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핵무장론을 두고 벌어지는 혼돈과 불신]
[“美 핵우산은 왜 한국서 신뢰 잃어가나” CNN이 본 두가지 이유]
[핵무장 잠재력 확보하는 ‘무궁화 계획’ 추진을 제안한다]
[尹 “자체 핵 보유할 수도”… 韓美 확장억제 강화가 먼저]
[한국 대통령의 사상 첫 ‘자체 핵 보유’ 언급이 갖는 의미]
[2000기 핵탄두 계속 가졌다면… '우크라'서 배운다]
한국의 핵무장론을 두고 벌어지는 혼돈과 불신
[朝鮮칼럼]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월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더 (북핵) 문제가 심각해져서 대한민국에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북핵 문제가 심각해질 경우 한국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핵화 지위 및 비확산 체제 지지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한국 대통령이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워싱턴 정가는 이 발언에 상당히 주목했다. 한국의 핵무장 심사숙고 소식을 전하는 뉴스 헤드라인에 ‘악몽’이나 ‘재앙적’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내 관점은 한국의 핵무장 추진에 대한 찬반 여부가 아니다.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한국의 핵무장을 둘러싼 대화가 한미 언론에서 많이 다뤄지고 전문가들의 주요 토론 주제가 됐음에도, 혼돈과 불신으로 얼룩져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핵무장은 예전에는 강경 보수 진영에서만 논의되곤 했다. 그러나 이제 주류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돌아온 동료 학자가 “이런 대화는 과거에는 3차 정도 술자리를 가진 뒤 늦은 밤에나 나오곤 하는데, 이제는 아침에도 이런 대화가 나온다”고 했다.
왜 지금처럼 특별한 시기에 한국 주류에서 핵무장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일까? 첫째, 유럽에서의 전쟁이 세계를 더욱 불확실한 곳으로 만들었다. 우크라이나와 지구 건너편에 있는 한국 같은 나라들조차 외부 환경이 더욱 불안해졌다. 둘째, 중국은 2020년대 말까지 1500개의 핵탄두를 만든다는 계획을 세우고,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서해, 한국 영공에서 강도 높은 군사훈련을 하면서 안보 전문가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셋째, 북한은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고, 미사일 시험과 전술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고 있어 한국인들의 걱정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마지막으로 ‘미국 제일주의’를 부르짖으며 동맹에 대한 안보 공약 철회를 꾀했던 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서 복귀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의 핵무장론에 대한 미국인들의 불신에는 역사적 유래가 있다. 비확산 문제에 정통한 많은 미국인은 여전히 박정희 대통령이 1970년대 핵무기 제조를 염두에 두고 핵분열 물질의 재처리 기술을 찾아내기 위해 은밀히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기억하고 있다. 당시 일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정책은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는 것이라고 백번도 말할 수 있지만, 비확산 전문가들의 관심을 끌지 못할 것이다. 반면 한국이 핵무장으로 갈 수 있다고 딱 한 번 이야기하면, 마치 한국의 진짜 의도인 것처럼 널리 인식될 것이다. 한국의 핵무장론 논쟁을 둘러싼 혼돈 속에서 불신이 켜켜이 쌓여왔다.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이 한국인 71%가 핵무기 보유에 찬성한다는 시카고 국제문제협의회(CCGA)의 통계를 폭넓게 언급하고 있다. 내가 참석한 거의 모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여지없이 한국이 핵무장 도미노로 빠져들고 있다는 근거로 이 통계를 언급한다.
그러나 이건 말이 안 된다. 첫째, 일반적으로 핵무장에 대한 높은 대중적 여론이 있으면, 이는 미국의 안보나 핵우산 정책이 불확실하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추정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해당 조사에서 미국이 한국의 방위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확신하는지를 묻자 한국인 대다수(61%)가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이는 한국의 핵무장 찬성이 미국과의 동맹 관계나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신뢰의 결여 때문이 아님을 보여준다.
둘째, 한국의 핵무기에 대한 관심을 설명하는 다른 가능성은 북한의 핵에는 핵으로 대응하는 것이 북한 정권의 침략 야욕을 누그러뜨릴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한국인들은 북한이 비핵화할 것으로 믿느냐는 질문에 압도적인 82%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셋째, 이 문제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위신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있다. 세계 6위 군사 강국이자 10위 경제 대국의 위상에 걸맞게 인류의 최신·최강 무기로 알려진 핵무기를 추구할 권리가 있어 마땅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제사회에서의 위신 때문에 핵무장이 중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26%에 불과했다. 명망 있는 학술단체와 연구진의 노력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대신 보고서의 설문조사가 보이는 것처럼 한국에서의 핵무장에 관한 여론조사에는 혼돈되고 근거가 없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짚고 싶은 것이다.
