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풍구 사고 때 ‘이재명 변명’, 이태원과 판박이였다]
[유족 뜻 어긴 이태원 희생자 명단 공개는 범죄, 경위 밝혀야]
[사람이라고 하면서(人而~)]
환풍구 사고 때 ‘이재명 변명’, 이태원과 판박이였다
[김창균 칼럼]
주최 아니라 책임 없어 위험하다고 판단 못했다
희생자 귀책인 양 몰고 의원 질문하는데 웃음
8년 전 이재명처럼 답하면 이태원 어떻게 질책할 건가

환풍구 지지대 하중 실험… 4분 만에 무너져-21일 오후 경기 성남 판교 환풍구 추락 사고 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직원들과 경찰이 크레인 1대를 동원해 환풍구 철망 지지대 하중 실험을 하고 있다. 무너지지 않고 남아 있는 받침대 1개를 도르래를 이용해 아래쪽으로 잡아당겨 어느 정도의 무게를 견디는지 확인하는 방법으로 실험이 진행됐다.(좌)/2014년 10월 17일 저녁 오후 5시53분께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유스페이스 앞 야외 공연장에서 관람객 약27명이 지하 주차장 환풍구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유명 걸그룹 공연 중 지하 주차장과 연결된 외부 환풍구 덮개가 위에서 관람하던 팬들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지하 4층 아래로 꺼지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관람객 16명이 숨지고 11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사진은 사고발생 직전 모습. /독자 제공
2014년 10월 17일 오후 5시53분, 판교 테크노벨리 콘서트 관람객 27명이 환풍구 위에서 18m 아래 주차장으로 추락해 16명이 사망했다. 1000명 가까운 관객이 몰렸는데 통제 인력이 없었다. 세월호 참사 6개월 만에 되풀이된 안전 불감증이었다. 목격자는 “걸 그룹이 등장하자 환풍구 위 사람들이 방방 뛰었다”면서 “음악 소리가 워낙 커 처음엔 사고가 난 줄도 몰랐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현장 모습과 많이 닮았다. 희생자 규모가 10분의 1 정도였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사고 닷새 후인 10월 22일 국회 안전행정위 국정감사는 환풍구 사고를 추궁하는 자리였다. 사고 현장을 관할하는 남경필 경기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표적이었다. 남 지사는 “경기도에서 일어난 사고인 만큼 책임을 지겠다”고 한 반면, 이 시장은 성남시에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했다. 행사 포스터에 성남시가 공동 주최로 적혀 있는 데다 성남시 직원이 공문을 주고받았고, 성남시가 광고비 조로 1100만원 지원을 약속했으며, 이재명 성남시장이 축사를 하려고 현장에 참석했다는 관련성이 불거졌다. 이 시장은 “성남시 이름을 도용당했다” “내용을 모르는 직원들의 실수” “광고비 지원은 행사 관련이 아니었다”고 피해 나갔다. 이태원 참사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핼러윈은 주최자가 없어서 축제가 아니라 현상이었다”고 말한 용산구청장을 떠올리게 한다.
이재명 시장은 “환풍구는 사람이 출입하도록 설계된 게 아니다”라고 했다. “개인 소유 건물 환풍구에 예측할 수 없었던 50명 가까운 사람이 올라가 붕괴된 것”이라고 했다. 올라 가면 안 될 곳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는 바람에 예측 불가능한 사고가 발생했다는 뜻이다. 이태원 참사 직후 이상민 행안부 장관도 “경찰 인력을 배치해서 막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며 불가항력을 호소했다.
이태원 참사 전 위험을 우려하는 112 신고가 11차례나 있었다. 환풍구 사고 때도 경보음이 울렸다. 행사 진행자가 마이크를 잡고 “환풍구에서 내려와 달라”고 다섯 차례나 주문했다. 그 자리에는 이재명 시장도 있었다. 축사를 하려고 현장에 5시40분에 도착했는데 13분 후에 사고가 일어났다. 이재명 시장은 경찰 탓을 했다. “경찰이 한 명만 있었어도, 그래서 ‘환풍구에서 내려올 때까지 공연 못 한다’고 했으면 사고가 안 났을 것”이라고 했다. “시장에게 경찰 통제권이 있는 자치경찰제였으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겠느냐”는 질문에 “100% 그렇게 확신한다”고 했다. 자신이 경찰에 지시해서 사고를 막았을 거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변명은 매를 벌었다. “경찰 대신 성남시 직원이 통제해도 되지 않느냐. 왜 시장이 직원에게 지시하지 않았느냐”는 질타가 쏟아졌다. 이재명 시장은 “나중에 지나고 보니...그런 점도 가슴 아프다”고 했다. 112 신고 때 설마 했던 경찰과 마찬가지로 방심했던 것이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골목길을 일방통행으로 운영했어야 한다는 사후 비판이 나온다. 환풍구 국정감사에선 접근 차단 시설이나 경고문이 없었던 점이 지적됐다. 이재명 시장은 “환풍구가 위험하다고 판단했으면 그랬을 텐데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환풍구를 좀 더 높게 만들도록 행정지도를 했으면 사람이 못 올라 갔을 것이라는 질책도 나왔다. 이재명 시장은 “행정은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 사후에 사고가 났다고 비난하면 안 된다”고 했다. 지극히 상식적인 말이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이 이태원 참사를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로 규정하는 태도와는 상반된다.
