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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安保 최대 위협은 한국 정치다] .... [“네가 대통령이냐!”]

뚝섬 2024. 11. 23. 13:18

[한국 安保 최대 위협은 한국 정치다]

[용산 먼저 확 바뀌지 않으면 총리·장관 바꾸나 마나]

[“네가 대통령이냐!”]

 

 

 

한국 安保 최대 위협은 한국 정치다

 

[강천석 칼럼]

트럼프 혁명·김정은 위협… 複合 위기 대처 못하는 한국 정치
대구·경북 유권자와 호남 유권자가 대통령과 이재명 바꿀 힘 행사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기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최대 위험 요인은 무엇일까. 김정은과 그가 가진 핵무기일까. 미국을 뒤엎고 세계를 바꾸겠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일까. 아니면 트럼프와 김정은이 한국을 제쳐놓고 북한 핵과 한반도 문제로 머리를 맞대는 것일까.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1만 명 넘는 북한군을 파병하면서 김정은은 더 위협적 존재가 됐다. 북한은 러시아의 유일한 혈맹(血盟)이다. 푸틴과 김정은은 보유 핵무기로 비핵(非核) 국가인 적대국과 교전국을 공격할 수 있다고 공언(公言)하는 국가 수령(首領)이다. 국가 간 관계에 공짜는 없다. 대륙간탄도탄, 핵잠수함 제조 필수 기술 등이 오갔을 것이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러시아가 북한에 평양을 방어할 대공미사일을 공급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공군력 우위를 흔드는 변화다.

 

트럼프 당선자는 선거 기간 ‘대통령에 취임하면 딱 하루만 독재를 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대통령 비서실과 내각의 장관들을 짜나가는 속도를 보면 빈말이 아닌 듯하다. 첫 명령은 미국 국민에게 ‘미국이 바뀌었다’는 것을 실감 나게 느끼게 해줄 군(軍)을 동원한 불법 입국자 체포·추방 같은 내정(內政) 사항일 것이다.

 

트럼프는 대통령 안보보좌관·국무장관·국방장관 등 외교 안보 3축(軸)을 맨 먼저 확정 발표했다. ‘트럼프 혁명’은 내정에서 시작해 안보·외교 쪽으로 흘러갈 것이다. 트럼프가 선거 유세에서 가장 자주 언급한 인물은 푸틴과 김정은이다. 국가로선 중국·우크라이나·러시아·NATO(EU)국가·이스라엘·한국·북한을 불러낸 횟수가 많았다. 동맹국의 안보 ‘저임(低賃)승차’를 비판하면서도 일본은 빼놓았다.

 

이름을 불렸다고 다 속앓이를 하는 것도 아니고, 같은 속앓이지만 증상은 나라에 따라 경중(輕重)이 다르다. 트럼프는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를 매기겠다고 했다. 중국은 미국 매에 15년 이상 단련돼서인지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헤즈볼라에 더 결정적 일격(一擊)을 날린 다음 트럼프 위신(威信)을 세워주며 평화 회담에 응할 태도다. 1기 트럼프 정부 때 미국에 부담을 넘기고 헐값으로 안보를 사려 한다 해서 NATO 탈퇴 위협을 받았던 유럽 국가들은 국방 예산 증액에 시동을 걸었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에서 솜씨를 보여주려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정전(停戰) 혹은 휴전 협상 테이블에 앉혀야 한다. 테이블에 앉히려면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어느 한쪽 팔을 비틀어야 한다. 우크라이나 팔을 비틀기가 더 쉽다고 판단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법의 질서’와 ‘힘의 질서’의 배합(配合) 비율이 어떻게 달라졌는지가 드러난다. 트럼프가 뿌린 ‘평화의 씨앗’은 ‘믿을 수 없는 미국’이란 불신(不信)을 심어 독일이 애써 눌러왔던 자력(自力) 안보 욕구를 자극해 유럽을 흔드는 ‘재앙(災殃)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트럼프는 다음 임기가 없는 대통령이다. 임기의 2년이 지나면 레임덕 현상이 온다. 트럼프는 그 전에 북한 핵 문제의 돌파구도 뚫으려 할 것이다. 어느 땐가 김정은을 만난다고 봐야 한다. 트럼프에게 북한 핵 문제는 선(先)이 미국을 북한의 핵 ICBM 위협 밖에 놓는 것이고 후(後)가 동맹국 한국을 맨몸뚱이로 북한 핵 위협에 노출시켰다는 비난을 받지 않는 것이다.