한국이 핵무장으로 갈 것이라는 결론을 성급하게 내기 전에, 이 현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체계적인 여론조사가 필요하다. 특히 일반 대중의 의견뿐 아니라 전략적 전문가·지식인층의 의견을 조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적인 지도자들은 외교정책을 예측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대중의 여론이 아닌 해당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지식인들과의 교감과 안목을 중시해왔다. 만일 우리가 혼돈을 줄이고, 투명성을 증진시키며, 한국의 핵무기 선택과 관련한 동맹 간 불신을 줄이려면, 이 현안에 대해 전문가·지식인들이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 조선일보(23-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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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핵우산은 왜 한국서 신뢰 잃어가나” CNN이 본 두가지 이유

조선중앙TV가 공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발사 장면. /평양 노동신문·뉴스1
미국 유력 매체 CNN이 최근 한국에서 ‘자체 핵무장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배경을 집중 조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도 핵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가운데, 미국의 ‘핵우산’ 속 지원 수준이 명확하지 않고 트럼프 행정부에서 경험한 것처럼 미국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대북 정책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CNN은 21일(현지시각) ‘한국인들은 왜 미국의 핵우산에 신뢰를 잃어가고 있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웹사이트 상단에 배치하고 한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자체 핵무장론을 비중 있게 다뤘다. 매체는 “10년 전만 해도 한국 내 핵무기 보유는 진지하게 여겨지지 않는 비주류적 생각이었지만, 이제는 주된 쟁점이 됐다”며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한국인 대다수가 자국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지지하고 있고, 한때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던 저명한 학자들도 입장을 선회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윤 대통령도 아이디어를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외교부·국방부 2023년 업무보고 도중 “우리가 공격당하면 100배, 1000배로 때릴 수 있는 대량응징보복(KMPR) 능력을 확고하게 구축하는 게 공격을 막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며 “북핵 문제가 더 심해지면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우리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 대통령이 핵무장 추진에 대해 공식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미국 유력 매체 CNN이 21일(현지시각) 웹사이트 상단에 ‘한국인들은 왜 미국의 핵우산에 신뢰를 잃어가고 있나’라는 제목의 기사(오른쪽 위 빨간 박스)를 배치했다. /CNN 홈페이지
CNN은 이같은 변화가 감지된 배경에 통상 핵우산으로 불리는 미국의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전략에 대한 불신을 지목했다. 확장억제전략은 한국이 공격받을 경우 미국이 지원에 나설 의무가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지원의 형태나 수준 등 세부 사항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매체는 “미국이 핵전쟁 발발 시 서울을 지키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겠냐는 의문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며 “이런 해묵은 질문이 보여주듯, 미국 정부는 자국 본토에 대한 보복 핵 공격 가능성에 직면하게 되면 개입을 제한해야 할 확실한 이유가 생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한반도 및 대북 정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CNN은 그 사례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언급했는데, 트럼프는 재임 시절 비용 문제를 이유로 주한 미군을 철수시키고 싶다는 주장을 펼친 적 있다. 매체는 “트럼프가 2024년 대선 출마를 발표한 것도 한국인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문제”라고 짚었다. 안킷 판다 카네기 국제평화기금 선임 연구원도 “미국은 예전만큼 신뢰할 수 있는 국가로 인식되지 않는다”며 “(한국) 정책 입안자들은 미국이 재차 한국에 다른 접근 방식을 가진 행정부를 선출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뉴스1
다만 CNN은 미국에 대한 신뢰 상실은 트럼프를 넘어선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거론한 자체 핵 개발과 전술핵 재배치를 두고 바이든 행정부가 한반도 비핵화 기조를 강조한 것에 주목했다. 또 윤 대통령이 지난 2일 조선일보 신년 인터뷰에서 “실효성 확장 억제를 위해 미국과 핵에 대한 ‘공동 기획·공동 연습’ 개념을 논의하고 있고 미국도 긍정적”이라고 밝힌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실제로 그렇냐는 질문에 “아니다(NO)”라고 답한 것도 언급했다.
