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어디까지 떨어질 수 있나” 세계 실험장 된 한국]
[출산율 0.7 붕괴… 이러다간 ‘인구감소로 소멸’ 현실 된다]
[저출산 위기 극복하려면 이민자 받아들일 준비해야]
[눈앞에 닥친 ‘화장 절벽’… 다사시대 맞는 인프라 갖춰야]
“출산율 어디까지 떨어질 수 있나” 세계 실험장 된 한국
저출생 여파로 올해 신입생이 없어 입학식을 치르지 못하는 초등학교가 전국 157개교로 집계됐다. 다수는 비수도권에 있었지만 수도권에서도 9개교가 신입생을 받지 못했다. 초등학교 신입생 수도 사상 처음 30만명대로 줄었다./뉴시스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0.72명을 기록했다. 2022년 출산율 0.78명 때도 해외 언론과 학자들에게 “한국은 망했다” “중세 흑사병보다 더한 인구 격감”이란 평가를 받았는데 상황이 더 악화된 것이다. 전 세계에서 0.7명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 외에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뿐이다. 한국은 2020년 세계 최초로 출산율이 0.8명대에 진입하는 기록을 만들었다. 2년만에 0.78으로 떨어지더니, 올해는 0.68명으로 떨어져 0.7명대마저 깨고 기록을 다시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저출생국이란 불명예를 안은 한국은 어디까지 출산율이 내려갈 수 있는지, 전 세계의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2020년부터 가파르게 줄어드는 인구가 2033년엔 5000만명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 가능 인구(15~64세)는 10년 내 332만명이나 줄어든다.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인구 절벽은 세금 수입을 줄이고 노인 복지, 의료비 등 지출은 급격히 늘려 재정 파탄을 촉발하고, 궁극적으론 국가를 소멸 위기로 내몰 것이다. 모든 수단을 강구해 인구 절벽을 막아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저출산 고령 사회 기본 계획을 발표하고 16년간 280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 하락을 막지 못했다. 최근엔 기업들이 자녀를 낳은 직원들에게 1인당 1억원씩 파격적인 장려금을 주는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지만, 장려금만으로만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세계 최악의 저출생 원인은 모두가 다 안다. 청년 취업이 어렵고, 내 집 마련이 어렵고, 아이 낳아도 보육과 일 병행이 힘들고, 자녀 사교육 부담에 허덕이다 보니 청년들 사이에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풍조가 생겨난 것이다. 결혼, 출산, 육아에 대한 부정적 관념을 바꾸지 못하는 한 백약이 무효다.
일자리, 부동산, 보육, 교육, 복지 등 모든 국가 정책을 출생 친화적 관점에서 재설계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양육비 부담을 낮춰야 한다. 연금·노동·교육 개혁에서라도 성과를 내 청년 세대에게 희망의 단초라도 보여줘야 한다. 이렇게 절박한데도 저출산 대책은 전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10년만 더 가면 국민 모두가 피부로 체감하며 놀라는 절망 상황을 보게 될 것이다.
-조선일보(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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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0.7 붕괴… 이러다간 ‘인구감소로 소멸’ 현실 된다
비어가는 신생아실 28일 광주의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가 아이를 안고 있다. 이날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합계출산율은 0.65명을 기록해 분기 기준 처음으로 0.6명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출산율은 0.72명을 기록했다. 광주=박영철 기자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이 0.65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간 합계출산율은 가까스로 0.7명대를 지켰으나 이런 추세대로라면 올해 출산율은 0.6명대로 주저앉을 전망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유일하게 출산율이 0명대인 나라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출산율이 바닥을 모르고 매년 추락하면서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 명에 그쳤다. 2015년 출생아 수(43만8000명)에 비하면 8년 만에 거의 반 토막이 났다. 한국은 2020년부터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앞지르기 시작해 지난해 총인구가 12만 명 감소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41년이면 총인구가 4000만 명대로 쪼그라든다. 전쟁도, 재난도 아닌 인구 감소로 소멸하는 나라가 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청년들은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을 수 없다”고 호소한다. 먼저 장시간 근로를 선호하는 직장 문화로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가 힘들다. 5인 이상 사업체 중 52%만이 필요할 때 육아휴직을 쓸 수 있고, 출퇴근 시차제와 같은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기업은 25%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맞벌이를 포기하자니 치솟은 주거비와 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다. 결국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을 경험한 국가 중에선 과감한 정책으로 출산율을 반등시킨 사례가 있다. 프랑스는 가족수당을 충분히 지원하고 이를 지원할 때 비혼 가정 자녀도 차별하지 않았다. 독일은 보육시설과 전일제 학교를 확충해 국가가 육아를 책임졌다. 스웨덴은 육아휴직 ‘아빠 할당제’를 두고 부모가 최대 480일 동안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했다. 이들 국가는 출산율 1.5∼1.8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2006년부터 17년간 저출산 정책에 약 360조 원을 투입했으나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저출산과 무관한 부처별 각종 사업이 저출산 정책으로 포장되고 정작 필요한 제도에는 찔끔 지원이 이뤄지면서 그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주택 융자 등을 뺀 아동수당, 육아휴직급여 등 가족 관련 지출이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의 1.4%로 OECD 평균(2.2%)에 크게 못 미친다. 이제라도 보여주기식으로 나열된 정책을 솎아내고 효과가 검증된 정책에 집중해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 정부가 절박함 없이 시늉만 하면서 국가의 명운이 달린 위기를 방관해선 안 될 일이다.
