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완벽한 부모 신드롬’]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저출산국 된 한국.. ]

뚝섬 2023. 2. 24. 07:49

[‘완벽한 부모 신드롬’]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저출산국 된 한국, 국정 전체 재설계해야]

[미래 없는 전공 된 소아과, 어린이 의료 붕괴 수준]

[정치 바람에 휩쓸려 실종된 저출산 대책]

[작년에 인구 20만 줄었다, 이보다 큰 위기 있나]

[국가 존립 걸린 저출산 대책은 정치 소재 돼선 안 돼]

[“대출 탕감” “자기 정치”… 나경원 논란에 길 잃은 저출산委]

 

 

 

 

 

완벽한 부모 신드롬’

 

지난 22일 충북 단양군 매포읍 매포지구대 앞에 ‘우리 아가가 태어났어요’ 축하 현수막이 내걸렸다. 길을 지나던 주민들이 현수막을 보며 기뻐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미스터리의 통계에 놀란 적이 있다. OECD가 2019년 발간한 ‘한눈에 보는 건강(Health at a Glance)’이란 통계집에서 한국인의 기대 수명은 OECD 36국 가운데 6위였다. ‘치료할 수 있었는데 치료 못 한 사망’은 넷째로 적었고, 암 사망률도 낮았다. 건강 상태, 의료 성과가 괜찮은 편이다. 그런데도 스스로 건강이 좋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29.5% 꼴찌(OECD 평균은 68.1%)였다. 한국은 우울증 세계 1, 자살률 세계 1위이기도 하다. 한국인은 비관적 인식을 가진 것일까.

 

▶한국의 출산율이 0.78명으로 세계 꼴찌라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 인구학자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키우고 싶은 열망이 너무 커서 오히려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역설적 상황이라고 설명했다(‘인구 미래 공존’). 심리학 용어를 빌리면 ‘완벽한 부모 신드롬’이라는 것이다. 현재 아이 낳을 연령대는 1990년 전후 출생한 30대 전반 그룹이다. 1960년 전후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부모들이 극진히 키워온 세대다.

 

▶지금 30대는 ‘내가 어릴 적 쏘나타나 그랜저 탔으니 내 아이도 나중에 그 정도는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자니 경제적으로 안정을 취한 아이를 낳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결혼이 늦고 아이도 적게 낳으려 한다. 준비가 덜 됐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많은 한국인이 그렇듯 미래도 불안하게 본다.

 

진짜 문제는 앞으로 10 뒤부터다. IMF를 전후 한 1996년부터 2005년 사이 한 해 출생아 수가 70만명에서 40만명(아주 최근 24만 9000명) 중반대까지 급강하했다. 이들이 지금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까지 Z세대 그룹이다. 2030년대 이후엔 Z세대가 출산 주력 계층이 된다. 그러나 연령대는 워낙 태어난 숫자 자체가 적다. 출산율을 어지간히 끌어올리더라도 이들이 낳을 아이들 숫자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엎친 데 덮친다는 것이다. 이게 우리의 ‘정해진 미래’다.

 

▶베이비붐 세대가 경제 주력층일 때는 부양해야 할 노인이 많지 않았다. 일자리도 풍부했다. 올해 65세에 도달한 1958년생 개띠를 필두로 앞으로 매년 80, 90만명의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한다. 이들을 부양해야 청년, 청소년 세대는 베이비부머의 2분의 1, 3분의 1 규모밖에 안된다. 청년 세대가 이 짐을 어떻게 짊어지겠나. 청년·청소년 세대의 어깨에 내려 앉는 부양(扶養) 폭탄이세대 전쟁 초래하게 날이 멀리서 다가오는 보인다.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조선일보(23-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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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최악의 저출산국 된 한국, 국정 전체 재설계해야

 

서울시내 한 산부인과 병원의 텅 빈 신생아실./뉴스1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재작년보다 0.03명 줄어 0.78명을 기록했다. 2020년 출산율 0.8명대 국가가 된 지 불과 2년 만에 0.7명대로 내려가며 불명예 세계 기록을 또 경신했다. OECD 38 출산율이 1 미만인 곳은 한국뿐이다. 2020 기준 OECD 평균 합계 출산율 1.59명의 절반도 된다. 더 심각한 것은 하락 속도다. 2000년 한국 출산율은 1.48명으로 일본보다 높았는데 2018년(0.98명) 1명대가 무너진 뒤 계속 떨어지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의 대표 국가인 일본조차 2021 합계 출산율이 1.30 수준으로 우리보다 월등히 높다.

