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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압수당하면 집 통째로 하세월 내주는 셈”] ....

뚝섬 2023. 5. 4. 08:55

[“휴대폰 압수당하면 집 통째로 하세월 내주는 셈”] 

[내 휴대폰은 독약 탄 우물이다] 

 

 

 

“휴대폰 압수당하면 집 통째로 하세월 내주는 셈”

 

압수와 수색은 흔히 붙여 쓰기는 하지만 다른 개념이다. 압수는 증거물이나 몰수가 예상되는 물건을 수사기관이 가져가는 것이다. 압수는 물건이 기준이 된다. 그러나 수색은 물건만이 아니라 신체도 대상이 되고 장소도 대상이 된다. 통상 압수와 수색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다. 압수수색이라고 하지만 수색이 압수에 앞서니 수색압수라고 해야 순서로는 맞다. 물건 신체 장소를 대상으로 수색을 해봐야 압수할 물건을 찾을 수 있다.

▷압수수색에서 회계장부는 통째로 가져가도 상관없지만 전자정보는 그렇지 않다. 회계장부는 기록매체와 기록된 정보가 분리되기 어렵지만 전자정보는 기록매체와 쉽게 분리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컴퓨터를 통째로 수사당국이 가져가는 건 통상 허용되지 않는다. 컴퓨터에 담긴 정보를 시간과 주제어를 특정해 검색이란 방식으로 수색한 뒤 관련이 있는 것만 출력해 압수해야 한다. 그러나 휴대전화는 스마트폰이 되면서 크기만 작을 뿐 사실상 컴퓨터나 다름없는데도 수사당국이 통째로 가져가는 것이 관행이다. 법원이 이에 제동을 걸고 나왔다.

▷법원행정처는 1일 전국 영장전담 판사들이 참석한 온라인 간담회를 열어 수사기관이 통화 기간이나 내용을 특정하지 않고 휴대전화 단말기 자체를 압수 대상으로 지정해 영장을 청구하는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한 판사는 “휴대전화를 압수당하는 건 집을 통째로 내주는 것과 같다”며 “집은 하루 동안 수색하면 끝나지만 휴대전화는 끝없이 집을 뒤지면서 수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압수수색 제도에서 휴대전화가 사각지대에 있다는 말이다.

 

▷대검찰청은 곧장 입장문을 내고 휴대전화 압수수색 범위를 사전에 설정하는 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휴대전화 전체를 먼저 가져가 수색을 해봐야 범죄에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 압수할 수 있다는 말이다. 휴대전화는 개인에 관한 정보를 거의 다 모아놓은 디지털 집과 같은 것이니 이런 말이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컴퓨터는 시간과 주제어를 특정해서 수색하고 있다. 휴대전화는 다소 더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오늘날 휴대전화는 범죄증거의 확보에 중요한 물건이다. 휴대전화는 버리거나 태우거나 부수거나 바꾸거나 초기화하면 증거 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단정하기 위해서는 검찰이 먼저 범죄 혐의와 관련한 내용만 보고 다른 건 곁눈질하지 않는다는 충분한 신뢰를 줘야 한다. 물리적 집 이상의 영혼의 집 같은 것이 압수수색을 당한다고 생각해보라. 검찰은 수사의 편의만 생각하지 말고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송평인 논설위원, 동아일보(2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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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휴대폰은 독약 탄 우물이다

 

24시간 나를 따라다니는 휴대폰 '증오 재생산'의 도구 될 수도
아기 돌사진 공유하는 '맘 카페' 정적 죽이는 독약 탄 우물로 돌변
 

 

점심을 먹고 와 10분쯤 지났다. 휴대폰이 묻는다. "방금 다녀온 ○○식당에 몇 점 주시겠습니까?" 나는 어떤 앱에도 점심 장소를 말한 적 없다. 어떻게 알았을까. 공연히 주변을 둘러본다. 미행이나 감시 눈길이 있나. 스파이 영화를 많이 본 탓인가. 순간 휴대폰 알림음이 또 울린다. "오늘 ○○○씨의 생일을 축하하시겠습니까?" 이름을 보니 서로 연락 없는 지 5년쯤 되는 사이다. 오늘이 그의 생일인 모양이다. 내 휴대폰에는 그의 전화번호가 없다. 우리는 어떻게 연결됐을까.