참사 원인을 따지는 국정감사 도중 이재명 시장이 웃었다. 의원들은 “유가족들도 계시고 온 국민이 방송을 보는데 성남시장이 실실 웃고 있느냐”고 했다. 이재명 시장은 “기가 막혀서 웃었다”고 했다. 의원들이 답변 기회를 주지 않아서라고 이유를 댔다. 한덕수 총리는 이태원 참사를 설명하는 외신 기자 회견에서 농담을 했다가 혼쭐이 났다.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및 특검을 요구하며 장외투쟁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한덕수 총리, 이상민 행안부 장관,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퇴진도 요구 중이다. 환풍구 국정감사 속기록에 남아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답변은 윤석열 정부 관계자들의 변명과 판박이처럼 닮았다. 이태원 국정조사에서 책임자들이 8년 전 이재명 시장이 했던 변명을 그대로 늘어놓는다면 민주당 의원들은 어떻게 추궁할 셈인가.
-김창균 논설주간, 조선일보(2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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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뜻 어긴 이태원 희생자 명단 공개는 범죄, 경위 밝혀야

14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관련 방송 이후 광고성 떡볶이 먹방을 한 '더 탐사' 기자들과 PD/유튜브 '더 탐사'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유족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공개한 인터넷 매체에 대해 경찰이 16일 수사에 착수했다. 이 문제는 언론 자유와 관련이 없다. 희생자 명단은 공공의 이익이 아니라 참사를 정치에 이용하려는 정략적 이익과 관계가 있을 뿐이다. 희생자 명단은 사고를 수습한 정부·의료기관 등만 갖고 있어야 할 공적 자료다. 누군가 훔친 게 아니라면 내부인이 빼돌렸을 가능성이 크다. 경찰이나 행정안전부 등 행정기관일 경우 명단을 유출한 사람은 공무상비밀누설죄로 처벌할 수 있다. 희생자를 수습한 병원에서 새나갔다면 의료법 위반이다.
인터넷 매체는 유족 동의 없이 명단을 공개했다고 인정했다. 희생자 신상은 개인 정보다. 동의 없이 공개하면 불법이다. 독일은 사고 현장에서 피해자 영상을 찍어 퍼뜨릴 경우 형사 처벌하도록 돼있다. 숨진 희생자들 개인 정보를 제3자가 마음대로 공개하는 것은 폭력이다. 피해자들에 대한 모욕, 음란물 유포 같은 2차 가해 범죄가 이미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원치 않는 유족이 연락하면 이름을 지워주겠다고 했다는데 말이 되는 소리인가. 이 인터넷 매체는 희생자 명단 공개 장면을 배경으로 갑자기 “광고”라면서 ‘떡볶이 먹방’을 했다. 이성을 잃은 사람들이다.
정치권에서 희생자 공개를 주장한 것은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유일하다. 이 대표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고 무슨 추모를 하느냐’고 했고,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무슨 수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명단을 확보해 공개하자’고 했다. 그리고 유시민 등 민주당과 가까운 사람들이 참여했다는 인터넷 매체와 윤석열 대통령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유튜브가 함께 명단을 공개했다.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 신부는 “앞으로도 백번이고 천번이고 할 것”이라고 했다.
유족들은 “누가 우리 애 이름 불러달라고 했나” “입이 안 떨어져 아직 주위에 알리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맘대로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일부 주한 외국 대사관은 외교부에 항의했다. 외국인 사망자 26명 중 1명을 제외한 모든 유가족이 이름 공개를 원치 않는다고 한다. 친야 성향 민변, 언론노조도 부적절하다고 했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날까지 명단 게재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이 대표도 아무 말이 없다. 희생자 명단을 정략적으로 이용할 뜻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명단을 내리라고 공식 입장을 내야 한다.
-조선일보(2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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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고 하면서[人而~]
[이한우의 간신열전]
공자가 즐겨 쓰던 표현 중 하나로 인이(人而)가 있다. 그 뜻은 “사람으로서” 또는 뉘앙스를 강화하면 “사람이라고 하면서” 정도가 된다. 주로 사람 같지 않은 언행을 하는 사람을 비판할 때 쓰던 표현이다. 이 표현은 공자 창작이라기보다는 본인이 편찬한 ‘시경(詩經)’에 실려 있는 시 상서(相鼠)에서 가져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상(相)은 ‘살펴본다[觀]’는 뜻이다. 그러니 제목은 ‘쥐를 잘 살펴보니’ 정도가 되겠다. 모두 3장으로 되어 있는 짧은 시이다.
“쥐를 잘 살펴보니 가죽이 있는데/사람이라고 하면서 사람다운 언동이 없구나[人而無儀]/사람이라고 하면서 사람다운 언동이 없는데/죽지 않고 무얼 하는고!
쥐를 잘 살펴보니 이빨이 있는데/사람이라고 하면서 맺고 끊음이 없구나[人而無止]/사람이라고 하면서 맺고 끊음이 없는데/죽지 않고 무얼 기다리는고!
쥐를 잘 살펴보니 사지가 있는데/사람이라고 하면서 예(禮)가 없구나[人而無禮]/사람이라고 하면서 예가 없는데/어찌 빨리 뒈지지 않는고!”
‘논어’에서 공자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신뢰가 없으면[人而無信]” 그가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가 없다고 했고 또 “사람이라고 하면서 항심이 없으면[人而無恒]” 무당도 될 수 없다고 했다.
얼마 전 대통령 전용기 추락을 기원한(?) 얼빠진 두 종교인이 있었다. 그들을 보며 떠오른 공자 말이다.
“사람이라고 하면서 남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는데[人而不仁] 예(禮)는 해서 무엇하며 악(樂)은 해서 무엇하겠는가?”
사제라고 하면서 사랑이 없는데 미사는 해서 무엇하며 기도는 해서 무엇하겠는가?
워낙 정치판에 사람 같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보니 이 사제들도 그 무리에 휩쓸린 듯하다. 두 사람에 대해서는 그래서 화가 나기보다는 모자란 인간에 대한 연민(憐憫)만 생겨날 뿐이다.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조선일보(2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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