 

전 세계 최악의 인구 쇼크가 덮쳤지만 속수무책이다. 2005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출범한 실시한 모든 대책이 소용없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49000명으로, 10 만에 절반이 됐다. 서울 한복판 초등학교까지 문을 닫고, 지방 대학은 폐교 위기에 내몰리고, 소아과가 속속 폐업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는 나라를 ‘수축 사회’로 만든다. 생산 인구 감소로 세입은 줄고 노인 복지, 의료비 등 정부 지출은 급격히 늘어난다. 국가가 총체적으로 지속 불가능하게 된다. 사실상 망한다는 뜻이다. 젊은이들 취업이 힘들고, 터무니없는 집값에 마련이 힘들며, 자녀 사교육비에 허리가 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최악의 저출산국을 만들었다.

 

이대로면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교육 개혁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 연금 개혁안은 2025년부터 출산율이 반등해 2046~2070년 1.21명대 출산율을 유지하는 낙관론을 전제로 한다. 일본의 경우, 1990년부터 저출산에 총력 대응한 결과 2005년 1.26명까지 떨어졌던 출산율을 2015년 1.45명으로 높였고 코로나 와중에도 1.30명대를 유지했다.

 

우리도 저출산 대책이 곧 성장과 경제 정책이라는 생각으로 범국가적 총력전을 펴야 한다. 일자리·주거·육아·교육·이민 모든 국가 정책을 출산·양육 친화적인 관점에서 재설계해야 한다. 지금 나라에 미래가 없다.

 

-조선일보(23-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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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없는 전공 된 소아과, 어린이 의료 붕괴 수준

 

지난 5일 일요일 오전 서울 구로구에 있는 우리아이들병원 소아과 외래에 몰려든 아기 환자와 부모들이 대기실을 꽉 채우고 있다. 휴일에 문을 연 소아 응급실이 사라지면서 서울 밖에서도 아기 환자들이 온다./김철중 기자

 

소아 응급 환자를 봐줄 병원을 찾기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아가도 ‘야간 소아 진료 없다’는 안내문 붙여 놓은 곳이 많다. 아이가 구슬을 삼켰는데 소아 내시경으로 구슬 꺼내줄 병원이 없어 충청도에서 서울로 올라와야 한다. 소아 환자가 전라도에서 구급차 타고 서울까지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 수도권도 마찬가지다. 인천의 가천대 길병원은 지난 연말 의사 부족으로 어린이 입원 진료를 잠정 중단했다. 일요일이었던 이달 5일 오전 11시에 서울 구로구 소아 전문병원에선 외래 대기 번호표가 300번까지 나가 있었다.

 

소아과 진료 붕괴 사태가 최근 수년 극심해졌다. 2012 48만명이던 출생아 숫자가 2022 25만명으로 급감한 탓이 크다. 의대에서 소아과는미래가 없는 전공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전공의 지원자가 급감했다. 대학병원의 소아과 전공의 지원율은 2019년만 해도 모집 인원 대비 60%대였는데 올해는 20%대로 떨어졌다. 진료 강도는 높고, 부모들의 항의가 심한 데다, 자칫하면 소송 걸리고, 경제 보상은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기존 소아과 가운데 최근 5년 사이 소아과 간판을 떼고 피부·성형 등 미용 진료로 옮겨간 곳이 600곳을 넘는다고 한다.

 

정부가 22일 소아과 진료 사각지대 해소 대책을 내놨다. 소아 전문 응급의료센터를 늘리고, ‘24시간 소아 전문 상담센터’를 시범 운영한다는 것이다. 어린이 공공 전문 진료 센터도 추가 지정하고, 종합병원들이 소아과 전담 전문의를 의무 배치하도록 한다는 것 등이다. 이런 대책들도 필요하다. 그와 함께 우선 급한 소아 응급 의료 공백을 메꿀 대책이 필요하다.

