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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철도 사고] [南北 철도 사업 '비밀주의'] [대륙 횡단 철도.. ]

뚝섬 2024. 1. 18. 06:34

[북한 철도 사고] 

[南北 철도 사업 '비밀주의'] 

[대륙 횡단 철도.. ]

 

 

 

북한 철도 사고 

 

북한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주민들이 열차 지붕에 오르거나 승강구 난간에 매달려 가는 장면이 흔하다. 북한 열차는 한번 놓치면 언제 다시 올지 기약이 없기 때문에 기를 쓰고 타는 것이다. 객실 안은 만원인 데다 난방, 냉방 시설이 없어 냄새가 진동한다고 한다. 가다가 연착하면 언제 출발할지 아무도 모른다. 며칠간 역에 서 있는 경우도 있다. 인근 민가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왔더니 기차가 떠나버렸다는 탈북자들 증언도 많다.

 

▶북한에서 철도는 화물의 90%, 여객의 60%를 담당하는 중심 교통수단이다. 그런데도 철도 상태는 상상을 넘어선다. 평양에서 열차로 북부나 동부 지방에 가려면 최소 열흘은 각오해야 한다. 북한 철도는 대부분 노선이 시속 20㎞대로 운행한다. 황영조·이봉주가 달리는 속도와 비슷하다. 여행 증명서 없이는 여행이 불가능하지만, 설사 증명서를 얻어도 가는 길이 하염없어 먼 지역에 사는 부모, 자식은 이산가족과 다름없다. 부모 별세 소식을 듣고 집에 도착하면 장례식이 끝난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동의 자유가 법적으로도 없고, 교통 때문에도 없다. 이런 나라는 북한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 철도가 엉망인 것은 낡은 데다 보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 철도는 97%가 단선이다. 기차가 오면 다른 기차는 비켜서 기다려야 한다. 80%가 전기로 움직이는데 전력이 약하고 그마저 끊기면 한없이 기다린다. 1939년 개성에서 신의주까지 기차로 7시간 걸렸다고 하니 일제강점기보다 훨씬 후퇴했다. 김정은이 2018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오시면 우리 교통이 불비해 불편을 드릴 것 같다”며 “평창 올림픽에 갔다 온 사람들이 다 고속 열차가 좋다고 하더라”고 실토할 정도다.

 

▶북한 열차가 지난해 말 전기 부족으로 고개를 넘지 못해 전복되면서 4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열차가 함경남도에서 높은 고개를 넘으려다 뒤로 밀려 탈선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당시 산골에 폭설이 내리고 있었다고 한다.

 

▶이용악의 시 ‘그리움’은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 백무선(白茂線) 철길 위에’로 시작한다. 이용악이 1945년 서울에 혼자 와 있을 때 추운 겨울에 함경북도 무산에 두고 온 가족을 그리워하며 쓴 시다. 백무선은 백암역과 무산역을 오가는 철길로, 이번 사고 지점보다 북쪽에 있다. 마침 서울에도 함박눈이 내리는 날, 북한 열차 대형 사고 소식을 들으니 더 안타깝다.

 

-김민철 논설위원, 조선일보(24-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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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北 철도 사업 '비밀주의'


지난 5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 한인의 날'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철도 연결 사업을 다시 언급했다. 그는 "자동차와 기차로 고국에 방문하는 꿈, 여러분과 함께 꼭 이뤄내고 싶은 꿈"이라고 했다. 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UN 총회에서도 문 대통령은 "남북이 철도 연결에 착수했다"고 했다. 그가 서울에서 남북 철도를 강조한 날, 평양에서도 남북 철도 얘기가 나왔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경제 협력은 철도 협력을 시작으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 정상화, 경제공동특구, 동해 관광공동지구로 발전해 가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앞장서서 남북 철도 연결을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 사업에 얼마나 많은 돈이 들고, 우리가 어떤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가 하는 내용은 제대로 밝혀진 게 없다. 정치적 수사(修辭)만 난무한다.

본지가 "북한 철도 현대화에 최소 38조원이 든다"는 한 국회의원 분석 자료를 보도했을 때 정부는 세부 내용 공개를 꺼렸다. 국토교통부의 한 관계자는 오히려 "북한이 국내 언론 보도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면서 협상에 유리한 쪽으로 활용한다"며 "남한 언론이 38조원 든다던데 그만한 돈은 있는 거냐고 물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심하게 말하면 우리 언론이 북한 첩보원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사실 말이 좋아 남북 철도 연결이지 본질은 북한 철도 현대화 사업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에선 대부분 철도망이 낙후해 열차가 시속 20km도 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를 시속 70~80km 수준까지 끌어올리지 않고선 중국·러시아와의 철도 연결은 무의미하다. 차가 거의 없어 도로보다 철도에 교통 물류를 의존하는 북한이 이 사업을 가장 원하고 있다.

