체 4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집회 대응을 위해 서울 지역 경찰 기동대의 거의 전원인 3540명이 현장에 출동했다. 이것으로도 모자라 지방 기동대까지 지원받았다. 좌·우파 단체의 삼각지 일대 집회·시위는 참사 1시간 20분 전인 오후 9시까지 이어졌다. 이 때문에 참사 현장의 요청에도 기동대가 신속하게 투입되지 못했다. 도를 넘은 과도한 정치 집회·시위가 사고 대응을 가로막은 원인이 것이다. 경찰력을 낭비하는 정치 집회, 참사를 정쟁으로 이용하는 정치 선동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조선일보(22-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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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터져라 구조하고 “더 못 구해 죄송합니다” 울먹인 김 경사

 

[강경희 칼럼]

참사 구조 인력.. 우리 영웅들
손발만 바쁜 경찰 조직, 지휘부는 오작동
기강 해이 바로잡아야 국민 안전 지킨다 

 

기자 초년 시절, 사회부에 배치돼 군대 문화 비슷한 ‘지휘-보고 체계’의 일상에 익숙해지는 것이 낯설고 힘들었다. 사건·사고를 다루는 사회부 경찰 출입 기자들은 서울 전역을 몇 개 권역으로 나눠 담당한다. 첫 출입처가 종로-성북-종암 경찰서였다. 새벽부터 밤까지 경찰서, 소방서, 관내 대형 병원을 챙기며 작은 사건·사고도 놓치지 않고 보고하는 것이 일과였다. 한 줄 기사감도 안 되는 자잘한 사건·사고를 챙기면서 이 직업을 계속 해야 하나 고민에 빠진 적도 있었다. 말단 경찰 기자가 해내는 몫이라는 게 업무량은 과중해도 중요도는 그리 크지 않은, 작은 한 조각이었다. 그래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큰 사건 놓치면 안 되니 긴장의 연속이다.

 

지난달 29일 밤 이태원 참사현장에 출동 "사람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라고 울부짖으며 인파를 다른 길로 유도하고 용산경찰서 이태원 파출소 소속 김백겸 경사. /유튜브 '니꼬라지TV'

 

훨씬 중요하고 힘든 일은 경찰 기자의 현장 지휘관인 ‘시경캡’ 고참 기자의 몫이다. 유능한 시경캡은 후배 기자의 사소한 현장 보고도 허투루 듣지 않고 꼼꼼히 취합해 중요한 단서를 찾아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취재 지시를 내린다. 대형 사건·사고가 터지면 신속히 부장, 국장에게 보고하고 타 부서와 협조해 대응한다.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 베테랑 기자로 책임질 것이 많아지는 ‘고달픈 자리’다. 일개 신문사도 이런데, 세금으로 월급 받으며 국민의 삶을 보호하는 임무를 맡은 사람들이 느껴야 책임과 긴장도는 직급이 높아질수록 10, 100배가 되어도 부족할 것이다.

 

4일 공개된 BBC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이태원파출소 소속 김백겸 경사가 이태원 참사 당시의 심정을 토로하며 "더 못 구해 죄송하다"며 눈물을 보였다./BBC코리아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목이 터져라 “안 된다. 돌아가라” “도와주세요. 제발!”이라고 외치는 30대 초반 경찰관의 모습을 누군가 영상에 담아 유튜브에 올렸다. 이태원파출소 소속 김백겸 경사다. 7년 차 경찰인 김 경사는 시비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동료 경찰관 2명과 함께 출동했다가 인근의 압사 현장을 인지하고 즉시 인파 통제와 구조에 나섰다. 소음이 심한 거리에서 목소리가 전달되지 않자 높은 곳에 올라가 “이쪽으로, 사람이 죽고 있어요”라고 간절히 외치는 모습이었다. “감사하다” “영웅”이라는 반응이 쏟아졌지만 김 경사의 말은 한결같았다. “혼자서 교통 통제를 했던 것으로 비춰지는데 동료 경찰관과 소방구조대원들도 함께 했고요. 대부분의 시민들이 협조에 잘 따라줬고 도움을 청하니 수십 명이 달려나와 4인 1조로 환자를 이송했어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고요. 그 당연한 조치가 너무나도 부족했고 제 부족함으로 더 많은 분을 살려내지 못해 유족들께 너무 죄송하고 면목이 없습니다.” 김 경사는 서둘러 파출소에 들러 확성기를 챙겨갔다면 좀 더 빠르게 인파를 통제하지 않았을까,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지 않았을까 하는 죄책감에 지금도 잠을 못 이룬다며 “제 판단이 미흡해서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울먹였다.

