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운전자 안전 강화책은 필요하다]
[브레이크랑 액셀 헷갈려도… 면허 반납은 안할래요]
고령 운전자 안전 강화책은 필요하다
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도로교통공단의 '2023 어르신 교통사고 ZERO 캠페인' 행사가 열리면서 모델과 경찰청 관계자가 '어르신 운전중' 차량용 안내판을 들어 보이고 있다. 경찰청 산하 도로교통공단은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대상으로 어르신 운전을 알리는 문구가 적힌 자석형 안내판을 배부할 계획이다. 2023.10.5/ 장련성 기자
정부가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고령자에 대한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을 검토한다는 대책을 내놓았다가 하루 만에 “특정 연령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며 발표 내용을 수정했다. 고령 운전자의 이동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이다. 최근 해외 제품 직접 구매(직구) 금지 정책을 철회한 데 이어 설익은 대책 발표로 계속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고령 운전자 대책은 이렇게 오락가락할 일이 아니다. 사람은 나이가 듦에 따라 인지 능력과 반응 속도가 떨어지게 된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안전 강화책은 필요하다. 지금 80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는 36만여 명에 달한다. 전체 교통사고 중 65세 이상 운전자의 비율도 2020년 14.8%에서 2022년엔 17.6%로 늘었다. 사회 고령화에 따라 이 비율이 늘어나는 것이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추세다. 65세 이상 운전자의 교통사고 치사율은 2.1%로, 전체 교통사고(1.4%)의 1.5배 수준이다.
논란을 빚은 조건부 운전면허도 잘 설계하면 대안이 될 수 있다. 유럽 몇몇 나라와 미국 일부 주에서 도입한 이 제도는 운전자의 운전 능력에 따라 야간 또는 고속도로 운전을 금지하는 등 운전 허용 범위를 달리하는 것이다. 주의할 점은 요즘은 나이만으로 사람의 인지 및 반응 능력을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젊은 사람 못지않은 노년이 흔하다. 현재 75세 이상은 3년마다 운전 적성검사를 받고 있다. 사회적 논의를 통해 운전 능력을 좀 더 자주 평가받아야 할 연령대를 정할 필요가 있다. 적성검사도 시력 측정 정도에 그치고 실제 주행 능력은 제대로 검증하지 않아 형식에 그치고 있다. 적성 검사도 실질화해야 한다.
고령자 운전에 대한 안전 강화책은 자칫 고령자들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자신과 가족, 다른 사람 모두의 안전을 위한 것으로 생각하고 협조했으면 한다.
-조선일보(24-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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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랑 액셀 헷갈려도… 면허 반납은 안할래요
노인 운전자 500만 시대
위험한 질주 어떻게 막나
선거의 계절,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지난해 3월 전북 순창에서 농협 조합장 투표가 진행 중이었다. 유권자가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A(74)씨가 몰던 화물 트럭이 이들을 덮쳤다.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려다가 가속페달을 밟았다”고 진술했다.
착오가 재앙이 된다. 한 달 뒤 경기도 부천의 한 아파트에서는 웬 승합차 한 대가 대낮에 1층 지역아동센터 건물을 들이받았다. 충격으로 철제 펜스가 안쪽으로 휘고 외부 유리창이 박살나면서 센터 내부에 있던 어린이 4명이 다쳤다.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고였다. 사고를 낸 B(77)씨 역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데 액셀을 잘못 밟았다”고 털어놨다고 한다.
안전지대는 없다. 지난달에는 서울 연신내역 인근 도로에서 C(79)씨의 승용차가 9중 연쇄 추돌 사고를 냈다. 횡단보도 근처에서 보행자 한 명을 친 뒤에도 계속 진행해 가드레일을 산산조각 내고 앞차를 잇따라 들이받았다. 폐지를 주워 생계를 잇던 70대 남성이 사망했고, 10여 명이 다쳤다. C씨는 음주 상태가 아니었지만 “사고 당시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경찰에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면허 반납하면 10만원? 됐어요
초고령 사회 진입로에서 적신호가 켜졌다. 노인의 운전면허. 전체 교통사고는 줄어드는데, 고령 운전자가 야기하는 사고는 늘었기 때문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22년 교통사고 건수는 전년 대비 3.1% 감소한 반면, 노령자 교통사고는 8.8% 증가했다. 지난 2일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발표 자료에서도 65세 이상 운전자 추돌 사고는 2020년 3435건에서 지난해 5142건으로 4년간 49.7% 급증했다. 추돌 사고 점유율 10.8%. 사고 10건 중 1건 이상을 고령 운전자가 냈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20~30대 운전자의 추돌 사고는 11.9% 줄었다.
전부는 아니어도, 나이 들면 운동신경 및 인지능력 저하를 겪는 게 현실. 차 안에서 심장마비 등이 오는 경우도 있다. 2018년부터 지자체마다 ‘운전면허 자진 반납’을 권유하는 까닭이다. 서울시는 교통카드 10만원권, 충북 옥천은 30만원 상당 상품권, 전남 구례는 50만원어치 지역화폐를 답례로 준다. 값이 오른들 ‘졸업’을 결심할 액수는 아니니 반응은 시큰둥하다. 악사(AXA) 손해보험이 성인 140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지난달 공개했다. 법적 노인이 됐을 때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할 의향이 있는가? 45.8%가 ‘없다’고 답했다. 심지어 ‘잘 모르겠다’(31.4%)가 ‘있다’(22.9%)보다 높았다. 현재 면허 자진 반납률은 2% 수준(경찰청 통계)이다.
