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가 화장품 회사를 차리면 벌어지는 일]
['세계 7위'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
[아모레퍼시픽, 샤넬·디오르 제쳐… 세계 7위 화장품 '우뚝']
주부가 화장품 회사를 차리면 벌어지는 일
스타트업 챌린지
수상한 벤처 창업 분투기
강원도 스타트업 챌린지 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델라루즈 화장품들. /강성곤 제공
춘천 한림대 창업보육센터 2층. 창고 포함 20평짜리 연구실 겸 사무 공간. 화장품 벤처 기업 델라루즈 엄상희(48) 대표가 일하고 있다. 20여 년 전 임신·출산 즈음에 혹독한 고통을 겪었다. 희맑은 피부가 외모 경쟁력이었는데 말 그대로 ‘뒤집어졌다’. 2년 넘게 얼굴 전체가 트러블인 상태. 뭘 해도 낫지 않았다. 병원서는 그저 무심히 임신성 소양증이라고 했다. 피부를 긁거나 문지르고 싶게 만드는 불쾌한 감각이란다. 조제약은 별무소용. 열감까지 심하고 평생 없었던 여드름까지 괴롭혔다.
스트레스에 우울감이 겹치던 어느 날 임산부 커뮤니티에 들어갔더니 동병상련이 넘쳐나는 게 아닌가. “사회적 니즈(needs)가 있구나. 피부 장벽의 밸런스가 깨진 여성들을 위한 화장품을 언젠가 만들어보자” 마음먹었다.
엄 대표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특히 자원경제·환경경제 쪽에 관심이 깊었다. 경력 단절 후 출산하고 보니 숨 막히는 서울식 자녀 교육은 싫었고 자신도 없었다. 마침 고향 춘천에 일자리가 났다. 한림대 의료원 산하 천연의약연구소. 천연산 약물의 생체 활성을 연구하는 곳이라 맞춤했다. 미생물·발효물·천연추출물 등을 공부하고 관련 학회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면서 전문성을 다졌다. 그러던 중 유럽 모처 오래된 수도원에서 말 그대로 천연 화장품을 접하고 마침내 시제품의 강렬한 영감을 얻었다. 용기를 내어 연구소를 박차고 나와 창업했다.
6년 전 일. 이듬해 델라루즈는 강원도 스타트업 챌린지 대회에서 우수상을 거머쥔다. 천연물 소재 기반의 피부에 유익한 미백 마스크팩 개발 관련 아이템이었다. 그런데 이듬해 코로나란 괴물을 만날 줄이야. 국내외 모두 어렵게 뚫었던 바이어들이 도산하는 바람에 적자가 쌓였다. 판로를 개척해야 했다. 온라인 판매에 역점을 두고 수출·무역 관련 기관 문을 계속 두드렸다. 내내 연락이 없던 코트라가 다행히 도움을 주었다. 공무원들을 공략하는 데는 ‘집요함’이 최고라는 걸 배웠다.
코로나가 꼭 불운만은 아니었다. 러시아 화장품 시장은 유럽 제품이 80%로 웬만한 서유럽 기업이 생산 차질을 빚을 때, 우리나라는 물량과 품질을 유지해 각광받았고 엄 대표도 수혜자가 될 수 있었다.
“이 악물고 버텼습니다. 지금 매출은 내수와 수출이 7대3 정도 됩니다. 몽골·러시아·일본·베트남·헝가리까지 시장이 형성됐어요. 격세지감입니다. 어느 인플루언서가 소개해 두바이·에콰도르·탄자니아 여성들이 저희 제품을 쓴다고 해서 놀랐어요.”
춘천 한림대 창업보육센터 /강성곤 제공
우리 화장품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K코스메틱은 ‘순하다, 깨끗하다, 안전하다’로 요약돼요. 방부제·유화제 향료부터 다르고 제조 기준이 깐깐합니다. 한국 여성들의 소문난 체크슈머(checksumer) 성향 덕분이에요.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성분·원재료·리뷰 등을 꼼꼼히 확인하는 소비자들이죠. 경쟁력이 높아졌고, 세계인이 다 알아요. K컬처는 든든한 뒷배입니다. 맑고 밝은 피부를 선호하는 건 동남아뿐 아니라 백인도 마찬가지예요. 미백 기능성 화장품은 K뷰티의 큰 축이고요.”
고민이라면?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알리는 게 더 어려워요. 온라인 포털 판매망 구축에 1년 반 걸렸습니다.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커진 걸 알지만 작은 기업에는 언감생심입니다. 그렇다고 원천 기술을 등한시하는 건 자멸이죠. 화장품 사업은 원료 배합 기술 아이디어만 있으면 된다고 말을 하던데요. 천만에요. 화장품은 브랜드 충성도가 높거든요. 조금만 안이하게 영업해도 바로 망합니다. 국내에 화장품 회사가 2만8000곳 있지만 업계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곳은 100곳도 안 돼요.”
