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는 보고 있다’]
[탈선, 매몰, 활주로 이탈… 언제까지 기적·요행에 안전 맡기나]
[툭하면 탈선에 사망 사고 코레일, 이러다 큰일 터진다]
[‘안전불감 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
‘CCTV는 보고 있다’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350m가량 떨어진 골목길 폐쇄회로(CC)TV 카메라엔 참사 당일 오후 10시 59분 용산경찰서장이던 이임재 총경이 뒷짐을 진 채 걷는 장면이 찍혔다. 10시 20분 참사 현장에 도착했다는 상황보고서 내용이 거짓이라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같은 날 오후 8시 22분 이태원의 자택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CCTV에 나왔다. 지방 출장을 다녀온 뒤 집 근처 골목을 2분간 걸었을 뿐이다. “8시 20분 거리 점검을 했다”는 용산구의 설명은 “퇴근길을 업무로 속인 것”이라는 비판을 받는 부메랑이 됐다.
▷작년 말 기준으로 전국의 CCTV는 약 1600만 대로 추정된다. 인구 3.2명당 1개꼴이다. 구청이나 경찰이 설치한 것보다 민간 부문이 보유한 것이 10배 이상 많다고 한다. 이 총경과 박 구청장의 참사 당일 행적을 포착한 것도 옷 가게나 식당 등 상인들이 설치한 카메라였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0년 감시 카메라 노출 빈도를 조사한 결과 하루 최대 110회, 이동 중에는 9초에 한 번꼴이었다. 대수가 그때보다 2배 이상 늘어난 만큼 노출 빈도 역시 크게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참사 현장 인근에는 최소 수십 대의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과거엔 저해상도 노후 카메라가 많았는데, 지금은 대부분 설치된 지 5년 미만의 최신형으로 교체됐다. 고화질의 화면에 줌인 촬영도 가능해서 현장의 감시자 역할을 톡톡히 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감시 카메라의 화면은 아직 공개된 적이 없다. 경찰은 사고 현장과 인근이 찍힌 157건의 영상자료를 확보했다. 이 중에는 수사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이른바 ‘스모킹건’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 CCTV를 실시간으로 통제하고, 볼 수 있는 관제센터는 구청에 있다. 구청이 관리하고, 경찰관들이 상황실에 파견돼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범죄나 재난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작년 강원 강릉에서 초등학생 인질범의 동선을 구청과 경찰이 실시간으로 추적해 4시간 만에 검거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태원 참사 당일엔 용산구 관제센터는 위험 신호를 보낸 게 없다. 모니터링은 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감시 카메라의 천국’ 영국은 전국적으로 425만 대, 런던에만 62만 대의 CCTV가 있다. 카메라가 시민들의 행동을 24시간 내내 감시하는 곳이다. 서울도 8만 대의 공공 부문과 그 10배인 민간 카메라까지 합치면 런던 못지않게 감시망이 촘촘하다. 이런 곳에서 자신의 행적을 숨기거나 포장하려고 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일 따름이다.
-정원수 논설위원, 동아일보(2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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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선, 매몰, 활주로 이탈… 언제까지 기적·요행에 안전 맡기나

영등포역 부근에서 무궁화호 열차 탈선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7일 오전 서울 영등포역에서 코레일 관계자들이 열차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6일 저녁 서울 용산역을 출발해 전북 익산으로 가던 무궁화호 열차가 영등포역으로 진입하던 중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객차 5량을 포함해 6량이 선로를 이탈하는 바람에 승객 279명 가운데 34명이 경상을 입었다. 큰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기차가 흔들리고 의자가 제멋대로 돌다가 정전까지 되면서 대형 참사가 나는 줄 알았다고 한다.
열차 탈선은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지기 쉬운 중대한 사고인데 올해 들어서만 10건 넘게 발생했다. 올해 7월에는 승객 380명을 태우고 서울로 향하던 SRT 열차가 궤도를 이탈했다. 1월에는 부산행 KTX 산천열차가 바퀴 파손으로 선로를 벗어났다. 모두 큰 피해는 없었지만 시속 200∼300km로 달리는 고속열차의 탈선은 예사로이 넘길 일이 아니다. 이에 국토교통부가 이달 3일 철도 안전 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는데, 3일 만에 다시 아찔한 탈선 사고가 났다.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닌가.
