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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트럼프, 문재인… ‘관종 대통령’ 시대]

뚝섬 2023. 6. 2. 06:46

오바마, 트럼프, 문재인… ‘관종 대통령’ 시대

 

전임 대통령의관심끌기경쟁
오바마깨시민다큐, 트럼프는 카페
임기 실정에는 끝내 몰라
전임자 침묵이품위 시대

 

시급 9달러를 받으며 노인들 기저귀 가는 일을 했던 20대 싱글 맘을 오바마가 애처롭고 부드럽게 지켜본다. “공과금 잘 내고 현관 넓은 집에 살면, 그게 평화인 것 같아요. 대통령님은 평화로우세요?” “나는 목표한 걸 대부분 이뤘고....우리 집은 현관이 꽤 넓으니까. 하하.” 잠시 숨을 고른다. “하지만 나는, 나는 다음 세대가 걱정돼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일(Working)’은 작가 스터즈 터클이 1974년 직업인 133명을 인터뷰한 동명의 책처럼 오바마가 노동자, 중간 관리자, 최고 경영자를 순차로 만난다.

 

“이윤 극대화가 기업의 최고 가치가 되면서 노동이 외주화됐다.” “70년대 CEO 연봉은 말단 노동자의 35배였는데 지금은 350배나 된다.” 서정적 화면에 ‘각성’을 녹여넣은 다큐다.

 

1974년 출간된 책 '일(Working)'을 2020년대 판으로 바꾼 다큐멘터리 '일'. 오바마 전 대통령이 출연하고 내레이션도 했다. /넷플릭스

 

이런 말을 기대했다. “제가 말은 번드르했지만 재임 기간 8년간 격차 문제를 하나도 해결 못했어요.” “70년대 포드 대통령 강연료가 2만달러(약 2600만원)였는데, 나는 그 20배인 40만달러 받아요.” 물론 전혀 하지 않았다. CEO들을 대면했을 때 고액 연봉을 따져 물을 줄 알았다. 그냥 덕담 대행진이다. 출연자들은 그를미스터 프레지던트 부르지만미스터 연예인이란 호칭이 맞춤해 보인다.

 

2018년 오바마 부부가 ‘미셸 오바마’ 다큐 등 7편을 조건으로 넷플릭스와 계약한 금액은 5000만달러(약 650억원)로 알려졌다. 백악관 입성 130만달러( 17억원)였던 오바마의 순자산은 현재 7000만달러( 910억원)~13500만달러( 1750억원) 추산된다. 대통령 퇴임 후 ‘깨시민’ 방송, 출판, 강연으로 재산을 50~100배로 불렸다.

 

2조원 넘는 자산가 도널드 트럼트 전 대통령도 뉴욕에 ‘45대 대통령’을 의미하는 ‘45바(Bar)’를 열고 지지자들의 돈을 알뜰히 빼먹고 있다.

 

미 뉴욕 맨해튼 5번가의 '트럼프 타워' 로비에 있는 술집 '와인 앤 위스키 45' 바 내부. /45바 트위터

 

과거 미국 전임 대통령들은 자기 이름을 단 기념 도서관을 짓는 데 많은 에너지를 썼다. 미국은 대통령기록물을 두는 보관소 겸 박물관을 연방 예산으로 짓고, 도서관은 개인이 모금해 지은 후 정부에 헌납해왔다. 전임들은 그렇게 권력 상실감을 메웠다. 오바마는 이런 전통도 깼다. 시카고에 ‘오바마센터’를 지으면서 국립기록관리청(NARA)의 관리를 받지 않겠다 했다. 즉 ‘ 건물’, 헌납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트럼프도 ‘전통’을 따르지는 않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 주식회사’ ‘트럼프 대통령 주식회사 이미 가동 중이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 행위를 콕 찍어 ‘정치적 양극화’를 원인으로 꼽지만, 오바마에 적용해도 맞는다. 대통령 없는 , 세상 품평하며, 인생 호시절을 누리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평산책방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책을 추천하고 있다. /뉴스1

 

이 대목에서 자연스럽게 ‘잊히고 싶다’던 문재인 대통령이 떠오른다. 지난 연말에는 딸이 화보집 같은 달력을 팔았고, 지난 4월 말에는 경남 양산 사저에 ‘평산책방’을 열었다. 개인 책방이지만 무급 자원 봉사자를 모집했던, 개 이름을 딴 6500원짜리 ‘토리 라테’를 팔았던 책방. 처음엔 영수증에 개인사업자 ‘문재인’이라고 나왔는데, “재단법인화 작업에 시간이 걸려 그랬다”는 설명이 있었다. 김경률 회계사가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니 법인 설립은 지난 1월이었다. 홈페이지 등록, 관리자로 이름이 나온다. 눈덩이 나라 , 김정은과의환상 연애’...책방이 너무 잘되서 이런 해명할 시간은 없을 것이다.

 

곳곳에서 속칭, ‘관종(관심종자) 전임 시대’가 열리는 건 시간문제인 것 같다. 정치적 양극화를 부추기며 ‘권력 금단 증상’을 ‘사랑해요 주사’로 치료해주는 곳, 거기 더해 돈푼과 증여까지 해결하는 ‘전직 대통령 주식회사’. 전직 보수 대통령들의 ‘침묵’ 행보에서 품위를 느낀다.

 

-박은주 부국장 에디터, 조선일보(23-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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