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해군은 적장의 영혼을 향해 기도를 올렸다]
[이재명의 ‘親日 국방’ 선동, 安保 이치 모른다는 고백]
[고물 전투기 띄운다고 겁먹을 사람 있을까]
일본 해군은 적장의 영혼을 향해 기도를 올렸다
[선우정 칼럼]
한국의 바다는 동해 넘어 북극 항로로, 해양 안보 생명선은 인도양까지 확장
나라 운명 좌우할 바다 향한 경례 보고 떠오르는 의미가 겨우 욱일기뿐인가

러시아 발트함대의 전함 한 척이 일본 해군의 공격으로 침몰하고 있다. 당시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발트함대가 참패함으로써 러일전쟁의 승부는 결정됐다. 한국 진해만에서 결전을 위해 출항할 때 일본 해군 장교들이 이순신 장군의 영혼을 향해 기도했다고 한다. 이때 일본 해군을 이끈 작전 참모 아키야마 사네유키가 해양권론의 선구자 앨프리드 머핸의 제자다.
한국 근대사의 미스터리 중 하나가 ‘이순신 서술’이다. 1795년 정조 임금의 이순신 전서 편찬 이후 1908년 신채호의 이순신전 연재까지 100년 이상 이순신 서술은 한국에서 공백이었다. 보통 한국 근대의 출발을 1876년 일본의 침탈이 시작된 강화도 조약으로 본다. 이순신은 당시 상황에서 최고의 시대적 상징이었다. 그런데 망국 직전까지 한국에서 이순신은 영웅으로 소환되지 않았다.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하는 미스터리가 일본 근대의 이순신 서술이다. 일본의 작가 시바 료타로는 여러 저서에 일제 해군 장교들이 러시아와의 결전을 위해 출항하면서 이순신의 영혼을 향해 기도를 올리는 장면을 묘사했다. 작가의 상상이 아니라 사실이다. 일본 엘리트 일부는 이순신을 연구했고 존경했다. 이것을 하나의 동력으로 전쟁에서 승리했고, 결국 한국을 병탄했다. 한국 역사에서 가장 역설적이면서 비극적인 장면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일본의 19세기 이순신 서술은 두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전기는 김시덕 교수, 후기는 김준배 교수의 연구로 자세히 밝혀졌다. 이들에 따르면 징비록이 일본에서 간행된 이후 50여 년 동안 일본 전쟁 소설에서 이순신은 ‘조선의 영웅’으로 등장했다. 이 위상이 19세기 후반 ‘세계의 영웅’으로 격상된다. 이순신 서사는 문화 현상에서 정치·군사적 현상으로 폭을 넓혔다. 이를 주도한 것이 일본군, 특히 일본 해군이다.

이순신을 세계적 영웅으로 서술한 세권의 책. 일본 육군 계열 기관지가 출판한 조선 이순신전은 일제강점기 문일평에 의해 한국에서 번역, 출간돼 한국인의 이순신 관념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순신을 영국의 넬슨에 비유해 세계적 영웅으로 끌어올린 첫 저서다. 제국해군사론과 제국국방사론은 일본 해군이 군사적 측면에서 이순신을 연구한 책이다. 이 책이 일본 해군 장교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상당수 해군 엘리트가 이 책으로 공부하면서 이순신을 존경하게 됐다고 한다.
이순신을 ‘동양의 넬슨’에 비유한 찬사는 1892년 ‘조선 이순신전’에 처음 나온다. 일본 육군 계열의 기관지가 펴낸 책이다. “이순신이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대원정을 그림의 떡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찬사는 일본 해군에 의해 고조됐다. 훗날 일본 해군 중장까지 올라간 사토 데쓰타로는 저서 ‘제국국방사론’에서 “넬슨은 인격에서 이순신에 비견될 수 없다”며 “필적할 자는 네덜란드의 더라위터르(영국을 물리친 해군 명장) 정도”라고 했다. 해전 연구에 뛰어든 동기에 대해선 “이순신의 숭고한 인격과 위대한 공적이 나의 정신을 격렬히 일깨웠기 때문”이라고 했다. 앞서 해군 참모 오가사와라 나가나리도 저서 ‘해상권력사 강의’를 통해 “이순신이 해상권을 확고히 지키고 있었기에 전쟁의 대요소가 전부 소멸돼 맹진하던 육군도 스스로 고립됐다”고 했다.(이상 김준배 연구) 이순신 서사가 존경과 찬사에서 전쟁사적 연구로 진화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런 서술은 한국에 꽤 알려져 있다. 이를 인용하는 글에는 “적국 일본조차 존경할 수밖에 없던 성웅”이란 평가가 종종 뒤따른다. 으쓱하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넘어서는 중요한 함의가 있다.
