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경쟁력 잃은 품목 10년래 최다… 반도체 탓만 할 일 아니다]
[66년만 최대 무역적자, 경제 체질 바꾸라는 신호]
[수교 30주년.. 안보·경제 변곡점 맞은 韓中]
[‘칩4’ 동참 논란이 남긴 것]
수출 경쟁력 잃은 품목 10년래 최다… 반도체 탓만 할 일 아니다

울산신항컨테이너터미널에 수출·입을 기다리는 컨테이너 모습. 2019.8.1/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지난해 교역 품목 가운데 수출 경쟁력이 없어 수입할 수밖에 없는 품목의 개수가 10년래 가장 많았다고 한다. 2013년 815개에서 작년엔 846개로 늘었다. 전체 교역 품목의 70%에 이른다. 반면 수출 경쟁력이 있는 품목은 401개에서 375개로 줄었다. 수출 경쟁력을 잃어 하나둘 경쟁국에 자리를 내주는 상품이 늘어가고, 이게 추세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우리 경제의 전반적인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우려된다.
수출 상위 10대 품목을 보면 경쟁력이 약화된 품목은 7개인 반면 강화된 품목은 3개뿐이다. 10년 전엔 우리 경쟁력이 없어 수입할 수밖에 없었던 품목이 석유가 포함된 광물성 연료 한 개뿐이었다. 그런데 2년 전부터 광학·정밀·의료기기가 수출 경쟁력을 잃고, 수입을 더 많이 하는 품목으로 돌아섰다. 기계류, 자동차, 선박 등 5개 품목에서도 수출 경쟁력이 약화됐다.
우리 수출 경쟁력 약화는 중국과의 교역에서 두드러진다. 중국 기업에 경쟁력이 뒤져 수입을 더 많이 하는 품목은 10년 전보다 145개 늘어났다. 반대로 대중 수출 경쟁력이 있는 품목은 128개 감소했다. 전체 교역품목 대비 비율로 보면 10%p씩 중국엔 유리하고, 우리에겐 불리한 쪽으로 바뀌었다. 수출 상위 10대 품목 가운데는 무려 9개 품목에서 수출 경쟁력이 약화됐다. 대중 수출이 11개월 연속 감소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를 밑돌고, 우리의 1~3위 무역 흑자 대상국을 오가던 중국이 22위로 떨어진 데는 이런 구조적인 요인이 있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우리 경제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출의 20%를 담당하는 반도체가 9개월째 수출 감소를 이어가고 있는 게 큰 요인이긴 하다. 하지만 반도체 착시에 가려있는 우리 다른 산업의 경쟁력 실상을 제대로 봐야 한다. 중국은 이제 우리와 같은 수출 품목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고부가 가치 분야에서도 우리의 턱밑까지 올라왔다. 산업 전반의 기술력을 높여 가치사슬의 상단으로 이동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자에 따라잡힐 수밖에 없다. 항공·의약 등 글로벌 시장은 크지만 우리는 소외됐던 분야도 적극 개척할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23-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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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년만 최대 무역적자, 경제 체질 바꾸라는 신호

4월부터 8월까지 5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1일 부산항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8월 무역수지 적자가 94억7000만달러로, 정부가 무역 통계를 낸 1956년 이래 66년 만에 월 기준으로 최대 적자를 냈다. 1~8월 누적 적자는 247억2000만달러로, 역시 66년 만에 최악이다. 수출이 22개월 연속 증가하면서 8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냈지만 급등한 에너지 수입액 등이 수출 효과를 덮어버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일본, 독일 등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수출 제조업 국가들의 무역 지표가 동반 악화됐다. 우리 역시 무역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에너지 가격에 있다. 지난달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의 수입액이 1년 전보다 91.8%(88억6000만달러) 폭증한 185억2000만달러로, 무역 적자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에너지 가격 탓만 할 수는 없다. 에너지·중국·반도체라는 3대 요인이 동시에 악화되면서 한국 경제의 취약점이 한꺼번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중(對中) 수출이 5.4% 감소하고 수출 효자 품목이던 반도체 가격이 26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니 두 자릿수이던 수출 상승세가 한 자릿수로 둔화됐다.