철도만이 아니다. 경북 봉화군 광산에서 매몰된 광부 2명이 살아 돌아온 ‘봉화의 기적’ 뒤에는 채굴업체의 허술한 안전 대책이 자리하고 있다. 올해 8월에도 같은 갱도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해 한 명이 숨지고 한 명이 다쳤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이번 매몰 사고를 일으킨 광물찌꺼기의 출처로 의심되는 갱도 인근 폐갱도에 광물찌꺼기를 채워 넣지 말라는 안전명령을 내렸다. 안전명령과 선행 사고에도 같은 사고를 막지 못한 이유는 뭔가.
코로나로 막혀 있던 하늘길이 열리자 여객기 결함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3일 필리핀 세부에서는 대한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착륙했다. 일주일 후엔 호주 시드니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가 엔진 이상으로 인천공항으로 회항했다. 최근 4개월간 이 같은 사고가 4건이나 된다. 큰 인명 피해가 없어 조용히 넘어갔을 뿐이다.
큰 재해가 닥치기 전 같은 원인으로 작은 재해가 29번, 사소한 사고가 300번 일어난다는 ‘하인리히의 법칙’이 있다. 대형 참사는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경미한 사고를 무시하고 예방을 게을리하다 발생한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도 사고의 위험을 알리는 신호가 수차례 있었다. 땅 위와 땅 밑, 하늘길에서 크고 작은 사고들이 경고음을 내고 있다. 우리 사회 전반의 안전 인프라를 총체적으로 점검하라는 신호다.
-동아일보(2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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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탈선에 사망 사고 코레일, 이러다 큰일 터진다

7일 오전 무궁화호 탈선사고가 난 영등포역 주변 철로에서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6일 밤 용산역에서 출발해 익산역으로 향하던 무궁화호 열차가 탈선하면서 30여 명의 승객이 부상을 입었다./ 장련성 기자
최근 코레일(한국철도공사)에서 작업 중 사망 사고와 열차 탈선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태원 참사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 않을까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경기 의왕시 오봉역에서는 화물열차 연결·분리 작업 중 코레일 직원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지난 3월 대전의 열차 검수고에서 근로자가 숨졌고, 7월과 9월에도 작업 중 근로자가 열차에 치어 사망했다. 올 들어 벌써 네 번째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코레일 사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형사 입건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공공기관장 중에선 처음이다.
6일 밤엔 서울 영등포역 부근에서 무궁화호 열차가 탈선하는 사고가 나 35명이 다쳤다. 용산을 떠난 무궁화 열차가 영등포역으로 진입하다 선로를 이탈해 열차 6량이 궤도를 이탈한 것이다. 앞서 1월 KTX-산천 객차가 경부선 영동역과 김천구미역 사이에서, 7월 SRT 열차가 대전조차장역 인근에서 탈선한 데 이어 올 들어 대형 탈선 사고만 세 번째다. 열차 탈선 사고는 대규모 인명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영등포역 열차 탈선 수습 과정도 난맥 그 자체였다. 탈선 여파로 7일 오후까지 서울 구로~용산역 구간 열차 운행을 못 하는 등 수많은 열차 운행에 차질을 빚었다. 그런데도 서울시와 영등포구청은 6일 밤 9~11시 사이 “조치 완료” “복구 완료” 같은 내용의 재난 문자를 보냈다. 코레일과 지방자치단체가 의사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7일 아침 이를 믿고 출근길 열차를 타러 나온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사망 사고와 탈선이 한두 번이 아니라 반복되는 것을 보면 코레일 임직원들의 업무 기강에 문제가 있는 것이 확실하다. 단호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코레일은 하나에서 열까지 다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전 정권이 임기 말에 알박기 식으로 임명한 나희승 코레일 사장은 남북철도 연결 전문가라고 한다. 남북철도 연결은 문재인 정권이 추진하던 것으로 정권이 바뀌었으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옳다. 그는 조직 장악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다른 기관장들처럼 버티고 있고 이 와중에 코레일 운영은 엉망이 되고 있다. 국토부와 코레일은 최근 사고를 강력한 경고음으로 생각하고 더 큰 사고로 이어지기 전에 안전·탈선 관련 사항들을 정밀 점검해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조선일보(2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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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불감 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
[오늘과 내일]
잇따른 작업장 후진적 사망 사고
일상 안전의식 높여야 비극 막아
지난달 중순 느닷없이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검색하는 사람이 많아진 적이 있다. 두어 달 남은 크리스마스를 미리 준비하기 위한 건 아니었다. 크리스마스 케이크 매출이 상당하다는, 국내 최대 제빵 프랜차이즈 공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 때문이었다. 샌드위치 소스를 섞는 기계에 근로자가 상반신이 빨려 들어가면서 숨졌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지역 빵집이나 경쟁사의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추천하고 나섰다.
