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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이 계속 셀카만 찍는다면…”] [정당의 철학]

뚝섬 2024. 1. 17. 11:38

[“한동훈이 계속 셀카만 찍는다면…”]

[정당의 철학]

 

 

 

“한동훈이 계속 셀카만 찍는다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오전 인천 계양구 한 호텔에서 열린 2024 국민의힘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셀카를 찍고 있다. /뉴스1

 

최근 야당과 신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랬더라면 정말 무서울 뻔했다”는 말이 유행처럼 돌고 있다. 한 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김건희 특검법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면 민주당과 전세가 역전되고 신당의 입지도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홍범도 동상 등 이념 정치를 청산하자’ ‘핼러윈 참사 피해자를 면담하겠다’ 같은 다른 ‘무서운 시리즈’들도 있다.

 

이는 야당과 신당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볼 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안도감에서 오는 일종의 조소다. 이들은 “한 위원장이 총선 때까지 계속 전국을 돌면서 ‘셀카’를 찍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한 위원장이 몰고 다니는 전국의 인파는 결국 국민의힘 지지층과 동원된 당원들이 모인 ‘그들만의 잔치’라고 평가절하하는 것이다.

 

60대 이상이 국민의힘을 지지하고 40대의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다면 여권의 총선 승부처는 2030 세대와 중도층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2030에게는 ‘이준석 신당’ 등 이미 다른 선택지도 제시됐다. 이런 상황에서 한 위원장의 취임 일성은 여전히 민주당 비판과 운동권 청산이었다. 상당수 중도층은 “상대방에게는 가혹하고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관대한 것 아니냐”고 받아들였다. 한 위원장 등판 전후 별반 변화 없는 여권의 여론 지형이 이를 보여준다.

 

지난 총선 직전 ‘문재인 정권을 지원해야 한다’는 여론은 ‘견제해야 한다’는 여론보다 10% 정도 높았다. 이는 민주당의 180석 기록적인 압승으로 이어졌다. 반면 총선을 석달 앞둔 최근에는 ‘윤석열 정권을 견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원해야 한다’는 여론보다 10% 이상 높은 반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여권은 “총선에서 지면 윤석열 정부는 식물이 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정권이 식물 상태가 된다는데 과연 무슨 일인들 못할까 싶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할 수 있는 일과 그럼에도 절대 바꿀 수 없는 것의 한계는 명확했다. 한 위원장은 ‘윤심 공천’ 우려에 “당을 이끄는 건 나”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내가 당대표”라고 밝혀야만 하는 현재 상황은 역설적으로 한 위원장을 둘러싼 정치적 현실을 상징한다.

 

이번 총선에서는 제3신당도 나오는 만큼 민주당이 지난 선거처럼 압도적 의석을 가져가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여권이 지지층만 결집해도 양당 의석 차가 21대 국회보다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때 가서 여권의 누군가는 “졌지만 잘 싸웠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역시 ‘졌잘싸’가 내심 목표였던 작년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다. 전국을 순회하는 한 위원장의 신년 인사회 일정은 17일로 끝이 난다. ‘정치인 한동훈’에 대한 냉정한 평가의 시간도 다가오고 있다.

 

-박국희 기자, 조선일보(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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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의 철학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디키의 옷장 문을 열고 들여다보았다. 톰은 양복을 꺼냈다. 구두도 신었다. 톰은 갈색 실크 넥타이를 골라 정성껏 맸다. 양복이 몸에 꼭 맞았다. 디키처럼 가르마를 조금 더 옆에서 타서 넘겼다. 톰은 다시 옷장으로 시선을 돌려 맨 위 선반에 있는 모자를 꺼내 비스듬히 썼다. 정수리와 이마를 가리니 디키하고 닮아도 너무 닮아 보여 톰은 흠칫했다. 힘만 제대로 주면 눈썹까지 빼닮았다. “뭐 하는 거야?” 톰이 몸을 홱 돌렸다. 디키가 침실 문 앞에 서 있었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재능 있는 리플리’ 중에서

 

지난 6일, 김대중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가 성대하게 열렸다. 전시관, 박물관, 도서관, 동상을 세우고 공원과 도로에 이름을 붙이고 영화와 도서를 제작, 영웅화 작업이 한창이다. 건국과 발전의 역사를 왜곡하고 부정하는 대신 대한민국의 정당성이 그들 진영에 있다는 뿌리 다지기의 일환이다. 문재인 전 정권 수장도 DJ의 포용과 통합을 본받자고 축사했다.

 

선거를 앞두면 이상한 현상이 반복된다. 진보를 표방한 좌파는 기존 주장을 강화하며 지지층을 결집하는데 보수 우파는 존재 이유를 망각한다. 무관심을 깨우고 중도층 표심을 얻어야 한다며 자기 색을 희석한다. 가장 기이한 변화는 2012년 대선을 앞둔 새누리당이 파랑을 버리고 빨간색 당복을 입은 것이었다. 이후 보수 정당을 대표하던 파랑은 민주당의 상징이 되었다.

 

지도를 그릴 때 북한은 붉은색, 남한은 파란색으로 칠한다.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한반도기는 파랑이다. 여기서도 대중은 혼란스럽다. 자유와 평등은 DJ 덕분이라 하고 5·18 정신을 헌법에 넣겠다고 앞장서느라 의견이 다른 신문을 배포한 자기 당원을 내치는 여당은 어떤 사상과 철학을 기반으로 나라의 미래를 구상하고 있을까.

 

리플리는 거짓된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을 대표한다. 그러나 리플리의 본질은 자기를 버리고 다른 사람이 되기를 꿈꾸다 괴물이 되어버린 존재다. 통치에서 포용은 중요한 덕목이지만 지지 기반의 집결과 통합이 먼저다. 결집력이 큰 경쟁 상대와 똑같은 주장을 한다면 흡수되어 사라질 뿐이다. 건국 대통령의 기념관 하나 없고 경제 부흥 대통령의 기념식 한번 어깨 펴고 하지 못하는 보수 우파 진영은 야당을 보고 배워야 한다. 그리고 승리를 바란다면 더 늦기 전에 물어야 한다. “지금 뭐 하는 거야?”

 

-김규나 소설가, 조선일보(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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