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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확성기 재개, 어떤 北 도발에도 대비해야] ....

뚝섬 2024. 6. 10. 09:09

[대북 확성기 재개, 어떤 北 도발에도 대비해야]

[오물풍선에 확성기 가동… 무력충돌 비화는 경계해야]

[北 도발 전제하고 대북 확성기 검토해야]

[목함지뢰 vs 확성기, 강대강의 추억]

[북한판 ‘김빠’와 ‘개딸’들이 만든 세상]

 

 

 

대북 확성기 재개, 어떤 北 도발에도 대비해야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결정한 9일 경기도 파주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에서 북한군 병사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오물 풍선 도발에 맞서 대통령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6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결정했다. 북한이 8일 밤부터 또 오물 풍선 살포에 나서자 사전 경고한 대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

 

북한은 오물 풍선뿐 아니라 군사위성 발사와 GPS 교란, 탄도미사일 무더기 발사 등으로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발송을 문제 삼고 있지만 전단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늘 그랬듯 한반도 긴장을 조성하려는 구실일 것이다. 국민 불안을 고조시키고 그 책임을 현 정부에 돌려 ‘남남 갈등’을 유발하려는 의도다. 벌써 정치권 일각에선 ‘북이 무력 도발하면 정부 책임’이란 식으로 화살을 우리 쪽으로 돌리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풍선 도발은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생화학 무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최악 상황까지 대비해야 한다.

 

확성기 방송에 북한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2015년 목함 지뢰 도발 당시 우리가 방송을 재개하자 북은 ‘확성기를 타격하겠다’며 포격 도발을 감행해 우리 군이 포격으로 맞서기도 했다. ‘준전시 태세’까지 선포됐다. 당시 북은 며칠 못 버티고 고위급 회담을 먼저 제안해 이례적으로 지뢰 도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김정은은 작년 말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인 교전국 관계’로 규정했다. 남북 연결 철도·도로에 지뢰까지 매설했다. 최악 경제난으로 김씨 왕조의 체제 결속력도 예전 같지 않다. 어떤 불장난을 할지 모른다.

 

그런 와중에 경기도 최전방의 서울 길목을 지키는 육군 1사단장이 지난 1일 오물 풍선 살포 때 음주 회식을 하느라 작전 지휘 현장을 벗어난 사실이 드러났다. 북 도발이 예고돼 대비 태세 강화 지시가 떨어진 상황에서 지휘소를 떠나 술을 마셨다니 군기가 무너졌다.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만큼 북한 도발은 상수(常數)로 봐야 한다. 휴전선이나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군사 도발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군은 철저한 군사적 대비책을 마련하고 긴장 관리에 한 치 빈틈도 없어야 한다.

 

-조선일보(2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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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물풍선에 확성기 가동… 무력충돌 비화는 경계해야

 

합동참모본부는 대북방송을 즉각 시행하는 상황에 대비해 전방지역에서 실제훈련을 실시했다고 9일 밝혔다. 2018년 이후 실제훈련은 처음이며 확성기 이동 및 설치, 운용절차 숙달 등 일명 '자유의 메아리 훈련'을 시행했다고 했다. 사진은 대북방송 실시 대비 실제훈련에서 확성기 장비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합동참모본부 제공


군 당국이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해 어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격 재개했다. 2018년 4월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지 6년여 만이다.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국민 불안과 사회 혼란을 야기하려는 어떤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이어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열어 북한이 확성기 방송을 빌미로 직접적 도발을 감행할 경우 단호하게 응징하라고 지시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는 정부가 이미 일주일 전 예고했던 ‘감내하기 힘든 조치’ 중 북한이 가장 두려워한다는 심리전 수단이다. 정부는 이미 9·19 군사합의 전체의 효력을 정지함으로써 접경지역의 군사 활동을 제약하는 규정을 모두 풀고 확성기 재가동 준비를 마쳤다. 북한은 지난달 말과 이달 초 두 차례 오물 풍선을 무더기로 날려 보낸 뒤 ‘잠정 중단’을 선언했으나 우리 탈북민단체가 대북 전단을 띄우자 그제 밤 3차로 오물 풍선 330여 개를 날려 보냈다.

