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울 1호 드디어 가동, 文 취소 천지·대진 원전도 살려야]
[문재인의 후회, ‘회·빙·환’이 필요한 걸까]
신한울 1호 드디어 가동, 文 취소 천지·대진 원전도 살려야

7일 착공 12년 만에 본격 전력 생산에 들어간 신한울 1호기(사진 왼쪽).오른쪽의 2호기는 내년 9월 상업운전을 개시할 예정이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경북 울진의 신한울 1호기가 7일 상업 운전에 들어갔다. 착공 12년 만이다. 애초 2017년 가동 예정이었으나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때문에 5년 이상 지연됐다. 2호기는 내년 가을 가동 예정이다. 신한울 1호기는 대형 석탄발전소 두 기 규모인 1.4GW 발전 용량으로 국내 27번째 원전이다. 설계 수명은 60년으로 20년씩 두 번 운영허가 기간을 연장한다면 100년간 전력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지 조성까지 마무리됐던 신한울 3·4호기는 문 정부가 계획 자체를 취소시켰으나 윤석열 정부가 건설 재개를 결정했다. 다만 환경영향평가를 또 받아야 해 후년 착공 예정이다. 울산의 신고리 5·6호기는 2024~25년 완공된다.
국가 자해와 같은 탈원전 정책을 되돌릴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 세계가 에너지 확보에 나라의 명운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에너지가 없으면 경제가 무너지고 국민은 커다란 고통에 직면하게 된다. 원자력은 온실 가스 배출 적고, 싸고, 안전한 에너지다. 원전은 평소 2~3년 치 원료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어지간한 비상 사태에도 문제 없이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태양광·풍력도 원자력처럼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에 꼭 필요한 에너지다. 다만 우리는 좁은 국토 때문에 태양광·풍력 확충에 아주 불리한 여건이다. 미국 경우 최대 규모의 5개 태양광 단지 가운데 4곳이 사막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우리에겐 태양이 언제나 비치는 그런 빈 땅이 없다. 만일 신한울 1~4호기가 생산하게 될 전력을 태양광으로 조달하려면 서울 면적 90% 땅에 태양광을 빈틈없이 채워야 한다. 해상풍력도 바람 질이 좋지 않은 데다 바다 위 풍력 타워가 어업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여의치 않다. 우리로선 원자력만큼 경제적, 환경적이고 에너지 안보에 기여할 에너지원이 없는 것이다.
한수원 이사회는 2018년 6월 조작한 경제성보고서를 바탕으로 월성1호기의 영구 폐쇄를 결정하면서 경북 영덕과 강원 삼척의 천지원전·대진원전 단지 조성 계획도 취소시켰다. 천지·대진 단지에는 1.5GW 용량 각각 2기씩 모두 4기의 원전을 건설한다는 계획이었다. 천지원전은 부지 매수가 한창 진행되던 단계였다. 천지·대진 원전의 건설 계획도 부활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향후 전력공급의 3분의 1 이상을 담당하던 석탄화력 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고 AI·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이 본격 궤도에 오를 경우 안정적 전력 공급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학이나 미래 대비보다 정치 이념을 앞세웠던 문 정부의 꽉 막힌 시야에 다시 한번 혀를 차게 된다.
-조선일보(22-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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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후회, ‘회·빙·환’이 필요한 걸까
[오늘과 내일]
소득주도성장 비판에 “평가 아쉽다”
정책실패 따른 국민고통 공감 안 되나
인생의 과거 특정 시점으로 ‘타임 슬립’해 돌아가는 회귀, 다른 사람 몸으로 옮겨가는 빙의, 다른 시간·세계에서 새로운 인물로 태어나는 환생. 통칭 ‘회·빙·환’은 청년들이 좋아하는 스토리텔링이다. 취업, 연애, 내 집 마련, 뭐 하나 뜻대로 풀리지 않아 ‘이번 생은 망했다’고 느끼는 청년이 많은 게 인기의 이유라는 해석이 있다. 하지만 “내가 지금 아는 걸 그때의 내가 알았더라면…”으로 요약되는 회·빙·환식 발상이 젊은 사람만의 것은 아니다. 나이 많은 사람들 역시 평생 비슷한 생각, ‘후회’를 거듭하며 살아간다.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수시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리고 있다. 추천하는 책마다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로 여전히 지지층을 몰고 다니는 그가 지난달 소개한 책이 ‘좋은 불평등’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진보진영 정책통으로 오래 활동한 최병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썼다.
저자는 지난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그중에서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의도와 반대로 불평등을 심화시켰다고 평가했다. 새로운 주장은 아니다. 임기 초 2년간 문 정부가 최저임금을 30% 가까이 올렸을 때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그런 이유로 위험성을 경고했다. 최저임금이 급등하자 가족 중 여럿이 편의점, 식당에서 일해 근근이 살아가던 저소득층 가정에서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신문 사회면에 자주 등장하는 안타까운 가족동반 사망 사건 가운데 몇몇에는 최저임금 급등의 충격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책을 두고 “주장이 새롭고 신선하고 흥미 있다”면서도 “2018년 고용시장 충격을 들어 실패 또는 실수라고 단정한 것은 정책 평가로서는 매우 아쉽다”고 했다. 소주성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사실상 판가름 났는데도 ‘실패한 것이 아니다’라고 다시 항변한 것이다. 5년 전 대통령이었을 때로 회귀한다 해도 최저임금을 올렸을 분위기다.
소주성만큼 실패로 확인된 정책이 탈원전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자 문 정부 탈원전 정책의 모델이던 독일을 비롯해 대다수 선진국들이 낡은 원전의 수명을 늘리고, 새 원전을 지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국에선 싼 원전의 비중을 줄이고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늘린 영향으로 한전의 적자가 폭증하고, 전기요금이 오르고 있다. “월성 1호기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가요”라는 대통령의 댓글에 화들짝 놀라 반응한 관계부처 장관, ‘죽을래 과장’, ‘신내림 서기관’은 지금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모든 걸 지켜보고 그때로 돌아간다면 다시 같은 댓글을 달 것인지 문 전 대통령에게 묻고 싶어진다.
최근 그는 “부디 도를 넘지 않길 바란다”라는 글을 SNS에 올렸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직후다. 자신을 향한 수사의 칼날이 불쾌하더라도, 명확한 증거도 없이 ‘월북자 가족’ 낙인이 찍힌 이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내놓기 힘든 반응이다. 그들의 억울함에 공감하고, ‘내가 그때 달리 판단했다면…’ 하고 돌아보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다니엘 핑크는 ‘후회의 재발견’이란 책에서 “후회는 건강하고 보편적이며 인간의 필수적인 부분이다. 후회는 가르침을 준다”고 했다. 어느 정부, 어떤 대통령도 정책에 실패할 수 있다. 국민을 화나게 하는 건 실패 자체가 아니라 ‘그때로 돌아가도 똑같이 할 것’이라는 그들의 후회를 모르는 태도다. 진심 어린 후회가 뭔지 배우려면 회귀·빙의·환생이라도 필요한 걸까.
-박중현 논설위원, 동아일보(22-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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