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 정당하면 불법도 무죄” 세상에 이런 판사가]
[김학의 출금 사실상 무죄… 꼬여버린 사건의 처음과 끝은 檢]
“목적 정당하면 불법도 무죄” 세상에 이런 판사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 시도를 불법으로 금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차규근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왼쪽),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관련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후 나와 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국금지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본부장, 이규원 검사에 대해 1심 법원이 무죄 판결을 선고했다. 법원은 출금의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김 전 차관이 수사 대상자인 만큼 출국 시도를 긴급하게 막은 것은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돼 직권남용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김 전 차관 출국을 저지한 것은 무고한 일반인의 출국을 금지한 것과는 달리 봐야 한다”고도 했다.
아무리 흉악범이라도 단죄하는 과정에 적법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 법의 대원칙이다. 피의자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게 법치주의이고 판사는 이 대원칙을 수호하라고 존재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판사가 그 정반대의 판결을 내렸다. 목적만 정당하면 어떤 불법을 저질러도 된다는 뜻인데 이러면 법이 무슨 필요가 있나. 어떻게 판사가 이런 판결을 내릴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김씨에 대한 불법 출국 금지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이 검사는 가짜 사건 번호를 만들었고 당시 이광철 비서관이 이 검사를 법무부 출입국본부장에게 연결해줬다. 대통령 수족이라는 이성윤 검사장은 이 불법 출금을 조사하려는 후배 검사들에게 압력을 가해 수사를 뭉갠 혐의로 기소됐다. 그런데 법원은 불법 출금의 긴급성과 목적의 정당성이 있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66년 경찰이 묵비권 등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연쇄 성폭행범 어니스트 미란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적법 절차를 강조한 대표적 판결이고 그 원칙은 우리나라 법에도 살아 있다. 법원이 그 원칙을 스스로 깨고 있다. 법원이 이성윤 검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검사들이 압력을 받았다고 하는 데도 압력 행사를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최근 대장동 업자 김만배씨에게 50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곽상도 전 의원 재판과 일본군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후원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미향 의원 재판에서도 사실상 무죄 판결이 나와 국민을 놀라게 했다. 여기에 ‘목적이 정당하면 불법행위도 무죄’라는 폭력적 판결까지 더해졌다. 법원 스스로 국민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조선일보(23-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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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김학의 긴급출금 위법하지만 직권남용 처벌 못해.” 목적이 불법 절차 정당화한다는 희한한 판결.
-팔면봉, 조선일보(23-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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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출금 사실상 무죄… 꼬여버린 사건의 처음과 끝은 檢
고검장 출신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019년 재수사를 피해 출국을 시도할 때 과거 무혐의 처분을 받은 다른 사건번호를 넣어 출금 요청서를 제출했던 당시 이규원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가 어제 1심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선고유예는 유죄이긴 하지만 가장 경미한 유죄 판결이다. 이 검사에게 출국을 막도록 주문한 이광철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 출국 금지를 사후 승인한 차규근 당시 법무부 출입국본부장, 나중에 불법 출금 수사를 막은 이성윤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무죄 선고를 받았다.
검찰이 가짜 공문서를 만들어 공권력을 행사한 것은 엄벌해야 할 국가 범죄다. 이런 범죄를 목적에 따라 봐주기 시작하면 언젠가는 공권력이 인권을 말살할 정도로 남용될 수 있다. 법원이 재수사가 기정사실화된 피의자의 도피를 막은 건 직권남용이 아니라고 보고 가짜 공문서만을 문제 삼아 일선 검사에게만 무죄나 다름없는 유죄 판결을 내리고 검찰 책임자와 청와대 법무부는 빠져나가도록 한 것은 엄정한 법 적용이라고 할 수 없다.
김 전 차관 사건은 검찰이 한 번은 제 식구라고 부당하게 봐주고 한 번은 정권 입맛에 맞게 부당한 방법으로 출금하면서 벌어졌다. 첫 수사는 2013년 그가 한 건설업자의 별장에서 성 접대를 받은 동영상을 경찰이 입수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체포영장을 계속 반려하면서 수사를 방해했다. 사건이 송치된 뒤에는 2차례나 무혐의 처분했다.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서 재수사가 시작됐고 재수사 기미를 눈치챈 김 전 차관이 출국하려다가 실패하고 결국 기소됐다. 그러나 기소 당시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버려 법원이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임을 확인했음에도 유무죄 판단 자체를 내릴 수 없었다.
최초 수사의 결과도, 재수사의 결과도 정의롭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김 전 차관을 부당하게 봐준 검찰이 처벌받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부당한 방법으로 출금한 검찰도 받으나 마나 한 처벌을 받는 데 그쳤다. 모든 과정이 꼬여버렸고 그 처음과 끝에는 검찰이 있다. 김 전 차관 사건 처리 과정은 검찰 역사의 가장 수치스러운 장면 중 하나로 기록돼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23-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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