우리는 수출의 25%를 중국 시장에 의존한다.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 비율이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고, 반도체의 40%를 중국에 수출하는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의존도도 점점 높아져 왔다. 수입 의존도가 75% 이상인 636개 수입품 가운데 55%를 중국에서 들여온다. 코로나 봉쇄로 중국 수출은 감소했는데 중국에서의 수입은 못 줄이니 한·중 수교 30년 내내 흑자이던 대중 무역 수지가 단번에 4개월 연속 적자로 돌아섰다.
정부는 그제 대통령 주재 회의를 열고 ‘수출 경쟁력 강화 전략’을 발표했다. 수출 확대를 통해 무역 수지를 개선하겠다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교역 구조 및 에너지 소비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교역 다변화 전략은 말할 것도 없고, 1970년대 오일 쇼크 이상의 위기감을 갖고 에너지 효율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 에너지 다(多)소비 국가이면서 에너지 효율 지표는 OECD 36국 중 33위로 바닥권이다. 사상 최악의 무역 수지 적자를 일시적 요인으로 여기지 말고 경제 체질 개선의 분기점으로 삼았으면 한다.
-조선일보(22-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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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교 30주년.. 안보·경제 변곡점 맞은 韓中
상호 존중과 신뢰 회복이 당면과제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AP=신화 뉴시스
한국과 중국이 24일로 수교 30주년을 맞는다. 1992년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고 수교를 맺은 이래 양국은 경제 분야에서 협력과 경쟁을 통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다. 수교 당시 64억 달러에 불과했던 연간 무역 규모가 지난해 3015억 달러로 50배 가까이 증가한 것 자체가 수치상으로 이를 입증한다. 한국은 중국의 3대 교역 대상국,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 대상국이 됐다.
중국은 2003년 미국을 제치고 한국산 제품을 가장 많이 사가는 나라가 됐다. 30년간 지속된 대중 무역수지 흑자는 우리로선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어서는 원동력이 됐다. 중국과의 수교가 없었다면 한국은 ‘중진국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이 경제대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한국과의 경제협력이 밑바탕이 됐다.
한중 관계는 그러나 경제, 안보, 정치, 문화 등 거의 모든 면에서 구조적 변곡점을 맞고 있다. 미중 경제·안보 패권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국의 전략적 선택이 점점 난해해지고 있다. 중국은 북핵 문제엔 침묵하면서 사드 문제,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 문제 등을 놓고 우리 정부를 대놓고 압박하고 나섰다. 그 사이 반중, 반한 정서도 심각해졌다.
이는 그간 어렵게 쌓아온 한중 경제협력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의 한국산 휴대전화, 화장품 등에 대한 선호도가 뚝 떨어졌다. 중국 제품의 품질이 향상되기도 했지만 이른바 ‘애국소비’가 확산된 탓도 크다. 최근 3개월간 지속된 대중 무역수지 적자가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 기업들은 중국 투자를 꺼리는 추세다. 대한상의 진단대로 “중국 경제 둔화 가능성과 중국의 기술 추격, 미중 패권경쟁 심화 등 3중고 해결을 위한 종합적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중은 이제 지난 30년을 평가하고 또 다른 30년을 준비할 때다. 이는 상호존중과 신뢰회복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정경 분리’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사드 문제 등 안보 이슈를 들고 나와 경제 교류가 타격을 입는 상황을 또 초래해선 안 된다. 우리 2030세대의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북한이나 일본보다 낮다는 동아일보 여론조사가 나왔다. 중국의 고압적인 태도나 문화 공정 등에 대한 반감이 크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감정싸움은 서로 자제해야 한다.
