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이런 대학에 온 제 잘못이죠”] [전국 대학 동시다발로 망할 판]

뚝섬 2023. 5. 3. 08:26

[“이런 대학에 온 제 잘못이죠”] 

[전국 대학 동시다발로 망할 판, 구조 조정 퇴로 열어야 한다]

 

 

 

이런 대학에 온 제 잘못이죠”

 

올해 초, 지방 사립대의 ‘신입생 영업’ 실태를 기사로 썼다. 대학 입학생 모집이 어려워진 탓에 수시 접수가 시작되는 가을마다 교수들이 고등학교를 돌며 홍보한다는 웃지 못할 사연이었다. 며칠 전 다녀온 경남 진주의 한국국제대 교수들은 이런 ‘앵벌이’를 안 한 지 4~5년쯤 됐다고 한다. 재정난으로 5년째 임금이 안 나오고 교직원 상당수가 학교를 떠나면서 더 이상 신입생을 안 받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남은 교직원들은 자존심은 상할지언정 어떻게든 대학을 살려보려고 다 같이 ‘으샤으샤’ 신입생 모시기를 했던 때가 차라리 나았다고 기억했다.

 

벚꽃 피는 순으로 망한다 얘기가 나돈 지는 5년도 넘었다. 지난 2018년 8월 교육부는 향후 대입 정원과 고등학생 수를 단순 계산해 “2021년까지 대학 38곳이 폐교될 것”이라는 비공식 예측을 내놨다. 하지만 이후 지금까지 실제 문 닫은 대학은 4곳뿐이다. 폐교 쓰나미가 것이란 전망과 달리 더딘 것이다.

 

생각보다 상황이 나쁘지 않은 것일까. 반대다. 이미 문을 닫았어도 이상하지 않을 대학들이 버티고 있다는, 나쁜 징후다. 대학들은 적자를 조금이라도 덜 내기 위해 교직원을 줄이고 낡거나 고장 난 시설을 방치한다. 혁신이나 투자는 언감생심이다. 대학이 원래 하는 일인 교육과 연구도 점차 손을 놓는다. 사람으로 치면 죽지 않을 정도로 물만 마시면서 웅크려 숨만 쉬는 셈이다. 대학이 산송장이 돼서 연명하는 동안 교육은 파행하고 체불 임금은 불어난다.

 

이런 대학들이 왜 빨리 문을 닫지 않을까. 현행 사립학교법상 사립대 법인이 청산하면 남은 건물과 땅은 국고나 지자체로 귀속된다. 막대한 개인 재산을 들여 대학을 세운 설립자나 그 자녀들이 쉽게 대학 경영을 놓지 못하는 까닭이다. 강제 폐쇄하는 것도 쉽지 않다. 법인이 중대 비리를 저지르거나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학생이 실제로 피해를 입고 나서야 정부가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것도 수차례 계고를 거쳐야 해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학을 진단하고 회생이 어려운 경우 폐쇄를 강제할 수 있는 법안(사립대학 구조 개선 지원법) 지난 9 국회에 발의됐지만 수개월째 잠자고 있다. 그동안 한계 대학 구성원들의 삶은 흘러가고 있다.

 

한국국제대는 재정 악화로 건물과 교정이 지저분하게 방치되고 제대로 된 교육과정 운영조차 어려워지고 있었다. 캠퍼스를 나오기 전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은 편의점에서 컵라면에 물을 붓는 4학년생이었다. 말을 붙이려고 ‘학생 식당이 없어져 불편하겠다’고 물었는데, 돌아온 대답에 말문이 막혔다. “이런 대학에 온 제 잘못이죠.” 재수를 안 한 것, 대입 원서를 쓰기 전 조사를 제대로 안 한 것, 집 근처 대학에 입학한 것, 편입을 하지 않은 것… 무슨 명목을 갖다 붙여도, 그 대가라기에는 너무 참혹하다.

 

-김은경 기자, 조선일보(23-05-03)-

_______________

 

 

전국 대학 동시다발로 망할 판, 구조 조정 퇴로 열어야 한다

 

2019년 8월 강원 동해시 한중대 도서관 앞에 풀이 무성하게 자랐다. 한중대는 교비 횡령, 채무 급증, 부실대 지정 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다 결국 2019년 2월 정부로부터 강제 폐쇄됐다(왼쪽). 지난달 8일 대학 직원들로 구성된 전국대학노조가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고등교육 정책을 등한시한다. 고등교육 예산을 늘려 달라”고 요구했다(오른쪽).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6일 국회 공청회에서 수도권 대학의 정원 감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방대 위기의 대책으로 내놓은 말이다. 한국 교육이 직면한 최대 현안은 학령 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위기, 특히 지방대 위기일 것이다. 올해 대입 정원이 48만명인데 2024년의 대학 진학 가능 인구는 37만명으로 무려 11만명이 모자란다. 이에 따라 지방대의 도미노 붕괴 우려는 현실화하고 있다. 올 대입부터는 ‘지역 명문대’로 통하던 거점 국립대도 미달 사태를 피하지 못했다. 이러다가는 ‘벚꽃 피는 순서대로’가 아니라 전국 대학들이 동시다발로 망할 것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이런데도 교육부는 지난 2019년 대학 정원의 감축을 사실상 포기하고 대학 자율에 맡겼다. 저항이 생길 만한 일은 손대지 않는 이 정부 무책임 특성이 드러난 예다. 이에 따라 대학 정원이 노무현 정부 때 7만1000여명, 이명박 정부 3만6000여명, 박근혜 정부 6만여명 줄었지만 이 정부 들어서는 불과 1만여명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 와중에 문재인 공약이라고 10년간 1조6000억원이 드는 한전공대를 전남 나주에 짓고 있는 정권이니 대학 정원 줄이자는 말을 쉽게 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한쪽에서는 대거 대학 문을 닫아야 할 판인데 그 옆에서 새 대학을 짓는 웃지 못할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지금이라도 한전공대 설립을 중지하고 그 돈을 대학 구조 조정을 유도하고 고사 위기에 처한 대학들을 지원하는 데 써야 한다.

 

유 장관은 “한계 대학 관련 대책을 5월 말까지 구체화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했다. 여기에는 한계에 이른 부실 대학에 퇴로를 열어주는 방안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부실 대학의 정원을 대폭 감축하고 한계에 이른 대학은 다른 용도로 전환하거나 폐교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대학 시설을 직업교육 시설, 요양병원 등 다른 공익 목적으로 전환할 경우 혜택을 주고, 폐교로 인한 잔여 재산의 일정 부분 또는 일정 비율은 설립자가 가져갈 수 있도록 허용해야 부실대 구조 조정을 촉진할 수 있다.

 

-조선일보(21-0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