 

소아과 전문의면서 소아 진료를 포기한 의사들 소아 응급 진료 수가를 높이고 근무 여건을 개선하면 소아 진료로 복귀할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들 중 일부라도 소아 응급 진료 센터로 투입해야 한다. 지역별 소아과 전문의 네트워크를 구성해 야간에도 어지간한 진료는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로 한시적으로 허용돼 있는 비대면 진료도 소아과 경우는 더 활성화시켜야 한다. 이와 함께 중·장기적 대책으로 의사 정원 확충, 진료 수가 조정, 진료 기관 확대 등을 정부가 의사 단체들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조선일보(23-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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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바람에 휩쓸려 실종된 저출산 대책

 

헝가리식 저출산 해법, 언급도 못 할 정도인가
세계는 안간힘인데 ‘꼴찌’ 한국은 왜 한가한가

 

“출산하면 대출 원금도 일정 부분 탕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나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달 초 나경원 당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발언은 눈길을 끌 만했다. 현실 가능성 등은 차치하더라도 ‘노이즈 마케팅’으론 충분해 보였다. 대출 탕감이란 파격, 낯선 ‘헝가리식 해법’의 신선함, 거기에 나경원이라는 거물급 정치인의 무게감이 더해졌다. 심각한 저출산 상황을 해결할 묘수를 찾을 다양한 논쟁이 벌어질 기회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노이즈는 대책이 아닌 나 전 의원에게만 집중됐다. 발언 다음 날 대통령실은 “사견일 뿐 정부 정책과 무관하다”고 일축해버렸다. ‘자기 정치’ ‘새빨간 거짓말’ 등 험한 말도 나왔다. 당 대표 출마의 뜻을 꺾지 않던 나 전 의원은 부위원장에서 해임됐다. ‘저출산 논쟁’은 사라지고 ‘나경원 사태’만 남았다.

 

헝가리 모델’은 말도 못 꺼낼 만한 내용일까. 2019년 2월 헝가리 정부는 ‘미래 아이 대출’이라는 정책을 내놨다. 40세 미만 신혼부부는 최대 1000만 포린트(약 3400만 원)를 저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 첫째를 낳으면 대출 이자 면제, 둘째는 대출 원금 30% 감면, 셋째를 낳으면 대출금 전액을 탕감해준다. 올해 들어 보따리를 더 풀었다. 지난해 말 종료 예정이던 ‘미래 아이 대출’ 상품의 기한을 2년 연장했다. 30세 미만 자녀가 1명만 있어도 엄마는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사실상 평생 면제에 가깝다. 2010년부터 출산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한 헝가리는 2011년 합계출산율이 1.23명으로 바닥을 찍은 뒤 2021년 1.59명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한국이 1.24명에서 0.81명으로 주저앉은 것과 대조적이다.

저출산 대책에 진심인 건 헝가리만은 아니다. 한땐 반면교사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우리보다 출산율이 높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30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대책”을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2020년 국내총생산(GDP)의 2%였던 아동 관련 예산을 2배인 4%로 늘리겠다고 했다. 소득세를 개인이 아닌 가구별로 부과해 자녀가 많을수록 세금이 줄어드는 ‘N분(分) N승(承)’ 방식도 논의 중이다.

이런 절박한 움직임을 우리는 흥미로운 해외토픽쯤으로 여긴다. 정작 출산율 꼴찌인 우리는 기발하거나 파격적인 대책은 하나도 내놓지 못하는데도 말이다. 16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기존 대책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이 필요하다”며 “모든 부처가 세밀하고 효과적인 대책을 강구해 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대출 탕감’ 같은 아이디어가 불호령을 맞은 상황에서 부처들이 들고 올 건 뻔하다. 돈 안 들고 논란 없는 안전한 대책, 아니면 기존 정책의 포장지를 저출산으로 바꾼 대책. 학교 앞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면 부모 안심, 자녀 안심의 저출산 대책이 되는 식이다. 정작 아이를 낳고 싶은 난임 부부들은 소득 제한, 횟수 제한에 걸려 시험관 시술비를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현금 지급식의 단기 대책이 아닌 고용, 주거, 보육, 교육 등 전 생애를 유기적으로 고려하는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맞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단칼에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만 찾고 있기엔 우리에게 시간이 많지 않다. 단기 대책과 장기 대책, 종합 대책과 핀포인트 대책 등 다양한 정책적 조합이 필요하다. 부작용과 시행착오부터 걱정하기보단 선제적이고 과감한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저출산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놓고 백가쟁명식으로 온갖 아이디어를 내서 치열하게 토론하는 과정도 있어야 한다. 저출산이 심각하다면서 논쟁도 아이디어도 없는 한국. 우리는 뭘 믿고 이렇게 한가로운가.