그러나 CNN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한국의 자체 핵무장이 실현될 가능성은 낮게 점쳐지고 있다고 했다. 미국과의 관계를 혼란스럽게 하는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핵무장을 한다고 해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에 따른 제재로 원전 가동이 어려워지는 등 여러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인접국인 중국이 핵무장 움직임을 바라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MIIS) 소속 동아시아 핵 비확산프로그램 책임자인 제프리 루이스 교수는 “핵무기의 재미있는 점은 핵무기가 핵무기를 상쇄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핵무장을 하고서도 이란이 핵무기를 손에 넣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스라엘의 핵무기는 이란의 핵무기로부터 느끼는 위협을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지연 기자, 조선닷컴(23-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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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장 잠재력 확보하는 ‘무궁화 계획’ 추진을 제안한다
[유용원의 군사세계]
대북 확장억제 강화만으로는 물리적 한계 등 단점 극복 어려워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해 농축·재처리 제한 풀고 핵연료 확보를
美가 지원한 호주·일본 사례 참조해 원자력잠수함 건조 나서야
새해 첫날 북한 관영 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와 함께 탄도미사일 공장을 시찰하는 사진들을 공개해 관심을 끌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은 화성-12형 중거리 탄도미사일과 KN-23 ‘북한판 이스칸데르’ 단거리 미사일들을 김정은과 김주애가 함께 둘러보는 모습들이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들 가운데엔 화성-12형 1단 로켓과 탄두가 각각 무려 25개가량이나 늘어서 있는 장면들도 있었다.
화성-12형 중거리미사일은 북한에서 3500㎞가량 떨어진 미 아·태 전략 요충지 괌이나, 1600㎞가량 떨어진 오키나와 주일 미군 기지들을 충분히 사정권에 넣을 수 있는 무기다. 핵탄두도 장착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공개한 화성-12형 탄두들이 가짜가 아니라면 북한은 적어도 이미 25개가량의 화성-12형 장착 핵탄두를 만들어놨음을 과시한 셈이다. 유사시 괌은 B-1, B-52 미 전략폭격기들이, 오키나와 가데나·후텐마 기지는 미 스텔스기와 정찰기, 해병 원정단이 한반도로 긴급 출동하는 전략 거점이다. 북한은 양산 중인 화성-12형 사진들을 통해 유사시 미 증원군(增援軍)의 한반도 출동을 견제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준 것이다.

김정은은 지난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대한민국을 “의심할 바 없는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며 “핵탄두 생산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라”고 지시했다. 현실적으로 핵무기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것은 어렵겠지만 비핵화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겠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렇게 날로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우리 대책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한미 동맹을 활용한 확장억제 강화, 그리고 우리 독자적인 3축 체계 강화다.
전술핵 재배치, 한국형 또는 나토식 핵 공유는 아직까지 추진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확장억제 강화가 윤석열 정부의 북핵 대책 ‘대표 선수’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도 확장억제 약속을 꼭 지키겠다며 5년 만에 전략폭격기, 원자력 추진 항모 및 잠수함, 스텔스기 등을 한반도에 출동시키고 있다. 하지만 확장억제는 북한의 미 본토 핵 타격 능력이 강화될수록 “서울을 지키기 위해 워싱턴을 희생시킬 수 있나”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기상 등에 제한을 받는 물리적 한계도 있다. 지난해 12월 미 F-22 스텔스기가 4년 만에 한반도에 출동, 군산 기지에 착륙했다가 기상 악화가 예상되자 연합훈련을 실시하지 못하고 하루 만에 주일 미군 기지로 복귀하는 일이 있었다.
결국 ‘핵무기에 맞설 수 있는 것은 핵무기뿐이다’라는 대명제를 깰 수 있는 방법은 아직까지 없는 상태다. 핵무장이 가장 이상적인 대책이긴 하지만 강행 시 한미 동맹 훼손과 국제사회 제재 등 감내해야 할 손실이 너무 클 수 있다. 그 때문에 일본처럼 언제든지 핵무기를 확보할 수 있는 잠재력 확보가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지난 10일 국회에서 동북아외교안보포럼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안보의 미래, 핵이 답이다’ 세미나에서 최지영 포럼 이사장은 “한미 동맹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핵무기 보유 능력 확보를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말엔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주도로 통일 전문가, 핵공학자, 예비역 장성 등이 참가하는 ‘한국핵자강전략포럼’이 창립되기도 했다.
