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겪어보는 대통령]
[“대통령 탈당” 이어 “대통령 탄핵” 이런 與 경선도 있었나]
[‘나경원 사태’ 봉합 與, 전화위복과 자해의 갈림길]
[결국 불출마… ‘나경원 사태’가 드러낸 집권여당의 민낯]
[역(逆)]
[尹이 원하는 건 1당인가, ‘윤핵관 월드’인가]
[尹心이 어딨냐고? 청년과 미래에 있다]
처음 겪어보는 대통령
[양상훈 칼럼]
‘대통령 탈당’ ‘안되면 탄핵’
기존 정치 문법파괴한 언행
모든 것은 총선 결과로 평가될 것

윤석열 대통령./뉴시스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서 일어나는 전례 없는 일들을 보면서 우리 국민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대통령을 처음 겪고 있다는 사실을 또 절감한다. 야당과는 달리 여당의 대표 경선은 당의 2인자를 뽑는 선거다. 여당 1인자는 당연히 대통령이다. 당내 1인자를 뽑는 야당 경선에 비해 아무래도 치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여당 대표 후보자는 사전에 어느 정도 대통령과의 공감대가 조성되곤 했다.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여당 대표 경선은 흔히 ‘재미없는’ 선거라고 한다.
그런데 이번 국민의힘 대표 경선은 예상치 못하게 대중의 ‘눈길’을 받고 있다. 대통령과 사법시험 공부할 때부터 잘 아는 사이로 알려졌던 사람이 ‘정치적 사기 행위’라는 말까지 들으며 공개적으로 내쳐지고, 대선 후보 단일화를 했던 사람은 ‘국정 훼방꾼’ ‘적’으로 지목됐다. 누가 여당 대표가 되면 대통령이 탈당하고, 자칫 대통령 탄핵 사태가 날지도 모른다는 충격적인 얘기들이 연속 터져 나온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노골적인 충격파의 원천 발신지가 다름 아닌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사실이다.
국민들은 한국 정치에 어느 정도 익숙하다. 어떤 정치인이 무슨 말을 하면 그 정치적 의미가 무엇인지 대강 알아차린다. 정치인들도 이를 감안해 정치적인 문법과 화법으로 의사를 표현한다. 대통령은 더욱 간접적인 방식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낸다. 그렇게 대통령의 생각과 호불호가 은연중에 전달되면서 그 방향으로 사안이 조정됐다. 예외적으로 대통령 뜻과 다른 결과가 나와도 노골적 대립이 아니었던 만큼 정치적으로 수습 가능했다. 이게 여당 내부 정치였다.
윤 대통령은 이런 정치가 생리에 맞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어떤 절박함 때문인지 우리 국민, 특히 보수적인 국민에게 익숙한 기존의 정치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 조용한 내부적 조율 대신 파열음이 터지는 외부적 타격을 한다. 간접적 화법 대신 ‘누구는 적이다’ ‘안 되면 탈당’이라는 극단적인 언어를 동원한다. 과거에 본 적이 없는 이런 사태에 국민은 어리둥절하다가 놀라게 되고, 불안해진다.
가장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특기할 점은 윤 대통령 지지율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하락했다는 사실이다. 60대 이상에서도 비슷했다. 보수적 성향의 사람들에게 낯설고 저항감을 주는 윤 대통령 특유의 스타일이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서 연속으로 드러난 결과로 보인다. 한마디로 대통령답지 않은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은 정치를 해본 적도 없이 최고위 정치인이 된 사람이다. 출마도 단 한 번으로 끝이었다. 많은 우리 국민들처럼 아마도 평소엔 우리 정치를 경멸하고 혐오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기존의 정치 방식, 관습, 문법, 화법 모두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 대체로 정치를 쉽게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결국 대통령에 당선됐으니 자신의 방식이 옳다는 확신이 더 강해졌을 것이다. 그러니 기존의 ‘대통령 다움’ 따위는 무시하고 시끄럽더라도 직접적으로, 거칠더라도 분명하게 자신의 의사를 밝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윤 대통령의 이 낯선 스타일이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지에 대해선 속단하지 않으려 한다. 세상 모든 일은 양면성이 있기 때문에 ‘나중에 보니 괜찮았다’는 쪽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이 무리를 해서라도 여당 대표를 호흡이 맞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차후의 더 큰 분란을 막는 길일 수도 있다. 이것이 내년 총선에서 더 나은 결과를 낳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다만 두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보수층 국민을 주머니 속 공깃돌 정도로 취급하면서 ‘내가 어떻게 하든 당신들이 어디로 가겠느냐’는 계산을 한다면 패착이 될 것이다. 보수층 국민은 윤 대통령 당선과 그 이후 하는 일에 대해 안도하기도 했지만 실망도 했다. 그 실망 수위는 전당대회 문제로 좀 더 높아진 것으로 느껴진다. 더 이상은 곤란하다.