미국의 해군 이론가 앨프리드 머핸의 해양권(Sea Power)론이 19세기 말 세계를 강타했다. “바다를 지배한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말이 이론을 압축한다. 이에 따라 국가 전략을 바꿔 제국으로 성장한 나라가 미국이다. 일본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끈 아키야마 사네유키가 머핸을 사사한 해군 참모다. 일본은 바다의 전략적 가치에 눈을 떴다. 육군 중심의 무력을 해군 중심으로 바꿔 열강으로 도약하기 위해 머핸의 이론을 일본 전쟁사에 적용했다. 그런데 당시 일본엔 해군 영웅이 없었다. 그래서 적장 이순신을 끌어와 반면교사 방식으로 해양권의 가치를 주장한 것이다. 시바 료타로는 일본이 해양권론을 내재화하는 과정에 대해 “흑사탕을 백사탕으로 만드는 정제 작업”이라고 했다. 이순신 서사는 표백제 역할을 한 것이다.
일본을 알면 한국의 미스터리도 풀린다. 당시 한국은 바다를 몰랐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중국 중심의 좁은 세계관에 갇혀 자국의 근해조차 지키지 못했다. 육군 영웅은 차고 넘쳐도 해군 영웅을 가진 나라는 극소수다. 바다의 근대적 가치를 몰랐기 때문에 이순신의 근대적 가치도 몰랐다. 그러다 항일 영웅의 구국 서사마저 일본에 빼앗겼다. 좁은 세계관이 만든 비극이다.

일본 해상자위대가 창설 70주년을 맞아 개최한 국제관함식에서 한국 군수지원함 '소양함'(앞줄 왼쪽)과 일본 호위함 '이즈모'(앞줄 오른쪽)가 나란히 항행하고 있다. 관함식에 참여한 한국, 미국, 인도 등 12국은 모두 인도태평양 국가들이다. /교도 연합뉴스
한·미·일이 동해에서 합동 훈련을 벌이자 야당 대표는 “친일 국방”이라고 공격했다. “독도 앞 욱일기 훈련”이라고 묘사했다. 한국 등 인도·태평양 12국이 참여한 일본 주최 관함식 때도 한국 정계의 논란은 ‘욱일기’였다. 한국 해군이 주최국 정상을 향해 경례한 쪽에 욱일기 모양의 일본 해상자위대 깃발이 있었다는 것이다. 어떤 야당 의원은 국회에서 욱일기 모형을 쪼개는 유아적 퍼포먼스까지 벌였다. 한국 경제의 항로는 동해를 넘어 북극 항로를 돌파해 유럽으로 이어지고 있다. 해양 안보의 생명선은 인도양까지 확장됐다. 한국은 일본 근해를 통하지 않고 태평양으로 넘어가기 어렵다. 그날의 경례는 국가의 운명이 달린 광활한 바다를 향한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눈엔 겨우 욱일기 문양만 보였나.
일본 해군은 결전을 앞두고 과거의 적장 이순신의 영혼을 향해 기도를 올렸다. 동양인의 편에서 서양의 제국인 러시아에 이기게 해달라는 기도였다고 한다. 가슴 아픈 역사이지만 승리하는 자의 행동은 이렇게 다른 것이다.
-선우정 논설위원, 조선일보(2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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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親日 국방’ 선동, 安保 이치 모른다는 고백
[김창균 칼럼]
유사시 증원군 신속배치 후방기지 日 없인 불가능
일본과 군사협력 거부는 동맹 부담 안 진다는 뜻
80년대 피해망상 역사관 나라 안위 위태롭게 해

자료=여론조사공정(주)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며 미국과 같은 편이 되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절감하게 된다. 러시아의 한 주먹 감도 안 돼 보였던 우크라이나가 예상 밖으로 잘 싸우고 있는 건 미국의 장비와 정보 덕분이다. 우리 처지는 우크라이나보다 훨씬 든든하다. 미군이 2만8000명이나 주둔하며 지켜주는 동맹국이다. 일본 5만2000명, 독일 3만6000명에 이어 셋째로 많은 인원이다. 더구나 2만8000명으로 끝이 아니다. 우리가 침략을 당하면 그 몇 배 증원군이 한반도로 달려오게 돼 있다. 그 실효성을 담보해주는 게 일본이라는 후방 기지다.
6·25 때 미군이 부산에 도착한 것은 남침 엿새 만인 7월 1일이었다. 1만km 떨어진 미국 서부에서 출발했다면 어림없었다. 일본에 주둔 중인 미 24사단 중에서 가장 빨리 소집된 21보병연대 1대대를 투입했다. 대대장 이름을 따라 스미스 부대라 불린 1대대는 장비도 훈련도 엉망이어서 고전했다. 그러나 미군이 한반도에 등장하자 북한은 긴장했고 전열을 재정비했다. 맥아더 사령관은 “스미스 부대 조기 투입으로 열흘이라는 시간을 벌었다”고 분석했다.
