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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별 관심없던 저커버그는 왜 손목시계에 빠져든 걸까] ....

뚝섬 2024. 10. 27. 05:48

[현실 별 관심없던 저커버그는 왜 손목시계에 빠져든 걸까] 

[오메가·론진·RSW… 北 ‘최고 존엄’ 시계가 왜 중고로?]

[富者의 옷장]

 

 

 

현실 별 관심없던 저커버그는 왜 손목시계에 빠져든 걸까

 

마크 저커버그의 초고가 시계 

 

요즘 시계 애호가들 사이에서 마크 저커버그의 비싼 손목시계들이 소소한 화제다. 부자의 고가 손목시계는 낯선 일도 아니고 그리 가치 있는 뉴스도 아니다. 다만 마크 저커버그의 손목시계는 다르다. 그는 보통 부자들의 손목시계 컬렉션(이를테면 떼돈을 벌고 금덩어리 롤렉스를 사는 운동선수들)과는 다른 시계 애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는 이른바 MZ 부자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그 인물상이 어떤지는 2010년 작 영화 ‘소셜 네트워크’에 잘 표현되어 있다. 온라인 사회에서 더 편안해하고, 실제 사회에 나타나는 외양에는 별 신경을 안 쓴다. 그를 상징하던 소품이 영화 속 마크 저커버그가 내내 입던 갭 후드 티셔츠다. 현실 속 마크 저커버그도 옷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모양이다. 그가 8년 전 공개한 옷장에는 똑같은 회색 반팔 티셔츠만 나란히 걸려 있었다.

 

마크 저커버그가 수집한 시계도 남다르다. 그의 시계들은 뻔한 유명 브랜드 시계가 아니라 모르는 사람이라면 가격과 정체를 가늠할 수 없는 고가 독립 브랜드 시계다. 그가 착용하고 등장한 F.P. 주른이나 드 베튠 같은 브랜드는 한국에 매장도 없어서 실물을 보기도 쉽지 않다. 그가 차고 나왔던 F.P. 주른 손목시계 중 하나는 출고가가 15만달러이니 현재 원화 시세로 2억원가량이지만 의미가 없다. 이 시계들은 이미 단종되어 장외 거래로 웃돈을 줘야만 살 수 있다. 거기 더해 이 시계들이 왜 좋은지 음미하려면 공부 수준의 사전 지식이 필요하다.

 

나는 이제 이런 이야기를 꺼낼 때의 반응을 예상할 수 있다. ‘시간도 안 맞고 고장도 잘 나고 비싸고 쓸모 없는 물건 아니냐. 왜 비싼 물건을 소개하며 위화감을 조성하느냐’ 이런 힐난의 논리는 ‘인간이 어느 때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데 왜 아직도 육상 경기를 하느냐. 왜 육상을 소개해 보통 사람들의 운동 능력과 위화감을 조성하느냐’와 같다. 질문을 조금 바꾸면 훨씬 생산적인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다. 왜 비효율적인 기계식 시계 기술이 아직까지 고가 취미로 살아남을 수 있는가?

 

기계식 손목시계는 이제 금속 정밀 가공 기술과 결부된 별도의 부르주아적 취미 장르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서유럽 국가, 특히 스위스가 20세기 후반부터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 노력 중 하나가 AHCI, ‘독립 시계학 아카데미’라는 민간 기관이다. 전 세계의 독립 시계공들이 이 단체에 등록되어 각자의 시계 기술을 나눈다. 여기서 두각을 드러내면 투자자의 후원을 받아 자기 브랜드까지 만들게 된다. F.P. 주른 역시 이 단체의 오랜 회원이었다가 유명해진 경우다.

 

마크 저커버그는 세상의 하고많은 취미 중 하필 이 취미에 빠진 듯 보인다. 그 계기는 올해 3월의 어느 결혼식이었다고 여겨진다. 마크 저커버그 부부는 인도 부자 아난트 암바니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그 자리에서 저커버그 부부가 암바니의 리처드 밀 손목시계에 관심을 보인 영상이 남아 있다. “나는 시계에 전혀 관심을 가진 적이 없지만 시계는 쿨하군요.” 영상 속 마크 저커버그의 말이다.

 

매일 똑같은 티셔츠만 입으며 소프트웨어 제국을 쌓아올린 마크 저커버그가 이렇게 보통 사람이 되는 걸까? 하긴 그도 올해로 40세다. 결혼도 잘했고 아이도 있다. 그는 최근 아내와 아이를 위해 포르셰 카이엔을 미니밴으로 개조한 뒤 그걸 자기 SNS에 올리기도 했다. 평생 패션이나 스타일처럼 표피적인 인간 세계의 물건에 관심이 없어 보이던 마크 저커버그도 나이가 든 걸까. 기계식 손목시계처럼 구시대적 귀금속에 눈을 뜨는 식으로 사람의 기호가 보수화되는 걸까.

