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30조짜리 수출 무산되면 누가 책임지나] [국익 법안 나 몰라라]

뚝섬 2024. 1. 27. 07:01

[30조짜리 수출 무산되면 누가 책임지나]

[정략 법안은 죽기 살기, 국익 법안은 나 몰라라] 

[이스라엘도 제쳤다… K-방산 세계 4강 진출 위한 과제들]

 

 

 

30조짜리 수출 무산되면 누가 책임지나

 

수은 자본금 늘리면 30조 방산 수출 가능
총선 앞두고 수은법 개정 국회 논의 멈춰

 

오래된 과거 이야기 한 토막부터. 2009년 경기 과천의 정부 부처를 출입할 때였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경쟁국 기업이 입찰에서 뒷돈을 건넨다. 마지막 단계에서 수출을 번번이 놓친다. 카이(KAI·한국항공우주산업)를 민영화하든가 해야지…”라고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시 KAI는 8조 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사실상 공기업이었다. 정부는 KAI가 개발한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을 수출하려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수출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특히 경쟁사들은 번번이 검은돈을 뿌렸다. 설령 KAI가 민영화되더라도 입찰 때 검은돈으로 로비를 할 순 없을 것이다. 다만 T-50 수출에 대한 당국자의 강한 애착을 느낄 수 있었다.

검은돈 말고 합법적으로 지원하는 길도 많다. 그중 하나는 구매국에 돈을 빌려 주는 것이다. 세계 방위산업 시장의 가장 큰손, 미국도 방위장비 수출에서 대출의 중요성을 절감한 때가 있었다. 2000년 전후 헝가리, 체코, 폴란드가 잇달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면서 새 전투기를 구매했다. 미국 기업 등이 입찰에 참가했다. 헝가리는 2001년 9월 미국 대신 스웨덴 기업과 전투기 14기에 대한 구매 계약을 맺었다. 미국 정부는 1억 달러(약 1300억 원) 차관을 약속했지만, 스웨덴은 구매 비용 100%에 대한 금융지원을 해주겠다고 공약했다. 같은 해 12월 체코도 미국 대신 스웨덴 기업과 계약을 맺었다. 
그러자 미국 정부는 폴란드 입찰에서 전투기 구매 금액 100% 대출을 약속했다. 결국 미국 기업은 2002년 10월 폴란드로부터 F-16 전투기 48기 계약을 따내게 된다. 미국 정부는 지금도 대규모 금융지원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수출입은행 등을 통해 금융지원을 한다. 폴란드가 2022년 8월 KAI의 FA-50 전투기 등 17조 원어치를 구매하는 1차 계약을 맺었을 때 수은은 6조 원을 폴란드 정부에 빌려줬다. 폴란드 정부는 그 후로도 추가 계약을 통해 30조 원 이상의 한국산 무기를 구매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수은법상 수은은 동일한 대출자에 대해 자기자본(18조 원)의 40%(7조2000억 원) 이상을 대출할 수 없다. 폴란드와의 1차 계약에서 6조 원을 대출해 줬기에 추가 대출을 해 줄 여력이 거의 없는 것이다. 수은의 대출이 막히자 한국 방산 기업들은 작년에 끝냈어야 할 2차 계약을 아직도 제대로 진행시키지 못하고 있다.

해결책은 있다. 수은법을 개정해 수은의 자본금을 늘리면 된다. 이미 여야는 현재 15조 원인 수은의 자본금을 25조∼35조 원으로 상향하는 법안을 여럿 제출했다. 자본금을 늘려 놓으면 향후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건설 사업,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 사업 등에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11월 국회 기획재정위 경제재정소위에 개정안이 올라온 뒤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4월 총선에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불행한 일이지만 새해 들어 동유럽, 중동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전쟁에 승자는 없다지만 방위산업은 예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상반기 세계 주요 방산 기업 15곳의 수주액이 7640억 달러로 2022년 연간 수주액(7776억 달러)과 맞먹는다고 보도했다. 폴란드와 예정된 추가 계약액 약 30조 원은 저출생 극복을 위해 매년 투입하는 재정 혹은 작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과 동일한 규모다. 그 돈을 이대로 날릴 것인가.

 

-박형준 산업1부장, 동아일보(24-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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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략 법안은 죽기 살기, 국익 법안은 나 몰라라 

 

한국이 수출한 K2 전차와 K9 자주포가 2022년 12월 폴란드 북부의 그디니아 항구에 도착했다. 1차 수출 물량이 현지에 도착한 직후 열린 인수 행사인데도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등 정부와 군 고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AFP 연합뉴스

 

