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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백 해명… ‘약속 대담’ 하면 납득할까] [소통 없는 獨 총리]

뚝섬 2024. 1. 29. 09:09

[명품백 해명… ‘약속 대담’ 하면 국민이 납득할까]

[소통 없는 獨 총리]

 

 

 

명품백 해명… ‘약속 대담’ 하면 국민이 납득할까

 

[천광암 칼럼]

대통령실 방송대담 유력 검토.. ‘사전각본’ ‘꼼수’ 논란 못 피할 것
“날 선 비판-다양한 지적” 받아들여야 최소한의 공감대 확보

 

윤석열 대통령이 부인 김건희 여사의 디올 백 수수 논란 등에 대해 전통적인 방식의 기자회견 대신 특정 방송사와 대담을 갖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공식적으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여러 매체를 통해 ‘대통령실 관계자’발로 비슷한 보도가 나오는 것을 보면 상당한 무게가 실린 것으로 보인다. 대담 방송사로는 KBS가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안이하고 자기중심적인 발상이다. 얻는 것은 없이 ‘꼼수’ 논란만 부르게 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이 먼저 회견 주제 전반에 대해 모두(冒頭) 발언을 하고, 이어 다양한 매체에 소속된 다수의 기자들과 자유롭게 질의응답을 주고받는다. 그리고 이 모습을 편집과 가공 없이 그대로 TV를 통해 생중계하는 것은 63년간에 걸쳐 공인되고 검증된 기자회견 방식이다.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1961년 1월 25일 이런 방식으로 첫 기자회견을 했을 때나 지금이나 그 형식도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케네디 대통령이 처음 이 방식을 거론했을 때, 대다수 대통령 참모들과 정부 관료들, 언론인들은 거세게 반대했다고 한다. 녹화방송과는 달리 생방송에서는 실언이나 부주의한 발언이 나왔을 때의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럼에도 케네디 대통령이 이 방식의 기자회견을 임기 내내 고수했다. 임기 중 평균으로 따지면 17일에 한 번꼴로 기자회견장을 찾았다. 국민과의 직접 소통에, 이보다 효과적인 방식은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성별, 인종별, 사회계층별, 지역별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수백 명의 기자들이 어떤 사전 각본이나 조율 없이 대통령과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의 진솔한 메시지가 국민에게 전달될 수 있었고,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미국 국민들이 궁금해하고 기대하는 바를 왜곡이나 굴절 없이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비단 케네디 대통령 이후 미국에서만 굳어진 전통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신년이나 취임 1주년 같은 의미 있는 시점을 잡아 생중계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1968년 이후 관행으로 자리를 잡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 정도가 예외였을 뿐이다. ‘사전 각본’ 논란도 문민정부 이후에는 사라져 가는 중이다. 이처럼 효율적이면서 오랜 전통으로까지 자리 잡은 방식을 마다하고 굳이 특정 방송사와의 대담 방식을 선택할 명분은 어디에도 없다. 신년 회견이나 취임 ○년 회견과 같은 주요 기자회견을 특정 방송사와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한 것은 매우 예외적이다. 이명박 문재인 대통령 때 이런 전례가 있지만 몇 차례 생방송 기자회견을 한 뒤에 이런 형식을 취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근 2년 만의 2번째 회견을, 그것도 18개월 만에 하는 회견을 특정 방송만 골라 한다는 데 선뜻 수긍할 수 없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달 18일 약 2시간 20분에 걸쳐 자신의 개혁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질의·응답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여기에는 기자 약 250명이 참여했고 24개의 질문이 나왔다. 그런데 일부 기자들이 발언권을 얻기 위해 엘리제궁의 언론 담당자들에게 메신저 등으로 질문을 미리 보냈다고 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언론 담당자들이 껄끄러운 질문을 피하기 위해 이 같은 일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는 훨씬 더 민감하고 논쟁적인 현직 대통령 배우자의 스캔들과 특검 문제가 회견의 핵심 주제다. 윤 대통령의 회견이 보수층·중도층·진보층을 가리지 않고 다수 국민에게 공감을 얻으려면 가능한 한 다양한 언론사가 참여해야 하고, 모두에게 투명한 절차를 통해 공정한 질문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 그런데 이와는 정반대로 특정 언론사와만 대담을 한다는 것은 시작도 하기 전에 ‘약속 대담’ ‘짬짜미 대담’ 논란을 자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대담 방송사로 거론되는 KBS는 보도 공정성과 편향성을 둘러싸고 야권의 집중 공격을 받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회견을 한다고 해서 김 여사를 둘러싼 부정적인 여론이 수그러질지는 알 수 없다.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할지, 어떤 수위로 할지, 어떤 후속 조치를 내놓을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다를 것이다. 다만 껄끄러운 질문이나 장면을 피하려고 하면 할수록 국민은 많은 의구심을 갖게 될 것이고 부정적인 효과가 커지게 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자유민주주의의 본질을 이야기하면서 대통령의 직무 수행 과정이 투명하게 드러나야 하고, 국민들로부터 ‘날 선 비판과 다양한 지적’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어떤 회견 방식이 바람직한지는 이 말 안에 답이 있다.