 

혹은 저커버그가 뭔가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메타는 증강 현실을 띄우는 안경형 웨어러블 디바이스 오리온2를 출시했다. 앱 소프트웨어와 인간이 걸치는 디바이스는 다르다. 사람들은 여러 이유로 흉측한 UI와 불편한 인터페이스를 감수하며 페이스북을 쓴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그게 안 된다. 비합리성을 포함한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고 마음을 사로잡아야 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 마크 저커버그가 손목시계 같은 물건에 신경을 쓰면 보통 사람들 마음을 이해할까? 그 이해가 신제품 성공에 반영될까? 이걸 지켜보는 일도 흥미로울 것 같다.

 

-박찬용 아레나 옴므 플러스 피처 디렉터, 조선일보(24-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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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론진·RSW… 北 ‘최고 존엄’ 시계가 왜 중고로?


김일성·김정일 이름 새긴 시계
돈앞에 장사 없나, 암암리 유출

 

온라인에 매물로 나온 '명함 시계'. 김일성 이름이 새겨진 스위스 론진 시계다. '星期'(요일)가 한문으로 표기돼 있다. /이베이

 

“희귀 김일성 손목시계 팝니다.”

 

최근 경매 사이트 이베이에 독특한 매물 하나가 올라왔다. 북한 독재자 김일성의 이름이 자칭 ‘태양서체’로 붉게 새겨진 ‘명함 시계’(또는 존함 시계)다. 스위스 브랜드 론진(Longines) 제품으로, 판매가는 3100달러(약 394만원). 판매자는 상품 설명에 “독재자들은 충성심 강화를 위해 충신들에게 사치품을 선물하곤 했다”고 영어로 적어놨다. 발송지는 대한민국이다.

 

지난 12일 온라인 카페 중고나라에도 ‘명함 시계’가 매물로 나왔다. 붉은 글씨로 김일성의 이름이 원판에 인쇄된 은색시계, 스위스 명품 오메가(OMEGA) 제품이다. 판매가 385만원. 10여 년 전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회원을 통해 입수했다고 한다. 해당 판매자는 “너무 연락이 많이 와서 머리가 아플 정도”라고 말했다.

 

절대자의 하사품, 어쩌다 매물로? 

 

스위스 브랜드 RSW 제품에 김정일의 이름을 새겨놓은 '명함 시계'. /이베이

 

‘명함 시계’는 북한 국기훈장(國旗勳章) 1급에 해당하는 특권층의 상징이다. 기록 명부가 있어 추적도 가능하다. 1980년대 한 간부가 이를 도둑맞자 당국이 즉각 수사에 돌입했고, 겁먹은 범인들이 슬그머니 당위원회 문 앞에 시계를 두고 갔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 한 탈북자는 “‘명함 시계’를 받으면 은퇴 후에도 현직에서 받던 식량과 봉급이 유지된다”며 “도둑들도 이걸 건드리면 정치범이 되니까 훔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데 어떻게 중고 시장에 나온 것일까?

 

모스크바 북한대사관에서 일했고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보조 작가로도 참여한 탈북 작가 곽문완(55)씨는 “김일성 사후 시간이 오래 지났고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수혜 당사자가 아닌 가족·친지 등이 내다 팔아 유출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약화된 선대의 영향력과 극심한 경제난이 그 이유라는 분석. 탈북 전 북한에서 ‘명함 시계’를 수리한 경험이 있는 수리 전문가 김학민(37)씨는 “가보로 여겨지는 물건이어도 하도 궁핍하니 암시장에 나오는 것”이라며 “아무리 오메가여도 너무 옛날 제품이어서 비교적 신상품인 일본 세이코 ‘명함 시계’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첩보기관도 발끈한 중고 거래 

 

정품 인증서와 함께 2017년 온라인에 중고 매물로 올라온 오메가 '명함 시계'. /이베이

 

‘명함 시계’는 심심찮게 거래되고 있다. 2017년에도 이베이에 ‘김일성 시계’가 매물로 나왔다. 발송지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판매자는 진품 인증서와 함께 “이 시계는 유고슬라비아에서 온 것”이라며 “양국 지도자인 김일성과 요시프 브로즈 티토에 의해 북한과 유고슬라비아는 가까운 외교적 관계를 누렸다”고 설명했다. 김일성이 티토에게 선물했다는 이 시계는 5495달러(약 708만원)에 판매됐다. 그러자 북한 국가보위성은 공작원을 헝가리로 파견해 진상 파악에 나섰다. ‘명함 시계’가 자본주의적으로 공식 거래된 초유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확인한 바 티토의 손자가 내다 판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독재자 가족이 이웃 독재자의 선물을 팔아버린 이 웃지 못할 사연은 지난해 7월 사단법인 북한연구소 발간 월간지 ‘북한’에 소개됐다.