지금 시중에는 윤 대통령에게서 조금 위압적인 느낌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대통령이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을 보면서 드는 자연스러운 느낌일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대통령 국정에 대한 지지가 오르는 데 큰 저항이 된다. 대통령 지지율이 50%는 돼야 총선을 기대할 수 있으며, 40%가 되지 않으면 총선은 치르기 힘들다.
세상 각 분야가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으니 정치의 문법도 바뀔 수 있다. 우리 국민이 처음 겪는 대통령에 대한 낯섦도 차츰 나아질지 모른다. 하지만 이 모든 진통은 노동, 연금, 교육, 공공, 규제 개혁을 위한 국정 동력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려면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처음 겪어보는 대통령’의 성패는 오로지 여기에 달려 있다.
-양상훈 주필, 조선일보(23-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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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탈당” 이어 “대통령 탄핵” 이런 與 경선도 있었나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기현 후보가 “지금 당대표는 대선의 꿈을 가지면 안 된다”면서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부딪치면 당이 깨질 수 있고 차마 입에 올리기도 싫은 (대통령) 탄핵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경쟁자인 안철수 후보가 되면 당이 분열하고 대통령 탄핵 사태가 올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비쳤다. 야당이 아닌 여당 경선에서 ‘누가 되면 대통령이 탄핵될지도 모른다‘는 것은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주장이다.
탄핵은 공무원이 법을 중대하게 위반했을 때 발동되는 국가 중대 사태다. 특히 대통령 탄핵은 극히 예외적이다. 이제 임기 1년도 되지 않은 신임 대통령에게 아무런 범법 혐의도 없는 상태에서 탄핵을 거론한다는 것은 아무리 ‘탄핵을 막는다’는 명분이라고 하더라도 도를 넘어도 너무 넘은 것이다.

국민의힘 천하람·김기현·안철수·황교안 당대표 후보가 13일 제주도 제주시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 - 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후보는 발언이 물의를 빚자 “현직 대통령 탄핵을 얘기한 게 아니라 아픈 과거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 후보의 탄핵 발언은 경선에서 이기려는 계산된 발언일 것이다. 김 의원의 후원회장이 “안 의원이 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탈당해 신당 창당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고 해 논란을 일으킨 것이 불과 1주일 전이다. 그런데 또 ‘대통령 탄핵’까지 한발 더 나간 것이다. 선거용으로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일은 흔히 있지만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너무 거칠고 경솔하다.
다음 여당 대표는 대통령과 호흡을 잘 맞춰 국정 운영을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 자신의 정치적 욕심보다는 국정 성공을 먼저 챙기는 태도가 필요하다. 여당 대표는 이 기본 책무를 잘 수행할 때 대선 후보로서 입지도 다질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여당 지지자들부터 등을 돌린다. 누가 대표가 되든 마찬가지다. 설사 대통령이 싫어한다고 공개한 사람이 대표가 되더라도 이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일반 의원이 아닌 여당 대표가 대통령 탄핵에 앞장선다는 것은 상식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번 경선에서 후보들은 저마다 윤심(尹心)을 앞세웠다. 나경원 전 의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 해임이 윤 대통령 뜻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가 대통령실의 반발을 샀다. 안 후보도 ‘윤·안 연대’를 내세우고 ‘윤핵관’을 언급해 공개 경고를 받았다. 경선이 온통 ‘윤심 논란’으로 얼룩지면서 당 개혁과 총선 전략은 실종돼 버렸다. 이래서야 국민에게 무슨 감동을 주겠나. 국정에는 무슨 도움이 되겠나. 대통령실은 ‘탄핵’ 발언에 “전당대회에 대통령을 끌어들이는 건 부적절하다”고 했다. 그러나 스스로 전당대회에 뛰어들어 여러 논란을 일으킨 것은 대통령실이다. 이 이해 못 할 논란과 분란의 가장 큰 피해자는 대통령이 될 것이다.