정부의 확성기 재가동은 북한의 저열한 도발에 따른 불가피한 대응일 것이다. 특히 그 신속한 실행의 배경엔 도발의 책임을 남측의 대북 전단 살포로 돌려 ‘남남 갈등’을 유발하려는 북한 노림수에 말리지 않겠다는 의지도 깔려 있다. 접경지역 주민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야당까지 정부의 대북 전단 무대응을 비판하고 나서자 신속한 조치로 논란 확산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즉각적 대응에 북한이 확성기 조준 타격 같은 강경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에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은 우려스럽다. 2015년 8월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과 우리 군의 확성기 방송 재개로 남북 간엔 총탄이 오가는 군사적 대치가 벌어진 적이 있다. 당시엔 남북 간 긴급 협상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극적인 위기관리 채널마저 가동하기 어려울 만큼 험악한 게 남북 관계의 현실이다.

이대로라면 남북은 군사적 충돌 궤도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남으로 북으로 풍선을 띄우는 정치심리전을 넘어 서로 총탄을 주고받는 무력 충돌, 나아가 국지전 같은 유혈 사태로 번지는 것도 시간문제일 수 있다. 도발에 맞선 보복, 응징과 앙갚음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선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결기 못지않게 출구를 모색하는 냉철한 접근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남북 간 위기 관리용 소통 창구를 찾는 노력이 시급한 시점이다.

 

-동아일보(2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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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도발 전제하고 대북 확성기 검토해야 

 

육군 9사단 교하중대 교하 소초 장병들이 2018년 5월 1일 경기도 파주시 민간인 통제구역내 설치되어 있는 고정형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실이 2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논의했다. 북한이 분뇨·꽁초·폐지 등을 넣은 ‘오물 풍선’ 720여 개를 날려 보내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 공격을 닷새째 계속하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저급한 도발이지만 어떤 식으로든 대응하지 않으면 북은 멈추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확성기 재개 준비는 온전히 북한이 자초한 것이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군이 가장 두려워하는 우리의 비대칭 전력으로 꼽힌다. 2017년 탈북한 최전방 북한군은 “확성기 방송에서 탈북자들이 전하는 한국의 발전상을 들었기 때문”이란 취지로 진술했다. 대북 스피커는 낮에는 10㎞, 밤에는 24㎞까지 소리가 들린다. 최신 가요와 한반도 뉴스, 날씨 등을 라디오방송 형식으로 내보낸다. 방송을 재개하면 김정은이 한류(韓流) 확산을 극형으로 막고 있어도 최전방 북한군부터 한류와 외부 정보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북한 체제 특성상 미국 미사일보다 자유세계의 정보가 훨씬 더 위협적일 것이다.

 

북한은 확성기 방송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2004년 6월 남북 군사회담에선 확성기 중단을 위해 서해에서 도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2015년 8월 목함 지뢰 도발 당시 우리 측이 방송을 재개하자 북은 ‘준전시 태세’를 선포하면서 반발했다. 그러나 며칠 견디지 못하고 고위급 접촉을 먼저 제안해 이례적으로 지뢰 도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급소를 찔린 것처럼 반응했다. 확성기 방송은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재개됐지만 2018년 문재인 정부의 판문점 선언으로 중단됐다. 이후 문 정부는 북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어떤 도발을 해도 확성기를 다시 틀지 않았다.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되면 북은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2015년엔 ‘확성기를 직접 타격하겠다’고 한 뒤 포격 도발을 감행해 우리 군이 포격으로 맞서기도 했다. 확성기를 빌미로 휴전선이나 NLL 일대에서 강도 높은 군사 도발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남북 충돌로 우리 측 피해가 발생할 경우, 천안함 폭침 때처럼 우리 사회에서 ‘전쟁이냐 평화냐’ 같은 정치 선동이 난무하고 정부 비난 여론이 일기를 바랄 것이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한반도 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정부는 대북 확성기 재개를 논의할 때 북한 도발을 상정한 군사적 대비책까지 마련해야 한다. 안보 문제에선 한 치 빈틈도 있어선 안 된다.

 

-조선일보(24-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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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함지뢰 vs 확성기, 강대강의 추억

 

[오늘과 내일]

‘준전시상태’-‘진돗개하나’ 맞선 2015년 8월
결기 과시 앞서 위기 대응 능력·태세 갖춰야

 

2015년 8월 20일 오후 경기도 연천 28사단 지역. 북한군이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쪽으로 고사포 1발과 평곡사포 3발을 쐈고, 그에 맞서 우리 군은 155mm 자주포 29발을 북쪽으로 발사했다. 우리 군엔 최고경계태세 ‘진돗개 하나’가 발령됐고, 북한군은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48시간 내 군사행동 개시’까지 위협했다.