유엔 결의안 84조에 따라 유엔군 사령부가 일본 도쿄에 창설됐고 전쟁 내내 한반도 방어를 지휘했다. 1957년 유엔사가 서울로 이전하면서 도쿄에 유엔군 후방사령부(UNC REAR)가 새로 만들어졌다. 현재도 극소수 인원이 근무하고 있다. 한반도 유사시 서울 유엔사가 주일(駐日) 미군을 동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로 남긴 것이다.
2002년 일본 오키나와를 방문한 외교부 관계자는 나하 공항 인근에 2000만㎡가 넘는 땅이 녹슨 철조망에 둘러싸여 방치돼 있는 걸 보고 의아했다. “왜 이 땅을 놀리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일본 정부 관계자가 “한국에 전쟁이 나면 미국에서 공수돼 올 증원군의 1차 집결지로 사용될 땅”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얼마 전 바다에서 실시한 한·미·일 연합 훈련에 대해 ‘극단적인 친일 국방’이라는 프레임을 씌웠다. 욱일기, 자위대, 독도 같은 휘발성 높은 단어들을 동원했다. 머잖아 대한민국 영토에서 일본 군화 소리가 저벅저벅 들려올 것처럼 겁을 줬다. 일본의 군국주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일본은 우리와 달리 군사 협력을 반기고 적극성을 보여야 하는데 과연 그럴까.
2014년 7월 일본 아베 총리는 의회에서 “미국 해병대가 일본에서 나가려면 미·일 간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이 양해하지 않으면 한국을 구하기 위해 달려갈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한미 동맹 후방 기지 역할을 거부한 이 아베 발언은 우리 정부에 큰 충격을 줬다. 몇 달 후 미 국무부가 “한반도 유사시 일본 정부와 협의 없이 주일 미군을 자동 파견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파문이 가라앉았다.
일본도 한국과 안보 문제로 엮이는 걸 탐탁해하지 않는다. 북한의 군사적 표적이 될 위험 때문이다. 우리가 주한 미군의 대만 사태 개입으로 중국을 자극할까 우려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실제 북한이 일본을 겨냥한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는 것은 유사시 한반도에 투입될 주일 미군 기지를 염두에 둔 것이다.
1990년대 이후 미국은 혼자 힘으로 아시아 지역 방어를 책임지는 데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협력 체제와 부담을 나눠 지고 싶어 한다. 일본은 한국과의 협력을 미일 동맹의 의무로 받아들인다. 우리에게도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은 하나로 묶인 패키지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는 한미 동맹이라는 혜택만 취하고 한미 동맹에 따르는 부담은 거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공통분모는 대미(對美) 동맹만이 아니다. 북핵 탑재 미사일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나라는 사실상 한국과 일본 둘뿐이다. 미국이 본토를 위협하는 북한의 ICBM을 동결하는 대가로 핵 보유를 용인하는 ‘이기적 선택’을 할 경우 강력하게 항의해서 저지해야 하는 나라도 한국과 일본이다. 같은 위협에 처한 나라와 힘을 합치는 것은 안보의 기본 원칙이다. 일본이 좋아서, 일본과 친해지고 싶어서 협력하는 게 아니다. 나라를 지키는 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는 “역사를 잊은 국민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했다. 이 대표의 역사관은 1980년대 대학 신입생의 의식화 커리큘럼 그대로다. 대한민국 모든 패악의 원인을 친일(親日)에 돌린다. 이런 자폐적 피해망상 사관이야말로 나라의 미래를 위태롭게 한다. 이 대표가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면 대한민국 안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기본 원리부터 깨쳐야 한다.
-김창균 논설주간, 조선일보(22-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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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 전투기 띄운다고 겁먹을 사람 있을까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

8일 진행한 대규모 공군 훈련을 참관 중인 김정은. 김정은과 뒤에 있는 비행 지휘관들의 얼굴 표정이 매우 어둡다. 사진 출처 조선중앙통신
“전투기 150여 대를 동시 출격시킨 대규모 항공 공격 종합훈련이 8일 진행됐다”고 북한이 공개했을 때 지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북한에 날 수 있는 전투기가 150대가 된다고? 아무리 빡빡 긁어모아도 어려울 건데…. 만약 진짜로 150대나 떴다면 그중 몇 대가 추락했을지 그게 제일 궁금해.”