 

현재 이베이에는 2대 독재자 김정일의 ‘명함 시계’도 매물로 나와있다. 발송지는 호주이고, 판매가는 1만 호주달러(약 870만원)다. 오메가나 롤렉스보다 인지도가 떨어지는 스위스 시계 RSW 제품이지만, 김일성의 이름값보다 2.5배 비싸다. 판매자는 “이 시계는 김정일 생일을 맞아 조선노동당원들에게 배포됐다”며 “내가 북한에서 구할 수 있었던 두 개 중 하나이며 다른 하나는 소장품으로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시계 통치, 체제 모순의 상징 

 

북한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가 공개한 인민배우 박영순이 받은 김정일 친필 오메가 시계.

 

김일성은 체제 유지와 충성 경쟁을 위해 이른바 ‘선물 정치’를 했다. 외국산 시계는 그 대표적 품목이다. 값비싼 데다 항상 손목에 차고 다니는 ‘표식’으로 기능하기 때문. 1972년 김일성 환갑 생일을 맞아 시계 마니아인 아들 김정일의 제안으로 스위스에서 주문해 처음 제작했다고 한다. 고위 간부는 롤렉스나 오메가 금시계, 하위 당료나 주민은 일반 오메가·세이코 시계로 차등을 두는 식이다. 대기근으로 아사자가 속출했던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관행은 이어졌다. 스위스시계산업연합에 따르면 북한이 1995년부터 10년간 수입한 스위스 명품 시계는 2400만달러(약 248억원)어치였다.

 

가난한 공산주의를 보전하려 자본주의 국가에서 생산된 사치품을 수여하는 방식, 명함 시계’는 그 자체로 북한 체제의 모순을 상징한다. 3대 독재자 김정은 역시 이를 통치에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등으로 경제는 악화일로. 통일부는 “북한 일부 지역에 아사자가 속출하는 등 식량난이 심각한 상태”라고 밝혔다.

 

-정상혁 기자, 조선일보(23-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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富者의 옷장

 

'부자학(富者學)' 연구로 유명한 대학교수가 서울 성북동 부자들의 집 옷장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그는 옷장 속 옷들이 뜻밖에 단순하고 허름한 데 놀랐다고 했다. 예상보다 가짓수가 많지 않았고 명품도 몇 벌밖에 안 됐다. 그는 "명품은 부자처럼 보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이 사는 것이지, 진짜 부자들은 명품도 적게 사서 오래 입더라"고 했다. 오히려 그는 옷장 깊숙한 곳에 금고가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서른한 살 페이스북 CEO(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는 재산이 54조원에 이른다. 그가 그제 자기 페이스북에 "육아 휴가 후 복귀 첫날, 뭘 입어야 할까?"라는 글과 함께 집 안 옷장 사진을 올렸다. 옷장에는 디자인이 똑같은 회색 반팔 티셔츠 아홉 장, 지퍼와 모자가 달린 진회색 '후드 집업' 여섯 벌이 나란히 걸려 있었다. 빛깔이 짙고 옅을 뿐 그 옷이 그 옷인데 무엇을 고를지 고민한다며 애교 있는 엄살을 부린 셈이다. 

 

▶저커버그는 회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행사장에 나타나곤 한다. 몇 년 전 남성 패션잡지 에스콰이어는 그를 '옷 못 입는 최악 유명 인사, 워스트 드레서'로 선정했다. 에스콰이어는 "정장을 입고 나와야 할 행사에 그런 차림으로 등장할 수는 없다"며 멋진 코트를 입고 다닌 빌 게이츠와 비교했다. 그러자 저커버그는 "결정해야 할 사항을 최대한 줄이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회사와 사회를 위해 고민할 일이 많은데 옷차림에 신경 쓸 새가 어디 있냐는 뜻이다.

 

▶스티브 잡스도 지루할 만큼 검정 터틀넥과 청바지를 고수했다. 그의 옷장을 열면 두 가지 옷이 수십 벌 걸려 있을 거라고들 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회사 샤오미의 레이쥔 CEO도 신제품을 소개할 때 잡스처럼 청바지에 검정 티셔츠 차림으로 등장한다. 한국에선 차병원그룹 차광렬 총괄회장이 잡스처럼 검은색 터틀넥을 즐겨 입는다. 일본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 창업주는 공식 행사에서도 2만~3만원대 중저가 유니클로 옷을 입었다.

 

▶옷이 날개라지만 요즘엔 꾸미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멋을 내는 '놈코어(Normcore)' 스타일이 유행이라고 한다. '평범하다'는 '노멀(normal)'과 핵심을 뜻하는 '코어(core)'를 합성한 말이다. 저커버그나 잡스 스타일은 놈코어라기보다는 단순한 생활을 추구하는 사이 자연스럽게 생겨났을 것이다일상은 무미건조하게 꾸리면서 겨냥하는 목표에만 모든 것을 쏟아붓는 삶이다. 저커버그의 옷장에서 한 곳에 몰두하는 천재들의 치열함을 다시 본다.

 

-김민철 논설위원, 조선일보(16-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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