 

울먹이며 이뤄야 사람은 경사가 아니다. 이태원 참사 현장에는 온 힘을 다해 구조 활동을 벌였던 일선 경찰관과 소방구조대원, 시민들의 사연이 쏟아진다. 실시간 인명 피해 상황을 현장 브리핑한 용산소방서장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마이크를 쥔 손이 덜덜 떨렸을 정도로 절박했다. 그날 현장에는 김 경사 같은 영웅이 한둘이 아니었다. 이들의 존재에 우리는 슬픔 속에서도 위로받는다.

 

하지만 김 경사 같은 손발이 현장에서 아무리 열심히 뛰어봤자 머리 역할을 맡은 윗선의 ‘지휘 체계’가 제대로 작동 안 하면 몸만 고달프지, 성과는 미흡한 헛수고가 되기 일쑤다. 판단력과 책임감 흐리멍텅한 윗분들이 자리만 누리고 있으면 순식간에 나사 빠진 무능한 조직이 되고 만다. 사전에 인파 통제가 됐더라면 안타까운 참사를 피할 수도 있었겠지만, 설령 사전 대비를 못했어도 당일 책임자들이 사고 징후를 기민하게 파악하고 대응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현장의 경사들이 동분서주하는 동안에 드러난경찰 윗분들의 행적은 황당했다. 위험 상황을 보고받고도 걸어서 10여분 거리를 차 타고 가느라 1시간 늦게 도착한 용산 경찰서장, 윗선 보고도 늦었던 그의 판단력, 사고 신고 쏟아져 들어오는 동안 상황실 비우고 자기 사무실에 있다 상황 파악도, 청장 보고도 늦었던 서울경찰청 112 상황관리관, “112 신고 처리 대응이 미흡했다”고 부하들 탓을 했는데 알고 보니 자신은 지방 가서 등산하고 캠핑장에서 잠자느라 문자 보고도, 전화도 못 받은 경찰청장....

 

애도 기간 매일 분향소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은 150여 명 젊은이의 목숨을 지키지 못한 것이 얼마나 참담한 일인지 느꼈을 것이다. 5000만 국민의 안위를 책임진 대통령의 자리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새삼 느꼈을 것이다. 당일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경찰 간부는 물론이고, 대통령보다도 사고를 늦게 인지한 행안부 장관, 경찰청장에 대해서도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것이다. 참사 못지않게 참혹한 기강 해이를 바로잡지 않으면 국민들은 계속 불안에 떨며 살아야 한다.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22-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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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이은 은폐·회유·책임회피

 

이태원 참사 후 부실 대응에 대한 흔적을 삭제하거나 은폐한 사실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은 인파 집중에 따른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정보과 소속 경찰들의 사전 보고서 여러 건을 참사 후 삭제했다고 한다. 이 보고서는 상부에 보고되지도 않고 묵살됐다.

용산경찰서가 참사 이후 처음 작성한 상황보고서에는 용산서장이던 이임재 총경이 참사 5분 뒤인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20분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허위 기재됐다. 이 총경의 실제 도착 시간은 오후 11시가 지나서다. 현장 인근의 CCTV에서는 이 총경이 뒷짐을 지고 느긋하게 이동하는 모습까지 확인됐다.

늑장 대응 사실을 감추고 흐리는 것은 일선 경찰의 문제만은 아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1일 제 살을 도려내는 읍참마속의 각오로 감찰과 수사를 하겠다고 했다. 부하들의 책임 소재를 준엄하게 가리겠다는 것인데, 정작 본인은 참사 당일 캠핑장에서 술을 마시고 자다가 첫 참사 발생 보고조차 놓쳤다.

 

용산구청은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참사 발생 전 현장에서 100m가량 떨어진 곳을 두 차례 방문한 동선을 현장 점검인 것처럼 먼저 공개했다. 그런데 먼저 방문한 것은 고향으로 출장을 다녀온 뒤 귀가한 시점이었고, 방문 장소가 모두 집 근처라는 점에서 현장 점검을 한 게 맞느냐는 의혹만 키웠다. 방문 직후엔 구청 직원이 아닌 지역구 국회의원이 있는 텔레그램 대화방에 “인파가 많이 몰려 걱정된다. 신경 쓰고 있겠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했다”고 한 박 구청장은 어떤 방식으로 신경을 쓰고 안전 조치를 했는지 밝혀야 한다.

소방청은 참사 당일 오후 10시 15분 첫 119신고를 접수했다고 밝혔지만 3분 전에 “숨이 막힌다”는 신고가 있었던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참사와 관련된 진실을 감추거나 왜곡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그 대상이 누구든 철저히 수사해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참사와 관련된 행적을 흐리는 것도 비상한 시기에 공직자가 결코 해선 안 될 행동이다.