-조선일보(23-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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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사태’ 봉합 與, 전화위복과 자해의 갈림길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이 3월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나 전 의원은 “제 출마가 분열의 프레임으로 작동하고, 국민께 안 좋은 모습으로 비칠 부분이 있기에 당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솔로몬 재판의 진짜 엄마 심정으로 그만두기로 했다”고 했다. 나 전 의원 출마를 놓고 친윤과 비윤으로 갈라져 다퉜던 여당 내분이 가까스로 봉합된 것이다. 재연될 뻔했던 집권당의 이전투구가 이쯤에서 끝난 것은 국정을 위해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사태는 정부·여당 국정 운영의 몇 가지 문제점을 드러냈다. 나 전 의원은 나라의 미래가 달린 저출산위 부위원장에 취임하고 불과 두 달 만에 당대표 선거 출마를 검토했다. 애초에 자리를 맡지 말아야 했다.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인구가 감소했다. 3년 연속 줄고 있다. 합계 출산율은 0.81명으로 세계 최악이다. 나라가 무너질 지경이다. 이런 중요한 정책의 방향을 놓고 저출산위 위원장인 대통령과 부위원장인 나 전 의원이 공개적으로 정치 충돌을 벌였다. 갈등을 수습하는 과정도 대화, 조정이 아니라 사의 표명과 해임이라는 충돌뿐이었다. 해임 뒤에도 “해임은 대통령의 본의가 아닌 것으로 안다”는 나 전 의원과 “그간의 처신을 생각해보라”는 대통령실 즉각 반박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문을 읽으며 입술을 깨물고 있다. 2023.1.25 /연합뉴스
‘이준석 사태’가 봉합된 지 4개월 만에 또다시 내분이 불거진 것은 이제 겨우 상승세를 타려는 국정 신뢰도에 다시 역효과를 가져왔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내년 총선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나 전 의원과 충돌하는 전면에 선 쪽은 이른바 ‘친윤’ 세력이었다. 항간에는 이들이 당권을 장악하면 내년 총선에서 다시 과거 친박 파동과 같은 공천 전횡을 할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다. 그런 잡음과 내분에 휩싸인 정당이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적이 없다. 노동 개혁, 연금 개혁, 교육 개혁, 공공 개혁 등 나라 명운이 걸린 과제를 안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총선에서 또다시 소수당이 되면 모든 개혁이 물 건너가게 된다.
이제 국민의힘 대표 경선 구도는 대통령실이 원하는 대로 됐다. 더 이상의 개입은 역풍을 부를 것이다. 새해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무역 적자가 100억달러를 넘었다. 물가 상승도 심각하고 난방비 급등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북한도 머지않아 도발을 시작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경제·안보 위기 대응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저출산 대책도 더 이상 표류해선 안 된다. 윤 정부가 국정에서 성과를 보여준다면 누가 당대표가 되더라도 국민이 평가할 것이다. 그 반대면 누가 당대표가 돼도 국민은 외면한다. 나경원 사태가 집권당 자해극이 될지 아니면 전화위복이 될지 갈림길에 섰다.
-조선일보(23-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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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불출마… ‘나경원 사태’가 드러낸 집권여당의 민낯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어제 당 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나 전 의원이 국민의힘 지지층 여론조사에서 선두로 나타나자 그의 출산 장려 정책 발언을 꼬투리 잡아 ‘윤핵관’만이 아니라 대통령실까지 비판하고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사직서를 제출하자 사표 수리 대신 기후환경대사직까지 해임해버림으로써 윤심(尹心)이 그에게 있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윤심이 드러나자 40명이 넘는 초선 의원이 불출마를 촉구하는 연판장을 돌렸다.