 

트럼프·김정은이 만나기 전에 몇 번일지 모르지만 윤석열·트럼프가 만날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20년 미국 대통령 가운데 가장 강력한 대통령이다. 상원과 하원을 지배하고 미국 국민의 변화에 대한 기대를 받고 있다. 거래(去來)하는 대통령이다. 거래의 달인(達人)은 상대의 약점(弱點)부터 본다. 그런 트럼프가 윤 대통령의 정치적 처지가 자신과 반대라는 사실을 이용하지 않을 리 없다. 대통령의 약점은 국가의 약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안보 최대 위협은 김정은도 트럼프도 아닌 한국 정치다.

 

한국 정치가 한국 안보를 위협하는 막장에서 벗어나는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대통령이 자신과 부인 그리고 정치 스타일을 혁신해 국민 지지도를 높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대신할 차기 대통령 후보를 찾아내 국가를 마비(麻痹) 상태에서 벗어나게 함으로써 국민 신뢰를 받아 정권 교체를 실현할 세력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대통령을 바꿀 힘은 대구·경북 유권자가 쥐고 있고, 호남 유권자가 등을 돌리면 그 날로 이재명의 숨이 끊어진다. 두 변화 모두 무혈(無血)혁명이고 명예혁명이다. 어느 혁명이 가능할까. 혁명밖에 기댈 곳이 없는 나라에서 혁명이 불가능하다면, 그다음에 무엇이 오겠는가.

 

-강천석 고문, 조선일보(2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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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먼저 확 바뀌지 않으면 총리·장관 바꾸나 마나

 

대통령실이 22일 개각 등 인적 쇄신에 대해 “상당한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남미 순방 전 기자회견에서 “인재풀에 대한 물색과 검증에 들어갔다”고 밝혔던 만큼 귀국과 함께 본격적으로 개각 작업에 돌입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선을 그은 것이다. 새해 예산안 처리와 미국 새 정부 출범 등 국내외 주요 일정 고려를 이유로 들었는데, 좁은 인재풀과 검증 역량 문제 등 만족할 만한 인적 쇄신의 모습을 보여주기엔 현실적 한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임기 후반부 시작과 함께 과감한 인적 쇄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비등한 게 사실이다. 미국 ‘트럼프 2기’ 출범 등 변화된 국제 정세 속에서 경제, 안보의 ‘쌍끌이 폭풍’이 몰아치고 있지만 우리 경제는 장기 저성장과 불황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국내 모든 역량을 동원해 안팎의 위기에 대처해도 모자랄 판이지만 국내 정치는 ‘심리적 내전’ 수준이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고작 20%에 머물고 있고, 부정 평가는 70%를 훌쩍 넘을 만큼 정권에 대한 신뢰는 바닥이다. 이러니 임기가 2년 반이나 남았는데도 공직사회 전반에 복지부동이 만연해 있다.

임기 반환점을 돈 윤석열 정부의 면모를 일신하고 새 출발을 하려면 내각과 대통령실 참모진의 진용을 확 바꾸는 것 외엔 달리 뾰족한 길이 없다. 언론 보도를 보면 몇몇 여권 중진의원 등을 대상으로 후임 총리 검증 작업이 진행 중이며, 의대 증원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2년 이상 재임한 장관 몇몇이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하마평에 오르는 이들의 면면을 보면 그 나물에 그 밥일 뿐 변화의 메시지를 읽을 수 없다. 그런 식으로 내각 진용을 일부 바꾼다고 해서 국정 쇄신이 이뤄지고 임기 후반부는 달라질 것으로 평가할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결국 관건은 대통령이 스스로 얼마나 바뀌고 달라지느냐의 문제다. 몇 주째 부정 평가 1위에 오르고 있는 김건희 여사 문제를 불식시키기 위한 과감한 결단, 이른바 ‘여사 라인’ 인사 조치 등을 통해 더 이상 국정에 여사의 입김이 개입될 소지가 없을 것이란 확신부터 줘야 한다. 나아가 ‘아는 사람’ 돌려막기를 벗어나 인재풀을 확 넓혀 야당도 수긍할 만한 인사를 찾아내야 한다. 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따른 반사이익만 저울질해선 국정 동력 회복은 난망할 것이다.