국내 기업들이 폴란드와 맺은 30조원 규모 무기 수출이 국회의 입법 태만 탓에 자칫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폴란드의 무기 수입 대금을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을 통해 대출해 주게 돼 있고 추가 대출을 하려면 수은 자본금을 증자해야 하는데, 국회가 관련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폴란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급히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해 2022년 7월 한국의 FA-50 전투기 48대, K9 자주포 672문, K2 전차 980대를 도입하기로 기본 계약을 맺었다. 한 달 뒤 폴란드는 무기 17조원어치를 먼저 수입하는 1차 계약을 맺었는데, 수은과 무역보험공사가 각각 6조원을 빌려주기로 약정했다. 문제는 최대 30조원어치인 나머지 물량을 공급하는 2차 계약 단계에서 발생했다. 동일 차주(借主)에게 자기자본의 40%(7조3600억원)까지만 대출할 수 있게 돼 있는 수은법 탓에 수은의 추가 대출 여분이 1조3600억원밖에 안 돼 2차 자금 지원이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국회도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고 여야 의원들이 수은 자본금을 15조원에서 25조~35조원으로 늘리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총선을 앞두고 정쟁에만 정신이 팔린 여야가 이 법안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아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특검 등 정략 법안에 쏟은 힘의 10분의 1만 써도 이 법안은 벌써 처리됐을 것이다. 폴란드 무기 수출을 계기로 K방위산업의 도약이 힘을 받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는 직무 유기다.

 

세계의 무기 수입국들은 폴란드에 가성비 좋은 고품질 무기를 신속히 대량 공급한 K방산의 역량에 놀라며, 한국산 방산 제품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목표로 설정한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이 되기 위해서라도 수은의 수출 금융 지원 한도를 대폭 올려놓을 필요가 있다. 향후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건설 사업,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등 초대형 국제 인프라 사업의 한국 기업 참여도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총선 분위기에 휩쓸려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 수은법 개정안이 자동 폐기될 수도 있다. 1~2월 임시 국회 회기 때 반드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조선일보(24-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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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도 제쳤다… K-방산 세계 4강 진출 위한 과제들

 

[유용원의 군사세계]

 

K-방산 200 달러 수출 가능할까? 

 

지난달 23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모하맛 하산 말레이시아 국방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국산 경공격기 FA-50의 말레이시아 수출 최종 계약식이 열렸다. 총 18대, 9억2000만 달러(약 1조2000억 원) 규모로 올해 K-방산 대규모 수출로는 첫 사례였다. 말레이시아 공군은 앞으로 경전투기 18대를 추가 도입할 예정이어서 FA-50 수출 물량은 최대 36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해 K-방산 수출은 173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이스라엘의 무기 수출액(110억 달러 이상)보다도 많은 것이다. 이스라엘은 국내 생산 무기의 75% 수출하고 각종 첨단기술로 세계 방산시장을 석권해 그동안 K-방산의 모델이자 넘보기 힘든넘사벽으로 여겨져 왔다. 우리나라는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분석한 ‘2018∼2022년 국제 무기 이전 동향’에서도 세계 9위로, 10위인 이스라엘을 제쳤다. 한 방산 전문가는 “우리나라가 방산수출에서 이스라엘을 제친 것은 과거엔 상상하기 힘들었던 일대 사건”이라고 말했다.

 

◇”한국 방산 이미 메이저리그 진입

 

해외 언론들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미 CNN은 지난해 “한국 방위산업이 이미 메이저 리그(defense major league) 진입했고, 미국과 NATO 대신해자유민주주의의 무기고(arsenal of democracy)’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도 방위산업을국가 미래 먹거리 신산업으로 선정하고 2027년까지 미국, 러시아, 프랑스에 이어세계 4 방산수출국 진입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미국, 러시아, 프랑스에 이어 세계 4대 방산 수출국 진입으로 방산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방산수출 상승세를 감안해 올해 목표를 지난해보다 많은 200억 달러로 잡고 있다. 특히 K-방산 수출 대박의 주역이자 큰손으로 부상한 폴란드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폴란드는 지난해 K-2 전차 등 무기 4종에 대한 1차 이행계약만 124억 달러를 체결했다. 지난해 방산수출액의 72% 폴란드가 차지한 것이다. 잔여 계약은 K-2 전차 820여 대, K-9 자주포 430여 문, 다연장 로켓 천무 80여 문 및 탄약류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아있는 계약을 올해 모두 체결하는 것이 우리 측 목표다. 그럴 경우 올해 방산수출액은 200 달러를 훌쩍 넘을 있게 된다.

 

하지만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현재 한·폴란드 양국 방산업체들은 2차 계약을 놓고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는데 수출금융 문제 가지 이견으로 본격적인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에선 오는 10 총선이 있을 예정이기 때문에 10 이전에 2 계약이 체결되지 않으면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폴란드 방산수출은 작년에 끝난 게 아니라 이제 본게임 시작으로 볼 수 있다”며 “2차 계약이 최종 체결될 때까지 긴장을 풀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폴란드에는 미사일, 장갑차, 잠수함 추가 무기를 수출할 가능성이 있고, 방산 외에 원전, 고속철, 공항 등에 있어서도 협력 가능성이 크다. 그 때문에 폴란드가 신뢰할 수 있는 방산 수출금융 지원책 등 법적, 제도적 장치를 이번에 만들 필요가 있다. 마침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이 오는 5~7일 폴란드 수출용 FA-50 경공격기 출고식 참석차 방한해 한·폴란드 국방장관 회담을 열 예정이기 때문에 이때 양국간 이견의 돌파구를 열 필요성이 제기된다.