나 전 의원이 장관급 자리를 맡아놓고 두 달 만에 그만둔 건 잘못이지만 그렇게까지 하면서 당 대표 출마를 막을 정도인지는 의문이다. ‘나경원 사태’를 통해 국민의힘에서 친윤도 적극적 친윤이 아니면 반윤처럼 되는 이상한 분위기가 드러났다. 정당이라면 모름지기 축소 지향으로 가면서 확장성을 잃어버리는 걸 가장 우려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유승민 전 의원이 국민 상대 여론조사에서 1위로 나오자 2004년 이후의 ‘당심 70%, 민심 30%’의 경선 룰을 ‘당심 100%’로 바꿔버렸다. 유 전 의원을 제거해서 친윤계 뜻대로 돌아가는가 싶었더니 뜻밖에 나 전 의원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선두로 등장했다. 친윤계는 이번에 나 전 의원마저 제거했다고 만족할지 모르겠으나 당원 구성이 다변화되고 그 수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당심 100%와 결선투표는 자승자박(自繩自縛)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당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렇다고 여당 대표가 대통령의 부하처럼 돼서도 안 된다. 대통령이 당 대표를 지명하던 시절이 있었다. 윤심을 두고 벌어지는 경쟁은 그런 시절을 연상시킨다. 여당 대표와 대통령은 서로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협조하는 관계여야 한다.
정당 민주화의 핵심은 위로부터의 공천을 아래로부터의 공천으로 바꾸는 것이다. 당 대표 자리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측이 아래로부터의 공천을 위해 그러는 건 아닐 것이다. 나경원 사태가 2016년 진박(眞朴) 논란을 떠올리게 하는 진윤(眞尹) 논란과 ‘옥새 들고 나르샤’를 방불케 하는 공천 파동으로 이어져 또다시 정당 민주화에 역행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국민의힘 당원들이 각별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동아일보(23-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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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逆)]
[이한우의 간신열전]
중국 고전을 읽다가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뜻과 전혀 다르게 사용되는 한자들을 만나 종종 당황하게 된다. 그 대표적인 글자가 역(逆)이다. 우리는 그저 ‘거역하다’나 ‘거스르다’ 정도로만 알고 있다. 역모(逆謀)나 반역(反逆)이라고 할 때 그 역(逆)이다. 그러다 보니 이 단어에 대한 이미지도 다소 부정적이다.
그런데 실제 옛 문헌들에서 역(逆)은 영(迎)과 같은 뜻으로 사용되는 용례들이 훨씬 많다. 예를 들어 혼례를 앞두고 신부를 맞이해온다고 할 때 바로 이 역(逆)을 쓴다. 공여제역녀(公如齊逆女)라고 하면 그래서 공(公)이 제나라에 가서[如] 여인을 맞이해온다는 뜻이 된다. 그러고 보니 손님을 ‘맞이하다’나 ‘마중’은 영(迎)이 아니라 역(逆)에서 온 것이다. 손님을 맞이하려면 손님이 오고 있는 방향을 거슬러서 손님을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역(逆)의 반대는 순(順)이다. 공자는 이와 관련해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남겼다. “지나간 일을 헤아리는 것은 고분고분함[順]이요 다가올 일을 아는 것은 거스름이자 맞이함[逆]이니 이 때문에 역(易)은 (미래를 향해) 거슬러 헤아리는 것[逆數]이다.”
과거를 향해 서는 것은 순(順)이고 미래를 향해 서는 것은 역(逆)이라는 말이다. 국민의힘 당대표 경쟁을 보자니 선두를 달리는 후보는 오로지 ‘윤심’에 영합(迎合)만 하고 거스름[逆]이 없고 또 다른 후보는 영합은 아니지만 역시 거스름이 없다.