그러면 현재 우리의 핵무장 잠재력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 잠재력이 생각보다 대단하다며 6개월이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핵무기 제조엔 농축·재처리 기술, 플루토늄·고농축우라늄 등 핵무기 원료, 무기화하는 핵 기폭(起爆)장치 등이 모두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 현실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신중론도 많다. 재처리 기술은 어느정도 갖고 있지만 플루토늄·고농축우라늄, 핵 기폭장치 기술 등은 갖고 있지 않다. 특히 핵 개발은 국가의 민간·군사 기술 역량과 조직, 인력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밀어붙이는 사령탑(프로젝트 매니저)이 중요한데 결국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나서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마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북핵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경우 우리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해 핵무장론이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정부 해명대로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것이고 당분간은 확장억제 강화에 방점을 둘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북핵 고도화에 가속이 붙고 있어 한시도 늦출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선 전문가 등 학계와 예비역 단체, 정치권, 언론 등 민간 부문 주도로 핵무장 잠재력을 확보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일 것을 제안한다. 일종의 ‘한국판 맨해튼 프로젝트’라 할 수 있는 캠페인 명칭은 ‘무궁화 계획’이 좋겠다. 무궁화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국화이고, 박정희 대통령 당시 비밀 핵 개발을 다룬 김진명 작가의 밀리언셀러 제목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였다.
핵무장 잠재력 확보는 농축·재처리 기술과 직결되는데 특히 재처리는 현재 심각한 사용후핵연료 저장 문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농축·재처리 제한을 풀고 원자력 추진 잠수함용 핵연료(20% 저농축우라늄) 확보 등을 위해선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필수적이다. 미국은 호주에 예외적으로 원자력잠수함 도입을 허용했고, 마이클 길데이 미 해군 참모총장은 지난 15일 이례적으로 일본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에 대해 긍정적인 취지의 언급을 했다. 이를 지렛대로 삼아 그동안 미측이 난색을 표명해왔던 원자력잠수함 건조의 물꼬를 튼다면 윤석열 정부의 큰 안보 성과가 될 것이다. ‘무궁화 계획’은 우리의 핵무장 잠재력이 진짜 어느 정도 수준인지 냉정하게 파악하는 것과, 원자력잠수함 건조 등을 위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추진에서부터 시작하자.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조선일보(23-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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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자체 핵 보유할 수도”… 韓美 확장억제 강화가 먼저
윤석열 대통령이 북핵 위협과 관련해 “대한민국에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제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우리 과학기술로 더 빠른 시일 내에 우리도 가질 수 있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북핵 문제가 더 심각해지면”이란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한국의 독자 핵개발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을 대통령이 직접 공개 석상에서 밝힌 것이다.
대통령실은 “원론적인 발언일 뿐 방점은 확장억제에 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언급이라는 설명이지만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연초부터 ‘기하급수적’ 핵탄두 증강을 공언하며 대남 위협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는 북한을 향한 강한 경고 메시지일 수도 있을 것이다. 점점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는 보수 진영의 국내 핵무장론자들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독자적 핵무장은 엄청난 비용과 대가를 치러야 하는 일이다. 국제 핵 비확산 체제를 고수하는 미국의 입장은 완강하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은 동북아 전체의 ‘핵 도미노’ 현상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대외무역 비중이 높은 우리로선 핵확산금지조약(NPT) 위반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반발도 불을 보듯 뻔하다. 그만큼 최고 정책결정권자의 핵보유, 핵개발 언급은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국방부는 북한의 핵 공격을 가정한 핵우산 운용연습(TTX)을 올해 미 전략사령부와 함께 처음 실시하는 등 미국과의 확장억제 공조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런 훈련을 비롯해 한미 양국의 핵 공동 대응 실효성을 높이는 작업에 집중해야 한다. 자칫 대외적 갈등을 부르거나 불필요하게 국민의 기대치만 높일 수도 있는 발언에 앞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모든 옵션을 시도하는 것이 먼저다. 미국 또한 자국의 핵우산이 한반도의 ‘강대강’ 핵 대치를 막을 마지막 보루라는 인식하에 실질적 핵 공유에 버금가는 수준의 공동 기획, 실행에 나서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23-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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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통령의 사상 첫 ‘자체 핵 보유’ 언급이 갖는 의미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3년도 외교부-국방부 업무 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가 더 심각해지면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우리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핵 위협이 더 심각해질 경우’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한국 대통령이 ‘자체 핵무장’을 공개 언급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북이 대남 핵 선제 공격을 언급한 데 이어 대남용 전술핵 실전 배치가 임박한 상황에서 안보를 지키기 위해 성역 없이 모든 방안을 다 검토하겠다는 뜻이다.