미중 전략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새 정부의 전략적 판단과 선택은 국가 명운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양국 최고위급의 소통 채널 구축이 시급하다. 아울러 인적교류 활성화를 통한 다각도의 신뢰 회복 노력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양국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위험 요인을 사전에 제거하고 실질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또 다른 30년, 한중이 ‘윈윈(win-win)’의 미래를 함께 열어가기를 바란다.
-동아일보(22-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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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4’ 동참 논란이 남긴 것
[특파원칼럼]
실무급 회의 칩4 두고 한 달 고심
과한 우려로 中 위협 표적 돼
“개방과 윈윈(win-win)을 견지해 안정적이고 원활한 공급망과 산업망을 수호해야 한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9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한국이 이른바 ‘칩(Chip)4’ 동참을 결정한 사실을 통보하자 ‘한국 측이 적절하게 판단해나갈 것을 기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이 미국 주도 칩4 회의에 참가하면 중국이 경제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던 것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한 달 가까이 칩4 동참을 두고 고심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칩4 동맹을 제안한 미국에선 이에 대한 논의를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 반도체 업체의 한 관계자는 “칩4 동맹이라는 얘기는 한국을 통해 처음 들었다”고 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미국이 한국에서 칩4 회의로 알려진 반도체 공급망 네트워크 회의를 제안한 것은 1년 전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반도체 기업을 백악관에 초청해 반도체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던 때다. 주무 부처인 상무부가 반도체산업 육성법으로 주도권을 쥐자 국무부는 글로벌 동맹국과 반도체 협력 강화를 추진하며 한국, 일본, 대만이 참여하는 반도체 공급망 네트워크 아이디어를 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 우선순위가 미국 내 반도체산업 육성에 맞춰진 탓에 이 아이디어는 1년이 다 되도록 별 진전이 없었다. 그러다가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 등 아시아 순방에 나서기로 하면서 이 아이디어가 다시 부상했다고 한다.
미국 반도체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9월 초 열릴 칩4 회의는 주로 과장급이 참여해 반도체 인력 양성, 연구개발(R&D) 투자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실무급 조정회의여서 반도체 동맹 같은 민감한 주제를 다룰 가능성은 낮다. 한 소식통은 “한국과 일본, 대만의 반도체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4개국이 공개 석상에서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주제는 한정적”이라며 “반도체 동맹 구상 같은 핵심 의제는 양자 협의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견제를 위한 반도체 동맹을 구상한다는 신호는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미중 긴장이 전방위적으로 커지는 상황에서 신중히 국익을 따져 국내 기업 피해를 예방하는 일은 물론 중요하다.
그럼에도 칩4 동맹 논란에 대한 정부 대응은 아쉬움이 남는다. 미국이 한국에 칩4 회의 참여를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자 정부는 실체에 대한 적극적인 설명 대신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그러는 사이 국내에선 칩4가 미국이 추진하는 반도체 동맹 구상의 상징으로 부각되고 중국 관영 매체들은 한국의 칩4 동참 시 경제 보복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번졌다.
미국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국이 칩4의 실체를 모르진 않았을 터다. 중국 경제 보복에 대한 과도한 공포가 오히려 한국을 손쉬운 위협 상대로 만든 것은 아닐까 의심되는 대목이다. 정부가 고심하는 동안 일본은 미국과 첨단반도체 공동 개발에 합의했고 대만은 반도체 협력을 핵심으로 한 ‘21세기 무역 이니셔티브’ 협상 개시를 선언하며 더 과감한 행보에 나섰지만 중국 경제보복 위협의 표적이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한미 정상이 공동성명을 통해 반도체 공급망 협력에 합의한 마당에 한국이 실무급 회의에 참여하는 것까지 중국에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할 일이었는지 의문이다. 몰아치는 태풍 속에서 무리하게 균형을 잡으려다간 비바람에 휩쓸리기 십상이다. 미중 경제패권 전쟁은 이제 시작됐다.
-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동아일보(2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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