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習에 “경제의 정치화 말라” 요구하라]
[中 ‘제로 코로나’ 딜레마]
尹, 習에 “경제의 정치화 말라” 요구하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그간 한중 회담에서 잘 안 쓰던 말을 했다. “경제 협력을 정치화하고 범안보화하는 걸 반대해야 한다.” 범안보화.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중국에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수출을 못 하도록 한 미국을 비판할 때 중국이 쓰는 말이다. 시 주석은 윤 대통령에게 경제 문제를 안보와 연결시킨 미국의 ‘장단에 놀아나지 말라’고 훈계한 것이다.
그런데 중국은 경제 문제를 정치-안보 문제와 연결한 적이 있다. 불과 5, 6년 전이다. 2016∼2017년 한국이 사드를 배치했다는 이유로 경제 보복을 가했다. 사드 배치가 한국의 안보 주권 사항이라는 설명에도 한국 대중문화 수입을 금지하는 이른바 ‘한한령’을 발동했다. 중국은 정부 차원의 보복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 말을 믿는 한국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정부는 중국에 한한령 해제를 요구하지만 뚜렷한 진전이 없다. 중국은 오히려 사드 관련 이른바 ‘3불 1한’을 주장한다. 사드 운용 정상화라는 주권 문제에 사실상 내정간섭을 시도하려 하고 있다. 정상화 진척에 따라 한중관계 마찰의 핵심 요인이 될 수 있다.
중국은 다른 나라에도 정치 안보 등 문제를 경제 보복과 연결한 적이 있다. 2018년 호주가 5세대(5G) 이동통신 사업에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참여를 배제하자 호주산 와인, 소고기, 석탄 등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2012년 일본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국유화하자 희토류 수출을 중단했다. 2010년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중국의 반체제 지식인 류샤오보를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하자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을 중단했다.
“경제 협력을 정치화하고 범안보화하는 걸 반대해야 한다”는 시 주석의 말은 일종의 ‘내로남불’로 해석할 수 있는 셈이다. 시 주석의 발언은 중국식 강압 외교를 뜻하는 ‘전랑(늑대전사) 외교’의 강도가 집권 3기에 더욱 높아질 것을 예고한다. 최근 시 주석 자신이 직접 ‘전랑 외교란 이런 것’임을 보여줬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16일 연회장이었다. 시 주석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게 두 사람이 전날 나눈 대화가 모두 신문에 실렸다며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진정성이 없으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취지의 경고를 곁들였다.
“이는 잘 계획된 공개적 훈계였다, 어른이 아이를 훈계하듯.” 데이비드 멀로니 전 중국 주재 캐나다대사는 미 뉴욕타임스에 “시 주석은 일부러 기자들의 마이크에 잡힐 거리에서 트뤼도를 질책했다”고 했다. 시 주석과 윤 대통령 회담을 보도한 중국 관영 중국중앙TV 영상을 보면 시 주석이 범안보화 얘기를 한 뒤 윤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으로 넘어간다. 시 주석의 말에 동의한 것처럼 보여주는 편집. 중국공산당의 전형적인 선전전이다.
시진핑 3기 중국과 외교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좋은 말만 해선 답을 찾기 어렵다. 윤 대통령이 다음 회담에서 시 주석에게 “기왕 경제의 정치·안보화 반대를 말씀하셨으니 앞으론 사드 보복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 뒤 실질 협력의 기회를 찾자고 제안하면 어떨까.
-윤완준 국제부장, 동아일보(22-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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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제로 코로나’ 딜레마
[특파원 리포트]

지난 15일 중국 베이징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AP 연합뉴스
“당신이 외국인이니까 힘든 거야.” 이달 특파원으로 부임한 후 베이징의 고강도 코로나 방역 정책에 대해 불평을 토로하자 ‘라오베이징런’(老北京人·베이징 토박이)이라는 식당 주인이 이렇게 말했다. 필자는 베이징에서 지낸 21일 동안 세 차례에 걸쳐 14일 격리됐다. 알고 보니 현지인들은 다들 ‘방역 피하기’ 노하우가 있었다. 실내 출입할 때마다 휴대전화로 하는 동선 신고는 가짜 앱으로 하고, 지방 도시에 갈 일이 있으면 기차나 비행기 대신 자동차를 끌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 개인의 동선을 숨겨 ‘격리 대상’ 되는 일을 원천 차단하는 방법이었다. 아파트 경비에게 담배를 두갑씩 찔러주면 불가피하게 아파트 단지가 봉쇄됐을 때도 이웃집을 마음껏 드나들 수 있다고 한다.
지난 3년간 이어진 ‘제로 코로나’ 정책 속에서 중국인들은 이미 우회로를 찾아 최소한의 자유를 지켜내고 있었다. 중국에는 ‘상유(上有) 정책, 하유(下有) 대책’이란 말이 있다. 위에서 정책을 세우면 아래에서는 대책을 세워 맞선다는 뜻이다. 상당수 베이징 시민들은 ‘대규모 격리’와 ‘상시 코로나 검사’를 어느 정도 피하는 방법들을 터득했다. 방역 요원들은 PCR 검사할 때 면봉을 깊숙이 넣지 않고, 경비들은 건물 봉쇄 시 주민들이 빠져나가는 것을 못 본 체해 주기도 한다. 한 공무원은 격리 대상자에게 “제 전화를 못 받았다고 하고 조심히 외출하세요”라고 말했다 한다. 베이징 전체가 제로 코로나라는 이름의 거대한 연극을 벌이고 있는 것 아닌가.
고강도 방역이 그나마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중국인들이 실제로 코로나를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중국인 70%가 여권이 없고, 대부분 해외 온라인 사이트를 들어가 본 적이 없다. 다른 나라 국민들과 달리 외부 세계가 돌아가는 상황을 몰랐기에 코로나 공포가 유지됐고, 제로 코로나 정책을 지지해온 것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중국 경제가 휘청거리고 대규모 감원과 높은 실업률이 사회 문제가 되면서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정책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광저우에서는 시민 수백명이 봉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방역 정책을 우회하는 사람들이 늘어선지 중국의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는 한 달 새 29배 늘어난 2만4000여 명이다.
중국 당국도 민의가 따라주지 않으면 고강도 방역을 지속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 아무리 강도 높은 ‘정책’을 실시해도 14억 인구가 ‘대책’을 내놓으면 말짱 도루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로 코로나를 시진핑 정권의 최대 업적으로 홍보해온 상황에서 갑자기 정책을 풀기도 어렵고, 방역 해제 시 수십만명 단위로 발생할 코로나 사망자도 부담이다. 일당이 이끄는 국가도 민의 앞에서 진퇴양난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조선일보(22-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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