 

말레이시아 FA-50 수출이 최종 성사됐지만 올해에도 폴란드를 제외하곤 대규모 수출이 기대되는 곳은 많지 않다. 국산 레드백 장갑차 선정이 기대되는 호주 장갑차 사업은 규모가 당초 5조~8조원 이상에서 3분의 1 이하 수준으로 축소됐다. 사우디아라비아·UAE 등 중동 지역도 K-방산 수출의 큰손으로 부상하며 천궁-Ⅱ 요격미사일, 비호복합 대공화기, 천무 다연장로켓 등의 수출이 예상됐다. 규모도 60 달러 이상에 달하는데 변수가 많은 중동 지역 특성상 금년 성사를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세계 최대 미국시장 돌파구 필요

 

이에 따라 K-방산이 폴란드 대박 신화에 그치지 않고 ‘세계 4대 방산수출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몇 가지 과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우선 방산수출은 군과 업계뿐 아니라 범정부 차원의 유기적 지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은 방산 컨트롤 타워가 중요하다. 전문가들과 업계는 방산 사령탑으로 국가안보실 산하 방산비서관 신설을 계속 희망해 왔다. 윤석열 정부는 비록 방산비서관을 신설하지는 않았지만 국가안보실 주도의 ‘방산수출전략평가회의’를 신설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단순히 기구 신설에 그쳐선 안 되고 이들을 효과적으로 가동해야 수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 특성을 반영, 무기 도입 기간을 대폭 줄이기 위해 방위사업청이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신속획득 프로세스(한국형 MTA)’ 적극적으로 전문가와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 법적·제도적 지원도 꼭 필요한 부분이다. 방사청은 방위사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방위사업 계약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결국 기존 방위사업법을 개정, ‘방위사업 계약법’에 담으려 했던 일부 내용을 반영하고 나머지는 하위 법령에 이관하는 내용으로 관련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5월 한미 양국 정상이 합의한 상호국방조달협정(RDP-A) 체결도 K-방산의 도약을 위해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방조달협정은 미 국방부가 동맹국·우방국과 체결하는 양해각서로, 체결국은 미국산우선구매법을 적용받지 않아 미군 등에 조달 제품을 수출할 때 세금 등으로 인한 가격상 불이익을 피할 수 있다. 한미 방산 FTA(자유무역협정)인 셈이다. 미 국방조달시장은 425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규모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미 상호국방조달협정이 체결되지 않으면 앞으로 주요 미국 무기사업에서 샅바조차 잡을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면밀히 검토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국방조달협정 체결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5년간 방산 수출 증가율 세계 1]

 

수출 지역과 품목도 다양화

 

지난 2~3년 사이 K방산은 세계의 주목을 받을 정도로 놀라운 급증세를 보여왔다. 지난 10여 년간 20억~30여 억달러 수준을 유지하던 K방산은 2020년 29억7000만달러에서 2021년엔 72억500만달러로, 지난해엔 역대 최대인 173억달러로 크게 늘어났다. 수출액이 2년 사이 5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스웨덴의 싱크탱크인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최근 발간한 ‘2022년 국제 무기이전 동향’ 보고서에서 2018∼2022년 한국이 전 세계 방산 수출 시장에서 2.4%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이는 직전 5년(2013∼2017년·1.3%)보다 74%나 늘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압도적인 수준의 세계 1위 기록이다.

 

다만 한국의 무기 수출 순위는 전년도 보고서(2017∼2021년)에서는 시장점유율 2.8%로 세계 8위였으나 이번에는 세계 9위로 집계됐다. 한국의 방산 수출 시장 점유율은 2017년 12위, 2018년 11위, 2019년 10위, 2020년 9위, 2021년 8위 등으로 매년 상승했다.

 

수출 지역과 품목도 전 세계를 대상으로 다양화하고 있다. 수출 지역은 과거 아시아, 북미 중심에서 최근엔 폴란드 등 유럽, 중동, 중남미,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수출 품목은 과거 탄약, 함정 위주였지만 이제는 미사일, 경공격기, 전차, 자주포, 다연장로켓 등으로 첨단화하고 있다. K9 자주포는 폴란드, 호주, 이집트, 인도 등 전 세계 8국에 수출되며 세계 자주포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절대 강자로 자리 잡았다.

 

방산 수출은 경제적인 파급 효과가 매우 크다는 점도 장점으로 부각된다. 첫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은 1대 수출 금액이 2000만~2500만달러(약 244억~305억원)인데, 이는 2000만원짜리 중형차를 약 1500대 수출하는 것과 같은 효과다. 잠수함이나 첨단 대형 함정처럼 1척당 수천억원을 호가하는 무기 체계 판매의 효과는 이보다 훨씬 크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 조선일보(23-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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