6·25전쟁 이래 몇 손가락 안에 꼽힐 일촉즉발의 위기는 그달 4일 북한 목함지뢰의 폭발로 우리 부사관 2명이 다리를 잃는 중상을 입으면서 시작됐다. 우리 군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며 확성기 방송을 시작했다. 남북 합의로 중단된 지 11년 만이었다. 이에 북한은 42년 만에 섬이 아닌 내륙 영토에 포격을 가했고, 우리 군도 고강도 반격에 나선 것이다.

이후 남북은 전면전 일보 직전까지 갔다. 북한군은 전방 화기들의 총안구를 개방하고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며 시차별 전력운용에 들어갔다. 잠수함 50척의 기지 이탈, 특수부대용 공기부양정의 이동도 포착됐다. 우리 측도 접경지역에 대피령을 내리는 한편 한미 연합부대를 전방으로 배치하고 무력시위 비행을 벌였다. 미군 전략폭격기 전개 검토 소식도 전해졌다.

 

이런 살벌한 대결의 한편에선 남북 고위급 접촉이 이뤄졌다. 먼저 대화를 제안한 쪽은 북한이었다. 서로 부릅뜨고 노려보는 눈싸움에서 먼저 눈을 깜빡거린 것이다. 사흘간의 피 말리는 협상 끝에 남북은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당한 것에 대한 유감 표명’과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의 중단’에 합의했고, 3주간의 위기는 막을 내렸다.

요즘 정부와 군 안팎에선 북한 도발에 강경한 대응이 최선이라며 그 사례로 당시를 소환하는 이들이 많다. 도발에 맞선 ‘비대칭무기’로서 확성기 방송의 효능을 확인했고, 나아가 압도적 대응을 보여줌으로써 북한이 먼저 꼬리를 내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평가에 대해선 논란이 없지 않지만 당시 정부가 모처럼 제대로 대처했다는 여론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수직 상승하는 효과도 거뒀다.

사실 북한이 각종 미사일을 쏴 올려도 정부로선 강경한 언어를 동원해 규탄하는 것 외엔 뾰족한 방법이 없다. 하지만 우리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에는 단호한 대응으로 북한의 기를 꺾어놓을 필요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응징 보복” “일전 불사”를 주문하고, 정부가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 같은 심리전 재개를 검토하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다만 결기 어린 의지만큼이나 단호하게 즉각 대응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최근 북한 무인기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우리 군의 무능과 혼란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군에 대한 통수권자의 강한 질타까지 나온 터라 북한이 또다시 도발한다면 한반도 정세는 정면대결의 위기로 직행할 가능성도 높다. 북한의 벼랑 끝 긴장고조 책략에도 단단히 버티면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부터 총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그래서 문득 궁금해진다. 두 달 전 북한이 울산 앞 80km 바다에 순항미사일 2발을 떨어뜨렸다고 주장했지만 우리 군은 “탐지 포착된 게 없다”며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이 대목부터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이 구글 지도 수준에도 못 미칠 정찰사진 촬영을 위해 서울로 무인기를 침투시킨 것은 아닐 터. 무인기에 폭탄을 달면 순항미사일이다.

-이철희 논설위원, 동아일보(23-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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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판 ‘김빠’와 ‘개딸’들이 만든 세상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

평양 5월1일경기장에서 5일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 관철 궐기대회. 교통이 매우 열악한 평양에서 구호 몇 번 외치기 위해 새벽부터 10만 명이 모였다. 사진 출처 조선중앙통신

 

북한에서 연초마다 벌어지는 쓸데없는 짓이 올해도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해 말에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 보고문헌 학습 열풍이 전국적으로 불고 있다고 연일 보도하고 있다. 학습뿐만 아니라 각 지역과 직장에서 연일 전원회의 결정 관철 궐기대회와 군중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내가 북한에서 대학을 다니던 1990년대엔 방학을 일주일 앞당겨 학생들을 대학에 소환한 뒤 신년사를 달달 외우게 하고, 학부별로 토너먼트 경연을 진행했다. 답변을 못 해 학부 탈락의 원인을 제공하면 졸업 때까지 찍혀 고생한다.