스타트업 동지들에게 주는 조언이라면? “주 종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한텐 글루타티온이란 단백질 성분이었습니다. 피부에 미백·윤기·탄력을 주는 물질이에요. 어느새 네 생산 라인에 20여 제품 구색을 갖췄지만 첫 제품이 역시 스테디셀러네요.” 보태고 싶은 팁은? “무역협회·코트라·창조경제혁신센터 등과 적극 소통해야 해요. 줄기차게 묻고 교류하면 공무원들은 진심과 정성을 알아줍니다. 또 업황·판로와 관련해 업종별로 배치된 전문위원님은 최고의 키다리 아저씨들이라 할 만해요. 특급 노하우를 전수해 주세요.” 바라는 점은? “해외 박람회 기회를 간혹 얻는데요. 바이어는 보통 제품 간 보기만 3년이거든요. 당국에서 나라를 매년 바꾸는 건 겉만 그럴싸하지 낭비입니다. 적어도 2~3년은 같은 시장을 공략해야 실적이 생겨요. 구경·견학이 아닐 바에야 이런 디테일이 아쉽습니다.”
엄 대표의 마지막 다짐이 멋지게 들렸다. “제품 몇 가지 히트 쳤다고 대기업에 매각·흡수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두고 보십시오. 토털 뷰티 기업으로 커갈 테니까요.” 회사 이름 델라루즈는 스페인 말로 빛·광채라는 뜻. 부디 오래 분투하며 반짝거리길 기대한다.
델라루즈 화장품들 /강성곤 제공
-강성곤 전 KBS 아나운서, 조선일보(25-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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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7위'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서울 온 외국인이 특히 낯설어하는 풍경이 있다. 산책하거나 운동할 때 모자, 마스크, 선글라스, 스카프, 면장갑을 총동원해 얼굴과 목, 그리고 손까지 가린 한국 여성들 모습이다. 무슬림 여성들은 종교적 이유로 부르카나 니캅을 써서 얼굴을 가린다. 한국 여성은 햇볕에 그을리고 기미 생길까 봐 얼굴을 가린다. 피부 미용에 관심이 유별난 나라답게 한국 미용 산업이 성장 가도를 달린다. 국내 1위 화장품 기업 아모레퍼시픽이 프랑스 로레알(1위), 미국 에스티로더(4위), 일본 시세이도(5위)에 이어 세계 7위 뷰티 기업이 됐다.
▶개성 상인 서성환은 동백기름과 '구리무', 가루분 만들어 파는 어머니 일을 돕다 가업을 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인 태평양화학이다. 1960년 '향수의 도시'라고 하는 프랑스 남부 그라스를 처음 가보고 식물을 원료로 한 화장품에 눈뜨게 됐다고 한다. "한국인 피부에는 역시 한방 원료가 잘 맞는다"며 인삼 화장품 개발에 나섰다. 인삼에 이어 당귀, 치자, 감초 같은 한방 식물을 연구해서 화장품 원료로 썼다. 그렇게 만든 브랜드 '설화수'가 지금 연간 매출 1조원을 올려주는 효자 브랜드가 됐다.
▶창업자의 차남 서경배 회장은 1997년 IMF 외환 위기가 터지기 직전 경영을 이었다. 회사가 어려워질 때마다 "다시 태어나도 화장품을 하겠다"는 아버지 말을 떠올렸다고 했다. 다른 사업 부문은 접고 화장품에만 매달렸다. "세계 7위 화장품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며 '2020 글로벌 톱7' 비전을 선포했는데 그 목표를 앞당겨 달성했다.
▶세계 화장품 업계에서 한국 여성은 '화장품 다(多)소비자'로 소문났다. 구글 검색창에 '코리안 스킨 케어'라고 치면 '17단계 한국식 피부 관리' '12단계 한국식 화장'을 소개하는 외국 블로거들 글이 꽤 뜬다. 12단계, 17단계까지는 아니어도 보통의 한국 여성 화장품 소비량도 다른 나라를 웃돈다. 최근엔 한국 남성들까지 화장품 소비량 세계 1위에 등극했다. 한국 남성 1인당 화장품 소비가 2위인 덴마크 남성의 3배다.