 

-천광암 논설주간, 동아일보(24-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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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없는 獨 총리

 

[특파원 리포트]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 로이터

 

이달 초 독일 ARD방송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업무 수행에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19%에 불과했다. 이 기관이 1997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독일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총리’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경기 악화 등의 여파로 전 세계에서 인기 있는 지도자를 찾아보기 어렵지만 숄츠 총리는 유독 타격이 크다. 이달 초 독일 북부 수해 현장에 달려갔을 때는 일부 주민이 모여 “돌아가라“”거짓말쟁이”라며 비난했다. 지난 15일 베를린에서 열린 핸드볼 국가 대표팀 경기에 숄츠 총리가 나타나자 관중은 호루라기를 불며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정치인 선호도 조사에서는 이미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알리스 바이델 대표가 수주째 숄츠 총리를 앞서고 있다. 독일 여론조사 회사 인자(INSA) 관계자는 “현재 추세를 볼 때 숄츠가 총리로 다시 당선될 일은 없다”고 했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숄츠 총리가 이토록 민심을 잃은 가장 큰 이유로 소통 스타일이 꼽힌다. 숄츠 총리는 오래전부터 기계 같은 단답식 답변으로 유명했다. 2022년 G7 회의 후 기자가 우크라이나에 약속한 안보보장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느냐고 묻자 숄츠 총리는 “그렇다”는 말로 답을 끝냈다. 한 방송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문제를 두고 일상적 생활 요령을 말해줄 수 있느냐고 묻자 “아니오”라고 답한 일도 유명하다. 숄츠 총리는 사회민주당(SPD) 사무총장이던 20여 년 전 이미 ‘숄츠’와 ‘기계(Automat)’를 합성한 ‘숄초마트(Scholzomat)’라는 조롱 조 별명이 붙었다.

 

숄츠 총리는 민감한 주제에는 아리송한 태도를 보인다. 독일 매체 포커스는 이를 두고 “시민들이 안개 속에서 찾게 만든다”고 표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독일 정부가 오랜 기간 침묵하자 온라인에서는 ‘#숄츠는 어디에(woistscholz)’라는 해시태그를 단 밈(meme)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소속 정당인 SPD의 일부 의원까지 나서 “충분히 소통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기 시작했다.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 정부의 재무부 장관이었던 숄츠 총리는, 임기 시작 당시 ‘메르켈 2.0′이라며 기대를 받았다. 당시 그의 과묵은 허세 없는 성실로 여겨져 다른 사람들보다 일을 잘할 수 있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그의 전기 작가는 “일을 많이 하고 일이 끝났을 때 얘기하는 태도”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중이 지도자에게 기대하는 역할은 달랐다. 숄츠 총리의 지나친 침묵을 이제 ‘불통’으로 여긴다. 지금 그는 가장 인기 없는 독일 총리. 한국 정치인들이 반면교사 삼기를 희망한다.

 

-베를린=최아리 특파원, 조선일보(24-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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