 

-동아일보(22-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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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파출소는 죄가 없다

 

[천광암 칼럼]

 

군중 통제 ‘제복의 권위’만 가능, 사고 직전 ‘임기응변’은 불가능
치밀하고 반복적인 시뮬레이션과 통일된 지휘계통만이 참사 예방

 

“초등학생도 알 수 있게 쉬운 말을 쓸 것, 문장을 45자 전후로 짧게 쓸 것, 복문을 쓰지 말 것. 접속사를 사용해서 단문을 이어 붙일 것, 영어처럼 결론부터 말할 것, 구와 구 사이에는 1초 이상, 문장과 문장 사이에는 2초 이상의 간격을 둘 것….” 일본 효고(兵庫)현 경찰본부가 2002년 제작한 ‘혼잡 인파 경비 매뉴얼’ 한 페이지에 실린 내용 중 군중 안내·통제 멘트의 작성지침에 해당하는 대목이다. 매뉴얼은 이 밖에도 사고예방을 위한 상세한 요령을 107쪽에 걸쳐 담고 있다.

이 매뉴얼이 만들어진 계기는 2001년 7월 효고현 아카시(明石)시에서 발생한 불꽃놀이 관람객 압사 참사다. 양방향에서 밀려든 인파 때문에 육교 위에서 불꽃놀이를 보던 관람객 11명이 목숨을 잃고 200여 명이 다쳤다. 아카시 참사는 축제의 규모나 성격에서 이태원 참사와 비슷한 점이 적지 않다. 당시 아카시 시경(市警)은 관람객 15만 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경찰관 349명을 현장에 배치했다. 이 중 인파 관리를 맡았던 경찰관은 36명에 불과했다. 190명은 폭주족 단속, 102명은 축제 현장 범죄 단속이 임무였다. 서장과 부서장은 경찰서에 앉아서 현장을 지휘했다. 아카시 참사와 이태원 참사 모두 경찰은 범죄 단속에만 신경을 쓰고 안전관리는 방치했다. 총괄책임자가 현장에 없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일본에서는 아카시 참사 후 11일 만에 법률·위기관리·건축·방재·구급의학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사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했다. 위원회는 6개월간 독립적인 조사 활동을 한 끝에 142쪽 분량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아카시 불꽃 축제는 시(市)가 주최를 했고 137명의 인력을 투입해 경비를 담당했던 민간 전문업체가 별도로 있었지만, 보고서는 참사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곳으로 경찰을 지목했다.

“현장에서 관람객에게 강제력을 갖고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제복 입은 경찰관과 기동대인 것이다. 혼잡 인파 경비의 경우 자체 경비가 원칙이라지만 그것을 조직적으로 할 수 있는 능력을 경찰에게만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찰의 책임은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보고서는 경찰의 잘못과 관련해서는 컨트롤타워 공백을 큰 문제로 꼽았다. “총괄지휘를 해야 할 서장과 부서장이 현장 텐트가 아닌 경찰서에 있었다. 이래서는 사고가 일어나기 직전, 사고 발생 순간, 사후 대응에 이르기까지 경찰력을 집중하기 곤란했다.”

통일된 지휘계통과 치밀한 사전 시뮬레이션만이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보고서는 강조한다. “사고가 발생한다는 전제를 세워 놓고, 어떤 시나리오에 따라 일어날지를 예측하는 것, 이른바 시나리오 기법을 활용해 ‘위험 포인트’를 추출하고, 그것을 어떻게 해소할지 사전협의를 진행해야 한다.”

20년 전 작성된 이 보고서가 지적하고 있는 점들이 이번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서는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서울시경과 용산경찰서, 서울시와 용산구청은 “주최자가 없는 축제”, “축제가 아닌 현상”이라는 이유 등을 들어 안전관리에 손을 놨다. 압사 위험을 호소하는 112전화가 줄을 잇는 다급한 상황에 용산경찰서장은 걸어서 10분 거리인 곳을 차로 이동하느라 1시간 가까이 허비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1일 고강도로 수사와 감찰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랬던 장본인이 압사 사고 희생자들이 앰뷸런스와 길 위에서 생사를 넘나들던 시간에 술을 마시고 잠들어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참사 다음 날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지휘부의 책임론에 선을 그은 것이다.

윤 청장이나 이 장관의 발언에 내비치는 의도대로 수사·감찰이 진행된다면 총경 몇 명과, 현장에서 몰려드는 인파를 통제하고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려고 목이 터지게 부르짖던 현장 경찰관들에게만 책임이 돌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임기응변을 제대로 하지 못한 죄일 것이다.

앞서 아카시 참사 조사위원회 보고서는 아카시 참사를 포함해 일본에서 있었던 6건의 대형 혼잡 인파 참사를 분석한 결과를 이렇게 요약했다. “이상의 사고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은 사고 발생 직전 현장에서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천광암 논설실장, 동아일보(22-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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