-김재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3-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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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인구 20만 줄었다, 이보다 큰 위기 있나 

 

2013~2022 주민등록 인구수 및 증감 현황 /행정안전부

 

한국의 주민등록 인구가 작년 한 해 동안 약 20만명 줄었다. 2020년 이후 3년 연속 감소다. 외국인을 포함한 총인구도 작년부터 줄고 있다. 작년 합계 출산율은 0.81명으로 OECD 회원국 중 압도적 꼴찌다. 5년 전 1명 아래로 내려간 뒤 바닥을 모르고 내려가고 있다. 나라 전체가 ‘인구 절벽’에서 추락 중이다.

 

많은 나라가 발전 과정에서 출산율 하락을 경험하지만 아무리 나빠져도 1명대에서 반등하거나 정체되는 경향을 보였다. 15 인구 감소가 시작된 일본도 2005 1.26명에서 소폭 올라가 1.3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과 같은 급격한 감소세는 세계에 유례가 없다. 출산을 막는 사회적 제약이 자녀를 가지려는 인간의 본성까지 억누를 만큼 심각함을 말해준다. 이를 치유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재앙은 시작됐고 파국은 멀지 않다.

 

작년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900만명을 넘어 전체 인구의 18%를 넘었다. 여성은 20%를 넘어섰다. 이대로 가면 2025년 전체적으로 20%를 돌파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65세 인구가 14% 이상인 ‘고령 사회’가 된 지 7년 만이다. 일본은 11년 걸렸다. 6년 뒤엔 최고 비율을 차지하는 세대인 50대 861만명이 줄 지어 노인 집단에 진입한다. 매년 줄어드는 생산연령(15~64) 인구가 부양할 있는 한계를 넘어선다. 재정과 사회보장 비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경제는 활기를 잃는다. 세계 2 경제 대국이던 일본조차 고령화 재앙을 견디지 못하고 쇠락했다. 한국만 기적을 바랄 수 없다.

 

한국은 2006년부터 5 단위로 저출산 고령 사회 기본 계획을 발표하고 대응 예산을 편성해 16년간 280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떨어졌다. 인구 감소는 수당을 몇 푼 더 주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평생 벌어도 내 집 마련이 힘들 만큼 집값이 오르고, 질 좋은 일자리는 계속 줄어들고, 자녀 사교육비에 허리가 휘고, 폭증하는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데 젊은이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싶겠나.

 

부동산과 일자리, 교육, 복지, 이민 모든 국가 정책을 출산 친화적 관점에서 설계하고 국민 총력전을 벌여야 파국을 막을 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 역시 출산율을 높여 한국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 과제다. 개혁이 성공한다고 해도 출산율의 가파른 반등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도 상당 기간 피할 수 없다. 노인 연령 상한, 정년 연장 등으로 사회보장 비용을 줄이고 여성·노인층의 사회 활동 참여율을 높이는 등 전반적 사회 제도와 시스템을 인구 감소에 대비한 체제로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

 

-조선일보(23-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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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존립 걸린 저출산 대책은 정치 소재 돼선 안 돼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저출산 대책을 놓고 대통령실과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연일 갈등을 빚고 있다. 나 부위원장이 “자녀 출산 시 대출 이자뿐 아니라 원금까지 탕감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자 대통령실은 곧바로 “정부 기조와 다르다”며 공개 반대했다. 나 부위원장이 “돈 없이 해결되는 저출산 극복은 없다”고 하자 대통령실은 “대통령과 전혀 조율되지 않은 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부적절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저출산위 위원장은 대통령이다. 부위원장은 대통령의 지휘를 받아 정부 부처를 조율하고 인구·저출산 대책과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실과 부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이견을 표출하며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례적이고 볼썽사납다.