▶먹고살 만해진 중국서도 여성들이 얼굴 가꾸는 데 지갑을 연다. 중국의 소득 상위 20~30대 여성들이 평균 12단계 화장을 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중국의 화장품 애용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화장품으로 유럽산을 제치고 한국산을 꼽았다. 드라마와 가요 등 한류 영향도 있지만 한국 화장품이 아시아 여성들 피부에 잘 맞는다는 이유에서다. 든든한 내수 시장에서 인정받은 제품이 아시아와 세계시장에도 통한다는 게 입증된 셈이다.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17-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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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샤넬·디오르 제쳐… 세계 7위 화장품 '우뚝'
[글로벌 화장품 매체 WWD 선정]
업계 최초로 '쿠션' 기술 개발, 고급 스킨케어 제품으로 인정
중국·아세안 시장 타깃 적중… 미국·유럽 이어 중동까지 공략
국내 화장품 업계 1위 아모레퍼시픽이 세계 화장품 순위 7위에 올랐다. 국내 화장품 기업이 10위 안에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존슨앤드존슨·샤넬·에이본·카오·겔랑(LVMH)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를 제치고 전년도에 비해 5단계 상승한 성과다. LG생활건강도 2015년 19위에서 지난해 17위로 두 단계 올랐다.
세계적 권위의 화장품 전문 매체 '우먼스웨어데일리(WWD)'는 전 세계 화장품 업체 매출(비화장품 제외)을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를 17일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은 2007년 처음 20위 내에 진입한 이후 10년 만에 10위권에 진입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화장품 산업은 미국·유럽·일본이 주도권을 쥔 대표적인 선진국 산업이자 고급 문화 사업"이라며 "글로벌 브랜드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중국뿐만 아니라 향후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도 성공 신화를 이어가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존슨앤드존슨·샤넬·LVMH 제쳐
아모레퍼시픽의 급성장은 색조 화장 중심의 글로벌 업계에 '건강한 피부'라는 차별화로 승부를 건 것이 주효했다. 그룹의 지난해 매출은 6조6976억원, 그중 해외 부문은 25%다. 여기에 국내 면세점 매출(전체 25%)까지 포함하면 해외 비중이 절반 가까이 된다. WWD도 "설화수, 라네즈, 마몽드,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 5가지 자체 브랜드를 갖고 아시아 지역뿐 아니라 미국·유럽 등에서 꾸준한 매출 상승세를 보이는 게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5대 브랜드 중 에뛰드를 제외하곤 모두 기초 제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산'이라고 하면 무시하던 시절에 아모레퍼시픽이 고급 스킨 케어 제품으로 할리우드 스타조차 직접 구매하게 만들면서 인지도를 높였다"며 "과거에는 해외여행 갈 때마다 면세점에서 외국 브랜드 제품을 사기 바빴는데, 이런 분위기를 아모레퍼시픽이 바꿔놨다"고 말했다.
태국 방콕에 있는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에뛰드’ 매장(왼쪽). 연내 완공 예정인 아모레퍼시픽의 서울 용산 신(新)본사의 투시도(오른쪽). 올해 전 세계 화장품 업계 7위에 오른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앞으로 중국과 아세안 시장뿐 아니라 화장품 산업 본토인 미주와 유럽 시장을 공략해 진정한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은 글로벌 업체들이 주저하던 중국과 아세안 시장에서 '한류 화장품'을 내세워 시장을 주도했다는 점에서도 평가받는다. '1등 따라 하기'가 아니라 '1등으로 나서기'로 성공 모델을 만든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등 아시아 사업에서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38% 성장한 1조575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최근 로레알 같은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들이 '아시아인을 위한 제품'을 출시하게 된 것도 아모레퍼시픽 때문이라고 업계에서는 평가한다.
또한 전 세계 화장품 업계에 세계 최초로 '쿠션(스펀지에 파운데이션을 담은 것)'을 개발해 출시하면서 '한국 화장품은 기술이 뛰어나다'는 인식을 각인한 점도 작용했다. 이로 인해 2015년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100대 혁신 기업에 아모레퍼시픽그룹을 28위에 선정하기도 했다.
◇미국·유럽 등 화장품 본거지 장악이 과제
아모레퍼시픽은 앞으로 세계 7위 화장품 기업에 맞게 화장품 산업 본토인 미국과 유럽 시장 진출을 더욱 활발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미주 시장에서는 올 하반기에 이니스프리를 추가로 출시해 기존의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라네즈와 함께 미국 내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 유럽 시장 역시 올 하반기에 기초 화장품 브랜드를 출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최근 유럽 화장품 시장도 메이크업과 향수 중심에서 건강한 피부로 관심이 이동하고 있어서 아모레퍼시픽 브랜드의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으로 대표되는 중국 시장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아세안 시장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태국 등을 교두보 삼아 신흥 시장인 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 등에서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중동에서도 지난해 두바이에 법인을 세우고 올해 안에 메이크업 브랜드 '에뛰드하우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뷰티 기업으로서 세계 10위권에 진입하게 되어 영광스럽다"면서 "보다 매력적이고 차별화된 브랜드, 지속적인 혁신 기술 개발, 현지 시장과 고객에 맞는 사업 전략을 바탕으로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혜운 기자, 조선일보(17-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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