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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 폭탄’ 마약 운전, 음주 운전보다 처벌 수위 낮다니] ....

뚝섬 2024. 10. 5. 06:51

[‘도로 위 폭탄’ 마약 운전, 음주 운전보다 처벌 수위 낮다니 ]

[‘김호중 방지법’ 입법 추진… 도주 후 ‘술 타기’ 철퇴 맞나]

[“고작 음주운전에 뭘 그러나” ] 

 

 

 

‘도로 위 폭탄’ 마약 운전, 음주 운전보다 처벌 수위 낮다니 

 

차선을 넘나들며 아찔한 곡예 운전을 하는 차량을 본다면 음주운전 말고 이것도 의심해봐야 한다. 한국이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닌 현실에서 운전자가 약물에 취해 있을 수 있다는 건 억측이 아니라 합리적 추측이다. 지난달 28일 새벽 서울 강남구의 유흥가 주변 도로에서 경찰이 국내 최초로 ‘약물 운전 단속’을 시행했다. 검사키트에 침을 뱉으면 마약 및 약물 11종에 대한 양성 여부를 10분 안에 알 수 있다고 한다.

▷약물 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것은 지난해 8월 이른바 ‘롤스로이스남 사건’의 충격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에서 약물에 취한 20대 남성 신모 씨가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했다. 올해 4월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선 필로폰을 투약한 20대 벤츠 운전자가 오토바이를 추돌해 50대 배달노동자가 숨졌다. 마약류 및 약물 운전에 따른 운전면허 취소자는 2019년엔 57명에서 지난해 113명으로 크게 늘었다.

약물 운전은 환각, 환청 때문에 대형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지만 음주 운전에 비해 처벌 수위가 훨씬 낮다. 도로교통법에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운전 금지’ 조항이 별도로 있다. 혈중 알코올 농도에 따라 차등 처벌하는데, 0.2% 이상이면 2년 이상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상습 음주운전자에 대한 가중 처벌도 가능하다. 반면 약물 운전은 ‘과로한 때 등의 운전 금지’ 조항에 포함돼 규정돼 있을 뿐이며, 처벌 수위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그친다.

 

▷경찰의 음주 측정 요구에 불응하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약물 운전에 대해서는 동공 변화, 흥분, 말더듬 등의 징후가 명확해도 운전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경찰이 검사를 할 수 없다. 7월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에 대해 경찰이 마약 검사를 요구했지만 불응해 그냥 귀가 조치했다. 이 운전자는 2시간 뒤 또 사고를 냈고 이번엔 검사를 해보니 향정신성 약물 성분이 검출됐다. 검사를 강제할 수 있었다면 적어도 두 번째 사고는 막을 수 있었다.

음주운전에는 혈중 알코올 농도라는 기준이 있지만, 약물이 운전자의 상태에 미친 영향을 측정하는 기준이 없다. 합법적인 의료용 약물이라도 투약 후 얼마 동안 운전하면 안 되는지 가이드라인이 없다. 영국과 독일은 약물 투약 후 24시간 동안 운전하지 못하게 하고, 프랑스는 투약 당일에 운전을 금지한다. 날로 늘어나는 약물 운전이 ‘도로 위 시한폭탄’이 되지 않도록 제대로 된 기준을 세워 엄하게 단속하고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

-김재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4-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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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중 방지법’ 입법 추진… 도주 후 ‘술 타기’ 철퇴 맞나


최근 기소된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가 음주운전 혐의를 피할 수 있었던 데에는 사고 후 편의점에서 샀던 캔맥주 4캔이 큰 역할을 했다. 김 씨는 지난달 9일 밤 서울 강남에서 택시를 들이받고 경기도의 한 호텔로 도주한 뒤 그 앞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샀다. 보통의 음주 뺑소니범들은 알 만한 곳으로 도주해 몇 시간이면 잡히는데 김 씨는 추적이 어려운 외딴 호텔에 숨어 있다 17시간 뒤에야 경찰서에 나타났다. 이렇게 시간을 지연시켜 놓고, 맥주까지 사 마셨으니 경찰이 아무리 정교하게 추정한다고 한들 김 씨의 운전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3% 이상이었다는 걸 입증하긴 어렵다.

음주 사고 후 일부러 술을 더 마셔 사고 당시 알코올 농도를 특정할 수 없게 만드는 ‘술타기’는 음주운전자들이 자주 쓰는 수법이다. 음주운전을 하다가 앞에서 경찰이 단속 중이면 황급히 편의점으로 가 소주를 들이켜거나, 집에서 술을 마시며 경찰이 오기를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수사기관이 제때 음주 측정을 못 한 경우 사후에 혈중 알코올 농도를 역산하는 ‘위드 마크 공식’이 있긴 하지만 사고 후 2차 음주는 이마저 무력화시킨다.