얼마 전 휴대폰을 분실했다. 귀가 때 탔던 택시 기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기사는 "차 안에 휴대폰이 없다"고 했다. 구글로 탐문했다. 몇 가지 개인 정보를 입력하니 내 휴대폰이 전날 밤 10시 40분쯤 서대문 로터리를 통과한 것으로 찍혀 나왔다. 내 귀갓길과 겹친다. 그렇다면 어찌 된 것인가. 분실 폰을 찾고 못 찾고 문제가 아니다. 나는 어떤 시스템에 의해서 24시간 감시당하고, 탐문되고, 연결되어 있다.

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을 만들며 "하나로 연결된 세상을 꿈꾼다"고 했다. 15년 전 스무 살 저커버그는 그런 '꿈'을 꿨겠지만, 결과는 양극 세력에 의한 분할과 점령이다. 나를 덜 외롭게 하는 세상, 경험을 공유하는 세상, 수많은 SNS가 내 중매쟁이가 되는 세상, 동시에 누군가 내 신용카드 결제, 주고받은 메시지, 위치 정보, 내가 누른 '좋아요', 이것들을 내 아이덴티티와 연결시켜 실시간으로 수집·축적·이용하고 있는 세상이다.

내 휴대폰은 '쏠림'을 부끄러워 않는다. 어제 낮 12시 40분 내 휴대폰 구글 뉴스를 보니 △박근혜의 마지막 애국 △문 대통령 연설에 환경단체들 "대단히 실망스럽다" 두 기사가 맨 위에 올라 있다. 그 시각 좌파 매체 홈피에는 전혀 다른 기사가 떠있다. 휴대폰은 나의 관심사를 '예단(豫斷)'하고 있다.

집권 세력은 세상을 바꾸고 싶어 했다. 이젠 굳히기에 들어가 자신들의 독선(獨善) 위에 권력 재창출의 욕망을 투사한다. 걸림돌이 나타나면 기동력과 응집력으로 돌파하려 한다. 친정부 메시지를 실시간 검색어 1위로 만드는 게 손바닥 뒤집기보다 쉽다. 저들은 나라 전체의 심리를 쥐고 흔들 수 있다고 자신한다.

수십 사례를 들 수 있지만 최근 법무장관 집을 압수 수색하는 수사관들이 '짜장면을 시켜 먹었다'는 짜장면 모욕설 유포가 대표적이다. 맛칼럼니스트 H는 "조 장관 집 안에서 짜장면 냄새를 풍겨", 소설가 K는 "오늘 압수 수색과 짜장면에(…) 국민들 가슴이 짓밟힌 것", 민주당 의원 M은 "두세 시간이면 끝날 일을 9명이 짜장면을 주문해 시간을 때웠다"고 했다. 트럼프도 '거짓말쟁이 힐러리를 무찌르자(Defeat Crooked Hillary)', 한마디로 판을 뒤집었다. 다연발(多連發)이면 하나는 명중한다. 다행히 '거짓 짜장면' 탄환은 빗나갔다.

세상엔 해야 할 것보다 하지 말아야 할 게 더 많다. 포퓰리즘 정권은 더 그렇다. 문 정권이 지난 2년 반 차라리 '청산' '개혁' '탈원전' '최저임금' '52시간제' '보 개방'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다 헛된 상상이다. 저들에게 설득 가능자는 따로 있다. 많은 돈을 설득 가능자에게 쏟아부을 것이다. 아울러 상대를 음해하는 온갖 바이러스를 만들어 인터넷이라는 혈관에 주입할 것이다. 어제 석간은 "문(文)·조(曺)의 권력 유지 수단이 '증오'의 재생산"이라고 했다. 페이스북도 중요 알고리즘은 '공포'와 '분노'로 설계돼 있다. 맛집 음식 사진, 아기의 돌사진을 공유하던 맘카페가 정적(政敵)을 죽이는 독약 탄 우물이 될 수 있다. 나는 이젠 점심 먹으러 갈 때 휴대폰을 놓고 간다.

 

-김광일 논설위원, 조선일보(19-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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