근로자 사망 사고에 맞서는 일종의 불매 운동이었다. 안전사고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 사고가 숱한 사고의 일부라는 것. 오피스텔 신축 현장에서 승강기 통로 바닥을 청소하던 60대 근로자는 승강기에 깔려 숨졌고, 물류창고 공사 현장에서 시멘트 작업을 하던 근로자 3명은 거푸집이 무너지며 5, 6m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전선 케이블을 까는 작업을 하던 근로자는 전선이 감긴 드럼에 맞아서 숨졌고, 화물열차를 연결하는 작업을 하던 근로자는 다른 열차가 치어서 숨졌다.
모두 최근 한 달 새 일어난 사고다. 현장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본 수칙을 지키지 않아서 벌어진 경우가 대다수다. 납품 단가를 맞추거나 납품 기일을 맞추기 위해 여럿이 할 일을 혼자 했다거나, 당연히 있어야 할 안전 고리나 지지대 등 안전장치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거나, 아무도 없는 주말에 나와서 일하다가 사고를 당했다거나…. 언젠가는 짜놨을 안전 시스템이 현장에서 구현되기만 해도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였다.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경영자 처벌이 강화됐지만 그렇다고 사고가 줄어들진 않았다. 이 법이 시행된 1월부터 9월까지 산업재해 사망자는 510명으로 전년 동기(502명)보다 오히려 늘었다. 그것도 추락, 끼임, 부딪힘, 깔림 등 후진적 사고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처벌 수위가 높아졌다고 하루아침에 사고가 줄지 않는 만큼 우리 일상에서의 안전문화 고취가 더 중요한 이유다. ‘이것쯤이야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안전의식을 높이지 않고 처벌만 강화하는 것 역시 단기 처방에 그칠 수 있다.
미국 내 글로벌 엘리베이터 회사에서 일하는 한 지인은 전 세계 어느 현장이든 사망자가 발생하면 팀 단위로 안전 경보(safety alert)를 울려 회의를 소집하는데, 한국 사망자가 유독 많아 부끄럽다고 했다. 팀원들이 모이면 모두 묵념한 뒤 어떤 현장에서 사망 사고가 어떻게 났는지 공유하고 ‘어떤 것도 목숨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Nothing matters than your life)’는 말을 지겹도록 듣는다고 했다. 일례로 회의나 행사를 하더라도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항상 출입구 위치를 먼저 알리는 식이다. 지독하리만치 미련하게 안전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는 고속성장을 이루고 한국인 특유의 성실성을 보여줬지만, 이는 뒤집어 말하면 응당 해야 할 무언가를 때로는 생략했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더 싸게, 더 빨리’를 강요하는 관행 이면엔 생명이 담보 될 때도 있다. 너무 싸고 너무 빨리 되면서 너무 좋은 건 세상에 없다. 적정 속도와 적정 가격이 보장되어야 안전도 보장된다. 성숙사회로 가려면 ‘조금 느리고 조금 비싸도 괜찮다’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가족일 근로자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사고 날 때 반짝 문책하기보다는 일상에서 이들의 안전에 기업도 소비자도 유난을 떨어야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김유영 산업2부장, 동아일보(2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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