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문제’에 막혀 한 발짝도 못 움직이는 여야]
[워싱턴의 ‘공감 윤석열’, 서울서도 보고 싶다]
[정치인의 말]
‘이재명 문제’에 막혀 한 발짝도 못 움직이는 여야
윤석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신임 원내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했지만, 박 대표는 “이재명 대표가 먼저”라며 거절했다. 윤 대통령은 여야 원내대표가 만나는 자리가 있으면 가겠다고 했지만 박 대표는 이 역시 어렵다고 했다. 법안과 예산안 처리를 책임진 원내대표는 여야 협치 차원에선 당대표보다 중요한 자리다. 이낙연계인 박 원내대표는 이 대표보다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날 경우 이 대표 지지자들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만나기도 어렵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 단독 회동이 아니면 만나지 않겠다고 한다. 이 대표는 대장동·성남FC·허위 사실 공표 등 수많은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다. 대통령이 이런 사람과 단둘이 만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결국 이번에도 이재명 변수가 여야 협치를 가로막았다.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가 3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왼쪽은 이재명 대표. /연합뉴스
지난 1년간 상식과 정도를 벗어난 국회의 온갖 행태는 대부분 이 대표와 관련이 있다. 이 대표는 대선 패배 석 달 만에 국회의원에 출마하고 다시 두 달 만에 당대표가 됐다. 이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다. 그 후 민주당은 이재명 방탄당이 돼 하루도 쉬지 않고 방탄 국회를 여는 중이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부결시키고 여당 의원 체포동의안은 통과시켰다. 검수완박법으로 모자라 이 대표의 허위 사실 공표 혐의를 없애는 소급 입법, 이 대표 사건 검사와 판사를 ‘법 왜곡죄’로 처벌할 수 있는 법 등 상상 못할 법들을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대선 때 기본 소득·대출·주택, 아동·청년·노인 수당, 학자금 대출, 쌀값 부양, 탈모 치료까지 포퓰리즘 폭격을 하다시피 했던 이 대표는 이제는 자신의 불법 혐의를 흐리는 데 포퓰리즘을 이용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후 민주당 의원들이 낸 법안 중 시행 첫 5년간 1조원 넘는 세금이 들어가는 것이 총 52건이다.
민주당 원로들은 윤 대통령이 잘한 일로 한일 관계 개선과 한미 동맹 강화를 꼽았지만, 현역 민주당 의원들은 가짜 뉴스까지 동원해 대통령 외교 흠집 내기에만 열중했다. 민주당 내에도 “이 대표가 없었다면 당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것”이라는 사람이 적지 않다. ‘지금 민주당은 무당급 유튜버와 팬덤, 가짜 뉴스, 저질 지도자의 결합’이라는 내부 진단도 나왔다. 이 대표는 자신이 당과 나라에 도움이 되고 있는지, 아니면 장애물이 되고 있는지 스스로 생각해봐야 할 때다.
-조선일보(2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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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의 ‘공감 윤석열’, 서울서도 보고 싶다
[김창균 칼럼]
만찬장서 美 애창곡 열창, 기립 박수 끌어낸 의회 연설… 뜻 통하는 同盟 인상 남겨
국내선 소통 시도 멈추고 내 편 빼고 내치는 뺄셈 정치… 民心 얻기 다시 나서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무대에 올라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돈 맥클린의 '아메리칸 파이'를 부르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만찬장에서 부른 ‘아메리칸 파이’는 흑백 문자만 빽빽했던 우리 외교사에 알록달록한 화보를 남겼다. 미국 언론들이 정상회담 둘째 날을 전하며 뽑은 제목마다 ‘아메리칸 파이’가 등장했다. 뉴욕타임스는 윤 대통령의 열창이 2006년 미·일 정상회담 때 고이즈미 일 총리가 부른 엘비스 프레슬리의 ‘러브 미 텐더’를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백악관 저녁 행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노래의 첫 소절 “어 롱 롱 타임 어고”를 시원하게 뽑았을 때 미국 악단장은 눈동자가 커지며 환호했다. 태평양 너머 먼 곳에서 온, 문화적 배경도 다른 외국 정상이 미국인들의 애창곡을 익숙하게 소화해 내는 솜씨가 친밀감을 불러일으킨 게 아닐까 싶다. 우리가 ‘부산 갈매기’나 ‘목포행 완행열차’를 천연덕스럽게 부르는 파란 눈의 금발 아가씨를 볼 때 느끼는 정서적 유대 비슷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도 26번의 기립 박수를 이끌어 냈다. 영어 발음이 현지인 수준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상대방에게 의미가 정확하게 전달되도록 부단히 연습했다는 느낌을 줬다. 어떤 메시지가 미국인들의 감정선을 건드리게 될지 고민한 흔적도 느낄 수 있었다. 연설 초반 윤 대통령이 “민주, 공화 어느 쪽 의석에 앉아 있든 여러분 모두가 대한민국 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했을 때 의원들은 일제히 일어나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윤 대통령이 이번 방미 주제로 삼은 ‘강철 같은 한미 동맹’을 압축적으로 담아낸 대목이었다.
윤 대통령은 워싱턴의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우리와 마음이 맞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줬다. 지루한 수업 시간에 끌려 나온 고등학생 같은 표정으로 실무자가 적어준 대사를 암송하던 전임 대통령보다 공감 지수를 크게 끌어올렸다. 그것만으로도 정상회담에서 얻은 것이 있다고 본다.