나경원 전 의원 경우는 공자가 경계한 불역사(不逆詐)를 망각하고 역사(逆詐)했다가 공개 사과까지 했다. 역사(逆詐)란 윗사람이 나를 속이면 어떻게 하나 앞서서 의심하는 것이다. 후보들마다 사정은 제각각이지만 제대로 미래를 향해 우리 국민들 앞날을 거슬러 헤아리는[逆數] 후보는 찾아볼 길이 없다. 이런 정당에 무슨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후보들 자신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조선일보(23-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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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이 원하는 건 1당인가, ‘윤핵관 월드’인가
[오늘과 내일]
차기 총선에서 1당 실패하면 윤 정부 직격탄
윤핵관 당 넘어서려는 감동 줘야 1당 가능성
집권 세력은 이번 정기국회 예산안 처리 과정을 보면서 한 가지를 절감했을 것이다. 차기 총선에서 과반이나 최소 1당이 되지 못하면 진정한 정권 교체가 아니라는 사실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법인세 종부세 인하를 공언했지만 거대 야당에 막혀 법인세는 누더기 인하에 그쳤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예산안을 처리하기도 전에 다음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는 당 대표 선출 룰부터 바꾸려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금은 신경이 온통 차기 총선에 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윤 대통령에게 한 가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꼼수라는 비판에도 밀어붙인 당원 100% 선출과 결선투표제로 윤핵관 당 대표가 뽑히면 차기 총선에서 유리한가. 다음 총선에서 과반이나 최소한 1당이 될 수 있냐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두 가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최소 1당은 가능하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1당이 되면 좋겠지만 안 돼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하나씩 따져보자. 우선 첫 번째 답. 윤핵관 대표 체제로 2024년 4월 총선에서 1당이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윤핵관도 양심이 있다면 ‘그렇다’고 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현재 의석은 더불어민주당 169석, 국민의힘 115석.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때문에 몇 석이나 잃을지 알 수 없지만, 두 당의 증감을 고려하면 산술적으로 국민의힘이 25∼30석 안팎은 더 얻어야 1당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지역적으로 국민의힘은 영남당이다. 서울 49석 중 9석, 경기 58석 중에선 7석뿐이다. 윤핵관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힘은 이 지역에서 의석수를 추가해야 1당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윤핵관 후보는 권성동(강원 강릉), 김기현(울산 남을) 의원이다. 수도권 민심을 꾸준히 경청하고 그 여론 변화를 따라갔다고 보기 어렵다. 수도권에서 경쟁력 있는 나경원 전 의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 겸 기후환경대사로 발목이 묶여 있다.
물론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이 수도권에서 표를 더 얻을 것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집권 세력이 하도 룰을 고쳐가며 윤핵관 대표를 만들겠다고 하니까 윤핵관 후보들의 수도권 경쟁력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국민의힘 주변에선 두 번째 답, 그러니까 1당보다는 원만한 당정 관계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말썽 없는 조직으로 탈바꿈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측의 배경엔 이준석 학습 효과가 있을 것이다. 1당을 포기할지언정 제2의 이준석은 용납할 수 없다는 윤핵관들의 인식 말이다.
이준석이 쓸데없이 선을 넘었으니 아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요즘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일부 조사에서 40%를 넘는 만큼 1당이 아니더라도 ‘작지만 강한 정당’으로 국정을 주도할 수 있다는 자강론일 수도 있다.
하지만 차기 총선이 열리는 2024년 4월 즈음의 정치적 환경을 감안한다면 이런 구상은 나이브하고 허망하기까지 하다. 지금이야 정권 초반이고 야당도 국정 발목 잡기라는 비판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내후년에도 1당이 아니라면 윤석열 정부는 상상할 수 없을 수준과 속도로 국정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윤핵관들끼리 뭉치기는커녕 서로 책임론을 물어 분열하고, 윤석열 책임론까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한번 묻는다. 윤심(尹心)은 시끄럽고 고단하더라도 정치적 감동을 줘 1당에 도전하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윤핵관 월드’를 만들어 안주하겠다는 것인가.