미국의 핵우산은 한국 안보의 기초가 돼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그래야 한다. 그러나 미국 핵우산에만 우리 운명 전체를 맡기고 있기에는 북핵 위협이 너무나 심각한 것 또한 사실이다. 북한은 지금 미국 대도시 2~3곳을 동시에 핵 타격할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러면 미국은 자국 국민 수백만 명이 희생될 위험을 감수하고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는 것이 쉽지 않게 된다. 그런 결심을 할 미국 대통령이 있겠느냐는 것은 합리적인 의문이다. 북한이 미국을 핵 공격할 ICBM에 이토록 매달리는 것도 바로 이 효과를 노린 것이다.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도 미국 핵우산 아래에 있지만 오래전부터 자체 핵무장을 하거나 미국과의 핵 공유 체제를 마련해 뒀다. 나토 국가들은 핵 사용 결정에 참여하고 핵 투하도 자국 전투기로 한다. 하지만 미국은 우리에게는 핵을 성역으로 만들고 어떤 접근도 하지 못하게 한다.
한미 동맹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동맹으로 평가되지만 언제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알 수 없는 것이 국제 정치의 현실이다. 북이 대규모 도발을 벌이면서 핵 공격 협박을 함께 한다면 그 피해와 부담은 고스란히 한국만 지게 된다. 미국은 휴전 이후 북의 도발에 우리와 함께 싸운 적이 없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등의 북핵 대응 콘퍼런스에서도 ‘미국의 핵우산이 펴지지 않을 때를 대비해 한국도 핵 잠재력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가 곧바로 핵 개발 계획에 착수하는 것은 물론 아닐 것이다. 윤 대통령은 미국의 핵 자산 운영 과정에 우리가 참여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발언은 미국에 보다 확실한 북핵 억지 수단을 찾을 것을 촉구하는 의미가 더 클 것이다. 미국의 전술핵 무기를 공동으로 기획·실행하는 방안부터 논의해야 한다. 시뮬레이션과 도상 연습, 전투기에 핵무기를 실어 투하하는 연습도 필요하다. 앞으로 나토식 핵 공유 등의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
우리가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하는 상황은 오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북핵 위협만 없다면 우리가 핵을 가져야 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북핵 위협이 노골화하고 중국은 이를 방조하는데 미국마저 미온적이면 어떻게 해야 하나. 5100만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존립이 걸린 문제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단기간에 핵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점검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북한과 중국에도 뚜렷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 핵은 핵으로만 막을 수 있다.
-조선일보(23-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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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기 핵탄두 계속 가졌다면… '우크라'서 배운다
[김대중 칼럼]
옛 소련서 독립 후 우크라가 갖고 있던
2000여기 핵탄두 계속 가졌다면
러시아의 침략은 없었을 것이다
북한은 상황에 따라 언제든 전쟁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봐야 한다. 지난 1년간 하루가 멀다 하고 쏘아 올린 수많은 미사일과 핵 시설 과시는 단순한 불꽃놀이용(用)이 아니다. 그 전쟁 준비 완료의 신호탄이 드디어 무인기를 타고 휴전선을 넘어 서울 상공까지 넘나들었다.

북한이 지난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을 시험발사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9일 "초강력적이고 절대적인 핵억제력을 끊임없이 제고함에 관한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의 최우선 국방건설 전략이 엄격히 실행되고있는 가운데 18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전략 무력의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진행되었다"고 밝혔다/연합뉴스
그동안 북한의 미사일 쇼를 손 놓고 구경만 하던 우리는 무인기에 놀라더니 금세 내부 총질로 돌아섰다. 서울이 뚫렸느니, 그동안 훈련 안 해서 그렇다느니 하는 정치 공방에 여념이 없다. 당국이 무인기 맞대응을 언급하자 좌파는 어이없게도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했다.