어느새 까마득한 옛일처럼 느껴지지만 윤 대통령이 국내 현장에서도 사람들 마음에 성큼 다가서는 모습을 보여준 시절이 있었다. 취임 첫 달 용산 집무실 앞 잔디 광장에서 ‘중소 기업인 대화’를 가졌을 때였다. 행사 시작 무렵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주최 측은 물론 500명이 넘는 참석 기업인들도 안절부절못했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야외 행사를 빗속에서 진행해도 좋을지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때 대통령이 마이크를 잡았다. “여러분 비가 오네요. 이런 날씨에 술 한잔 하면 기분 좋지 않습니까.” 순간 “와” 하는 함성과 함께 긴장이 풀리며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대통령은 50곳이 넘는 테이블을 빠짐없이 들르며 막걸리를 돌렸다. 행사는 정겨운 대화 속에 예정보다 한 시간 넘게 이어졌다. 이 광경을 필자에게 전해준 기업인은 “대통령이 사람들 기분을 흥겹게 하는 소질을 타고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윤석열표 소통’은 얼마 가지 않아 자취를 감췄다. 몇 차례 말실수와 인사 실패에 대해 비판이 일자 대통령은 감정 섞인 대응을 했다. 그리고 국민 시선을 피해 무대 뒤로 몸을 감췄다. 대통령의 접촉 반경도 좁혀지기 시작했다. 대통령이 취임 일주일 만에 국회 시정연설을 했을 때만 해도 야당 의석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악수를 청했다. 우리도 야당과 대화하는 대통령을 보게 되나 기대를 갖게 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정파의 벽을 뛰어넘기는커녕, 여권 내에서도 확실한 친윤 그룹만 끌어안고 나머지 우군 세력을 모두 내쳤다. 역대 정권을 패망으로 이끈 뺄셈 정치다.
국민들은 지난주 국제 무대 한복판에서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발산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목격했다. 익숙지 않은 언어와 문화 환경 속에서 움츠러들던 과거 지도자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피해자 코스프레로 국제사회에 부담을 주던 관성을 떨쳐 내고 미래를 선도하는 진취성을 과시한 대통령에게 자부심을 느꼈다는 국민이 적지 않다.
워싱턴에서 빛을 발했던 ‘공감 윤석열’의 모습을 서울에서도 보고 싶다. 수십 번 고쳐 쓴 원고로 미 의원들의 기립 박수를 이끌어 냈듯,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에 대해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노력과 정성을 쏟아 냈으면 좋겠다. 사사건건 시비 걸기 바쁜 야당을 향해서도 설득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야당은 끝내 고개를 돌리고 뿌리칠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모습을 지켜본 국민은 대통령 편에 설 것이다. 동맹과 소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대통령이라면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못 할 일이 무엇이 있겠나.
-김창균 논설주간, 조선일보(2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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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말
[이한우의 간신열전]
“많이 듣고서 그중에 의심하는 것은 제쳐 놓고 그 나머지 것들에 대해서만 신중하게 이야기한다면 (말로 인한) 허물이 적을 것이다.”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공자 말이다. 정치란 예나 지금이나 말로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말을 잘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동서고금의 모든 사상가들이 강조해왔는데 노자는 희언(希言), 드물게 말을 하는 것이 말을 잘하는 것이라고 했다. 순자는 이렇게 말했다. “말이란 (스스로 소통하는 수단을 넘어) 곧 임금을 높이고 자기 몸을 중하게 하며 나라를 편안케 하고 목숨을 보전하는 수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말이란 닦지 않으면 안 되고 말이란 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말을 잘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시경’에 실린 억(抑)이 경계가 된다. “백규(白圭)의 흠은 오히려 갈아 없앨 수 있지만 이 말의 결함은 다스릴 수가 없다/함부로 말하지 말고 구차하게 말하지 말라. 내 혀를 잡아주는 이가 없으니 말을 함부로 내뱉어서는 안 된다.” 백규란 당시로서는 가장 견고한 물질이다. 거기에 난 흠도 오래 갈다 보면 없앨 수 있지만 함부로 내뱉은 말이 빚어낸 흠결은 주워 담으려야 그럴 수 없다는 말이다.
말을 함부로 해대는 야당 행태가 싫어 고개를 돌려 여당 쪽을 쳐다보려다가도 김재원 최고위원 같은 이가 얼마 전 줄줄이 내뱉은 말들을 접하게 되는 순간 다시 고개를 돌리게 만든다. 다분히 뭔가 모를 자기만의 셈법으로 연속적인 도발을 했고 한동안 자숙했다고는 하지만 그 후 그의 말과 표정에서 반성의 기운은 조금도 느낄 수가 없다. 얼마 안 가서 또 도발을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일 뿐이다. 끝 모르게 추락하는 여당 지지도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김 최고위원의 말 같지도 않은 말도 크게 작용했으리라.
“내 혀를 잡아주는 이가 없으니 말을 함부로 내뱉어서는 안 된다.” 본인 힘으로 안 된다면 당에서라도 잡아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조선일보(2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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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與는 지도부 사고로, 野는 돈 봉투로 골치. 제3지대, 막대기만 꽂고 있어도 흥행 예감.
-팔면봉, 조선일보(2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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