이후 북한이 발표한 150여 대는 크게 과장된 것이고, 훈련에 참가한 비행기도 추락하거나 비상착륙했다는 여러 보도가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나왔다. 게다가 “북한이 사진에 같은 전투기를 복사해 여러 번 붙여 넣은 것 같다”는 독일 훔볼트엘스비어연구소 사진 분석 전문가 토르스텐 베크 박사의 분석도 나왔다. 워낙 예전에도 군사훈련 때마다 이런 사진 조작이 많았기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북한은 “합동타격훈련은 적 군사기지를 모의(가상)한 섬 목표에 대한 공군 비행대들의 중거리 공중대지상 유도폭탄 및 순항미사일 타격과 각종 근접 습격 및 폭격 비행 임무를 수행했다”고 밝혔지만 막상 공개한 사진을 보면 참담한 북한 공군의 사정이 그대로 담겨 있다.
검은 연기를 풀풀 날리는 고물 비행기들이 제2차 세계대전 때의 공습처럼 섬 상공을 저공비행하며 폭탄을 투하하고 있었다. 북한이 보유한 전투기가 중거리 공대지 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는 소리는 처음 듣는데, 그걸 찍은 사진은 없었다. 북한 매체는 김정은이 훈련 직후 “건군사에 전례 없는 대규모의 항공 공격 종합훈련에서 무비의 용감성과 불굴의 전투 정신을 발휘하며 인민 공군의 위용을 만방에 떨친” 비행사들과 만나 축하 격려를 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고작 출격 한 번 했을 뿐인데, 무비의 용감성과 불굴의 전투 정신을 운운한 것도 어처구니가 없는데, 고물 전투기들을 놓고 인민 공군의 위용을 만방에 떨쳤다니 할 말을 잃게 된다.
북한군 비행사들은 자신들이 하루살이보다 못한 운명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을지 모르겠다. 그들을 만나면 해줄 말이 참 많지만, 하나만 고르면 1982년 6월의 ‘비까 계곡 공중전’을 설명해 주고 싶다. 역사상 가장 일방적인 공중전으로 알려진 이 공중전에선 이스라엘의 F-15, F-16 전투기와 시리아의 미그-23, 미그-25 전투기들이 격돌해 85 대 0 이라는 스코어를 냈다. 시리아 공군의 최신예 미그기 85대가 격추될 동안 이스라엘 전투기는 단 한 대의 피해도 없었다.
40년 전의 서방 전투기에도 추풍낙엽이던 러시아제 전투기들이 지금 북한 공군의 주력이다. 게다가 북한의 대다수 전투기는 환갑을 넘기거나 앞두고 있어 노후화가 심각하다. 반면 미군을 언급할 필요 없이 한국 공군의 독자적인 능력만 봐도 5세대 F-35 스텔스 전투기 40대와 4세대 전투기 수백 대를 보유하고 있다. 아무리 수천 시간 최정예 훈련을 받은 비행사라도 한 세대 차이의 전투기를 이길 수 없는데, 북한 비행사들은 항공유가 없어 지상에서 입으로 편대 훈련을 하는 수준이다.
시간이 갈수록 상황은 더 암담해진다. 추가로 전투기를 사올 돈도 없지만, 설사 돈이 있어도 사기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세계 2위 군사력이라고 알려진 러시아는 북한보다 훨씬 더 좋은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에서 제공권 장악에 실패했다. 이미 항공기 수백 대를 잃은 러시아가 앞으로 상당 기간 북한에 항공기를 팔 여유는 없을 것이다.
김정은은 정말 고물 전투기들을 많이 띄우면 상대가 겁을 먹을 거라 믿은 것일까. 공군에 대한 상식이 조금만 있는 사람이라면 코웃음만 칠 일이다. 외부와 단절돼 무지 속에 사는 북한 주민에게 힘을 주기 위한 내부용이라면, 진심으로 바라건대 앞으로 이런 훈련 자주 하길 바란다. 전시용 창고에 고이 보관한 항공유가 바닥이 나고 비행사들은 기량을 쌓기 전에 추락해 사라질 것이다. 대규모 훈련을 몇 번만 더 하면 그나마 남아있는 북한 공군 전력의 몇십 %는 줄지 않을까 싶다.
이런 훈련은 한미 연합군에도 더없이 고마운 훈련이다. 북한 비행사들이 백날 훈련을 해봐야 그런 고물 비행기는 별 위협이 되지 못한다. 반면 유사시 북한 항공기가 뜨면 우리는 싫든 좋든 수억∼수십억 원짜리 미사일을 쏴야 한다. 그러니 날 수 있는 것은 적을수록 좋다. 김정은이 보충하기도 어려운 항공기를 셀프로 소모만 시키면 진심으로 박수를 쳐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주성하 기자, 동아일보(22-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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