이것이 북한에서 반세기 동안 벌어져 온 일이다. 노동력이 얼마나 낭비되는지는 더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이렇게 모두에게 작년의 자랑 찬 성과와 올해의 위대한 목표를 외우게 해 만들어진 것이 오늘의 북한이다. 신년사의 성과만 종합해도 북한은 이미 공산주의는 물론이고 세계 최강국이 돼 있어야 맞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알다시피 그동안 북한은 가난한 시궁창으로 열심히 달려갔을 뿐이다.

 

김정은은 신년사도 읽기 귀찮은지 4년째 전원회의 보고라는 문서를 만들어 전국에 하달하고 있다. 올해 보고에서도 “지난해에 괄목할 만한 성과와 진전이 이룩되었다”고 했지만 도대체 미사일 열심히 쏜 것 말고 괄목할 성과는 무엇이고 어디로 전진했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올해에도 “12개 중요 고지들을 기본 과녁으로 정하고 점령 방도들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면서도 그게 뭔지 밝히진 않았다. 들으나 마나다. 방도는 늘 있었다. 다만 실천을 못 했을 뿐이다. 가령 “철도는 나라의 동맥”이라며 매년 방도를 내놓지만 현실은 기차가 다니는 게 신기할 정도로 동맥경화가 심각해졌다.

올해 김정은은 “다시 한번 1960, 70년대의 투쟁 정신과 기치를 높이 들고 혁명의 난국을 우리 힘으로 타개해 나가자”고 했다. 상황이 어려울 때마다 김일성 만세를 부르던 케케묵은 과거가 소환된다. 그런데 북한은 그 과거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시작부터 잘사는 방향과 정반대의 길을 택했는데, 다시 처음처럼 기운을 내 뛰어봐야 가난에만 더 가까워질 뿐이다. 북한이 과거에 잘못된 길을 택해 열심히 달린 것에 대한 책임을 김씨 3대에게만 물을 수는 없다. 1950, 60년대를 살았던 북한판 ‘김빠’ ‘개딸’들의 업보를 지금 그 자손들이 뒤집어쓰고 있다.

북한에서 1인 수령 체제를 강화하며 충성을 강요할 때마다 등장하는 표본 인물인 ‘태성할머니’가 대표적 개딸이다. 1950년대 후반 김일성의 독재가 저항에 직면했을 때 남포시 태성리의 할머니가 김일성에게 “종파놈들이 인민 생활에 대해 떠들어도 염려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무조건 수상님을 지지합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김일성은 그 말에 힘을 얻고 반대파들을 단호하게 숙청했다고 한다. 북한판 “우리 성이 하고 싶은 거 다 해”였던 셈이다. 그런 ’묻지 마’ 지지자들을 업고 김일성은 하고 싶은 것 다 했다. 독재 체제도 만들고 자자손손 권력을 세습해도 반항도 못 하게 만들었다. 돌아보면 그때 반당·반혁명 종파분자라고 처형된 사람들이 진짜 애국자들이었다.

김정은이 바라는 1960년대의 투쟁 정신이란 무슨 짓을 해도 “우리 으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를 외치며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따르고 굶어 죽어도 반항하지 않는 맹목적 충성심일 것이다. 하지만 1960년대엔 배급이라도 주고 일을 시켰지만, 지금은 무보수 충성을 강요하니 그런 호소가 얼마나 먹혀들진 미지수다.

이젠 북한 인민도 깨달아야 한다. 설날부터 고지 점령 방도라는 의미 없는 헛소리나 외우지 말고, 시키는 대로 다 해서 어떤 사회가 됐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자신들이 어디에서 떠나 어디로 가는지, 왜 북한이 이렇게 됐는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과거에서 찾을 것은 투쟁 정신이 아니라 맹목적 지지가 어떤 지옥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교훈이다.

올해 북한의 상황은 매우 어렵고, 굶어 죽는 사람도 많이 나올지 모른다. 그래도 김정은은 내년 전원회의 보고에서 또 어김없이 “괄목할 만한 성과와 진전이 이룩된 2023년이었다”고 할 것이다. 죽는 날까지 반복될 이 저주의 굴레를 자손들에게 넘겨주고 싶지 않다면, 북한 주민들도 이젠 노예 마인드에서 벗어나야 한다. 김정은이 외우라는 것을 외우지 않고, 하라는 것을 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하면 될 것이다.

-주성하 기자, 동아일보(23-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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