북한의 미사일 쇼에서 공포감 또는 패배감을 느낀 우리 국민은 얼마나 될까? 겁이 없는 것인지 무감각인지 ‘설마’인지 종잡을 수 없지만 우리는 대체로 덤덤하다. 북한이 동족인 우리를 쏘지는 않겠지 하는 막연한 방심도 있고, 자기 백성도 잘 못 먹이면서 무슨 여력이 있어 미사일을 수십 발씩 쏘아대느냐는 제3자적 관점도 있다. 대북 평화주의자들, 북한 포용론자들은 미국이 위협하고 있는데 북한이라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겠느냐고 오히려 북한을 감싼다. 찬·반 간에, 강·온 간에 북한 핵이 우리의 턱밑까지 치받고 올라온 것만은 엄연한 사실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저런 해설이나 하면서 남의 불 구경하듯이 팔짱 끼고 있을 것인가. 우선 동북아시아의 대립 구도를 보자. 북한과 북한의 우호국인 중국, 러시아 등 3국 모두가 핵을 가지고 있다. 그에 대립해 있는 한국과 일본, 미국 등 3국 중 미국만 핵보유국이다. 게다가 미국은 미국 대륙 또는 자국 영토가 핵 공격을 당하지 않는 한 핵을 쓰지 않을 것이 분명하고, 일본은 공식적으로는 핵이 없지만 비상시 가장 빨리 핵을 ‘조립’할 수 있는 핵 잠재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결국 이 엄중한 동북아의 6자(者) 대립 구도에서 오로지 한국만 핵 없는 ‘빈손’ 외톨이다. 그런데도 오로지 미국 핵만 믿는 책상머리의 평화주의자 또는 비핵파뿐이다. 북한이 오직 한국을 대상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그에 대응한 미국의 핵 보복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회의적이다. 미국은 세계적 핵 확전으로 갈 것을 두려워할 것이고 일본은 자기 방어에만 몰두할 것이다.
적어도 그 정도는 북한의 김정은도 꿰뚫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북한의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고 정치 불안이 조성되는 경우, 김정은은 비교적 폭발성이 작은 남쪽으로 총구를 돌릴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한국은 미국만 믿고, 아니면 김정은의 선심(?)만 믿고, 거기다가 무엇보다 한국이 세계 몇째 ‘잘사는 나라’라는 추켜세움에 들떠 평화 무드에 빠져 있다.
김정은은 일단 전쟁을 일으켜 땅따먹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뒤 휴전을 유도하는 제2의 ‘6·25전쟁’ 방식으로 갈 수도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도 전쟁이 1년 가까이 지속되자 유럽 쪽에서 ‘코리아식(式) 정전’으로 가자는 휴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하원의 다수당인 공화당에서도 유화론이 나오고 있다. 세계의 식량난·가스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전쟁은 이처럼 강대국에 유리하게, 그리고 전쟁을 일으킨 쪽, 전쟁으로 이득을 보는 쪽에 유리하게 이끌려가는 것이 그 속성이다.
한국이 현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핵을 갖겠다고 나서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해야 하고 핵 발전에 필요한 어떤 형식의 도움(우라늄 확보)도 국제적으로 받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또 일본·대만 등 주변 국가의 핵무장이 제기될 수 있어 전 세계적으로 핵 확산의 고삐가 풀릴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국제적 제약 때문에 북의 핵은 기정사실화되고 우리는 그 그늘에서 공포를 안고 살아야 하는 핵 노예 신세를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가 핵을 갖겠다고 하는 것은 핵을 사용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핵 굴종 사태를 면하기 위한, 그야말로 ‘핵 방어용 핵’ 또는 ‘핵 억지용 핵’의 의미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 한국이 보유할 수 있는 핵무기의 기능이나 성능을 원천적으로 방어용으로 제어하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세계는 이제 한국이 여러모로 발전해 세계 5~6위 안에 드는 잘사는 나라라며 칭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막상 군사력 측면에서는 우리에게 ‘너희는 그래도 핵을 가질 위치에 있지 않다’는 식으로 제동을 거는 것은 엄연한 위선이다. ‘우리는 되고 너는 안 된다’는 우월감은 이제 설득력이 없다. 암암리에 핵을 공인받고 있는 나라(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 등)도 있다. 한국은 핵을 가질 만큼 성숙했고 그것을 관리하고 제어할 만큼 성장했다는 것을 인정해줘야 한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1991년 구(舊)소련 해체와 더불어 독립하면서 그들 땅에 보유하고 있던 미사일 176기와 핵탄두 2000여 기를 전부 포기하지 않고 일부라도 유지하는 쪽으로 갔더라면 오늘날 러시아의 침략은 없었을 것이다.
-김대중 칼럼니스트, 조선일보(23-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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