-동아일보(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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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위기 극복하려면 이민자 받아들일 준비해야
5년 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마이클 크레이머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지난해 5월 인천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해 우리나라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 해법으로 이민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경제학적으로 이민이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는 연구들이 있다”며 “육아 관련 복지를 개선하고 일-가정 양립 등 포괄적 정책이 필요한데 많은 국가에서 이미 채택한 방법이 이민 정책”이라고 했다. 홍콩과 싱가포르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특별비자 도입 정책을 긍정적인 사례로 언급하기도 했다.
세계적 석학의 이 같은 주장은 이르면 올 상반기 중 서울시에서 현실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가 이달 초 저출산 극복을 위한 ‘탄생응원 프로젝트’ 중 하나로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다만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를 거쳐 필리핀 국적 100명만 고용하는 소규모 사업이라 아직까진 말 그대로 시범 사업에 불과하다.
2022년 유엔이 내놓은 세계인구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대부터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운용해 왔던 싱가포르는 2021년 기준 합계출산율 1.02명을 기록해 238개국 중 다섯 번째로 낮았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가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는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저출산으로 인구절벽에 직면하게 된 우리나라와 달리 싱가포르는 약 80년 뒤 인구가 소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가사도우미 등 외국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이민 정책 때문이다.
싱가포르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인구 564만 명 중 싱가포르 국민은 355만 명(약 63%)에 불과하다. 157만 명(약 28%)은 장기 거주하는 외국인, 52만 명(약 9%)은 영주권자다. 국민 10명 중 4명이 이민자라는 뜻이다. 우리도 출산율을 끌어올리려는 노력과 함께 싱가포르처럼 적극적으로 외국인을 받아들여야 인구수를 유지할 수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법무부 장관 시절 이민청 설립에 열을 올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최근 만난 한 고위직 공무원은 “냉정하게 돌아보면 우리나라는 인종차별이 심한 국가 중 하나”라며 “외국인 노동자와 이민자를 수용하겠다고 하지만 솔직히 우리 정서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커 제대로 안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주변에서 서구권 출신에게는 한없이 따뜻하고 친절하게 대하던 이가 우리보다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동남아시아 등 일부 국가 출신에겐 혐오감마저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걸 직접 목격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이제는 이민자와 외국인을 대하는 생각을 바꿀 때가 됐다. 구글 창업자 모두 이민자였고, 챗GPT 개발사 오픈AI 최고기술책임자도 알바니아 출신 이민자다. 미국 내 상위 인공지능(AI) 기업 43개 중 28개 창업에 이민자가 기여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민자에게 허드렛일이나 맡기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저출산으로 나라가 없어질지도 모를 상황에서 어쩌면 이민자와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된 지 오래다.
-강경석 사회부차장, 동아일보(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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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닥친 ‘화장 절벽’… 다사시대 맞는 인프라 갖춰야
화장장 부족이 갈수록 심해져 4년 뒤부터는 수천 명의 시신이 화장시설을 구하지 못해 표류하는 ‘화장 절벽’이 올 것으로 분석됐다. 지금도 화장 순번을 기다리느라 4일장, 5일장을 치르거나 다른 지자체에서 ‘원정 화장’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장사시설 확충을 계속 미룰 경우 화장장 수용 능력을 초과하는 시신이 2028년 최소 4320구, 2030년에는 2만2320구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 화장 인구는 2022년 기준 34만여 명으로 4년 전보다 8만 명 넘게 늘었지만 그사이 새로 지은 화장장은 2곳뿐일 정도로 공급 부족 상태다. 현재 준공은 물론이고 착공을 앞둔 화장장도 없다.
사망자 중 화장되는 비율은 매년 늘어 지난해 92%를 넘어섰다. 요즘 화장장에선 밀려드는 시신을 감당하기 위해 한 구당 화장 시간을 단축하고 가동 시간을 무리하게 늘리고 있다. 직원들이 시간에 쫓겨 일하느라 고인 2명의 유골이 뒤섞이는 사고까지 벌어진다. 정부는 화장장 신설이 번번이 주민 반대에 부딪히자 기존 화장시설에 화장로를 추가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수요에 한참 못 미친다.
우리가 내년이면 진입하게 될 초고령 사회는 노인 비율이 높아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75세 이상 초고령 인구 역시 증가해 사망자 수 자체가 급증하는 ‘다사(多死) 사회’다. 의료 기술의 발달이 인간 수명을 연장하고 중증 환자의 생명을 지탱해 왔지만 초고령자가 많아지면 이 같은 사망 지연 효과도 어느 순간 끝나기 때문이다. 인구 구조 변화에 맞게 장사시설 인프라를 갖추는 건 초고령 사회에 대비한 가장 기초적인 과제다.
정부는 신규 화장시설 대상지를 적극 발굴해 파격적인 인센티브와 함께 주민들을 끈질기게 설득해야 한다. 지금 시작해도 주민과의 협상에만 몇 년이 걸릴 수 있어 더는 미뤄선 안 된다. 2012년 준공된 서울추모공원도 10년에 걸친 진통 끝에 국립의료원을 옮겨오고 체육공원을 조성하는 등의 충분한 지원을 약속해 가까스로 진행될 수 있었다. 해외 화장장 중에는 탁 트인 공원에 예술적 조형물들을 배치해 건축학도들이 찾아오는 관광 명소로 변신한 사례도 있다. 이처럼 장사시설에 ‘문화’를 접목해 거부감을 줄이는 등의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동아일보(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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