◇생계 어떡하나… 80대 택시 기사 1800명
운전대를 놓을 수 없는 사정이 있다. 먹고살아야 하니까. 택시 업계만 해도 기사 10명 중 4명(9만5266명)이 65세 이상이다. 은퇴 후 개인택시로 직업을 바꿔 생계를 잇는 경우가 많은 것이 그 이유로 꼽힌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현재 서류상 최고령 택시 운전사는 92세. 법인 택시 중에서도 87세 운전자가 있다. 80대 택시 기사는 모두 1823명. 경험은 뛰어날 것이나 안전이 염려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택시 면허 자격 유지 검사는 간소화됐다. 2019년부터 의료 기관 적성검사로 대체할 수 있게 되면서, 이듬해 탈락률은 0.22%로 확 떨어졌다.
대중교통이 미비한 지방 소도시에서는 자차 운전이 불가피하다. 갑작스러운 일정, 긴급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100원 택시’ ‘콜버스’ 등의 서비스를 도입한 지자체도 있지만, 이동권 보장에는 한계가 있다. 여기에 운전면허를 ‘사회적 소속감’으로 받아들이는 노인도 적지 않다. 운전을 못하게 되면 제도의 중심에서 열외됐다는 박탈감에 우울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경남 창원에 사는 이모(79)씨는 “사고 날까 불안해서 작년에 반납했는데 불편하기도 하고 왠지 마음도 서운해서 올해 다시 면허 시험을 치를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내년에 65세 이상 운전자가 498만명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500만 시대가 머지 않았다.
◇日은 금리 우대, 美는 조건부 면허
지난 7일 울산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70대 운전자는 신호를 제때 확인 못해 브레이크를 늦게 밟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울산경찰청
어찌할 것인가. 노인의 나라 일본은 이미 1998년부터 노인의 운전면허 자진 반납을 유도해 왔다. 우리보다 20년 빠르다. 은행 금리를 우대하고, 백화점 상품 무료 배송, 택시 요금 할인 등 당근을 내걸었다. 75세 이상은 면허 갱신 시 치매 검사까지 받도록 해 문턱도 높였다. 그래도 90세 여성이 면허 갱신 두 달 만에 보행자 네 명을 들이받는 등 대형 사고는 계속됐다. 시험과 실전은 다르니까. 그러자 브레이크와 가속페달 조작 오류를 어느 정도 보완해주는 차량(서포트카S)의 구입 비용을 보조하고, 2022년부터는 이 차량만 운행할 수 있는 ‘한정 면허’ 제도를 실시하는 대책을 마련했다.
뉴질랜드에서는 80세가 되면 면허가 자동 말소되고, 2년마다 더 까다로운 취득 시험을 봐야 한다. 자동차의 나라 미국과 독일 등에선 ‘조건부 면허제’가 일반적이다. 주기적으로 운전 능력을 평가해 속도 및 운행 거리 등을 제한하는 제도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주(州)는 70세 이상부터 면허 재심사를 의무화했고, 일리노이주에서는 81~86세는 2년마다, 87세 이상은 매년 실기를 치러 실력을 입증해야 한다. 부적격 판정이 나오면 즉시 ‘조건부 면허증’으로 교체된다. 국토교통부도 올해까지 고령자의 야간 운행이나 고속도로 운전 등을 금지하는 ‘조건부 면허제’를 검토하기로 했다.
◇설득 안 되면 ‘기술’로 사고 방지
“얼마 전에도 무심코 운전하는데 차에서 경보음이 ‘삐비빅’ 울리더라고요. 그제야 앞차와 간격이 너무 좁았다는 걸 알았죠.” 전남 장성군에서 택시를 모는 박모(77)씨는 지난해 차량에 ‘보행자 근접 경보 장치’를 공짜로 달았다. “오래된 차라 이런 기능이 없었는데 무척 도움이 된다”고 했다. 전라남도청이 지난해부터 추진한 교통사고 감축 사업. 면허 반납을 강요하기보다 안전 운행을 보조하자는 취지다. 올해도 70세 이상 운전자에게 ‘차로 이탈 경보 장치’ 설치비 50만원 전액을 지원한다. 장성군 관계자는 “생계 유지나 병원 이용 등의 이유로 면허 반납이 어려운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모든 차량의 ‘비상 자동 제동 장치’ 장착 의무화 주장도 제기된다. 운전자의 반응이 늦어도 추돌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최근 ‘운전자 페달 오조작 방지 및 평가 기술 개발 기획’ 수요 조사를 실시했다. 당황해 페달을 잘못 밟아도 음성이나 긴급 스위치로 차량을 제어하는 기술 확보가 목표다. 공단 측은 “최근 보급이 크게 늘어난 전기차 특성상 페달 오조작 시 고출력·고속에서 사고가 발생해 심각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인구 고령화에 따른 안전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신규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상혁 기자, 조선일보(24-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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