 

-동아일보(2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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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대통령이냐!”

 

4월 총선 뒤의 일이다. 국민의힘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를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관련 직에 임명하려 하자 일부 용산 참모들 사이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이를 들은 윤 대통령이 참모에게 화를 내며 했다는 말이다.

“네가 대통령이냐!”

이런 일도 있었다. 현 정부 각료 출신 친윤(친윤석열)계 인사가 전한 일화다. 2022년 인수위원회 시절 인사 문제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얘기했더니 전화가 왔다. 윤 대통령이 혼을 내며 대뜸 했다는 말이다.

 

“네가 대통령이냐!”

대통령에게 깨질까 봐 말 못해”

윤 대통령은 참모들로부터 듣기 싫은 소리를 들으면 화내는 스타일이라는 말이 여권에서 돈다. 남이 해야 한다고 조언하면 일단은 안 한다는 게 여권 핵심 인사의 얘기다. 그런 윤 대통령 앞에서 직언을 할 용기가 있는 참모는 많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실 참모 출신 여당 인사는 “장관들이 보고 때 대통령의 화에 쩔쩔 매는 걸 보고 그건 ‘훈장’이라고 얘기해 줬다”고 했다.

다른 여권 인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명태균 씨 육성 통화가 공개된 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당의 친윤 중진들에게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국민들에게 자세히 해명해야 한다는 얘기를 대통령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중진들의 반응은 “무슨 얘기를 들을지 몰라 못하겠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4월 총선 직전 윤 대통령은 의대 정원 증원 관련 담화를 냈다. 2000명 숫자를 강조한 강경한 발언으로 의료계 반발에 기름을 부은 그 담화다. 담화 전 참모들과 독회를 할 때 이견을 내 온 참모는 배제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 유연한 접근을 조언한 여권 인사들에게 “신문 보고 하는 소리냐, 신문 보지 말라”고 했다는 얘기도 있다. 총선 때 위기감을 전해 달라는 여당 의원의 요구에 대통령실 참모들이 “대통령에게 깨질까 봐 말을 못하겠다”고 했다는 전언도 있다. 대통령이 주변에 “날 가르치려 하느냐”는 취지로 화를 냈다는 말이 들린다.

그런 윤 대통령이 어렵게 마음을 돌려 한 회견도 국민 눈높이엔 못 미쳤다. 보수층이 결집하며 국정 지지율은 반등했다. 여권에선 윤 대통령이 ‘봐라, 이 정도 했으니 오르지 않느냐’며 말로 한 쇄신 약속을 지키지 않을까 우려하는 말들이 나온다.

쇄신 약속한 尹, 대통령답게 변해야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 취임 1년인 지난해 5월에, 임기 반환점인 올해 11월에 여러 원로, 전문가들의 평가를 들었다. 노동부 장관을 지낸 김대환 인하대 명예교수,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김도연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대통령 정책기획수석비서관 출신 이각범 KAIST 명예교수는 두 차례 인터뷰에 모두 응했다.

주목되는 게 있다. 김도연 이사장은 윤 대통령 취임 1년 때 “당선 첫 발언인 국민통합에 성과가 없다”고 했다. 이번에도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했다. 이각범 명예교수는 1년 반 전 “국정방향의 전체적인 로드맵을 가지고 국민들과 소통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에도 “치밀한 준비 없이 개혁을 말로만 서두른다. 의료개혁만 해도 의료계 목소리를 경청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추진한 것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해 국민적 지지를 얻는 노력과 전략이 상당히 부족했다”고 한 김대환 명예교수는 이번에도 “국민에 대한 전방위적 소통 부족, 여소야대 탓을 하는 전략 부재”를 지적했다.

원로들의 얘기는 1년 반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자신이 가장 많이 안다는 오만을 버리고 주변에 귀를 열어야 한다. ‘대통령답게.’ 윤 대통령 자신이 본질적으로 변해야 할 대목이다.

 

-윤완준 정치부장, 동아일보(2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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