▷대법원은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이런 꼼수를 단죄하지 못하는 무력감을 토로한 적이 있다. 2020년 음주 상태로 승용차를 들이받은 화물차 운전사가 경찰에 잡히기 전 소주 1병을 더 마시는 바람에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69%에 달했음에도 무죄 판결을 한 사건에서다. 대법원은 “음주운전자가 처벌을 회피하게 되는 결과를 용인하는 것은 정의 관념에 맞지 않지만 이를 처벌할 입법적 조치가 없는 현재로선 불가피한 결론”이라고 했다.

 

▷김 씨는 일단 도주 후 술타기 전략으로 음주운전 혐의를 피하는 데는 성공했다. 검찰은 형량이 더 무거운 혐의로 그를 재판에 넘겼다. 음주 영향으로 사고를 내 사람을 다치게 한 위험운전치상 혐의다. 혈중 알코올 농도는 없어도 되지만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였다는 걸 입증하는 게 관건이다. 판결이 어떻게 나오든 김 씨가 그토록 피하려 했던 음주운전자 꼬리표보다 ‘역대급 사법 방해자’라는 오명이 연예인에겐 더 치명적일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김 씨 사건이 남긴 ‘순기능’이 하나 있다면 음주운전 처벌에 있어 입법의 공백을 여실히 확인시켜준 점이다.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가는 행태를 막지 못하면 형량을 아무리 높여도 소용이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검찰이 음주운전 처벌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술을 더 마시면 음주측정 거부죄와 동일하게 처벌하는 ‘김호중 방지법’을 추진하고 있고, 국회에서도 유사한 법안이 속속 발의되고 있다. 진작 나왔어야 할 법인데 이제라도 촘촘히 만들어 음주운전자들이 꼼수 부릴 틈을 완전히 없애야 한다.

-신광영 논설위원
, 동아일보(24-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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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음주운전에 그러나 

 

프로야구 키움은 지난달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강정호(35)에 대한 임의해지 승인을 요청했다. 강정호는 ‘음주운전 삼진아웃’ 전력자로 징역형(징역 8개월·집행유예 2년)을 받았고, 2년 전 국내 복귀를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키움 단장은 “선배 야구인으로서 마지막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런 키움의 행보를 비판한 기사를 썼는데, 한 독자가 메일을 보내왔다. 내용을 그대로 옮긴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후보, 프로야구 강정호 선수.

 

“전과 4범 이재명씨도 대선 후보에 나왔는데 왜 사람들은 수년이나 지난 음주 전과 강정호 선수는 용납하지 못할까요. 엄청난 파렴치범도 아닌데…. 이제 그만 돌을 던져야 하는 것 아닌가요?”

 

20대 대선은 신종 ‘나비’를 탄생시켰다. ‘전과 4범’ 후보가 1600만표(득표율 47.8%) 넘게 얻고 불과 0.73% 차이로 석패한 탄식 속에서 부화한 이 나비는 “능력 있으면 됐지 뭐가 문제냐”고 날갯짓을 한다. ‘유능한 경제 대통령구호가 음주 운전을 비롯해 대장동 스캔들, 법인카드 유용, 불법 의전 각종 논란을 뚫어내는 것을 국민이 체험했다. 원칙과 상식 따위는 우스워지는 나비효과가 대선 이후 다방면으로 나타날 조짐이 보인다. 야구계에도 여파가 미쳤는지 위 독자처럼 강정호를 두둔하거나, 아니면 “발사각 47.8도 대장동포를 장전한 화천대유격수 3범타자의 복귀를 열렬히 환영하자”고 낄낄대는 팬들도 있다.

 

허구연(71) 신임 KBO 총재가 최근 취임 기자회견을 열었다. 첫 질문부터 “강정호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가 나왔다. 그는 “이 문제를 두고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서 심사숙고 중”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KBO 규약에 따르면 리그 발전과 권익 보호를 위해 총재는 선수 계약을 승인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총재가 직권으로 강정호의 복귀를 거부한다면 키움이 소송전으로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그것은 나중 문제이며 지금 총재는 야구계에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 고민할 시점이다.

 

강정호는 KBO 복귀가 승인되더라도 유기실격 1년 징계를 받았던 터라 빨라야 내년에야 국내 무대에 선다. 실전 공백기가 3년 넘은 서른여섯 살 선수가 잘 한다면 한국 야구의 바닥이 드러나는 것이고, 못 한다면 본인에게 수치다. 결국 남는 것은 “역시 한국에선 뭐든 버티면 결국 봐준다”는 무너진 원칙 뿐이다.

 

한국 야구는 코로나 사태에 국제 대회 성적 부진, 선수 사생활 논란 등이 더해져 팬층이 급감하고 있다. 30년 넘게 해설 위원으로 활동했고 한국 야구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허 총재는 “9회말 1사만루 위기에 등판한 투수의 마음으로 총재직을 맡았다”며 “음주 운전과 승부 조작, 성범죄, 약물 복용을 ‘야구계 4불(不)’로 만들겠다”고 했다. 강정호 문제 해결이 4불 확립을 위한 첫 걸음이다. 야구인 허 총재의 결단을 촉구한다.

 

-양지혜 기자, 조선일보(2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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