정부는 "연내 착공식을 하겠다"며 말부터 앞세운다. 시작부터 하고 보자는 식이다. 하지만 그러려면 막대한 혈세가 들어간다. 대대적인 철도망 개·보수와 전력·통신 공급망, 철도 교량, 터널 개·보수까지 포함하면 수조원이 넘을 전망이다. 아직 통일이 된 것도 아니다. 정교한 사전 조사를 통해 예산을 얼마나 쓸 수 있고,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분석하고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게 우선이다. 남북 철도 경협을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다. 투명하게 가야 한다는 얘기다.

10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한 의원은 "국토부가 진행한 남북 경협 연구 용역 자료를 공개하라"고 했다. 지난 5년간 18차례에 걸쳐 예산 25억원이 들어간 연구다. 하지만 김현미 장관은 "대외비라 공개할 수는 없다"고 했다. 철저한 '비밀주의'로 추진하는 남북 철도 사업의 진짜 노림수는 무엇인가.

-최원우 사회정책부 기자, 조선일보(18-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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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 횡단 철도라는 도박


陳舜臣, '중국의 역사' 7권

우리 정부가 북한에 철도를 깔아서 철로로 러시아를 통해서 동유럽, 서유럽까지 북한과 동반 진출하겠다는 야무진 꿈에 부푼 것 같다.

정부는 판문점 선언의 국회 승인을 요청하면서 선언 이행에 소요될 예산이 2년간 4천 몇백억이라고 했는데, 남북한의 철도 연결만도 몇 천억원으로는 될 수가 없다고 한다. 현재 북한의 철로는 광궤(廣軌) 철로이고 남한의 철로는 표준 철로여서 남북한의 철로를 맞닿도록 연결한다 해도 같은 열차로 이어 달릴 수가 없다고 한다. 더구나 북한의 철로는 약한 지반 위에 가설되어 있어서 기차가 현재처럼 40km의 속도로 달리면 부지할 수 있어도 그보다 빠른 속도로 달리면 하중이 과다 부과되어서 철로가 파괴되고 지반이 침하되어 버린다고 한다. 요즘 세상에 시속 40km의 기차로 관광을 즐길 사람이 얼마나 되겠으며 시속 40km 열차가 적절한 화물 운반의 수단일까?

최근 일본에서 광궤, 협궤, 표준궤 철로 폭에 맞추어 바퀴 사이가 조정되는 기차를 만들기는 했는데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비싸다고 한다. 그래서 북한의 모든 열차를 궤 폭 자동조정 열차로 대체하려면 그 비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한다이뿐만 아니라 남한의 전류는 교류이고 북한의 전류는 직류여서 현재 같은 전동차는 남북의 철도를 연속해서 달릴 수가 없고 디젤기관차라야 되는데 디젤차의 기관실 뒤에 발전차량을 설치하고 객차나 화물차를 연결해야 된다고 한다. 그러면 고속 운행은 꿈도 꿀 수 없고, 남북한 철도 연결은 천문학적인 예산을 잡아먹고 기차는 애물단지 고철 덩어리로 어지럽게 팽개쳐질 것이고, 망가진 북한의 산하는 더욱 파괴될 것이라고 한다.

민주국가의 통치자라면 자국 내에서라도 국고를 쏟아붓는 대규모 사업을 계획할 때는 토목공사를 벌일 지반의 굳기부터 세목별 소요 추정 예산, 예상되는 성과와 역효과 등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면밀히 하고서 국민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 아닌가? 더구나 들어갈 수 없었던 낯선 땅에서야.

진순신의 '중국의 역사'를 보면 당대 최고의 경제·문화 대국이었던 북송은 '오랑캐' 요나라와 금나라에 세폐를 바치며 나라를 보전하려고 했지만 그 돈으로 더 강성해진 금나라에 황제 부자가 포로로 끌려가고 나라는 반쪽이 나고 말았다. 우리도 세계와 후대에게서, 북한에 철로와 도로를 닦아주어 침략의 하이웨이를 열어주려 했다는 조롱을 당하게 되지 않을까?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조선일보(18-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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