 

대출 탕감은 헝가리가 도입한 제도다. 40세 이하 부부가 아이를 낳기로 약속하면 정부가 최대 4000만원을 대출해 준다. 5년 내에 자녀를 1명 출산하면 이자를 면제하고 2명을 낳으면 대출액의 3분의 1, 3명을 낳으면 전액을 탕감해 준다. 헝가리는 이런 다양한 정책으로 합계 출산율을 2011년 1.23명에서 2020년 1.56명으로 올렸다. 하지만 대출 탕감에 4조원 이상의 예산이 든다. 풀기로만 출산율을 올릴 있느냐는 반론도 만만찮다.

 

지난달 말 인구미래전략 차관회의 때 발표된 내용엔 이 방안이 없었다. 대통령실은 “총리실과 기재부가 반대했는데도 개인 의견을 발표했다”고 했다. 막대한 돈이 드는 일을 위원장인 대통령과 상의나 내부 조율 없이 부위원장이 혼자서 내놓았다는 건가. 대통령실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또한 부적절하다. 이 정도 문제도 내부 조율이 안 되나. 결국 감정싸움이 선을 넘어서 나 부위원장 해임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나 부위원장의 여당 대표 선거 출마 문제가 있다고 한다. 부위원장이 중대한 국가 문제를 다루는 자리에 취임한 만에 당대표 선거에 나간다는 것은 무책임하다. 애초에 저출산위를 맡지 말았어야 했다. 대통령실이 이에 대한 불만으로 부위원장을 공개적으로 연일 비판하는 것도 너무 정치적이다.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인구 감소가 시작됐다. 합계 출산율은 0.84명으로 세계 최악이다. 이대로면 성장은커녕 나라가 무너질 지경이다. 그런 나라의 대통령실과 담당 책임자가 이 중대 문제를 정치 소재로 삼고 있다니 개탄할 일이다.

 

-조선일보(23-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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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탕감” “자기 정치”… 나경원 논란에 길 잃은 저출산委

 

대통령실과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연일 공개적으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나 부위원장이 밝힌 헝가리식 ‘출산 시 대출원금 탕감’ 구상에 대해 대통령실이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반박하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나 부위원장이 “돈 없이 해결되는 저출산 극복은 없다”고 거듭 밝히자 대통령실은 “부적절한 언행”이라며 부위원장직 자진 사퇴를 대놓고 거론했다. 여야가 아니라 여권 내부에서 정책 방향을 놓고 이렇게 낯을 붉히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대통령실과 나 부위원장의 갈등은 국민의힘 대표를 뽑는 3·8전당대회와 맞물려 구구한 억측도 낳고 있다. 나 부위원장이 여권 핵심부의 만류 기류에도 불구하고 전대 출마 의지를 밝히고 나서자 대통령실이 설익은 저출산 구상을 문제 삼으며 제동을 거는 것처럼 보이고 있어서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위 부위원장은 비상근직이지만 7개 부처 장관을 당연직 위원으로 둔 장관급 직책이다. 가파른 인구 감소와 급속한 고령화 추세를 극복하기 위한 중장기 비전과 전략을 세워야 하는 중요한 자리다. 그런 점에서 “부위원장은 공직자가 아니다”라고 한 나 부위원장의 발언은 부적절하다. 이해관계가 얽힌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해야 하는 엄중한 업무를 제쳐 놓은 채 “당 대표를 겸직하면 더 잘될 것”이라고 말한 것을 놓고도 ‘자기 정치’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대통령실도 정치적 오해를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정부·여당에선 정책에 대한 이견이 나오면 통상 내부적으로 조율해 온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이번엔 대통령실이 공개적으로 나 부위원장을 직격했으니 단순한 정책 논쟁으로 볼 수 없게 됐다. 대통령실이 공정해야 할 전대를 앞두고 윤심(尹心) 개입 논란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나 부위원장 발언 논란이 계속될수록 윤석열 정부의 저출산·고령화 대책은 길을 잃고 표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민의힘 당권을 둘러싼 신경전 때문에 국가 백년대계인 저출산·고령화 대책이 흐지부지되어선 안 될 것이다. 대통령실과 나 부위원장은 하루라도 빨리 이 논란을 매듭지어야 한다.

 

-동아일보(23-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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