-이승헌 부국장, 동아일보(22-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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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心이 어딨냐고? 청년과 미래에 있다
당대표 후보들 모두 “尹은 내편”… 朴心·李心 싸울 때마다 與 폭망
‘경선에 윤심 없다’ 정리 필요… 청년·미래 향한 개혁 집중해야야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건배하는 윤석열 대통령
요즘 국민의힘 의원들은 입에 ‘윤심(尹心)’을 달고 산다. 당대표 경선에서 누가 윤석열 대통령의 낙점을 받을 것이냐에 모든 관심이 쏠려 있다. 친윤(親尹) 후보들은 저마다 “윤심은 내게 있다”고 한다. 비윤(非尹) 후보들도 윤 대통령과 ‘케미’를 내세운다. 윤심을 놓고 갑론을박이지만 국가 대계나 민생 정책엔 관심이 없다. 민심보다 윤심을 얻는 게 지상 목표처럼 보인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박근혜 캠프는 늘 박심(朴心)이 무엇이냐를 두고 논란에 빠졌다. 전략회의 후에도 박 후보의 진짜 의중에 대해 캠프 핵심 인사들의 말이 달랐다.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이 난무했다. 선거 대책은 중구난방이었다. 결국 경선에서 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집권한 뒤엔 곧바로 친이(親李) 진영에서 권력 암투가 벌어졌다. 이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과 최측근 정두언 전 의원계는 양보 없는 ‘이심(李心) 전쟁’을 벌였다. 서로 이 전 대통령이 자기들 편이라고 주장했다. 힘 싸움에선 이 전 의원 측이 이겼지만 ‘형님 논란’으로 정권의 에너지만 소모했다.
2016년 총선 공천 당시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진짜 미는 후보가 누구냐를 놓고 다퉜다. 이른바 진박(眞朴) 논쟁이었다. 저마다 진박을 자처했다. 찐박·대박·범박·변박·쪽박·탈박 등 신조어가 난무했다. 진박 감별사도 등장했다. 진박에 못 들어가면 공천에서 밀렸다. 그러다 당대표가 공천장에 도장 찍기를 거부하고 잠적하는 ‘옥새 파동’이 벌어졌다. 결국 총선에서 폭망했다.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도 이어졌다.
지금 국민의힘 당권 경쟁은 ‘비윤(非尹) 후보 배제’를 위한 경선 룰 바꾸기로 시작됐다. 경선의 초점도 ‘윤심 얻기’다. 비정상적이고 퇴행적이다. 만일 윤 대통령이 조금이라도 나설 기색을 보이면 후보들 간 아귀 다툼이 벌어질 게 뻔하다. 당이 친윤과 비윤으로 갈라진 데 이어 친윤도 선택을 받은 ‘찐윤’과 버림받은 ‘탈윤(脫尹)’으로 나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7개월 만에야 지지율을 회복하고 국정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고 있다. 집권 초 이준석 전 대표 사태로 인한 내홍에서 겨우 벗어났다. 그런데 윤심을 놓고 또다시 분란이 생긴다면 국정 동력은 급격히 떨어질 것이다. 총선 승리도 장담하기 힘들어진다. ‘제2의 이준석’을 우려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불안감부터 떨쳐야 한다. 내 편을 찾고 내 사람만 챙기는 건 통 큰 정치가 아니다. 대통령은 당이나 계파의 수장이 아니라 국정의 책임자다. 당권 다툼에 잘못 끼어들면 여권이 분열되고 국정이 흔들린다. 윤심 논란을 조기에 정리할 필요가 있다. 경선에서 윤심은 없다고 선언하는 것이 현명한 길이다.
윤 대통령에게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국정의 핵심 가치와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향해 여야를 함께 이끌고 가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노동·연금·교육 개혁을 선언했다. “미래 세대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주고 일할 의욕을 불어넣고 국제 경쟁력을 갖도록 하겠다”고 했다. 청년들이 마음껏 능력을 펼치고 잘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반도체·모빌리티·우주·양자·소형 원전(SMR) 등 미래 산업을 키워 ‘2027년 4만달러(274)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최근 윤 대통령 지지율 상승에는 미래에 대한 청년들의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윤심이 어디 있느냐”고 묻는다면 “청년과 미래에 있다”고 하면 된다. 당내 윤심 싸움엔 답할 필요가 없다. 그게 국민이 바라는 윤심이다.
-배성규 논설위원, 조선일보(22-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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